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갱도 추락 사망 사고, 누구의 책임?…1심 뒤집은 2심 판결

입력 2022.01.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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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60대 남성이 광산 갱도 안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해당 광업소의 소장과 관리이사는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1년 뒤에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는 '무죄'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광산 안에서 숨진 60대 남성… 임산물 채취하려다 30m 갱도에서 추락

2019년 11월 30일 강원도 영월의 한 광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60대 남성 A 씨는 이웃 B 씨와 함께, 석회석 광산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임산물을 채취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광산 진입로부터 갱도 입구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 광산 진입로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야적장이 보이고, 야적장에서 다시 비포장도로를 더 올라가면 그 끝에 갱도 입구가 나옵니다. 입구에서 40m 정도 안으로 더 들어가면, 갱도가 둘로 나눠집니다.

이들은 여기서 오른쪽 갱도를 선택합니다. 갱도 안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합니다. 하지만, A 씨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A 씨는 1~2년 전에도 이 광산 갱도에 와 본 적이 있다며, 손전등 하나 없이 뚜벅뚜벅 앞장서 걸어갑니다.

뒤따르는 B 씨는 너무 어두워서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려고 마음 먹습니다. 그 순간,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플래시를 켜고 앞을 비춰보지만, 이미 A 씨의 모습은 사라진 뒤. 그 아래에는 직각으로 꺾인 낭떠러지만 보입니다. A 씨가 갱도 아래로 추락했고 끝내 숨진 겁니다.

이 사고 이후, 광업소는 광산 출입도로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기재된 입간판과 쇠사슬을 설치했습니다. 갱도 입구에는 '출입금지' 간판을 세웠지만, 검찰은 사후 조치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광업소의 광업소장과 관리이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일로 검찰과 광업소 직원들간의 길고 지루한 법정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 검찰, "광업소가 위험 방치…사고 가능성 막았어야"


강원도 영월군 남면에 있는 이 석회석 광산은 2000년 6월부터 주식회사 ○○광업소에서 관리해왔습니다.이 광산은 2003년 이후 채굴 인가만 받고, 실제로 채굴은 하지 않았습니다. 안전관리 책임자는 있었지만, 당연히 광산에 상주하는 직원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 이미 20년 가까이 방치돼 있던 셈이었습니다.

광석이나 자재를 실어나르거나 바람이 통하도록 뚫어놓은 길이 있고, 갱도 안에는 30m 깊이의 수직갱도도 있었습니다. 추락사고의 위험이 컸습니다.

그런데도, 광산의 출입도로나 갱도 입구, 그 어디에도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 하나 없었습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광산을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 1심 법원 "추락사고 방지 조치 하지 않아"…벌금 700만 원 선고

1심 법원은 "일반인의 갱도 진입을 통제하고, 적절한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광업소 소장과 관리이사 등 2명에게 각각 벌금 700만 원씩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광산 갱도까지 가는 길이 비포장 도로에 나무가 우거지긴 했지만 일반인들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현장 상황을 고려할 때, 평균인의 관점에서 통상 예견될 수 있는 사고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과 광업소 직원들은 양쪽 모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검찰은 양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고, 광업소 직원들은 "사고 장소에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주의의무 위반과 예견 가능성을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2심에선 '무죄'…"조명 없이 갱도 출입은 일반인 관점에서 이례적 처사"

2심 재판부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광업소 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광업소 안전관리 책임자들이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이나 바리케이트, 추락사고 방지 그물망 등을 설치하는 등 일반인의 출입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할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업무상 주의의무 이행 여부가 피해자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질만한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 광산 출입도로와 갱도 입구에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을 설치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갱도를 통과하려는 계획을 변경하거나 중단함으로써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의문스럽다"

판결을 가른 것은 '사고 피해자들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는가?'라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갱도에 들어갈 경우, 사고의 위험성을 알았을 것이고, 조명도 없이 암흑 속에서 100m 가량을 걸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라는 지적을 했습니다.

결국, 위험 시설에 출입할 때에는 관리자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결과에 대해 검찰이 상고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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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산 갱도 추락 사망 사고, 누구의 책임?…1심 뒤집은 2심 판결
    • 입력 2022-01-28 08:00:28
    취재K
60대 남성이 광산 갱도 안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해당 광업소의 소장과 관리이사는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br /><br />그런데, 1년 뒤에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는 '무죄'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br />

■ 광산 안에서 숨진 60대 남성… 임산물 채취하려다 30m 갱도에서 추락

2019년 11월 30일 강원도 영월의 한 광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60대 남성 A 씨는 이웃 B 씨와 함께, 석회석 광산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임산물을 채취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광산 진입로부터 갱도 입구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 광산 진입로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야적장이 보이고, 야적장에서 다시 비포장도로를 더 올라가면 그 끝에 갱도 입구가 나옵니다. 입구에서 40m 정도 안으로 더 들어가면, 갱도가 둘로 나눠집니다.

이들은 여기서 오른쪽 갱도를 선택합니다. 갱도 안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합니다. 하지만, A 씨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A 씨는 1~2년 전에도 이 광산 갱도에 와 본 적이 있다며, 손전등 하나 없이 뚜벅뚜벅 앞장서 걸어갑니다.

뒤따르는 B 씨는 너무 어두워서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려고 마음 먹습니다. 그 순간,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플래시를 켜고 앞을 비춰보지만, 이미 A 씨의 모습은 사라진 뒤. 그 아래에는 직각으로 꺾인 낭떠러지만 보입니다. A 씨가 갱도 아래로 추락했고 끝내 숨진 겁니다.

이 사고 이후, 광업소는 광산 출입도로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기재된 입간판과 쇠사슬을 설치했습니다. 갱도 입구에는 '출입금지' 간판을 세웠지만, 검찰은 사후 조치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광업소의 광업소장과 관리이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일로 검찰과 광업소 직원들간의 길고 지루한 법정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 검찰, "광업소가 위험 방치…사고 가능성 막았어야"


강원도 영월군 남면에 있는 이 석회석 광산은 2000년 6월부터 주식회사 ○○광업소에서 관리해왔습니다.이 광산은 2003년 이후 채굴 인가만 받고, 실제로 채굴은 하지 않았습니다. 안전관리 책임자는 있었지만, 당연히 광산에 상주하는 직원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 이미 20년 가까이 방치돼 있던 셈이었습니다.

광석이나 자재를 실어나르거나 바람이 통하도록 뚫어놓은 길이 있고, 갱도 안에는 30m 깊이의 수직갱도도 있었습니다. 추락사고의 위험이 컸습니다.

그런데도, 광산의 출입도로나 갱도 입구, 그 어디에도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 하나 없었습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광산을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 1심 법원 "추락사고 방지 조치 하지 않아"…벌금 700만 원 선고

1심 법원은 "일반인의 갱도 진입을 통제하고, 적절한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광업소 소장과 관리이사 등 2명에게 각각 벌금 700만 원씩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광산 갱도까지 가는 길이 비포장 도로에 나무가 우거지긴 했지만 일반인들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현장 상황을 고려할 때, 평균인의 관점에서 통상 예견될 수 있는 사고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과 광업소 직원들은 양쪽 모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검찰은 양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고, 광업소 직원들은 "사고 장소에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주의의무 위반과 예견 가능성을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2심에선 '무죄'…"조명 없이 갱도 출입은 일반인 관점에서 이례적 처사"

2심 재판부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광업소 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광업소 안전관리 책임자들이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이나 바리케이트, 추락사고 방지 그물망 등을 설치하는 등 일반인의 출입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할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업무상 주의의무 이행 여부가 피해자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질만한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 광산 출입도로와 갱도 입구에 출입을 제한하는 표지판을 설치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갱도를 통과하려는 계획을 변경하거나 중단함으로써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의문스럽다"

판결을 가른 것은 '사고 피해자들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는가?'라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갱도에 들어갈 경우, 사고의 위험성을 알았을 것이고, 조명도 없이 암흑 속에서 100m 가량을 걸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라는 지적을 했습니다.

결국, 위험 시설에 출입할 때에는 관리자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결과에 대해 검찰이 상고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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