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선생 종가의 설 차례상은 어떠할까?

입력 2022.01.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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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종가의 설 차례상퇴계 종가의 설 차례상

과일은 왼쪽에 둬? 아니 오른쪽이었던가? 생선은 또 어느 쪽이지?
전은 다 부쳤니?

즐거운 명절입니다. 하지만 명절 증후군이 있을 정도로 누군가에겐 커다란 스트레스이기도 하죠. 그 스트레스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분명 차례상 차리기일 겁니다. 돌아가신 조상 모시다가 가족들끼리 싸움도 나고, 심지어 이혼의 빌미가 되는 일들까지 벌어져왔는데요.

명절이 다가올 때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내오는 자료가 있습니다. 바로 제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건데요. 그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제수를 진설하고 예를 갖추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래서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를 올린다고 한다. 「주자가례」에서는 설 차례 상에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 등 3가지 음식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

-주자가례(제례문화 지침서)

이 예로 든 게 바로 퇴계 이황 선생 종갓집의 설 차례상입니다. 경북 안동에 있는 이 집에선 술과 떡국, 포와 전 한 접시, 그리고 과일 한 쟁반을 차례상에 올립니다. 조선 시대 최고 유학자의 후손들이 이렇게 차례를 지내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이런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과거에도 역병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설이나 추석의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입니다.

“역병이 번지기 시작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하였다”
- 초간 권문해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자)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하여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
- 류의목『하와일록』(1798년 8월 14일자)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였다”
- 김두흠 『일록』(1851년 3월 5일자)

사실 국학진흥원이 이 자료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벌써 몇 번은 본 것 같은데 또 보내왔습니다. 그만큼 바뀌지 않았다는 방증이겠죠.

화려하고 풍성하게 차리는 게 예법이 아닙니다. 차례상을 차리면서 조상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추억을 떠올리며 덕담을 나누는 계기로 삼는 게 예법의 정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설에는 퇴계 선생 종가의 차례상을 한 번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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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계 이황 선생 종가의 설 차례상은 어떠할까?
    • 입력 2022-01-28 11:27:35
    취재K
퇴계 종가의 설 차례상
과일은 왼쪽에 둬? 아니 오른쪽이었던가? 생선은 또 어느 쪽이지?
전은 다 부쳤니?

즐거운 명절입니다. 하지만 명절 증후군이 있을 정도로 누군가에겐 커다란 스트레스이기도 하죠. 그 스트레스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분명 차례상 차리기일 겁니다. 돌아가신 조상 모시다가 가족들끼리 싸움도 나고, 심지어 이혼의 빌미가 되는 일들까지 벌어져왔는데요.

명절이 다가올 때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내오는 자료가 있습니다. 바로 제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건데요. 그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제수를 진설하고 예를 갖추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래서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를 올린다고 한다. 「주자가례」에서는 설 차례 상에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 등 3가지 음식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

-주자가례(제례문화 지침서)

이 예로 든 게 바로 퇴계 이황 선생 종갓집의 설 차례상입니다. 경북 안동에 있는 이 집에선 술과 떡국, 포와 전 한 접시, 그리고 과일 한 쟁반을 차례상에 올립니다. 조선 시대 최고 유학자의 후손들이 이렇게 차례를 지내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이런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과거에도 역병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설이나 추석의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입니다.

“역병이 번지기 시작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하였다”
- 초간 권문해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자)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하여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
- 류의목『하와일록』(1798년 8월 14일자)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였다”
- 김두흠 『일록』(1851년 3월 5일자)

사실 국학진흥원이 이 자료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벌써 몇 번은 본 것 같은데 또 보내왔습니다. 그만큼 바뀌지 않았다는 방증이겠죠.

화려하고 풍성하게 차리는 게 예법이 아닙니다. 차례상을 차리면서 조상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추억을 떠올리며 덕담을 나누는 계기로 삼는 게 예법의 정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설에는 퇴계 선생 종가의 차례상을 한 번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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