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이동권 투쟁 왜 지금까지? “얼마나 이동 어려운지 질문해달라”

입력 2022.01.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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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지하철 이동권 시위 "현장은 거친 항의로 '욕의 무덤'이지만…사회적 배제 없었으면"
-"시외 간 이동, 며칠 전 예약해야…비장애인에게 이런 시스템이 준다면 나라 발칵 뒤집혔을 것"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기재부, 법에 명시된 '권리 예산' 보장하지 않아"
-"현재 서울시 역사에 엘리베이터 90%대…박수는 치지만 '리프트 사고'는 사과해야'"
-"엘리베이터·저상버스, 장애인만 위한 것 아냐…대통령 선거에 이야깃거리도 안 돼"
-"많이 좋아졌다? 더 나아졌는지보다 '얼마나 이동 어려운지' 질문해야"
-"대선 후보 장애 관련 공약, '수박 겉핥기'…숫자 몇 개 늘리자는 표현밖에 없어"
-2001년 서울역 선로 점거…"나를 안 보고 지나가면 어쩌나 두려움, 이렇게 외쳐야만 하나 피하고 싶었어"


■ 방송시간 : 1월 28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 대표


https://youtu.be/Ez9XC2-1xt0

◎범기영 오늘은 장애인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만나보겠습니다. 21년째 장애인 이동권 운동하고 있는 분입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공동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경석 네, 안녕하십니까?

◎범기영 좀 전에 국회의원 두 분 나가시는데도 명함 주시면서 신경 써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박경석 정치권이 책임져야 될 문제인데 책임 못 지니까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범기영 대표님은 항상 시위 현장에서 제가 취재 기자로 자주 뵀었는데.

▼박경석 아, 그러세요?

◎범기영 이렇게 뵈니까 좀 느낌이 다릅니다. 대표님 소개부터 먼저 좀 드려야죠? 인사를 좀 하시죠, 시청자들께.

▼박경석 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상임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박경석입니다. 저희 단체 이름이 하도 길다 보니까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이렇게 불러요. 장애인을 철폐하면 어떻게 되지? 뭐 이러는데...

◎범기영 큰일이에요, 장애인을 철폐하면.

▼박경석 이게 농담이지만 대한민국 사회가 과연 장애인의 차별, 권리를 보장했는지 아니면 장애인을 철폐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저희의 심각한 질문이 또 있습니다.

◎범기영 농담이지만 농담이 아닌 거네요.

▼박경석 그렇군요.

◎범기영 대표님이 비마이너라는 장애인 매체와 인터뷰한 기사를 제가 다 찾아봤는데 어릴 적 꿈이 마도로스셨다고요?

▼박경석 아, 예. 배 타고 잘 열심히 즐겁게 살자, 뭐 이게 꿈이었는데요.

◎범기영 그러니까 타고난 싸움꾼은 아니셨던 거네요.

▼박경석 그렇죠. 즐겁게 잘 살자, 뭐 이런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범기영 해군 장교가 되실 뻔도 했고. 해사에 지원해서 합격하셔 가지고. 대학 시절에 하반신 마비, 사고를 당하신 거죠, 그러니까?

▼박경석 군에 갔다 와서 행글라이딩을 타다가 83년도에, 주일 날 교회 가라는 우리 어머니 말 안 듣고 토함산에서 행글라이딩을 타다가 추락해서 하반신 마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께서는 항상 엄마 말 안 들어가지고 네가 장애 입었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하셨죠.

◎범기영 그 뒤로 이제 대학 다시 사회복지학 전공을 하셨고, 어떤 계기로 활동가가 되신 겁니까?

▼박경석 83년도에 다치고 저는 집에만 5년 동안 집에서 정말 재가 장애인으로 살다가 88년도에 서울장애자종합복지관, 그 당시 장애자라고 불렀거든요. 거기에 직업 훈련을 받다가 장애인을 그때 처음 만나게 됐어요. 삶 속에서 만났죠. 그런데 삶 속에서 만나면서 이 문제가 어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가 되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겠다는 깨달음, 가르침,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93년도에 노들장애인야학이라는 곳에서 교사 활동...

◎범기영 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사 활동하면서 이렇게 활동하게 됐습니다.

◎범기영 그 인터뷰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더라고요. 하루 4시간 수업하는데 등하교 운전에만 8시간이 걸려서 이동권 문제는 머리로 안 게 아니라 불타는 욕구와 필요를 갖고 있었다, 이렇게 표현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투쟁을 거리에서 강하게 하시다 보니까 뭐 연행 몇 번 당했냐, 이건 여쭤볼 수도 없을 것 같고.

▼박경석 많이 당했죠.

◎범기영 실제로 기소가 된 것, 법정까지 가신 건 몇 차례나 되십니까?

▼박경석 여러 가지 건으로 이제 기소를 당하는데요. 그래서 재판을 받게 됐고 27번입니다.

◎범기영 전과 27범. 저희 방송에 출연한 분들 중에...

▼박경석 너무 많죠?

◎범기영 네, 가장 전과가 많으신... 지금까지 대표님 소개하는 시간을 좀 가졌고 현안을 좀 짚어볼까요? 요즘 지하철 기습 시위 계속하고 계신데, 저희 영상 준비했습니다.

2021년 12월 3일
오전 7시 46분~8시 35분 여의도-공덕역 구간

2021년 12월 20일
오전 7시 10분~9시 45분 5호선 왕십리-광화문 구간

장애인 단체 시위로 열차 운행 지연

지연 운행에 불만 목소리도

<녹취> 시민
뭐 하는 거냐고... 출근해야 하는데...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집 인근 시위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 늘려 달라"

<녹취> 이형숙 /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장 (지난달 20일)
저희도 당당하게 비장애인들처럼 지하철도 타고 싶습니다! 버스도 타고 싶습니다!

지하철 지연 운행으로 강의 늦었던 시민,
이런 반응도...

“늦은 것은 제 책임이지만,
30분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서
30분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 것입니다.”

◎범기영 남궁인 의사 같은 저런 반응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거칠게 항의도 많이 받으시죠?

▼박경석 네, 너무 많이 받죠. 욕의 무덤이랄까? 뭐 이렇습니다.

◎범기영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까? 어떤 요구를 하고 계신 겁니까?

▼박경석 가장 핵심적인 것은 권리로 이제 법률적으로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지 않은 사회적 책임, 특히 기획재정부가 법에 명시된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어서 저희가 기획재정부에게 권리 예산을 보장하십시오, 라고 계속 외치는데 지속적으로 묵묵부답이다, 라는 것이고 이것을 책임져야 된다. 정부가 책임져야 되고 이건 사회적 책임이다, 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권리 예산이라는 표현은 좀 어려운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박경석 장애인들이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 이것은 탈시설 권리인데 이것은 법률적으로 명시돼 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예산의 방식에서 이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정말 저희가 표현하는 시혜와 동정의 떡고물로 던져주는 이런 거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더라. 그래서 권리를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는 예산, 저희는 그것을 권리 예산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하긴 그러네요. 권리가 헌법에만 있으면, 법 조문에만 있으면 전혀 현실이 아닌 거죠.

▼박경석 그렇죠.

◎범기영 규정일 뿐이고, 이거를 구체화할 만한 예산을 왜 마련하지 않느냐.

▼박경석 그게 정부의 책임이죠. 특히 기획재정부 책임이고.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지속적으로 묵묵부답을 하고 있고 이런 설에도 기획재정부 장관님 집 앞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더 이상 시민들하고 이렇게 부딪치지 않게 예산을 보장하자고 차례상을 준비했습니다.

◎범기영 차례상이요? 알겠습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례상을 받겠네요. 엘리베이터,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전에는 진짜 없었죠. 설치를 순차적으로 하고 있고, 지금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도 요구하고 계신데.

▼박경석 그렇습니다.

◎범기영 서울시의 입장을 보니까 22곳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는데, 서울시 시내에 있는 지하철역 중에. 18곳은 설치할 예정이다, 그만 좀 하시라, 이런 얘기인 것 같아요.

▼박경석 예, 맞습니다. 오늘 또 이제 뭐 뉴스 보니까 2024년도까지 다 하겠다는 이런 입장들을 발표했는데요. 좀 아셔야 될 게, 2004년도까지 다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도까지 100% 하겠다는 것들을 보도 자료뿐만 아니라 문서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되지 않았어요. 그래놓고 저희 보고 그만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2001년도에는 서울시 지하철의 13%밖에 안 됐거든요, 엘리베이터가. 그런데 지금 90 몇 프로, 그러니까 90 몇 프로니까 얼마나 잘했습니까, 라고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저희도 박수 쳐줍니다. 그런데 나머지 역사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죽었는데요. 이 책임은 어떻게 이 서울시가 감당할 겁니까? 제대로 약속이나 좀 지키고, 지키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과라도 있어야죠. 그런데 사과하라 그러면 뭐라 그러는지 아세요? 유감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해요. 아무리 사과와 유감, 감이 같은 과일 종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책임을 지는 서울시의 이 태도가 있어야죠. 저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조치도 조치지만 손배소도 당하셨죠?

▼박경석 3,000만 원에다가 거기다가 또 계산을 잘하셨는지 3,000만 100원을 저희가 이렇게 손배소 당해가지고 지금 다투고 있습니다.

◎범기영 꼼꼼하네요.

▼박경석 아주 꼼꼼하죠. 그런데 누가...

◎범기영 이 손배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금.

▼박경석 이제 뭐 기소한다고 하고 민사 소송이니까요. 민사니까 이거는 또... 형사면 그냥 잡혀가지고 살겠는데 민사면 다 차입 시켜버리거든요? 그래서 곤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나 저상버스 타는 문제나 이거는 권리의 문제고 특히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거든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저는 비장애인이고 특별히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지하철 타면서도 엘리베이터 거의 이용 안 했죠.

▼박경석 아, 그렇습니까?

◎범기영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더라고요.

▼박경석 그렇죠. 앞으로 한 30년 지나면 그거 타시려고 줄 서 계실 것 같은데요?

◎범기영 알겠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또 불편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박경석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모두의 문제인 겁니다, 결국에는. 말이 쉽지 장애인 이동권 투쟁, 21년째입니다. 저희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1999년 6월 혜화역
30대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이용 중 추락 부상

서울지하철공사 상대 손해배상 승소
혜화역 엘리베이터 설치

2001년 1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설 역귀성 하던 70대 부부
장애인 부인, 리프트 중 추락사

2001년 2월 6일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오이도 사고’ 사과와 안전대책 요구
서울역 선로 점거 시위

2002년 5월 19일
지하철 5호선 발산역

60대 지체 장애인, 리트프 이용 중 추락
병원 치료 중 사망

장애인연대 단식농성
시청역 선로 점검 ‘서울시 공개 사과’ 촉구

2004년 12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정

2015년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증진 위한 선언’

서울교통공사 관할 지하철역
2022년까지 1역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2025년까지 서울 시내 저상버스 100%

2020년
서울시 지하철 278곳 중
256곳 엘리베이터 설치 완료

출근길 지하철 기습 시위
‘장애인 이동권 보장’ 호소 진행 중...

◎범기영 이 짧은 영상으로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러니까 지하철에서 처음 시위를 선로에 내려가서 하신 게 2001년이었죠?

▼박경석 2001년도 2월 6일입니다.

◎범기영 그때 선로에 처음... 지금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고 있는데, 선로에 내려가셔서 지하철이 실제로 운행 중이던 게 역 안으로 진입하는 것도 보셨을 거잖아요. 그때는 어떤 심정이셨습니까?

▼박경석 두려웠죠. 저 안 보고 지나가 버리면 어떡하나, 라는 이런 많은 두려움도 있었고요. 과연 이렇게 외쳐야만 하는가, 피하고 싶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범기영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그 두려움은.

▼박경석 실질적으로 저는 2001년도 저희는 야학 교사 활동을 할 때 이 수업을 나오기 위해서 이동해야 되는데, 이 작은 수업조차도 불가능하게 하는 이런 현실이 있더라고요. 이게 대한민국 사회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이 대한민국 사회도 저희들에게 이런 차별, 이 정도는 이제 공간을 열어주셔야죠. 대한민국 사회는 열어야 됩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나도 아직도 외치게 만드는 이 자체가 저희는 명확하게 변해야 될 문제인데요. 뭐 대통령 선거 있지만, 이거는 뭐 이야깃거리도 안 되네요.

◎범기영 지금까지 사실 변화도 많았어요. 교통약자 이동 증진법도 만들어졌고.

▼박경석 그렇죠.

◎범기영 순차적으로 만족스러운 속도는 아닙니다만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도 설치되고 저상버스도 순차적으로 도입이 되고 있고요.

▼박경석 맞습니다.

◎범기영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박경석 그렇죠. 이제 많이 좋아졌지 않느냐, 그렇게 서울시교통공사가 특별하게 13%인데 91%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들이 변화이고요. 그리고 저상버스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서울시가 이야기했을 때, 이제 서울시는 한 50% 정도 가까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특별교통 수단, 시외 간 이동이 전혀 안 되거든요? 이건 전혀 할 수가 없는 상황에 특별교통 수단도 좀 도입됐지만 1시간, 2시간, 많게는 3시간을 기다려야 되고 누구든 그걸 이용하기 위해서 이틀 전, 3일 전에 예약을 해야 돼요. 거꾸로 이제 비장애인들에게 그런 교통 시스템을 준다면 저는 이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조금 나아지지 않았냐, 천천히 단계적으로. 20년 했으면 그 말은 그만 우려먹어야 되는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더 나아졌냐는 것보다 아직도 얼마나 더 차별받고 있니, 얼마나 더 이동하지 못하니, 이런 질문이 있어 줘야지 이 문제의 심각성이 저는 사회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범기영 우리 사회가 이 목소리를 들을 준비는 돼 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싸우시는 모습들 사진 준비해놨는데 사진을 좀 보면서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혜화역에서는 시위한다고 엘리베이터를 막아버리기도 했고, 이건 지금 역 구내에서 출근길 선전전 하고 계시는 모습이군요.

▼박경석 예, 오늘 39일째 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오늘도 하고 오셨어요?

▼박경석 예, 오늘 오전에도 조금... 지하철 조금 탔는데요. 또 욕의 무덤에 갇혀서 다시 나왔습니다.

◎범기영 아, 욕의 무덤에?

▼박경석 네, 욕...

◎범기영 참 계속 20년째 외치고 있는데, 이것도 명절 때마다 보는 것 같아요.

▼박경석 고속버스 타자, 고향 가고 싶다, 이것도 한 10년을 외쳤는데 이제 겨우 8대가 들어왔습니다.

◎범기영 8대요?

▼박경석 그것도 증액도 안 돼요.

◎범기영 지금 이제 대선 국면이니까 대선 후보들도 장애 관련 이런저런 공약들 내놓잖아요?

▼박경석 네, 맞습니다.

◎범기영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경석 수박 겉핥기, 그냥 뭐 본질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이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이런 문제인데, 그냥 숫자 몇 개 늘리는 거니까 마치 이제 숫자가 늘어가는 방식으로의 표현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시간이 거의 다 돼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뭘 가장 소리를 높여서 외치시겠습니까?

▼박경석 더 이상 사회적 배제를 없애줬으면 고맙겠습니다.

◎범기영 배제를 없애달라.

▼박경석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를 듣지 않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자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경청해서 이 사회의 기준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금의 우리의 요구이기도 하고 절실한 마음입니다.

◎범기영 이건 좀 짧게 대답해 주세요. 활동가 박경석의 주장이었고 인간 박경석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십니까? 교장에서도 이제 퇴임하셨고, 그런데 계속 거리에서 하실 거예요?

▼박경석 네, 제 힘이 있는 데까지 거리와 그리고 또 이 쉼이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삶이 이런 현장에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알겠습니다. 세상에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 다만 듣지 않는 자, 듣지 않으려는 자가 있을 뿐이다. 박경석 대표님, 감사합니다.

▼박경석 네, 감사합니다.

◎범기영 설 연휴 안전하게 보내시고요. 저는 다음 주 목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구성: 김지혜, 정리: 김영주 신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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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이동권 투쟁 왜 지금까지? “얼마나 이동 어려운지 질문해달라”
    • 입력 2022-01-29 09:07:31
    사회
-최근 지하철 이동권 시위 "현장은 거친 항의로 '욕의 무덤'이지만…사회적 배제 없었으면"<br />-"시외 간 이동, 며칠 전 예약해야…비장애인에게 이런 시스템이 준다면 나라 발칵 뒤집혔을 것"<br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기재부, 법에 명시된 '권리 예산' 보장하지 않아"<br />-"현재 서울시 역사에 엘리베이터 90%대…박수는 치지만 '리프트 사고'는 사과해야'"<br />-"엘리베이터·저상버스, 장애인만 위한 것 아냐…대통령 선거에 이야깃거리도 안 돼"<br />-"많이 좋아졌다? 더 나아졌는지보다 '얼마나 이동 어려운지' 질문해야"<br />-"대선 후보 장애 관련 공약, '수박 겉핥기'…숫자 몇 개 늘리자는 표현밖에 없어"<br />-2001년 서울역 선로 점거…"나를 안 보고 지나가면 어쩌나 두려움, 이렇게 외쳐야만 하나 피하고 싶었어"

■ 방송시간 : 1월 28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 대표


https://youtu.be/Ez9XC2-1xt0

◎범기영 오늘은 장애인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만나보겠습니다. 21년째 장애인 이동권 운동하고 있는 분입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공동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경석 네, 안녕하십니까?

◎범기영 좀 전에 국회의원 두 분 나가시는데도 명함 주시면서 신경 써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박경석 정치권이 책임져야 될 문제인데 책임 못 지니까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범기영 대표님은 항상 시위 현장에서 제가 취재 기자로 자주 뵀었는데.

▼박경석 아, 그러세요?

◎범기영 이렇게 뵈니까 좀 느낌이 다릅니다. 대표님 소개부터 먼저 좀 드려야죠? 인사를 좀 하시죠, 시청자들께.

▼박경석 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상임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박경석입니다. 저희 단체 이름이 하도 길다 보니까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이렇게 불러요. 장애인을 철폐하면 어떻게 되지? 뭐 이러는데...

◎범기영 큰일이에요, 장애인을 철폐하면.

▼박경석 이게 농담이지만 대한민국 사회가 과연 장애인의 차별, 권리를 보장했는지 아니면 장애인을 철폐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저희의 심각한 질문이 또 있습니다.

◎범기영 농담이지만 농담이 아닌 거네요.

▼박경석 그렇군요.

◎범기영 대표님이 비마이너라는 장애인 매체와 인터뷰한 기사를 제가 다 찾아봤는데 어릴 적 꿈이 마도로스셨다고요?

▼박경석 아, 예. 배 타고 잘 열심히 즐겁게 살자, 뭐 이게 꿈이었는데요.

◎범기영 그러니까 타고난 싸움꾼은 아니셨던 거네요.

▼박경석 그렇죠. 즐겁게 잘 살자, 뭐 이런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범기영 해군 장교가 되실 뻔도 했고. 해사에 지원해서 합격하셔 가지고. 대학 시절에 하반신 마비, 사고를 당하신 거죠, 그러니까?

▼박경석 군에 갔다 와서 행글라이딩을 타다가 83년도에, 주일 날 교회 가라는 우리 어머니 말 안 듣고 토함산에서 행글라이딩을 타다가 추락해서 하반신 마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께서는 항상 엄마 말 안 들어가지고 네가 장애 입었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하셨죠.

◎범기영 그 뒤로 이제 대학 다시 사회복지학 전공을 하셨고, 어떤 계기로 활동가가 되신 겁니까?

▼박경석 83년도에 다치고 저는 집에만 5년 동안 집에서 정말 재가 장애인으로 살다가 88년도에 서울장애자종합복지관, 그 당시 장애자라고 불렀거든요. 거기에 직업 훈련을 받다가 장애인을 그때 처음 만나게 됐어요. 삶 속에서 만났죠. 그런데 삶 속에서 만나면서 이 문제가 어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가 되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겠다는 깨달음, 가르침,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93년도에 노들장애인야학이라는 곳에서 교사 활동...

◎범기영 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사 활동하면서 이렇게 활동하게 됐습니다.

◎범기영 그 인터뷰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더라고요. 하루 4시간 수업하는데 등하교 운전에만 8시간이 걸려서 이동권 문제는 머리로 안 게 아니라 불타는 욕구와 필요를 갖고 있었다, 이렇게 표현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투쟁을 거리에서 강하게 하시다 보니까 뭐 연행 몇 번 당했냐, 이건 여쭤볼 수도 없을 것 같고.

▼박경석 많이 당했죠.

◎범기영 실제로 기소가 된 것, 법정까지 가신 건 몇 차례나 되십니까?

▼박경석 여러 가지 건으로 이제 기소를 당하는데요. 그래서 재판을 받게 됐고 27번입니다.

◎범기영 전과 27범. 저희 방송에 출연한 분들 중에...

▼박경석 너무 많죠?

◎범기영 네, 가장 전과가 많으신... 지금까지 대표님 소개하는 시간을 좀 가졌고 현안을 좀 짚어볼까요? 요즘 지하철 기습 시위 계속하고 계신데, 저희 영상 준비했습니다.

2021년 12월 3일
오전 7시 46분~8시 35분 여의도-공덕역 구간

2021년 12월 20일
오전 7시 10분~9시 45분 5호선 왕십리-광화문 구간

장애인 단체 시위로 열차 운행 지연

지연 운행에 불만 목소리도

<녹취> 시민
뭐 하는 거냐고... 출근해야 하는데...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집 인근 시위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 늘려 달라"

<녹취> 이형숙 /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장 (지난달 20일)
저희도 당당하게 비장애인들처럼 지하철도 타고 싶습니다! 버스도 타고 싶습니다!

지하철 지연 운행으로 강의 늦었던 시민,
이런 반응도...

“늦은 것은 제 책임이지만,
30분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서
30분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 것입니다.”

◎범기영 남궁인 의사 같은 저런 반응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거칠게 항의도 많이 받으시죠?

▼박경석 네, 너무 많이 받죠. 욕의 무덤이랄까? 뭐 이렇습니다.

◎범기영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까? 어떤 요구를 하고 계신 겁니까?

▼박경석 가장 핵심적인 것은 권리로 이제 법률적으로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지 않은 사회적 책임, 특히 기획재정부가 법에 명시된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어서 저희가 기획재정부에게 권리 예산을 보장하십시오, 라고 계속 외치는데 지속적으로 묵묵부답이다, 라는 것이고 이것을 책임져야 된다. 정부가 책임져야 되고 이건 사회적 책임이다, 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권리 예산이라는 표현은 좀 어려운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박경석 장애인들이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 이것은 탈시설 권리인데 이것은 법률적으로 명시돼 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예산의 방식에서 이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정말 저희가 표현하는 시혜와 동정의 떡고물로 던져주는 이런 거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더라. 그래서 권리를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는 예산, 저희는 그것을 권리 예산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하긴 그러네요. 권리가 헌법에만 있으면, 법 조문에만 있으면 전혀 현실이 아닌 거죠.

▼박경석 그렇죠.

◎범기영 규정일 뿐이고, 이거를 구체화할 만한 예산을 왜 마련하지 않느냐.

▼박경석 그게 정부의 책임이죠. 특히 기획재정부 책임이고.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지속적으로 묵묵부답을 하고 있고 이런 설에도 기획재정부 장관님 집 앞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더 이상 시민들하고 이렇게 부딪치지 않게 예산을 보장하자고 차례상을 준비했습니다.

◎범기영 차례상이요? 알겠습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례상을 받겠네요. 엘리베이터,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전에는 진짜 없었죠. 설치를 순차적으로 하고 있고, 지금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도 요구하고 계신데.

▼박경석 그렇습니다.

◎범기영 서울시의 입장을 보니까 22곳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는데, 서울시 시내에 있는 지하철역 중에. 18곳은 설치할 예정이다, 그만 좀 하시라, 이런 얘기인 것 같아요.

▼박경석 예, 맞습니다. 오늘 또 이제 뭐 뉴스 보니까 2024년도까지 다 하겠다는 이런 입장들을 발표했는데요. 좀 아셔야 될 게, 2004년도까지 다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도까지 100% 하겠다는 것들을 보도 자료뿐만 아니라 문서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되지 않았어요. 그래놓고 저희 보고 그만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2001년도에는 서울시 지하철의 13%밖에 안 됐거든요, 엘리베이터가. 그런데 지금 90 몇 프로, 그러니까 90 몇 프로니까 얼마나 잘했습니까, 라고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저희도 박수 쳐줍니다. 그런데 나머지 역사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죽었는데요. 이 책임은 어떻게 이 서울시가 감당할 겁니까? 제대로 약속이나 좀 지키고, 지키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과라도 있어야죠. 그런데 사과하라 그러면 뭐라 그러는지 아세요? 유감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해요. 아무리 사과와 유감, 감이 같은 과일 종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책임을 지는 서울시의 이 태도가 있어야죠. 저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조치도 조치지만 손배소도 당하셨죠?

▼박경석 3,000만 원에다가 거기다가 또 계산을 잘하셨는지 3,000만 100원을 저희가 이렇게 손배소 당해가지고 지금 다투고 있습니다.

◎범기영 꼼꼼하네요.

▼박경석 아주 꼼꼼하죠. 그런데 누가...

◎범기영 이 손배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금.

▼박경석 이제 뭐 기소한다고 하고 민사 소송이니까요. 민사니까 이거는 또... 형사면 그냥 잡혀가지고 살겠는데 민사면 다 차입 시켜버리거든요? 그래서 곤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나 저상버스 타는 문제나 이거는 권리의 문제고 특히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거든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저는 비장애인이고 특별히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지하철 타면서도 엘리베이터 거의 이용 안 했죠.

▼박경석 아, 그렇습니까?

◎범기영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더라고요.

▼박경석 그렇죠. 앞으로 한 30년 지나면 그거 타시려고 줄 서 계실 것 같은데요?

◎범기영 알겠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또 불편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박경석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모두의 문제인 겁니다, 결국에는. 말이 쉽지 장애인 이동권 투쟁, 21년째입니다. 저희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1999년 6월 혜화역
30대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이용 중 추락 부상

서울지하철공사 상대 손해배상 승소
혜화역 엘리베이터 설치

2001년 1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설 역귀성 하던 70대 부부
장애인 부인, 리프트 중 추락사

2001년 2월 6일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오이도 사고’ 사과와 안전대책 요구
서울역 선로 점거 시위

2002년 5월 19일
지하철 5호선 발산역

60대 지체 장애인, 리트프 이용 중 추락
병원 치료 중 사망

장애인연대 단식농성
시청역 선로 점검 ‘서울시 공개 사과’ 촉구

2004년 12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정

2015년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증진 위한 선언’

서울교통공사 관할 지하철역
2022년까지 1역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2025년까지 서울 시내 저상버스 100%

2020년
서울시 지하철 278곳 중
256곳 엘리베이터 설치 완료

출근길 지하철 기습 시위
‘장애인 이동권 보장’ 호소 진행 중...

◎범기영 이 짧은 영상으로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러니까 지하철에서 처음 시위를 선로에 내려가서 하신 게 2001년이었죠?

▼박경석 2001년도 2월 6일입니다.

◎범기영 그때 선로에 처음... 지금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고 있는데, 선로에 내려가셔서 지하철이 실제로 운행 중이던 게 역 안으로 진입하는 것도 보셨을 거잖아요. 그때는 어떤 심정이셨습니까?

▼박경석 두려웠죠. 저 안 보고 지나가 버리면 어떡하나, 라는 이런 많은 두려움도 있었고요. 과연 이렇게 외쳐야만 하는가, 피하고 싶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범기영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그 두려움은.

▼박경석 실질적으로 저는 2001년도 저희는 야학 교사 활동을 할 때 이 수업을 나오기 위해서 이동해야 되는데, 이 작은 수업조차도 불가능하게 하는 이런 현실이 있더라고요. 이게 대한민국 사회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이 대한민국 사회도 저희들에게 이런 차별, 이 정도는 이제 공간을 열어주셔야죠. 대한민국 사회는 열어야 됩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나도 아직도 외치게 만드는 이 자체가 저희는 명확하게 변해야 될 문제인데요. 뭐 대통령 선거 있지만, 이거는 뭐 이야깃거리도 안 되네요.

◎범기영 지금까지 사실 변화도 많았어요. 교통약자 이동 증진법도 만들어졌고.

▼박경석 그렇죠.

◎범기영 순차적으로 만족스러운 속도는 아닙니다만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도 설치되고 저상버스도 순차적으로 도입이 되고 있고요.

▼박경석 맞습니다.

◎범기영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박경석 그렇죠. 이제 많이 좋아졌지 않느냐, 그렇게 서울시교통공사가 특별하게 13%인데 91%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들이 변화이고요. 그리고 저상버스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서울시가 이야기했을 때, 이제 서울시는 한 50% 정도 가까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특별교통 수단, 시외 간 이동이 전혀 안 되거든요? 이건 전혀 할 수가 없는 상황에 특별교통 수단도 좀 도입됐지만 1시간, 2시간, 많게는 3시간을 기다려야 되고 누구든 그걸 이용하기 위해서 이틀 전, 3일 전에 예약을 해야 돼요. 거꾸로 이제 비장애인들에게 그런 교통 시스템을 준다면 저는 이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조금 나아지지 않았냐, 천천히 단계적으로. 20년 했으면 그 말은 그만 우려먹어야 되는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더 나아졌냐는 것보다 아직도 얼마나 더 차별받고 있니, 얼마나 더 이동하지 못하니, 이런 질문이 있어 줘야지 이 문제의 심각성이 저는 사회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범기영 우리 사회가 이 목소리를 들을 준비는 돼 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싸우시는 모습들 사진 준비해놨는데 사진을 좀 보면서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혜화역에서는 시위한다고 엘리베이터를 막아버리기도 했고, 이건 지금 역 구내에서 출근길 선전전 하고 계시는 모습이군요.

▼박경석 예, 오늘 39일째 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오늘도 하고 오셨어요?

▼박경석 예, 오늘 오전에도 조금... 지하철 조금 탔는데요. 또 욕의 무덤에 갇혀서 다시 나왔습니다.

◎범기영 아, 욕의 무덤에?

▼박경석 네, 욕...

◎범기영 참 계속 20년째 외치고 있는데, 이것도 명절 때마다 보는 것 같아요.

▼박경석 고속버스 타자, 고향 가고 싶다, 이것도 한 10년을 외쳤는데 이제 겨우 8대가 들어왔습니다.

◎범기영 8대요?

▼박경석 그것도 증액도 안 돼요.

◎범기영 지금 이제 대선 국면이니까 대선 후보들도 장애 관련 이런저런 공약들 내놓잖아요?

▼박경석 네, 맞습니다.

◎범기영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경석 수박 겉핥기, 그냥 뭐 본질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이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이런 문제인데, 그냥 숫자 몇 개 늘리는 거니까 마치 이제 숫자가 늘어가는 방식으로의 표현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시간이 거의 다 돼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뭘 가장 소리를 높여서 외치시겠습니까?

▼박경석 더 이상 사회적 배제를 없애줬으면 고맙겠습니다.

◎범기영 배제를 없애달라.

▼박경석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를 듣지 않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자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경청해서 이 사회의 기준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금의 우리의 요구이기도 하고 절실한 마음입니다.

◎범기영 이건 좀 짧게 대답해 주세요. 활동가 박경석의 주장이었고 인간 박경석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십니까? 교장에서도 이제 퇴임하셨고, 그런데 계속 거리에서 하실 거예요?

▼박경석 네, 제 힘이 있는 데까지 거리와 그리고 또 이 쉼이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삶이 이런 현장에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알겠습니다. 세상에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 다만 듣지 않는 자, 듣지 않으려는 자가 있을 뿐이다. 박경석 대표님, 감사합니다.

▼박경석 네, 감사합니다.

◎범기영 설 연휴 안전하게 보내시고요. 저는 다음 주 목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구성: 김지혜, 정리: 김영주 신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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