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직접 가봤더니

입력 2022.01.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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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상 노후화된 학교 건물을 개축하거나 리모델링 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두고, 지난해 서울 곳곳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와 '혁신학교'는 다른 개념이며 학생 안전과 미래 교육과정을 위한 변화라고 거듭 설명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교육과정이 아예 다른 혁신학교로 가기 위한 전 단계이다", "멀쩡한 학교를 부수고 강제로 전학을 가게 될 것이다", "안전의 위협을 받으며 임시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받게 될 것이다" 등 여러 반대 의견이 나왔고, 갈등 끝에 결국 사업이 철회된 학교까지 나왔습니다.

이 때문인지, 서울시교육청은 27일, 기자들을 상대로 2019년 개교한 서울 구로구 하늘숲초등학교를 일종의 '모델하우스'로 소개했습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지난해 처음으로 대상을 선정한 만큼, 아직 공사가 완료된 학교는 없는데요. 비슷한 공간 혁신 모델인 하늘숲초를 통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완성됐을 때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전형성 탈피한 '이형 교실'…저학년-고학년 맞춤형 공간

학생들이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교실부터 둘러봤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네모난 교실 대신, 한구석에 각진 공간을 마련해둔 '이형 교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학교 밖에서도 외관상 툭 튀어나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밖에서도 툭 튀어나온 이형 교실 12개를 확인할 수 있다.학교 밖에서도 툭 튀어나온 이형 교실 12개를 확인할 수 있다.

고학년 교실에 마련된 이 공간은 주로 발표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 활용됩니다. 최성희 하늘숲초 교장은 "사각형 교실에서 벗어나 삼각형 구조로 된 공간에서 무대 활동이나 발표 등을 통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학년 차이를 고려해 단계에 맞도록 교실을 차별화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형 교실 내부 모습. 교실 구석에 발표와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이형 교실 내부 모습. 교실 구석에 발표와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저학년과 고학년을 분리해 맞춤형 교실로 구성한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사물함 크기의 경우 고학년이 좀 더 크고 높았고, 칠판 높이와 위치도 저학년이 더 낮았습니다. 책이나 교구 등도 달랐습니다. 발표나 토론, 모둠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간이 책상의 경우도 저학년은 낮았고 고학년은 높았습니다.

저학년 교실 간이 책상은 바닥에 앉아서 쓸 수 있게 낮았고, 안에는 블록 등이 들어 있었다. 고학년 교실의 간이 책상은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더 높았다.저학년 교실 간이 책상은 바닥에 앉아서 쓸 수 있게 낮았고, 안에는 블록 등이 들어 있었다. 고학년 교실의 간이 책상은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더 높았다.

저학년 교실 뒤편엔 아이들 키에 맞춘 칠판이 부착돼 있고, 낮은 책꽂이가 마련돼 있다. 벽에는 작품을 붙일 수 있다.저학년 교실 뒤편엔 아이들 키에 맞춘 칠판이 부착돼 있고, 낮은 책꽂이가 마련돼 있다. 벽에는 작품을 붙일 수 있다.

이른바 '특별실'로 불리는 미술실이나 과학실, 예술활동실도 둘러봤습니다. 이곳에서는 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도서실에도 다양한 독서 공간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예술활동실에서는 무용과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예술활동실에서는 무용과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도서실에는 책상뿐 아니라 다양한 독서 공간이 꾸려져 있다.도서실에는 책상뿐 아니라 다양한 독서 공간이 꾸려져 있다.

■ '쉼터'가 된 유휴 공간…자치·협력·창의 강조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학교 곳곳에 비어있는 공간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복도 이음 공간에 마련된 쉼터, 넓게 트인 계단형 쉼터 등이 그렇습니다. 이곳에선 책을 읽거나 모둠 활동을 할 수 있고, 연극이나 공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복도 이음 공간에는 학생들의 놀이와 휴식을 위한 ‘하늘숲 다람쥐 쉼터’가 있다.복도 이음 공간에는 학생들의 놀이와 휴식을 위한 ‘하늘숲 다람쥐 쉼터’가 있다.

층마다  채광이 잘 들어오는 계단형 쉼터인 ‘솔빛길’이 있다. 이곳은 독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층마다 채광이 잘 들어오는 계단형 쉼터인 ‘솔빛길’이 있다. 이곳은 독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최성희 교장은 "공간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만들어가는 문화도 중요하다"며 "각 교실에서 아이들과 수업 방법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9년에는 4~6학년 학생들이 모두 강당에 모여 학급자치회의를 열고, 새롭게 꾸며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토의와 토론에 적합한 공간 속에서 대화와 자치가 이뤄지고, 창의성도 깃든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생각입니다.

■ 공사 기간 불편은 풀어야 할 숙제…'모듈러 교사' 우려 해소할까

교육부는 앞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통해 이 같은 공간 혁신을 이뤄내고, 미래형 교육과정을 구현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지난해 1차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 가운데 안전등급이 높아 리모델링이 필요 없는 학교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구조적으로는 안전하더라도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교실과 다양한 창의융합교육을 위해 미래형 학교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학교도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물의 노후도와 안전도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의 사업 의지, 지역 특성, 지역 거점 역할, 통합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심의를 거쳐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지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학부모들.지난해 9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지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학부모들.

하지만 정작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우리 아이가 학교에 다닐 동안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사 기간 일부 휴교를 하거나 인근 학교로 대신 통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몇 년에 걸쳐 모듈러 교사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모듈러 교사는 '컨테이너'와는 다르며, 일반 교실 수준 이상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내진, 소방, 단열 시설 등을 모두 갖췄다는 겁니다. 또 "대부분 휴교 없이 학교 내 유휴교실이나 모듈러 교실을 사용할 예정"이라며 "인근 학교로 통할할 경우 거리가 멀다면 통학버스를 배정해 불편 해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서울 대방초등학교에 설치된 파란색 모듈러 교사.현재 서울 대방초등학교에 설치된 파란색 모듈러 교사.

현재 서울 대방초등학교에 설치된 모듈러 교사 내부 모습.현재 서울 대방초등학교에 설치된 모듈러 교사 내부 모습.

(촬영기자: 강승혁 / 그래픽: 안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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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직접 가봤더니
    • 입력 2022-01-29 08:04:45
    취재K

40년 이상 노후화된 학교 건물을 개축하거나 리모델링 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두고, 지난해 서울 곳곳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와 '혁신학교'는 다른 개념이며 학생 안전과 미래 교육과정을 위한 변화라고 거듭 설명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교육과정이 아예 다른 혁신학교로 가기 위한 전 단계이다", "멀쩡한 학교를 부수고 강제로 전학을 가게 될 것이다", "안전의 위협을 받으며 임시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받게 될 것이다" 등 여러 반대 의견이 나왔고, 갈등 끝에 결국 사업이 철회된 학교까지 나왔습니다.

이 때문인지, 서울시교육청은 27일, 기자들을 상대로 2019년 개교한 서울 구로구 하늘숲초등학교를 일종의 '모델하우스'로 소개했습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지난해 처음으로 대상을 선정한 만큼, 아직 공사가 완료된 학교는 없는데요. 비슷한 공간 혁신 모델인 하늘숲초를 통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완성됐을 때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전형성 탈피한 '이형 교실'…저학년-고학년 맞춤형 공간

학생들이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교실부터 둘러봤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네모난 교실 대신, 한구석에 각진 공간을 마련해둔 '이형 교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학교 밖에서도 외관상 툭 튀어나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밖에서도 툭 튀어나온 이형 교실 12개를 확인할 수 있다.
고학년 교실에 마련된 이 공간은 주로 발표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 활용됩니다. 최성희 하늘숲초 교장은 "사각형 교실에서 벗어나 삼각형 구조로 된 공간에서 무대 활동이나 발표 등을 통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학년 차이를 고려해 단계에 맞도록 교실을 차별화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형 교실 내부 모습. 교실 구석에 발표와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저학년과 고학년을 분리해 맞춤형 교실로 구성한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사물함 크기의 경우 고학년이 좀 더 크고 높았고, 칠판 높이와 위치도 저학년이 더 낮았습니다. 책이나 교구 등도 달랐습니다. 발표나 토론, 모둠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간이 책상의 경우도 저학년은 낮았고 고학년은 높았습니다.

저학년 교실 간이 책상은 바닥에 앉아서 쓸 수 있게 낮았고, 안에는 블록 등이 들어 있었다. 고학년 교실의 간이 책상은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더 높았다.
저학년 교실 뒤편엔 아이들 키에 맞춘 칠판이 부착돼 있고, 낮은 책꽂이가 마련돼 있다. 벽에는 작품을 붙일 수 있다.
이른바 '특별실'로 불리는 미술실이나 과학실, 예술활동실도 둘러봤습니다. 이곳에서는 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도서실에도 다양한 독서 공간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예술활동실에서는 무용과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도서실에는 책상뿐 아니라 다양한 독서 공간이 꾸려져 있다.
■ '쉼터'가 된 유휴 공간…자치·협력·창의 강조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학교 곳곳에 비어있는 공간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복도 이음 공간에 마련된 쉼터, 넓게 트인 계단형 쉼터 등이 그렇습니다. 이곳에선 책을 읽거나 모둠 활동을 할 수 있고, 연극이나 공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복도 이음 공간에는 학생들의 놀이와 휴식을 위한 ‘하늘숲 다람쥐 쉼터’가 있다.
층마다  채광이 잘 들어오는 계단형 쉼터인 ‘솔빛길’이 있다. 이곳은 독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최성희 교장은 "공간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만들어가는 문화도 중요하다"며 "각 교실에서 아이들과 수업 방법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9년에는 4~6학년 학생들이 모두 강당에 모여 학급자치회의를 열고, 새롭게 꾸며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토의와 토론에 적합한 공간 속에서 대화와 자치가 이뤄지고, 창의성도 깃든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생각입니다.

■ 공사 기간 불편은 풀어야 할 숙제…'모듈러 교사' 우려 해소할까

교육부는 앞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통해 이 같은 공간 혁신을 이뤄내고, 미래형 교육과정을 구현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지난해 1차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 가운데 안전등급이 높아 리모델링이 필요 없는 학교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구조적으로는 안전하더라도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교실과 다양한 창의융합교육을 위해 미래형 학교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학교도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물의 노후도와 안전도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의 사업 의지, 지역 특성, 지역 거점 역할, 통합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심의를 거쳐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지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학부모들.
하지만 정작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우리 아이가 학교에 다닐 동안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사 기간 일부 휴교를 하거나 인근 학교로 대신 통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몇 년에 걸쳐 모듈러 교사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모듈러 교사는 '컨테이너'와는 다르며, 일반 교실 수준 이상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내진, 소방, 단열 시설 등을 모두 갖췄다는 겁니다. 또 "대부분 휴교 없이 학교 내 유휴교실이나 모듈러 교실을 사용할 예정"이라며 "인근 학교로 통할할 경우 거리가 멀다면 통학버스를 배정해 불편 해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서울 대방초등학교에 설치된 파란색 모듈러 교사.
현재 서울 대방초등학교에 설치된 모듈러 교사 내부 모습.
(촬영기자: 강승혁 / 그래픽: 안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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