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150번·문재인 10번…불발된 신년 기자회견

입력 2022.01.25 (17:22) 수정 2022.01.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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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취임식.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취임식.

매년 1월 열리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올해는 열리지 않습니다.

당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끝나고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이번 주 27일을 염두에 두고 신년기자회견을 준비해 왔습니다.

수석실별로 예상 질문을 취합 중이었고, 코로나 국면이긴 해도 가능한 많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질문하는 오프라인 형태로 신년 기자회견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어제(24일) "어려울 것 같다"며 무산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공식적인 예고가 없었기 때문에 '취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 불발…靑 "오미크론 대응 때문"

청와대가 밝힌 신년 기자회견 '불발'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입니다. 박수현 수석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려면 기자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월도 코로나 국면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역 상황을 고려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관련 내용을 준비할 정도로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하루 확진자가 만 명 넘게 나올 수도 있는 오미크론 대응이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입니다. 박수현 수석은 "대면, 비대면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오미크론 대응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 열렸던 2021년 신년 기자회견.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 열렸던 2021년 신년 기자회견.

불편한 질문 피하기 위해서였나

신년 기자회견 무산 소식에 "오미크론 대응 때문"이라는 청와대 측 설명에 공감하기보다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 보입니다. 일각에선 불편하거나 뚜렷한 답을 내놓기 힘든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냐고도 이야기합니다.

당장 문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 중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내부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문 대통령은 이집트 현지에서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으면 당연히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픈 손가락'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실패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공급과 대출 등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대부분을 사실상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한 뚜렷한 답은 하지 않고 미사일만 쏘고 있는 북한 문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던 조국 전 장관이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추켜세웠던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현재 심경을 묻는 질문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추징금을 다 내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를 사면하고 복권하는 게 적절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비판이나 가석방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3.1절을 전후해 사면 복권할 지에 대한 궁금증도 여전합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답변 내용에 따라 임기 말 큰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자칫 공식 선거 운동 돌입을 앞둔 시점에서 특정 답변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판단에서 청와대로선 굳이 신년 기자회견에 적극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취임사에선 "수시로 소통, 직접 브리핑"…실제로는 1년에 2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150번 직접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약 20번에 걸쳐 직접 카메라 앞에서 현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신년 기자회견 4번, 취임일을 기준으로 한 기자회견 4번(취임 2주년 대담 포함), 국민과의 대화 2번이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물론 기자회견 횟수는 문 대통령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결과 설명 등 특수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을 회견으로 볼 것인지 등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올해 1월 해외 순방 때의 기자회견까지 포함해 "이명박 대통령이 18회, 박근혜 대통령이 16회,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까지 19회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 기자회견 횟수만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할 때 문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직접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거나 설명한 횟수는 분명히 적습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의 2017년 취임사 한 대목을 꺼내 봅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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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150번·문재인 10번…불발된 신년 기자회견
    • 입력 2022-01-25 17:22:37
    • 수정2022-01-25 17:38:20
    취재K
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취임식.
매년 1월 열리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올해는 열리지 않습니다.

당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끝나고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이번 주 27일을 염두에 두고 신년기자회견을 준비해 왔습니다.

수석실별로 예상 질문을 취합 중이었고, 코로나 국면이긴 해도 가능한 많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질문하는 오프라인 형태로 신년 기자회견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어제(24일) "어려울 것 같다"며 무산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공식적인 예고가 없었기 때문에 '취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 불발…靑 "오미크론 대응 때문"

청와대가 밝힌 신년 기자회견 '불발'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입니다. 박수현 수석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려면 기자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월도 코로나 국면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역 상황을 고려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관련 내용을 준비할 정도로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하루 확진자가 만 명 넘게 나올 수도 있는 오미크론 대응이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입니다. 박수현 수석은 "대면, 비대면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오미크론 대응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 열렸던 2021년 신년 기자회견.
불편한 질문 피하기 위해서였나

신년 기자회견 무산 소식에 "오미크론 대응 때문"이라는 청와대 측 설명에 공감하기보다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 보입니다. 일각에선 불편하거나 뚜렷한 답을 내놓기 힘든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냐고도 이야기합니다.

당장 문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 중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내부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문 대통령은 이집트 현지에서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으면 당연히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픈 손가락'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실패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공급과 대출 등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대부분을 사실상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한 뚜렷한 답은 하지 않고 미사일만 쏘고 있는 북한 문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던 조국 전 장관이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추켜세웠던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현재 심경을 묻는 질문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추징금을 다 내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를 사면하고 복권하는 게 적절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비판이나 가석방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3.1절을 전후해 사면 복권할 지에 대한 궁금증도 여전합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답변 내용에 따라 임기 말 큰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자칫 공식 선거 운동 돌입을 앞둔 시점에서 특정 답변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판단에서 청와대로선 굳이 신년 기자회견에 적극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취임사에선 "수시로 소통, 직접 브리핑"…실제로는 1년에 2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150번 직접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약 20번에 걸쳐 직접 카메라 앞에서 현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신년 기자회견 4번, 취임일을 기준으로 한 기자회견 4번(취임 2주년 대담 포함), 국민과의 대화 2번이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물론 기자회견 횟수는 문 대통령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결과 설명 등 특수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을 회견으로 볼 것인지 등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올해 1월 해외 순방 때의 기자회견까지 포함해 "이명박 대통령이 18회, 박근혜 대통령이 16회,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까지 19회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 기자회견 횟수만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할 때 문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직접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거나 설명한 횟수는 분명히 적습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의 2017년 취임사 한 대목을 꺼내 봅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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