인도-파키스탄 ‘이산가족 찾기’…75년 만에 형제 극적 상봉

입력 2022.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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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파키스탄판 '이산가족 찾기'프로그램 덕분에 형제간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던 1947년 혼란스러운 이주 과정에서 헤어진 이후 70년 넘게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던 형제가 SNS 동영상과 영상 통화를 통해 극적으로 상봉한 것.

파키스탄인으로 살아온 형 사디크 칸(85살 추정)과 인도인으로 살아온 시카 칸(75살 추정)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생사조차 모른 채 지내다가 최근 파키스탄의 한 시크교 성지에서 75년 만에 감격스러운 상봉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극적 '상봉 영상' (아래)은 인도, 파키스탄 개인 SNS와 언론사 등을 통해 계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 인도-파키스탄 분리 당시 혼란…수많은 이산가족 탄생

영국의 영화배우 겸 감독인 리차드 아텐보로가 감독한 187분 정도 길이의 '간디'(1982년 제작, 1983년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 등 수상)라는 영화를 보면 인도의 갈등 구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당시 유럽인이 바라본 '인도'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두 번의 학살 혹은 살육 장면이 나옵니다.

시기적으로 첫 번째는 1919년 4월 13일 인도 북부 펀자브 지방의 암리차르에서 집회 중이던 비무장 인도인 수천 명을 향해 영국군이 ‘발포’한 암리차르 대학살이고, 두 번째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던 1947년에 일어납니다.


이것이 이른바 '칸막이'란 뜻 이외에 '국가 분할'(partition)로도 쓰이는 영어 단어가 인도에서 지닌 역사적 의미입니다.

당시 생이별을 한 형제는 원래 이슬람 노동자의 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사디크와 시카 두 형제는 인도-파키스탄 분리가 진행되던 1947년 인도의 외가 친척 집을 방문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이 인도에 대한 식민통치를 끝낸 직후 인도 파키스탄 분리가 갑자기 결정된 탓에 힌두·시크교도는 인도로, 이슬람교도는 파키스탄으로 옮기는 '대이주'가 시작됩니다.

극심한 혼란 속 종교적 마찰도 빚어졌습니다. '간디'라는 영화 속에서는 평화로운 이주 행진이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는 것 등으로 묘사됩니다. 힌두·이슬람·시크교도 등이 서로 싸우면서 이 시기 사망자만 200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결과 분리된 인도에서는 아래와 같이 힌두 교인이 13억 명의 인구 가운데 절대 다수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 형인 사디크는 아버지를 따라 파키스탄으로, 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남으면서 결국 이산가족이 되고 만 것.

더구나 혼란 속에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던 형제의 아버지는 인도 군인에게 사살됐고(실종됐다는 설도 전해짐), 아버지를 따르던 형 사디크는 홀로 남았다가 난민촌에 합류해 목숨을 부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남았던 시카도 모친이 극단적 선택을 해 결국 혼자 남게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시카가 머물던 곳의 인도인 지주(地主, 인도는 계층사회로 당시 신분제가 통용됨)가 그를 거둬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줬다고 합니다.

■ 형제에게 행운이?…영상 통화 등 생사확인 2년 여 만에 '상봉'

두 형제의 나이는 모두 80세 안팎, 못 만나고 끝난 수도 있었던 인생의 대반전은 85살 고령의 형 사디크가 인도-파키스탄 이산가족 상봉을 돕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서 시작됩니다.

사진 왼쪽이 형 사디크 칸(85살)과 오른쪽이 동생 시카 칸(75살). 현지에서도 둘의 정확한 나이와 현재 이름에 대해서는 일부 보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사진 왼쪽이 형 사디크 칸(85살)과 오른쪽이 동생 시카 칸(75살). 현지에서도 둘의 정확한 나이와 현재 이름에 대해서는 일부 보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생인 시카에게 인도판 '이산가족 찾기'동영상을 소개한 젊은 지인은 바로 지주의 손자였습니다.

70대 고령인 시카는 스마트폰은커녕 휴대전화기도 잘 쓸 줄 몰랐지만, 지주의 손자가 사디크가 출연한 동영상 등을 시카에게 보여주면서 2019년 마침내 연락이 이어졌고, 긴 영상통화 이후에 형제라는 것을 확인한 뒤 상봉까지 추진된 것.

만남의 과정도 순탄치만 않았습니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은 코로나19 방역뿐 아니라 양국 간 불편한 관계 탓에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다행히도 때마침 파키스탄 내 시크교 성지에서 열리는 종교 행사에 인도인이 비자 없이 입국할 길이 열리면서 마침내 형제가 서로의 얼싸 안을 수 있게 된 것.

영상을 보면 알수 있듯이 이 두 형제는 흰 대리석 건물 사이에서 만나는데, 이런 건물들은 시크교 성전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입니다.

형제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맨발인 것은 시크교 성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모두 손발을 씻고 정결한 상태로 입장해야 하기 때문.

둘의 만남 직후 공개된 '감격 상봉' 영상이 최근 인도, 파키스탄 지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여전히 많은 이산가족이 형제의 상봉을 보면서 희망을 키워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고작 생후 6개월 때 형과 헤어진 뒤 고아가 된 동생 시카는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자신이 왜 혼자가 되었는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둘은 해외 출입국 경험이 없어 여권도 없는 상태였는데, 주위 사람들과 '상봉' 사이트 운영자가 나서서 여권 발급 등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 시각) 오래 기다린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인도 현지 매체들도 이들이 현재 시크교인지 이슬람교도인지 등과 정확한 이름, 성(姓)에 대해 엇갈리고 있지만, 2019년에 영상을 통해 만난 형제들이 2년여를 기다린 끝에 상봉한 것을 사진, 영상과 함께 크게 보도했습니다.


현재 파키스탄의 한 개인이 운영하는 이산가족 상봉 관련 SNS 사이트에는 구독자가 수십만 명 이상인데, 이 같은 SNS를 통한 상봉 사례( 위 다른 가족의 상봉 사진)가 200여 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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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파키스탄 ‘이산가족 찾기’…75년 만에 형제 극적 상봉
    • 입력 2022-01-25 07:00:21
    세계는 지금

인도-파키스탄판 '이산가족 찾기'프로그램 덕분에 형제간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던 1947년 혼란스러운 이주 과정에서 헤어진 이후 70년 넘게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던 형제가 SNS 동영상과 영상 통화를 통해 극적으로 상봉한 것.

파키스탄인으로 살아온 형 사디크 칸(85살 추정)과 인도인으로 살아온 시카 칸(75살 추정)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생사조차 모른 채 지내다가 최근 파키스탄의 한 시크교 성지에서 75년 만에 감격스러운 상봉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극적 '상봉 영상' (아래)은 인도, 파키스탄 개인 SNS와 언론사 등을 통해 계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 인도-파키스탄 분리 당시 혼란…수많은 이산가족 탄생

영국의 영화배우 겸 감독인 리차드 아텐보로가 감독한 187분 정도 길이의 '간디'(1982년 제작, 1983년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 등 수상)라는 영화를 보면 인도의 갈등 구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당시 유럽인이 바라본 '인도'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두 번의 학살 혹은 살육 장면이 나옵니다.

시기적으로 첫 번째는 1919년 4월 13일 인도 북부 펀자브 지방의 암리차르에서 집회 중이던 비무장 인도인 수천 명을 향해 영국군이 ‘발포’한 암리차르 대학살이고, 두 번째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던 1947년에 일어납니다.


이것이 이른바 '칸막이'란 뜻 이외에 '국가 분할'(partition)로도 쓰이는 영어 단어가 인도에서 지닌 역사적 의미입니다.

당시 생이별을 한 형제는 원래 이슬람 노동자의 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사디크와 시카 두 형제는 인도-파키스탄 분리가 진행되던 1947년 인도의 외가 친척 집을 방문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이 인도에 대한 식민통치를 끝낸 직후 인도 파키스탄 분리가 갑자기 결정된 탓에 힌두·시크교도는 인도로, 이슬람교도는 파키스탄으로 옮기는 '대이주'가 시작됩니다.

극심한 혼란 속 종교적 마찰도 빚어졌습니다. '간디'라는 영화 속에서는 평화로운 이주 행진이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는 것 등으로 묘사됩니다. 힌두·이슬람·시크교도 등이 서로 싸우면서 이 시기 사망자만 200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결과 분리된 인도에서는 아래와 같이 힌두 교인이 13억 명의 인구 가운데 절대 다수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 형인 사디크는 아버지를 따라 파키스탄으로, 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남으면서 결국 이산가족이 되고 만 것.

더구나 혼란 속에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던 형제의 아버지는 인도 군인에게 사살됐고(실종됐다는 설도 전해짐), 아버지를 따르던 형 사디크는 홀로 남았다가 난민촌에 합류해 목숨을 부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남았던 시카도 모친이 극단적 선택을 해 결국 혼자 남게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시카가 머물던 곳의 인도인 지주(地主, 인도는 계층사회로 당시 신분제가 통용됨)가 그를 거둬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줬다고 합니다.

■ 형제에게 행운이?…영상 통화 등 생사확인 2년 여 만에 '상봉'

두 형제의 나이는 모두 80세 안팎, 못 만나고 끝난 수도 있었던 인생의 대반전은 85살 고령의 형 사디크가 인도-파키스탄 이산가족 상봉을 돕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서 시작됩니다.

사진 왼쪽이 형 사디크 칸(85살)과 오른쪽이 동생 시카 칸(75살). 현지에서도 둘의 정확한 나이와 현재 이름에 대해서는 일부 보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생인 시카에게 인도판 '이산가족 찾기'동영상을 소개한 젊은 지인은 바로 지주의 손자였습니다.

70대 고령인 시카는 스마트폰은커녕 휴대전화기도 잘 쓸 줄 몰랐지만, 지주의 손자가 사디크가 출연한 동영상 등을 시카에게 보여주면서 2019년 마침내 연락이 이어졌고, 긴 영상통화 이후에 형제라는 것을 확인한 뒤 상봉까지 추진된 것.

만남의 과정도 순탄치만 않았습니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은 코로나19 방역뿐 아니라 양국 간 불편한 관계 탓에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다행히도 때마침 파키스탄 내 시크교 성지에서 열리는 종교 행사에 인도인이 비자 없이 입국할 길이 열리면서 마침내 형제가 서로의 얼싸 안을 수 있게 된 것.

영상을 보면 알수 있듯이 이 두 형제는 흰 대리석 건물 사이에서 만나는데, 이런 건물들은 시크교 성전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입니다.

형제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맨발인 것은 시크교 성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모두 손발을 씻고 정결한 상태로 입장해야 하기 때문.

둘의 만남 직후 공개된 '감격 상봉' 영상이 최근 인도, 파키스탄 지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여전히 많은 이산가족이 형제의 상봉을 보면서 희망을 키워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고작 생후 6개월 때 형과 헤어진 뒤 고아가 된 동생 시카는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자신이 왜 혼자가 되었는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둘은 해외 출입국 경험이 없어 여권도 없는 상태였는데, 주위 사람들과 '상봉' 사이트 운영자가 나서서 여권 발급 등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 시각) 오래 기다린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인도 현지 매체들도 이들이 현재 시크교인지 이슬람교도인지 등과 정확한 이름, 성(姓)에 대해 엇갈리고 있지만, 2019년에 영상을 통해 만난 형제들이 2년여를 기다린 끝에 상봉한 것을 사진, 영상과 함께 크게 보도했습니다.


현재 파키스탄의 한 개인이 운영하는 이산가족 상봉 관련 SNS 사이트에는 구독자가 수십만 명 이상인데, 이 같은 SNS를 통한 상봉 사례( 위 다른 가족의 상봉 사진)가 200여 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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