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앞 ‘가로수 세 그루’ 고사 사건…검찰의 결론은?

입력 2022.0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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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가로수 세 그루'의 죽음을 기렸습니다.

이곳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환경단체 "농약 살포로 가로수 죽어…책임진 사람 없어"

서울환경연합은 "카페 앞 인도에 서 있던 가로수 세 그루가 농약 살포로 죽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나무는 억울하게 죽었고 죽인 사람도 있지만, 실수로 죽여 죄가 없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단체의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이 사건이 가로수의 이로움을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인 탐욕을 위해 나무의 생명을 학살한 악질적인 사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 위원은 또 "나무를 독살한 사람이 재판에 넘겨져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공공 수목 관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꼭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고사한 가로수 한 그루에 검은 리본을 묶고 추모했습니다.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죽은 가로수에 리본을 다는 모습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죽은 가로수에 리본을 다는 모습

■ 지난해 6월, 가로수 주변 농약 살포…'고사 의혹' 건물 관리인은 무혐의

이 가로수들이 고사한 때는 지난해 6월 29일쯤입니다. 당시는 카페가 들어설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건물 관리인 A 씨는, 공사 차량 진입을 위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 건물 옆에 있던 나무 두 그루에 제초제를 주입해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제초제를 이 나무에 주입한 뒤, 건물 앞쪽에 있던 가로수 세 그루도 시들시들해지다 결국 고사했습니다.

구청 측은 지난해 7월 "누군가 가로수 세 그루를 승인 없이 고사시킨 거로 보인다"며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건물 관리인 A 씨를 도시숲법 위반과 형법상 재물손괴 혐의 피의자로 조사한 뒤 지난해 9월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후 서울서부지검은 A 씨와 제초제 생산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했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도 의견을 물었습니다. 정말 A 씨가 주입한 농약으로 인해, 가로수 세 그루가 죽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사기관의 판단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검찰은 지난해 12월 말, A 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구청 허가를 받아 제거된 나무 두 그루에선 제초제 성분이 다량 검출됐지만, 뒤늦게 고사한 가로수 세 그루에선 낮은 농도의 제초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검찰은 제초제가 하수관이나 토양을 통해 가로수 쪽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 씨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건물주 "합법적으로 나무 제거…가로수는 고사시킨 적 없어"

관리인 A 씨를 고용한 건물주는 KBS와의 통화에서, 제초제를 뿌린 나무 두 그루는 합법적으로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 제거했다고 말했습니다.

건물주는 다만 "제초제를 뿌린 당일 소나기가 세차게 왔었다"면서 "비로 인해서 건물 앞 가로수 쪽으로 흘러갔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로수들을 고의로 고사시키려 한 적은 없다는 뜻입니다.

건물 관리인 A 씨는 지난달 초, 가로수들이 죽은 데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관할 구청에 가로수 세 그루 값 780만 원을 배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청은 다음 달 말, 가로수들이 고사한 자리에 새로운 나무 세 그루를 심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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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앞 ‘가로수 세 그루’ 고사 사건…검찰의 결론은?
    • 입력 2022-01-30 08:00:12
    취재K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가로수 세 그루'의 죽음을 기렸습니다.

이곳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환경단체 "농약 살포로 가로수 죽어…책임진 사람 없어"

서울환경연합은 "카페 앞 인도에 서 있던 가로수 세 그루가 농약 살포로 죽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나무는 억울하게 죽었고 죽인 사람도 있지만, 실수로 죽여 죄가 없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단체의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이 사건이 가로수의 이로움을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인 탐욕을 위해 나무의 생명을 학살한 악질적인 사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 위원은 또 "나무를 독살한 사람이 재판에 넘겨져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공공 수목 관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꼭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고사한 가로수 한 그루에 검은 리본을 묶고 추모했습니다.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죽은 가로수에 리본을 다는 모습
■ 지난해 6월, 가로수 주변 농약 살포…'고사 의혹' 건물 관리인은 무혐의

이 가로수들이 고사한 때는 지난해 6월 29일쯤입니다. 당시는 카페가 들어설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건물 관리인 A 씨는, 공사 차량 진입을 위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 건물 옆에 있던 나무 두 그루에 제초제를 주입해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제초제를 이 나무에 주입한 뒤, 건물 앞쪽에 있던 가로수 세 그루도 시들시들해지다 결국 고사했습니다.

구청 측은 지난해 7월 "누군가 가로수 세 그루를 승인 없이 고사시킨 거로 보인다"며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건물 관리인 A 씨를 도시숲법 위반과 형법상 재물손괴 혐의 피의자로 조사한 뒤 지난해 9월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후 서울서부지검은 A 씨와 제초제 생산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했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도 의견을 물었습니다. 정말 A 씨가 주입한 농약으로 인해, 가로수 세 그루가 죽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사기관의 판단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검찰은 지난해 12월 말, A 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구청 허가를 받아 제거된 나무 두 그루에선 제초제 성분이 다량 검출됐지만, 뒤늦게 고사한 가로수 세 그루에선 낮은 농도의 제초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검찰은 제초제가 하수관이나 토양을 통해 가로수 쪽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 씨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건물주 "합법적으로 나무 제거…가로수는 고사시킨 적 없어"

관리인 A 씨를 고용한 건물주는 KBS와의 통화에서, 제초제를 뿌린 나무 두 그루는 합법적으로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 제거했다고 말했습니다.

건물주는 다만 "제초제를 뿌린 당일 소나기가 세차게 왔었다"면서 "비로 인해서 건물 앞 가로수 쪽으로 흘러갔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로수들을 고의로 고사시키려 한 적은 없다는 뜻입니다.

건물 관리인 A 씨는 지난달 초, 가로수들이 죽은 데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관할 구청에 가로수 세 그루 값 780만 원을 배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청은 다음 달 말, 가로수들이 고사한 자리에 새로운 나무 세 그루를 심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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