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 9살 학원차 사망 사고 막을 수 없었나…곳곳 구멍

입력 2022.0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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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9살 어린이가 학원 통학 차량에서 혼자 내리다 사고로 숨진 가운데, 교육 당국의 어린이 통학버스 점검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8일 제주시교육지원청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제주시 지역에 등록된 학원은 230여 곳, 경찰에 신고된 학원 차는 493대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시교육지원청이 점검한 학원은 20곳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동승자 탑승 여부가 아닌 차량 시설 구조 등에 대한 점검에 그쳤습니다.

실제 교육당국은 지난해 상·하반기에 열흘 동안 각각 점검을 벌였는데, 1년 이내에 문을 열거나 2년 이내에 합동 점검을 받지 않은 학원 등에 한해서만 표본 점검을 벌였습니다.

김영길 제주시교육지원청 평생교육팀장은 이번 사고에 따른 제주자치경찰위원회 긴급 회의에서 "동승자 탑승에 대한 단속이 아니라, 비상등 작동이나 하차벨 여부 등 차량에 대한 시설 구조 위주로 점검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른바 '세림이법'은 어린이 통학 버스에 아이들의 승·하차를 돕는 보호자를 탑승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점검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던 겁니다.

김경도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육과정지원과장은 "교육지원청에서 이동 중인 차량에 대해 동승자 여부 등을 점검할 권한이 없다"며 "인력 또한 1~2명에 불과해 점검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5일 제주에서 9살 어린이가 동승자가 없는 학원 차에서 내리다 숨졌지만, 해당 학원은 교육을 이수한 동승자가 있다고 신고했다.지난 25일 제주에서 9살 어린이가 동승자가 없는 학원 차에서 내리다 숨졌지만, 해당 학원은 교육을 이수한 동승자가 있다고 신고했다.

■ 통학버스관리시스템 한계

어린이 통학 차량의 정보를 공개해 학부모들이 안전한 교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학버스관리시스템'의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해당 시스템은 학원이 어린이 통학버스 동승자를 두고 있는지, 운전기사가 안전교육을 받았는지 등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학원은 시스템상에 교육을 이수한 정규직 동승자를 두고 있다고 입력했지만, 실제 동승자가 운행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안전운행 기록 일지도 '무용지물'

통학버스관리시스템에 입력하는 안전운행 기록 일지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학원은 지난해 4분기(10, 11, 12월) 통학버스관리시스템에 '동승자가 승차하지 않았다'고 입력했지만, 교육당국은 석 달 넘는 기간 동안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도로교통법이 분기마다 안전운행기록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일지에는 좌석 안전띠 착용 여부와 보호자가 탑승했는지 두 가지 항목에 대해 O, X로만 입력하도록 돼 있어 어떤 동승자가 탑승했는지, 언제 어디로 차가 이동했는지 등은 알 수 없습니다.

운행 일지를 더 자주 입력하고,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운행일지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운행일지

한편 제주도교육청과 제주시교육지원청, 제주경찰청은 오늘(28일) 중 한국학원총연합회 제주도지회 등 관련 기관을 만나 통학버스 전수조사에 대해 협의할 계획입니다.

교육당국은 또 다음 달 4일까지 어린이 통학버스 전수 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단속 권한이 있는 경찰과 제주도자치경찰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 기관과 전수 점검을 벌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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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제주 9살 학원차 사망 사고 막을 수 없었나…곳곳 구멍
    • 입력 2022-01-28 07:00:43
    취재K

제주에서 9살 어린이가 학원 통학 차량에서 혼자 내리다 사고로 숨진 가운데, 교육 당국의 어린이 통학버스 점검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8일 제주시교육지원청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제주시 지역에 등록된 학원은 230여 곳, 경찰에 신고된 학원 차는 493대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시교육지원청이 점검한 학원은 20곳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동승자 탑승 여부가 아닌 차량 시설 구조 등에 대한 점검에 그쳤습니다.

실제 교육당국은 지난해 상·하반기에 열흘 동안 각각 점검을 벌였는데, 1년 이내에 문을 열거나 2년 이내에 합동 점검을 받지 않은 학원 등에 한해서만 표본 점검을 벌였습니다.

김영길 제주시교육지원청 평생교육팀장은 이번 사고에 따른 제주자치경찰위원회 긴급 회의에서 "동승자 탑승에 대한 단속이 아니라, 비상등 작동이나 하차벨 여부 등 차량에 대한 시설 구조 위주로 점검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른바 '세림이법'은 어린이 통학 버스에 아이들의 승·하차를 돕는 보호자를 탑승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점검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던 겁니다.

김경도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육과정지원과장은 "교육지원청에서 이동 중인 차량에 대해 동승자 여부 등을 점검할 권한이 없다"며 "인력 또한 1~2명에 불과해 점검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5일 제주에서 9살 어린이가 동승자가 없는 학원 차에서 내리다 숨졌지만, 해당 학원은 교육을 이수한 동승자가 있다고 신고했다.
■ 통학버스관리시스템 한계

어린이 통학 차량의 정보를 공개해 학부모들이 안전한 교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학버스관리시스템'의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해당 시스템은 학원이 어린이 통학버스 동승자를 두고 있는지, 운전기사가 안전교육을 받았는지 등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학원은 시스템상에 교육을 이수한 정규직 동승자를 두고 있다고 입력했지만, 실제 동승자가 운행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안전운행 기록 일지도 '무용지물'

통학버스관리시스템에 입력하는 안전운행 기록 일지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학원은 지난해 4분기(10, 11, 12월) 통학버스관리시스템에 '동승자가 승차하지 않았다'고 입력했지만, 교육당국은 석 달 넘는 기간 동안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도로교통법이 분기마다 안전운행기록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일지에는 좌석 안전띠 착용 여부와 보호자가 탑승했는지 두 가지 항목에 대해 O, X로만 입력하도록 돼 있어 어떤 동승자가 탑승했는지, 언제 어디로 차가 이동했는지 등은 알 수 없습니다.

운행 일지를 더 자주 입력하고,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운행일지
한편 제주도교육청과 제주시교육지원청, 제주경찰청은 오늘(28일) 중 한국학원총연합회 제주도지회 등 관련 기관을 만나 통학버스 전수조사에 대해 협의할 계획입니다.

교육당국은 또 다음 달 4일까지 어린이 통학버스 전수 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단속 권한이 있는 경찰과 제주도자치경찰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 기관과 전수 점검을 벌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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