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앞에 쌓인 감귤 상자…명절 앞두고 또 택배 대란

입력 2022.01.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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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우체국 앞에 쌓여있는 감귤 상자들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우체국 앞에 쌓여있는 감귤 상자들

평일 아침부터 제주의 한 우체국 앞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하지만 사람보다 더 눈에 띄는 건, 테트리스처럼 쌓여있는 감귤 상자들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몇 개씩, 많게는 한 트럭의 감귤 상자를 싣고 와 우체국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 다수는 감귤 농가입니다.

고객들로부터 주문받은 설 선물용 감귤을 배송하기 위해, 우체국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매년 이런 풍경이 반복되는 건 아닙니다.

보통 택배업체들이 직접 농가를 찾아가 물건을 수거해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택배업계 점유율 1위인 CJ 대한통운 파업에, 설 연휴로 인한 물량 폭증으로 다른 택배사들의 배송까지 조기 마감되면서 농가들이 우체국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실제 이 우체국의 대기 인원은 25일 하루만 400명을 넘어섰습니다.

물량도 크게 늘어, 지난주부터 제주도 내 우체국 창구에 접수된 택배 물량은 13만 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만 개 더 늘어났습니다.


감귤 농가를 운영하는 고창빈 씨는 "우체국이 문 열기 전에 왔는데도 대기 번호가 187번이더라"라며 "다른 택배사들 배송은 다 마감돼서, 요금이 더 비싸더라도 우체국에 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고 씨는 "보통 상자당 4,500원에서 5,000원을 택배비로 내는데, 우체국에선 상자당 1,000원을 더 지불해야 하고 이 마저도 순번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고 씨는 "택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문도 지난 연휴 때보다 사나흘 일찍 마감했다"며 "하루 매출로 계산하면 천만 원 넘게 손해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목을 맞은 수산업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선물용 택배 포장만으로도 분주할 시기에, 택배사 파업으로 일이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제주시 수협에선 CJ대한통운 파업으로 배송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대체 택배사들을 일일이 찾아 물건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체 설 선물용 물량의 10%에 불과하지만, 수산물 특성상 배송 지연 시 부패 등 상품 훼손이 우려되다 보니 신경 쓸 일도 많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양우남 제주시수협 유통과장은 "택배 송장을 출력해야 배송 불가 지역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그때부터 물량을 확인해서 대체 택배사들을 찾고, 고객들에게 알리고, 배송 사고는 없는지도 확인해야 하다 보니 업무가 과중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벌어진 택배 대란에,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CJ대한통운 사측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5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제정한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주 6일제' 같은 독소 조항들을 포함 시켰다"며 "노조가 설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한 제안도 거부하며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설 택배 대란의 책임이 CJ대한통운과 이재현 회장에게 있다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도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택배기사 처우를 개선했다고 생색낸 정부와 민주당이 이제 와선 '노사 간 문제'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 주체인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CJ대한통운 노동 조건 개선 등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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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체국 앞에 쌓인 감귤 상자…명절 앞두고 또 택배 대란
    • 입력 2022-01-25 16:36:32
    취재K
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우체국 앞에 쌓여있는 감귤 상자들
평일 아침부터 제주의 한 우체국 앞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하지만 사람보다 더 눈에 띄는 건, 테트리스처럼 쌓여있는 감귤 상자들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몇 개씩, 많게는 한 트럭의 감귤 상자를 싣고 와 우체국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 다수는 감귤 농가입니다.

고객들로부터 주문받은 설 선물용 감귤을 배송하기 위해, 우체국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매년 이런 풍경이 반복되는 건 아닙니다.

보통 택배업체들이 직접 농가를 찾아가 물건을 수거해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택배업계 점유율 1위인 CJ 대한통운 파업에, 설 연휴로 인한 물량 폭증으로 다른 택배사들의 배송까지 조기 마감되면서 농가들이 우체국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실제 이 우체국의 대기 인원은 25일 하루만 400명을 넘어섰습니다.

물량도 크게 늘어, 지난주부터 제주도 내 우체국 창구에 접수된 택배 물량은 13만 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만 개 더 늘어났습니다.


감귤 농가를 운영하는 고창빈 씨는 "우체국이 문 열기 전에 왔는데도 대기 번호가 187번이더라"라며 "다른 택배사들 배송은 다 마감돼서, 요금이 더 비싸더라도 우체국에 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고 씨는 "보통 상자당 4,500원에서 5,000원을 택배비로 내는데, 우체국에선 상자당 1,000원을 더 지불해야 하고 이 마저도 순번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고 씨는 "택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문도 지난 연휴 때보다 사나흘 일찍 마감했다"며 "하루 매출로 계산하면 천만 원 넘게 손해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목을 맞은 수산업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선물용 택배 포장만으로도 분주할 시기에, 택배사 파업으로 일이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제주시 수협에선 CJ대한통운 파업으로 배송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대체 택배사들을 일일이 찾아 물건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체 설 선물용 물량의 10%에 불과하지만, 수산물 특성상 배송 지연 시 부패 등 상품 훼손이 우려되다 보니 신경 쓸 일도 많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양우남 제주시수협 유통과장은 "택배 송장을 출력해야 배송 불가 지역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그때부터 물량을 확인해서 대체 택배사들을 찾고, 고객들에게 알리고, 배송 사고는 없는지도 확인해야 하다 보니 업무가 과중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벌어진 택배 대란에,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CJ대한통운 사측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5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제정한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주 6일제' 같은 독소 조항들을 포함 시켰다"며 "노조가 설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한 제안도 거부하며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설 택배 대란의 책임이 CJ대한통운과 이재현 회장에게 있다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도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택배기사 처우를 개선했다고 생색낸 정부와 민주당이 이제 와선 '노사 간 문제'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 주체인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CJ대한통운 노동 조건 개선 등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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