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고 짜깁는’ 공무원 장기해외연수 보고서…대부분 ‘비공개’

입력 2022.01.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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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전용 관광+어학 패키지 상품

"연수보고서 베끼기 하루 이틀 얘기 아니잖아, 근데 왜 없어지지 않아?"

"공무원들은 가족 데리고 1년 해외로 연수 나가면서 월급도 받아?"

"공무원 전용 관광과 어학이 결합된 패키지 상품"


KBS는 지난 주 강원도청 장기국외연수자들의 보고서 표절률이 최고 80%가 나오고, 10명 중 6명 꼴로 표절률이 15%를 넘어 부실하다는 사실을 고발했는데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의당 등 시민단체과 정치권에서도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공직자 장기 국외연수에 대한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과 인식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인구 150만, 공무원 약 6천여 명이 복작대는 강원도 안에서도 이럴 정도라면,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어떨까요? 공직자 윤리에 과연 지리적 경계가 있을까요?

■ 울산과 충남에서도 장기해외연수보고서 표절률 80% 확인

표절에는 너와 나 구분이 없었습니다. 공무원의 연구윤리에 대한 내부 기준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해마다 사람만 바꿔가며, 미국으로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보고서가 그 증거입니다.

KBS가 17개 광역지자체 국외연수 담당자들을 통해 인터넷에 일부 공개된 국외훈련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입수'라고 표현까지 하는 이유는 대부분 지역에서 보고서를 해당 지자체 '내부망'에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개중인 곳은 서울, 강원, 울산, 충남 단 4곳. 연수 실적이 한 명도 없었다는 충북을 제외한 12개 광역 지자체에서 '공무원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서, 또는 '공직자 당사자의 저작권 보호' 등을 위해 일반 도민들의 보편적 접근을 막아놓고 있었습니다.

연수보고서가 제대로 쓰였는지, 도 정책 등에 얼마나 활용되고는 있는지 외부에서 제대로 된 검증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KBS 취재 결과 울산과 충남에서도 무려 표절률 80%가 넘는 보고서가 확인됐습니다. 베끼고 짜깁는 사정은 강원도와 비슷하지만, 더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 사례도 발견했습니다.

울산의 한 공무원 국외연수보고서가 2년 전 자신이 외부 기관에 기고한 내용과 대부분 일치했습니다.울산의 한 공무원 국외연수보고서가 2년 전 자신이 외부 기관에 기고한 내용과 대부분 일치했습니다.

울산의 한 공무원이 미국 1년 연수후 쓴 보고서를 2년 전 본인이 외부 기관에 제출한 기고문과 비교했더니 연구 배경부터 개념에 대한 도식, 결론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자기 표절'입니다. 그런데도, 이 자료를 본인 참고문헌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이 공무원, 5년 전 다른 전문연구원이 쓴 보고서도 30문단 이상 그대로 베낀 게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표절시스템에서 표절률 무려 84%로 나왔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대학원처럼 논문 쓰는 교육이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보고서 작성에 서툴렀다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또 다른 공무원이 쓴 2019년 미국 연수보고서는 심지어 10여년 전 한 지역 신문에 자유기고가가 올린 '해외 국립공원 소개글'을 넉 장 이상 그대로 'Ctrl+C', 'Ctrl+V' 했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까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적었지만, 참고문헌 기입은 커녕 페이지 표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충남에서도 미국에 1년동안 생태복원연구를 다녀온 보고서를 들여다보니 5년 전 불과 열흘짜리 일정으로 다녀온 다른 연수자의 사례 연구를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표절률 81%가 나오자 해당 공무원은 1년 동안 본인 주제만 연구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서둘러 말을 끊었습니다.

결국, KBS 확인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울산과 충남의 보고서 29개 가운데 표절률 15% 이상 보고서가 11개에 달했습니다.

지자체 국외연수보고서 공개·표절 제반 기준 강화해야


중앙정부부처는 공무원들의 연수보고서를 한데 모아 통합 사이트인 인재개발정보센터(http://training.go.kr)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부처나 기간의 구분 없이, 국내나 국외에서 이뤄지는 훈련과정 보고서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겁니다. 연수가 중복되는 것을 막고, 정보는 공유해 더 나은 정책 개발 함양에 무게를 두기 위해서입니다.

일부 지자체 광역 시도에서도 연수보고서를 공개하고는 있지만, 홈페이지 맨 첫 화면이 아닌 각 실국별 부서별 내부 자료실로 들어가 최근 게시글도 아닌 여러 페이지 뒤편에 있는 글을 클릭하거나, 별도 회원가입을 통해서 자료실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보고서를 연도별로 따로 취합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알기 힘듭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무원 교육훈련 운영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출받은 훈련결과보고서에 대해 평가 등 사후관리를 실시하여야 하며, 기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여 보고서가 정책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반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세부 지침'이 없다며 또는 코로나라며 형식적으로 훈련결과보고회를 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행정안전부, "장기해외연수보고서 이제는 검증하겠다"

이 문제에 대해,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과 김수진 사무관은 "강제성은 최소화하고 재량권은 부여하는 쪽으로 그동안 연수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겨왔다"라며, "공직자 연구 윤리 등 문제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실태 조사를 통해 당연히 지침을 개선해 환수와 표절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명시하고, 지자체 사후관리도 강화하겠다"라고 KBS에 밝혀왔습니다.

4급 지방공무원 4인 가족동반 미국 연수비 약 9천여 만 원.

자치분권 2.0 시대. 국가 사무는 계속 지방에 이양되고 있고, 권한만큼 책임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권한만큼 책임도 성실히 이행하는지 KBS가 꾸준한 감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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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끼고 짜깁는’ 공무원 장기해외연수 보고서…대부분 ‘비공개’
    • 입력 2022-01-26 15:45:38
    취재K

■ 공무원 전용 관광+어학 패키지 상품

"연수보고서 베끼기 하루 이틀 얘기 아니잖아, 근데 왜 없어지지 않아?"

"공무원들은 가족 데리고 1년 해외로 연수 나가면서 월급도 받아?"

"공무원 전용 관광과 어학이 결합된 패키지 상품"


KBS는 지난 주 강원도청 장기국외연수자들의 보고서 표절률이 최고 80%가 나오고, 10명 중 6명 꼴로 표절률이 15%를 넘어 부실하다는 사실을 고발했는데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의당 등 시민단체과 정치권에서도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공직자 장기 국외연수에 대한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과 인식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인구 150만, 공무원 약 6천여 명이 복작대는 강원도 안에서도 이럴 정도라면,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어떨까요? 공직자 윤리에 과연 지리적 경계가 있을까요?

■ 울산과 충남에서도 장기해외연수보고서 표절률 80% 확인

표절에는 너와 나 구분이 없었습니다. 공무원의 연구윤리에 대한 내부 기준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해마다 사람만 바꿔가며, 미국으로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보고서가 그 증거입니다.

KBS가 17개 광역지자체 국외연수 담당자들을 통해 인터넷에 일부 공개된 국외훈련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입수'라고 표현까지 하는 이유는 대부분 지역에서 보고서를 해당 지자체 '내부망'에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개중인 곳은 서울, 강원, 울산, 충남 단 4곳. 연수 실적이 한 명도 없었다는 충북을 제외한 12개 광역 지자체에서 '공무원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서, 또는 '공직자 당사자의 저작권 보호' 등을 위해 일반 도민들의 보편적 접근을 막아놓고 있었습니다.

연수보고서가 제대로 쓰였는지, 도 정책 등에 얼마나 활용되고는 있는지 외부에서 제대로 된 검증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KBS 취재 결과 울산과 충남에서도 무려 표절률 80%가 넘는 보고서가 확인됐습니다. 베끼고 짜깁는 사정은 강원도와 비슷하지만, 더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 사례도 발견했습니다.

울산의 한 공무원 국외연수보고서가 2년 전 자신이 외부 기관에 기고한 내용과 대부분 일치했습니다.
울산의 한 공무원이 미국 1년 연수후 쓴 보고서를 2년 전 본인이 외부 기관에 제출한 기고문과 비교했더니 연구 배경부터 개념에 대한 도식, 결론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자기 표절'입니다. 그런데도, 이 자료를 본인 참고문헌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이 공무원, 5년 전 다른 전문연구원이 쓴 보고서도 30문단 이상 그대로 베낀 게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표절시스템에서 표절률 무려 84%로 나왔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대학원처럼 논문 쓰는 교육이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보고서 작성에 서툴렀다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또 다른 공무원이 쓴 2019년 미국 연수보고서는 심지어 10여년 전 한 지역 신문에 자유기고가가 올린 '해외 국립공원 소개글'을 넉 장 이상 그대로 'Ctrl+C', 'Ctrl+V' 했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까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적었지만, 참고문헌 기입은 커녕 페이지 표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충남에서도 미국에 1년동안 생태복원연구를 다녀온 보고서를 들여다보니 5년 전 불과 열흘짜리 일정으로 다녀온 다른 연수자의 사례 연구를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표절률 81%가 나오자 해당 공무원은 1년 동안 본인 주제만 연구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서둘러 말을 끊었습니다.

결국, KBS 확인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울산과 충남의 보고서 29개 가운데 표절률 15% 이상 보고서가 11개에 달했습니다.

지자체 국외연수보고서 공개·표절 제반 기준 강화해야


중앙정부부처는 공무원들의 연수보고서를 한데 모아 통합 사이트인 인재개발정보센터(http://training.go.kr)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부처나 기간의 구분 없이, 국내나 국외에서 이뤄지는 훈련과정 보고서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겁니다. 연수가 중복되는 것을 막고, 정보는 공유해 더 나은 정책 개발 함양에 무게를 두기 위해서입니다.

일부 지자체 광역 시도에서도 연수보고서를 공개하고는 있지만, 홈페이지 맨 첫 화면이 아닌 각 실국별 부서별 내부 자료실로 들어가 최근 게시글도 아닌 여러 페이지 뒤편에 있는 글을 클릭하거나, 별도 회원가입을 통해서 자료실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보고서를 연도별로 따로 취합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알기 힘듭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무원 교육훈련 운영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출받은 훈련결과보고서에 대해 평가 등 사후관리를 실시하여야 하며, 기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여 보고서가 정책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반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세부 지침'이 없다며 또는 코로나라며 형식적으로 훈련결과보고회를 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행정안전부, "장기해외연수보고서 이제는 검증하겠다"

이 문제에 대해,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과 김수진 사무관은 "강제성은 최소화하고 재량권은 부여하는 쪽으로 그동안 연수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겨왔다"라며, "공직자 연구 윤리 등 문제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실태 조사를 통해 당연히 지침을 개선해 환수와 표절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명시하고, 지자체 사후관리도 강화하겠다"라고 KBS에 밝혀왔습니다.

4급 지방공무원 4인 가족동반 미국 연수비 약 9천여 만 원.

자치분권 2.0 시대. 국가 사무는 계속 지방에 이양되고 있고, 권한만큼 책임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권한만큼 책임도 성실히 이행하는지 KBS가 꾸준한 감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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