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업이 안전지침 만들되 처벌은 강력히”

입력 2022.01.26 (21:32) 수정 2022.01.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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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어제(25일)에 이어 살펴봅니다.

​오늘(26일)은 이 법의 사실상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상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영국은 이미 40여년 전부터 처벌을 강화한 법을 시행하면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크게 줄였습니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국인 트레이시 씨는 7년 전의 악몽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평소처럼 일터로 떠난 남편이 직장에서 작업을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겁니다.

["오전 10시, 일터에서 평상시처럼 일하는 모습이고요. 그리고 몇시간 뒤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영국 정부의 조사 결과 회사는 사고가 난 설비를 5년 동안 사용하면서 관리가 부실했고 작업 설명서도 갖추지 않았습니다.

80만 파운드, 우리 돈 13억 여 원의 벌금이 회사에 부과됐습니다.

[트레이시 시워드/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 : "남편은 작업에 익숙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작업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면 남편은 지금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안전 설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가 숨질 경우 회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처벌도 이뤄집니다.

8년 전 노동자 두 명이 작업중 떨어져 숨졌는데 회사 대표는 징역 14개월을 선고받았고 회사는 벌금 19억 원을 물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1974년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어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 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닉 릭비/영국 보건안전청 수석감독관 : "기업의 실패가 크면 클수록, 연간 매출이 높으면 높을 수록 벌금이 더 커집니다. 벌금 규모는 기업을 책임지는 고위층의 관심을 끌만큼 커야 합니다."]

처벌은 강력하지만 안전 수칙은 기업 스스로 정합니다.

기업들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만큼 각자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안전 관리를 하되 미흡한 부분이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한다는 겁니다.

[닉 릭비 : "위험을 발생시키는 게 기업인데, 왜 정부가 그들에게 그 위험을 관리하라고 이야기해야 할 책임을 져야 할까요? 기업들이 스스로가 그들의 직원과 환경, 작업을 우리 정부보다 더 잘 알지 않습니까?"]

48년 전 한 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650여 명이었던 영국은 지난해 1/5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현지촬영: 배찬효 취재지원: 성필규 촬영기자: 김상하 영상편집: 위강해 그래픽: 김현석

영국 안전관리 어떻게?

[앵커]

김지숙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영국의 사례에서 회사에 13억 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걸 봤는데,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기자]

앞서 보신 영국 사례와 유사한 산업재해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3년 전 제주에서 노동자가 작업중 숨졌는데요.

보호 덮개 없는 장비를 쓰다 날이 튄건데 현장 관리자와 법인에게 2천만원의 벌금을 물렸습니다.

기업의 보호 조치가 부족해 노동자가 숨졌단 사실은 같았지만 벌금은 영국은 13억 원, 우리는 2천만원, 이렇게 달랐습니다.

[앵커]

차이가 많이 나는군요,

​중대재해법, 영국과 비교해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뭡니까?

[기자]

비슷한 건 현장의 위험을 관리할 책임을 그 위험 요인을 잘 알텐데도 제거하지 않은 기업에 부담시키겠단 겁니다.

책임자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단 점도 비슷합니다.

영국 외에도 호주는 경영책임자에게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고 캐나다는 무기징역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국은 벌금 액수에 상한이 없는 반면 중대재해법은 사업주 벌금을 최대 10억 원으로 정해 상한을 정해놓은 게 차이점입니다.

[앵커]

우리 중대재해법의 경우 ​지침이 좀 모호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영국은 어떤가요?

[기자]

세세한 지침은 법률에 없지만 산업별로 이런 가이드 라인이 있습니다.

제가 하나 갖고 나왔는데요.

각 산업 부문 별로 기업들은 이런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만들고 영국 정부는 그 과정에서 법률 조언 등 지원을 해 줍니다.

물론 영국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결국 핵심은 기업들이 스스로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는 거군요.

내일 법이 시행되면 우리도 영국처럼 상황이 좀 바뀔까요?

[기자]

처벌과 제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보시는 영상은 영국의 한 업체가 만든 의자인데요.

어린이 눈 높이에 맞춰 일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병 즉, 산업재해에 시달리는 어린이집 교사들을 위한 의자를 개발했습니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 이런 업체에 대해 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상을 주고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정부의 지원 그리고 산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더해질 때 산업재해가 줄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김지숙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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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기업이 안전지침 만들되 처벌은 강력히”
    • 입력 2022-01-26 21:32:50
    • 수정2022-01-26 22:05:23
    뉴스 9
[앵커]

내일(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어제(25일)에 이어 살펴봅니다.

​오늘(26일)은 이 법의 사실상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상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영국은 이미 40여년 전부터 처벌을 강화한 법을 시행하면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크게 줄였습니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국인 트레이시 씨는 7년 전의 악몽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평소처럼 일터로 떠난 남편이 직장에서 작업을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겁니다.

["오전 10시, 일터에서 평상시처럼 일하는 모습이고요. 그리고 몇시간 뒤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영국 정부의 조사 결과 회사는 사고가 난 설비를 5년 동안 사용하면서 관리가 부실했고 작업 설명서도 갖추지 않았습니다.

80만 파운드, 우리 돈 13억 여 원의 벌금이 회사에 부과됐습니다.

[트레이시 시워드/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 : "남편은 작업에 익숙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작업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면 남편은 지금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안전 설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가 숨질 경우 회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처벌도 이뤄집니다.

8년 전 노동자 두 명이 작업중 떨어져 숨졌는데 회사 대표는 징역 14개월을 선고받았고 회사는 벌금 19억 원을 물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1974년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어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 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닉 릭비/영국 보건안전청 수석감독관 : "기업의 실패가 크면 클수록, 연간 매출이 높으면 높을 수록 벌금이 더 커집니다. 벌금 규모는 기업을 책임지는 고위층의 관심을 끌만큼 커야 합니다."]

처벌은 강력하지만 안전 수칙은 기업 스스로 정합니다.

기업들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만큼 각자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안전 관리를 하되 미흡한 부분이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한다는 겁니다.

[닉 릭비 : "위험을 발생시키는 게 기업인데, 왜 정부가 그들에게 그 위험을 관리하라고 이야기해야 할 책임을 져야 할까요? 기업들이 스스로가 그들의 직원과 환경, 작업을 우리 정부보다 더 잘 알지 않습니까?"]

48년 전 한 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650여 명이었던 영국은 지난해 1/5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현지촬영: 배찬효 취재지원: 성필규 촬영기자: 김상하 영상편집: 위강해 그래픽: 김현석

영국 안전관리 어떻게?

[앵커]

김지숙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영국의 사례에서 회사에 13억 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걸 봤는데,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기자]

앞서 보신 영국 사례와 유사한 산업재해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3년 전 제주에서 노동자가 작업중 숨졌는데요.

보호 덮개 없는 장비를 쓰다 날이 튄건데 현장 관리자와 법인에게 2천만원의 벌금을 물렸습니다.

기업의 보호 조치가 부족해 노동자가 숨졌단 사실은 같았지만 벌금은 영국은 13억 원, 우리는 2천만원, 이렇게 달랐습니다.

[앵커]

차이가 많이 나는군요,

​중대재해법, 영국과 비교해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뭡니까?

[기자]

비슷한 건 현장의 위험을 관리할 책임을 그 위험 요인을 잘 알텐데도 제거하지 않은 기업에 부담시키겠단 겁니다.

책임자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단 점도 비슷합니다.

영국 외에도 호주는 경영책임자에게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고 캐나다는 무기징역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국은 벌금 액수에 상한이 없는 반면 중대재해법은 사업주 벌금을 최대 10억 원으로 정해 상한을 정해놓은 게 차이점입니다.

[앵커]

우리 중대재해법의 경우 ​지침이 좀 모호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영국은 어떤가요?

[기자]

세세한 지침은 법률에 없지만 산업별로 이런 가이드 라인이 있습니다.

제가 하나 갖고 나왔는데요.

각 산업 부문 별로 기업들은 이런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만들고 영국 정부는 그 과정에서 법률 조언 등 지원을 해 줍니다.

물론 영국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결국 핵심은 기업들이 스스로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는 거군요.

내일 법이 시행되면 우리도 영국처럼 상황이 좀 바뀔까요?

[기자]

처벌과 제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보시는 영상은 영국의 한 업체가 만든 의자인데요.

어린이 눈 높이에 맞춰 일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병 즉, 산업재해에 시달리는 어린이집 교사들을 위한 의자를 개발했습니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 이런 업체에 대해 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상을 주고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정부의 지원 그리고 산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더해질 때 산업재해가 줄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김지숙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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