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베끼고, 짜깁고”…‘부실’ 해외연수보고서 난무

입력 2022.01.26 (19:54) 수정 2022.01.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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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최근 공무원들의 장기해외연수 보고서 부실 문제를 연속으로 짚어드렸습니다.

특히, 이런 부실 문제는 전국적인 상황인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왜 개선되지 않는지 취재기자로부터 더 자세한 내용 들어봅니다.

엄기숙 기자, 국민들이 세금을 들여서 공무원들 많이 배우고 오라고 연수를 보내주는 것이잖아요?

그 결과물을 들여다보니 어떻던가요?

[기자]

먼저 든 생각은 "돈 받고 연수를 가니 정말 부럽다" 같은 직장인으로 이 생각이 들었고요.

다음으로 부실 보고서를 보니까, 납세자 입장에서 "내가 낸 세금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잘 쓴 보고서도 있지만 해도 너무한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문장 안에서 6단어 이상이 연속적으로 같으면 표절이라고 판단하는데요.

일부 보고서는 단어를 셀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어 수준이 아니라 소제목 이하 내용을 전부 석 장, 넉 장씩 그대로 베낀 보고서들이 있었습니다.

준비한 그래픽을 보실까요.

'21세기로 진입한 이래'로 문장이 시작하죠.

오른쪽이 참고 보고서인데요.

그 뒤로 노랗게 표시된 부분이 다 똑같습니다.

오타도 그대로 베껴왔습니다.

표절률 81%라는 결과가 나왔고요.

이 보고서는 본문에 느닷없이 16이란 숫자가 나오죠.

앞서 쓰여진 민간보고서의 각주번호와 일치합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다 빚어진 일로 추정됩니다.

다른 페이지도 쌍둥이처럼 같은데요,

이 보고서도 60% 넘는 표절률이 나왔습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 사이 강원도청이 공개한 보고서의 표절률을 검사해 봤습니다.

학술적으로 표절을 의심할 수 있는 기준이 15%인데요.

전체 40개 가운데 25개가 이 기준을 넘겼습니다.

[앵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이 비슷하다고요?

어떻게 전국으로 취재를 확대했습니까?

[기자]

"전국의 상황을 더 취재해달라", 시청자들의 요청이였습니다.

인터넷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려서 저희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봤는데요,

전국 상황, 기관별 상황을 조사해달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취재해보니 많게는 70~80%까지 높은 표절률을 보이는 보고서가 울산, 충남에서도 계속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곳들은 그나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곳이라 이렇게 검증이라도 해볼 수 있었는데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보고서를 국민에 공개하는 곳은 달랑 4곳뿐이었습니다.

다른 지자체 대부분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보고서 수준을 가늠해 보기도 힘듭니다.

[앵커]

그러면, 단순히 보고서 표절이 아니라, 장기 해외연수 관리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렇게 표절 보고서들이 줄줄이 나오는 걸 보면, 보고서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죠.

처음으로 돌아가 해외연수 계획수립과정에도 문제투성이였습니다.

최근, 5년간 강원도청 해외연수자 84명 가운데 68명, 80% 이상이 영어권으로 연수를 갔고요.

최근 3년간 나온 보고서 40개 가운데 14개, 35%는 관광이 주제입니다.

간 데 또 가고, 했던 연구를 또 해도 이를 걸러낼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겁니다.

연수 계획이 정책 목표나 장기 계획에 의해 짜여지는 게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만 의존해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럼, KBS의 보도 이후 지금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책을 내놓은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일단 강원도가 최근 5년 치 해외연수보고서의 표절 여부 등에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결과는 다음 달(2월) 중순쯤 나올 전망입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같은 공무원인데도 정부부처는 표절검사가 의무인데, 지자체는 거의 검사 자체를 안하고 있죠.

정부 부처는 보고서를 전부 공개하고 있는데, 지자체는 보고서 공개하는 곳을 되려 손에 꼽아야 합니다.

당장, 형평성에 맞게 해외연수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지침개정이 시급한 상황이고요.

통합망으로 관리하고, 외부에 관련 정보를 공개해 평가하는 시스템 도입도 시급합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어렵죠. 여행은 커녕, 서민들의 삶은 어느때보다 팍팍합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합니다.

[앵커]

네, 이제라도 좀 개선이 추진된다니 다행이다 싶네요.

정부와 지자체들의 계획이 꼭 이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엄기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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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파일7] “베끼고, 짜깁고”…‘부실’ 해외연수보고서 난무
    • 입력 2022-01-26 19:54:43
    • 수정2022-01-26 20:10:44
    뉴스7(춘천)
[앵커]

KBS는 최근 공무원들의 장기해외연수 보고서 부실 문제를 연속으로 짚어드렸습니다.

특히, 이런 부실 문제는 전국적인 상황인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왜 개선되지 않는지 취재기자로부터 더 자세한 내용 들어봅니다.

엄기숙 기자, 국민들이 세금을 들여서 공무원들 많이 배우고 오라고 연수를 보내주는 것이잖아요?

그 결과물을 들여다보니 어떻던가요?

[기자]

먼저 든 생각은 "돈 받고 연수를 가니 정말 부럽다" 같은 직장인으로 이 생각이 들었고요.

다음으로 부실 보고서를 보니까, 납세자 입장에서 "내가 낸 세금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잘 쓴 보고서도 있지만 해도 너무한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문장 안에서 6단어 이상이 연속적으로 같으면 표절이라고 판단하는데요.

일부 보고서는 단어를 셀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어 수준이 아니라 소제목 이하 내용을 전부 석 장, 넉 장씩 그대로 베낀 보고서들이 있었습니다.

준비한 그래픽을 보실까요.

'21세기로 진입한 이래'로 문장이 시작하죠.

오른쪽이 참고 보고서인데요.

그 뒤로 노랗게 표시된 부분이 다 똑같습니다.

오타도 그대로 베껴왔습니다.

표절률 81%라는 결과가 나왔고요.

이 보고서는 본문에 느닷없이 16이란 숫자가 나오죠.

앞서 쓰여진 민간보고서의 각주번호와 일치합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다 빚어진 일로 추정됩니다.

다른 페이지도 쌍둥이처럼 같은데요,

이 보고서도 60% 넘는 표절률이 나왔습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 사이 강원도청이 공개한 보고서의 표절률을 검사해 봤습니다.

학술적으로 표절을 의심할 수 있는 기준이 15%인데요.

전체 40개 가운데 25개가 이 기준을 넘겼습니다.

[앵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이 비슷하다고요?

어떻게 전국으로 취재를 확대했습니까?

[기자]

"전국의 상황을 더 취재해달라", 시청자들의 요청이였습니다.

인터넷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려서 저희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봤는데요,

전국 상황, 기관별 상황을 조사해달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취재해보니 많게는 70~80%까지 높은 표절률을 보이는 보고서가 울산, 충남에서도 계속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곳들은 그나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곳이라 이렇게 검증이라도 해볼 수 있었는데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보고서를 국민에 공개하는 곳은 달랑 4곳뿐이었습니다.

다른 지자체 대부분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보고서 수준을 가늠해 보기도 힘듭니다.

[앵커]

그러면, 단순히 보고서 표절이 아니라, 장기 해외연수 관리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렇게 표절 보고서들이 줄줄이 나오는 걸 보면, 보고서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죠.

처음으로 돌아가 해외연수 계획수립과정에도 문제투성이였습니다.

최근, 5년간 강원도청 해외연수자 84명 가운데 68명, 80% 이상이 영어권으로 연수를 갔고요.

최근 3년간 나온 보고서 40개 가운데 14개, 35%는 관광이 주제입니다.

간 데 또 가고, 했던 연구를 또 해도 이를 걸러낼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겁니다.

연수 계획이 정책 목표나 장기 계획에 의해 짜여지는 게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만 의존해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럼, KBS의 보도 이후 지금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책을 내놓은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일단 강원도가 최근 5년 치 해외연수보고서의 표절 여부 등에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결과는 다음 달(2월) 중순쯤 나올 전망입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같은 공무원인데도 정부부처는 표절검사가 의무인데, 지자체는 거의 검사 자체를 안하고 있죠.

정부 부처는 보고서를 전부 공개하고 있는데, 지자체는 보고서 공개하는 곳을 되려 손에 꼽아야 합니다.

당장, 형평성에 맞게 해외연수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지침개정이 시급한 상황이고요.

통합망으로 관리하고, 외부에 관련 정보를 공개해 평가하는 시스템 도입도 시급합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어렵죠. 여행은 커녕, 서민들의 삶은 어느때보다 팍팍합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합니다.

[앵커]

네, 이제라도 좀 개선이 추진된다니 다행이다 싶네요.

정부와 지자체들의 계획이 꼭 이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엄기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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