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60m 사다리차 넘어졌는데, 인명피해 없으면 끝?

입력 2022.01.30 (09:00) 수정 2022.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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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강원도 춘천에서 60m 이삿짐 사다리차 ‘전도’
택배차량과 분리수거함 등 파손…인명피해 없어
사다리 지탱 부품 ‘노후화’ 자체 결론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 없어…피해 차주만 답답


■ 60m 사다리차 옆으로 넘어져…대형사고날 뻔 '아찔'

1월 25일 오후 3시 반쯤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

건물 아래에선 22층으로 이삿짐 나를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

먼저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5톤 사다리 트럭을 세운 뒤 64미터 짜리 사다리를 뽑아 올렸지만, 사다리는 목표층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21층을 지날 때쯤 사다리가 그대로 전도됐기 때문입니다.

단지 안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분리수거함이 박살이 났습니다.

정원에 심어진 나무 2그루도 부러져 나갔습니다.

사다리 끝 부분은 주차된 택배차량 위를 덮쳤습니다.

다행히 택배 기사는 배달을 하던 중으로 차에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안을 걷던 입주민도 없었습니다.

하마터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한 사고였습니다.


■ 이삿짐센터 운영자 "부품 노후화…정기검사는 X-ray만 찍는 셈"

당시 춘천지역의 풍속은 0.2m/s였습니다. 순간 최대 풍속도 0.3m/s에 불과했습니다.

산업안전공단이 정리한 '사다리차 안전수칙'에 따르면, 풍속 10m/s 이상인 환경에서는 작업을 중지해야 합니다.

또, 사다리 하부를 지탱하는 아웃트리거(지지대 4개)도 수평을 잘 맞춰야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삿짐센터 대표는 "지지대를 설치할 공간이 충분했고, 수평도 잘 맞았다"라며 "수평이 맞지 않으면 울리는 센서도 정상 작동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 사다리 하부를 지탱하는 부품이 노후해서 벌어진 일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2008년식 차량을 3년 전에 중고로 구입했고, 안전점검도 받았지만, 이런 점검만으로는 문제점을 완벽하게 걸러낼 수 없다"라는 해명 아닌 해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 사다리차 안전 점검은 일종의 '엑스레이 촬영'"이라고 비유했습니다.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등 다양한 검사를 해도 병(病)을 찾아내지 못할 때도 있는데, 지금의 점검은 엑스레이를 찍는 수준으로, 사다리 작동 여부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한 겁니다.

한편, 2년에 한 번씩 사다리차의 안전점검을 시행하는 대한산업안전협회는 "검사를 받아야만 장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현장에 있는 장비들은 문제가 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또, "이번에 전도된 사다리차의 검사 유무에 대해선,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라는 해명만 반복했습니다.


■ 사후조사는? 경찰·산업안전보건공단·고용노동부 "조사 대상 아냐"

사고 원인 조사에 대해 경찰에 확인해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추가 조사하지 않는다"였습니다.

이유는 인명피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삿짐 사다리차의 안전수칙을 만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도 물어봤습니다.

안전수칙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자 또는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자가 발생했을 때만 현장을 조사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역시나 같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지만, 사고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는 기관은 없었습니다.

업주의 자율에 맡겨진 셈입니다.


■ 피해차량 차주 "생계 달린 일인데" 하소연


사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사다리차 전복 사고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사다리차가 남편의 배달 차량에 주저앉아, 수리비가 760만 원이 나왔는데, 상대편 보험사는 보상비 520만원을 준다고 하고 나머지 금액은 보상해 줄 수 없다고 한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배달을 해야 해서 당장 탑차가 필요하지만, 영업용이라 렌트도 불가능하고 명절 후 배송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라며 "이삿짐센터 대표에게 사과도 받지 못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피해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 '보험 차량 가격이 현실적이지 않아서 항상 이런 문제가 생긴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피해 택배차 차주는 KBS취재진과 통화에서 "당장 생계가 걸린 일이어서, 부서진 차량을 폐차하기로 하고, 자비를 들여 중고차를 사야했다"라고 전했습니다.

100% 만족하는 보상이야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인 조사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고 제대로 된 사전점검을 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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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60m 사다리차 넘어졌는데, 인명피해 없으면 끝?
    • 입력 2022-01-30 09:00:24
    • 수정2022-01-30 09:00:31
    취재후·사건후
강원도 춘천에서 60m 이삿짐 사다리차 ‘전도’<br />택배차량과 분리수거함 등 파손…인명피해 없어<br />사다리 지탱 부품 ‘노후화’ 자체 결론<br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 없어…피해 차주만 답답

■ 60m 사다리차 옆으로 넘어져…대형사고날 뻔 '아찔'

1월 25일 오후 3시 반쯤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

건물 아래에선 22층으로 이삿짐 나를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

먼저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5톤 사다리 트럭을 세운 뒤 64미터 짜리 사다리를 뽑아 올렸지만, 사다리는 목표층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21층을 지날 때쯤 사다리가 그대로 전도됐기 때문입니다.

단지 안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분리수거함이 박살이 났습니다.

정원에 심어진 나무 2그루도 부러져 나갔습니다.

사다리 끝 부분은 주차된 택배차량 위를 덮쳤습니다.

다행히 택배 기사는 배달을 하던 중으로 차에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안을 걷던 입주민도 없었습니다.

하마터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한 사고였습니다.


■ 이삿짐센터 운영자 "부품 노후화…정기검사는 X-ray만 찍는 셈"

당시 춘천지역의 풍속은 0.2m/s였습니다. 순간 최대 풍속도 0.3m/s에 불과했습니다.

산업안전공단이 정리한 '사다리차 안전수칙'에 따르면, 풍속 10m/s 이상인 환경에서는 작업을 중지해야 합니다.

또, 사다리 하부를 지탱하는 아웃트리거(지지대 4개)도 수평을 잘 맞춰야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삿짐센터 대표는 "지지대를 설치할 공간이 충분했고, 수평도 잘 맞았다"라며 "수평이 맞지 않으면 울리는 센서도 정상 작동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 사다리 하부를 지탱하는 부품이 노후해서 벌어진 일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2008년식 차량을 3년 전에 중고로 구입했고, 안전점검도 받았지만, 이런 점검만으로는 문제점을 완벽하게 걸러낼 수 없다"라는 해명 아닌 해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 사다리차 안전 점검은 일종의 '엑스레이 촬영'"이라고 비유했습니다.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등 다양한 검사를 해도 병(病)을 찾아내지 못할 때도 있는데, 지금의 점검은 엑스레이를 찍는 수준으로, 사다리 작동 여부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한 겁니다.

한편, 2년에 한 번씩 사다리차의 안전점검을 시행하는 대한산업안전협회는 "검사를 받아야만 장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현장에 있는 장비들은 문제가 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또, "이번에 전도된 사다리차의 검사 유무에 대해선,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라는 해명만 반복했습니다.


■ 사후조사는? 경찰·산업안전보건공단·고용노동부 "조사 대상 아냐"

사고 원인 조사에 대해 경찰에 확인해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추가 조사하지 않는다"였습니다.

이유는 인명피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삿짐 사다리차의 안전수칙을 만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도 물어봤습니다.

안전수칙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자 또는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자가 발생했을 때만 현장을 조사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역시나 같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지만, 사고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는 기관은 없었습니다.

업주의 자율에 맡겨진 셈입니다.


■ 피해차량 차주 "생계 달린 일인데" 하소연


사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사다리차 전복 사고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사다리차가 남편의 배달 차량에 주저앉아, 수리비가 760만 원이 나왔는데, 상대편 보험사는 보상비 520만원을 준다고 하고 나머지 금액은 보상해 줄 수 없다고 한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배달을 해야 해서 당장 탑차가 필요하지만, 영업용이라 렌트도 불가능하고 명절 후 배송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라며 "이삿짐센터 대표에게 사과도 받지 못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피해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 '보험 차량 가격이 현실적이지 않아서 항상 이런 문제가 생긴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피해 택배차 차주는 KBS취재진과 통화에서 "당장 생계가 걸린 일이어서, 부서진 차량을 폐차하기로 하고, 자비를 들여 중고차를 사야했다"라고 전했습니다.

100% 만족하는 보상이야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인 조사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고 제대로 된 사전점검을 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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