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러시아의 거짓말’에 날세운 미국…‘하이브리드전’ 이미 시작됐다

입력 2022.01.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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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젊은이들.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젊은이들.

우크라이나 인근 동유럽에 집결되고 있는 병력만큼 긴장이 높아지는 영역이 있습니다. 동원되는 무기는 어쩌면 미국이 보낸 항공모함보다 더 화력이 세고, 동원된 병력의 숫자는 실제 군인의 수보다 더 많을 지 모릅니다.

또 다른 양상의 전쟁, 바로 여론전입니다.

언론은 물론 소셜 미디어, 블로그, 유튜브 등 각종 인터넷 플랫폼을 동원한 커뮤니케이션 전쟁은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그 이상입니다. 교묘하게 심리를 파고들며 분노를 자극하고, 가짜를 사실로 믿게 만듭니다.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 탱크와 장갑차, 전투기가 전장을 누비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 흑색선전과 거짓말, 사람들의 불안과 동요를 공격하는 사이버전투가 결합된 현대의 ‘하이브리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참고: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다양한 유형이 혼재된 전쟁의 형태를 말한다. 이 전쟁은 군사력과 기술력, 정치력, 경제력을 총망라한 개념이다. 재래전, 비정규전, 사이버전, 전자전 및 미디어전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전쟁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미국이 화학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 러시아인에 대한 대량 학살을 준비하고 있다.
■서부 우크라이나(동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 친러시아 성향) 사람들은

나치 숭배자들이다. 2차 세계대전은 독일과 나치들이 일으킨 것으로 러시아는 아무 죄가 없다.
■서방문명은 붕괴가 임박했다.
LGBTQ가 득세하며 부모를 어머니와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게
한다. 부모 1과 부모 2로 대체된 지 오래다.


■ “러시아가 가짜 깃발을 들었다!”

미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 연단에 설 때 마다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항복의 하얀 깃발을 든다고 해서 믿을 수 없다, 가짜 깃발이다 라는 의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만큼 “러시아가 거짓으로 흑색선전을 늘어놓는 것”에 대한 경계심입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

미 국무부는 최근 러시아가 최근 몇 년 동안 날조하고 퍼뜨려온 가짜 이야기들이 지긋지긋하다며 이른바 ‘유형 뽀개기’를 공개했습니다. 이미 러시아가 온라인상에서 퍼뜨리고 있는 가짜 주장들의 유형을 정리한 겁니다.

이에대해 러시아도 지지 않고, “서방세계의 허위 정보 교란전이 지독하다”고 했습니다. 각종 매체와 소셜 미디어,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쟁을 대놓고 조목조목 따져드는 모양샙니다.


■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서 넋놓고 뒤통수 맞은 서방세계

이러한 반응은 티격태격하는 외교적 논쟁의 일부로 보일 수도 있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넋놓고 있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던 서방 세계가 각성한 효과이기도 합니다.

당시 러시아가 치밀하게 준비한 정보전 끝에 크림 자치정부를 손쉽게 손아귀에 넣는 것을 보며, 미국과 서방세계는 정보전쟁, 특히 사이버전쟁의 위력을 실감했다는 겁니다.

러시아의 사이버 악성 게시물(트롤) 공장, 상트 페테르부르크, AP러시아의 사이버 악성 게시물(트롤) 공장, 상트 페테르부르크, AP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짜 정보들의 생성은 지난해 12월과 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예프 정부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형태라고 합니다.

영국 기술 회사인 로지컬이 러시아 관리들의 트위터 계정과 해당 트윗 내용을 리트윗하는 계정, 러시아 제휴 소셜 미디어 계정을 추적한 결과,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신나치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글과 기사들이 지난해 11월초 부터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과 틱톡 인플루언서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사람들을 표적으로 미국과 서방 유럽이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주장을 교묘하게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자본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국영 뉴스 채널들은 NATO가 동유럽을 요새화하고 핵미사일을 배치해 러시아를 요격할 것이라는 방송을 퍼붓고 있습니다.

러시아어 뉴스 매체에는 이같은 내용을 하루 500건 이상 방송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했던 바지만,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화학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난한 광고 캠페인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미 정보당국 “러시아 코드 수백만 개 심어져있어”

미 국무부와 정보당국은 이같은 거짓정보가 러시아인들은 물론 유럽 사람들, 나아가 미국인들의 판단도 흐리게 하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는 수백 만 개의 가짜 게시물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미국을 괴물처럼 묘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사용하는 정부와 공공기관 홈페이지, 서버에는 수백 만 개의 러시아 코드가 심어져 있다”

미 국무부는 “크렘린은 진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 여러 거짓 현실을 만들어내고 정보에 혼선을 삽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직접 관여한 가짜 현실은 일부 서술이 서로 모순되더라도 러시아 정부는 책임이 없다, 희생양이다, 미국이 괴물이다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당장 보기에는 상충되는 주장이여서 가짜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 정보들이 쌓이면 서로 상충되는 이야기 자체가 혼란을 야기하고, 오히려 진실과 거짓을 헷갈리게 하는 전술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 스파이 수배령, FBI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 스파이 수배령, FBI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무기, 병력보다 사이버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한 데에는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다는 의혹이 4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붙었습니다. 실제로 증거가 나오기도 했고요.

거짓선동으로 진실에 대한 눈가리기를 하는 측이 원하는 것은 적진의 분열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성공을 거뒀던 방식이기도 합니다.

분열되고 양극화될 수록, 각자 보고싶고 듣고싶은 이야기를 취사선택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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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러시아의 거짓말’에 날세운 미국…‘하이브리드전’ 이미 시작됐다
    • 입력 2022-01-26 14:09:13
    특파원 리포트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젊은이들.
우크라이나 인근 동유럽에 집결되고 있는 병력만큼 긴장이 높아지는 영역이 있습니다. 동원되는 무기는 어쩌면 미국이 보낸 항공모함보다 더 화력이 세고, 동원된 병력의 숫자는 실제 군인의 수보다 더 많을 지 모릅니다.

또 다른 양상의 전쟁, 바로 여론전입니다.

언론은 물론 소셜 미디어, 블로그, 유튜브 등 각종 인터넷 플랫폼을 동원한 커뮤니케이션 전쟁은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그 이상입니다. 교묘하게 심리를 파고들며 분노를 자극하고, 가짜를 사실로 믿게 만듭니다.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 탱크와 장갑차, 전투기가 전장을 누비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 흑색선전과 거짓말, 사람들의 불안과 동요를 공격하는 사이버전투가 결합된 현대의 ‘하이브리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참고: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다양한 유형이 혼재된 전쟁의 형태를 말한다. 이 전쟁은 군사력과 기술력, 정치력, 경제력을 총망라한 개념이다. 재래전, 비정규전, 사이버전, 전자전 및 미디어전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전쟁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미국이 화학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 러시아인에 대한 대량 학살을 준비하고 있다.
■서부 우크라이나(동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 친러시아 성향) 사람들은

나치 숭배자들이다. 2차 세계대전은 독일과 나치들이 일으킨 것으로 러시아는 아무 죄가 없다.
■서방문명은 붕괴가 임박했다.
LGBTQ가 득세하며 부모를 어머니와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게
한다. 부모 1과 부모 2로 대체된 지 오래다.


■ “러시아가 가짜 깃발을 들었다!”

미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 연단에 설 때 마다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항복의 하얀 깃발을 든다고 해서 믿을 수 없다, 가짜 깃발이다 라는 의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만큼 “러시아가 거짓으로 흑색선전을 늘어놓는 것”에 대한 경계심입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
미 국무부는 최근 러시아가 최근 몇 년 동안 날조하고 퍼뜨려온 가짜 이야기들이 지긋지긋하다며 이른바 ‘유형 뽀개기’를 공개했습니다. 이미 러시아가 온라인상에서 퍼뜨리고 있는 가짜 주장들의 유형을 정리한 겁니다.

이에대해 러시아도 지지 않고, “서방세계의 허위 정보 교란전이 지독하다”고 했습니다. 각종 매체와 소셜 미디어,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쟁을 대놓고 조목조목 따져드는 모양샙니다.


■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서 넋놓고 뒤통수 맞은 서방세계

이러한 반응은 티격태격하는 외교적 논쟁의 일부로 보일 수도 있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넋놓고 있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던 서방 세계가 각성한 효과이기도 합니다.

당시 러시아가 치밀하게 준비한 정보전 끝에 크림 자치정부를 손쉽게 손아귀에 넣는 것을 보며, 미국과 서방세계는 정보전쟁, 특히 사이버전쟁의 위력을 실감했다는 겁니다.

러시아의 사이버 악성 게시물(트롤) 공장, 상트 페테르부르크, AP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짜 정보들의 생성은 지난해 12월과 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예프 정부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형태라고 합니다.

영국 기술 회사인 로지컬이 러시아 관리들의 트위터 계정과 해당 트윗 내용을 리트윗하는 계정, 러시아 제휴 소셜 미디어 계정을 추적한 결과,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신나치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글과 기사들이 지난해 11월초 부터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과 틱톡 인플루언서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사람들을 표적으로 미국과 서방 유럽이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주장을 교묘하게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자본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국영 뉴스 채널들은 NATO가 동유럽을 요새화하고 핵미사일을 배치해 러시아를 요격할 것이라는 방송을 퍼붓고 있습니다.

러시아어 뉴스 매체에는 이같은 내용을 하루 500건 이상 방송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했던 바지만,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화학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난한 광고 캠페인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미 정보당국 “러시아 코드 수백만 개 심어져있어”

미 국무부와 정보당국은 이같은 거짓정보가 러시아인들은 물론 유럽 사람들, 나아가 미국인들의 판단도 흐리게 하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는 수백 만 개의 가짜 게시물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미국을 괴물처럼 묘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사용하는 정부와 공공기관 홈페이지, 서버에는 수백 만 개의 러시아 코드가 심어져 있다”

미 국무부는 “크렘린은 진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 여러 거짓 현실을 만들어내고 정보에 혼선을 삽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직접 관여한 가짜 현실은 일부 서술이 서로 모순되더라도 러시아 정부는 책임이 없다, 희생양이다, 미국이 괴물이다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당장 보기에는 상충되는 주장이여서 가짜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 정보들이 쌓이면 서로 상충되는 이야기 자체가 혼란을 야기하고, 오히려 진실과 거짓을 헷갈리게 하는 전술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 스파이 수배령, FBI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무기, 병력보다 사이버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한 데에는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다는 의혹이 4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붙었습니다. 실제로 증거가 나오기도 했고요.

거짓선동으로 진실에 대한 눈가리기를 하는 측이 원하는 것은 적진의 분열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성공을 거뒀던 방식이기도 합니다.

분열되고 양극화될 수록, 각자 보고싶고 듣고싶은 이야기를 취사선택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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