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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 수입↑…가격은 올랐다
입력 2022.01.31 (08:01) 수정 2022.01.31 (08:02) 취재K

"수입 멸균우유 추천해주세요"
"우유도 맥주처럼 되지 않을까요"

각종 생필품의 할인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입 멸균우유' 관련 글이 부쩍 늘었습니다.

최근 우유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며,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까지 멸균우유 수입량은 2만여 톤으로 전년(2020년)보다 80% 증가했습니다.

■ 팔리지도 않는데 가격은 오른다…의문의 '밀크인플레이션'

지난해 10월 서울우유가 대형마트 기준 흰우유(1 리터) 가격을 2,500원대에서 2,700원대로 올렸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줄줄이 우유 가격을 4~5% 인상했습니다. 업체들은 원유가격 상승으로 우윳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낙농진흥회는 지난해 우유 원재료인 원유의 기본가격을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2.3% 올렸습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낙농업계는 생산비와 사룟값 부담이 늘었다며 예정대로 원유가격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kg에서 2020년 31.8kg으로 줄었습니다. 수요가 줄면 가격도 내려가야 할 텐데, 우윳값은 왜 계속 오르는 걸까요?

바로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가격이 결정되는 '생산비 연동제' 때문입니다. 생산비 연동제는 2013년 구제역으로 낙농업계가 큰 피해를 보게 되자 수급 안정을 위해 도입됐습니다. 물가 상승에 따라 낙농가의 생산비도 게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원유 가격 역시 수요와 상관없이 계속 오르기만 했습니다.

공산품과 달리 장시간 보관이 어려운 우유의 특성을 반영해 도입한 '쿼터제' 역시 지속적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운용되는 쿼터량은 연간 222만 톤, 그런데 우리나라 음용유 소비량은 175만 톤에 불과합니다. 우유 업체는 팔리지도 않는 원유를 사야만 하고, 이와 관련 정부는 2020년 한해에만 330억 원을 업체에 보전해줬습니다.


우리나라 우유 가격은 20년 동안 72% 올라 리터당 1,083원이 됐습니다. 미국(491원), 유럽(470원)보다 배 이상 높은 가격입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수입 멸균우유와 치즈 수입 등이 늘면서 국산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에서 2020년 48%로 뚝 떨어졌습니다. 2026년 미국·유럽산 우유 관세 철폐로 유제품 수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낙농업계 "현실성 없다"

결국 정부는 '생산비 연동제'가 도입된 지 8년만인 지난해, 원유가격 결정 체계 손보기에 나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원유를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음용유는 지금과 같은 가격인 1,100원에 공급하되, 가공유는 더 저렴한 800원에 공급하는 방안입니다.

우선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 첫해에는 음용유 190만 톤과 가공유 20만 톤을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가공유 비중을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개편 이후 낙농가의 소득이 줄지 않도록 우유 업체들이 더 많은 가공유를 구매량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가공유 판매 증가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고, 농가당 소득도 현재 1억 6,187만 원에서 1억 6,358만 원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낙농업계는 정부의 개편안이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낙농가의 고령화와 가축사육제한정책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려야 늘릴 수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또 2020년 기준으로 원유 생산비가 리터당 900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가공유를 800원에 팔면 오히려 손해만 본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유가공 업체들은 가공용 원유 가격을 리터당 400원인 국제가격 수준으로 공급하지 않는 한 구매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개편안은 결국 전체 쿼터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역시 이런 주장을 일부 인정하며, 농가는 가공유를 리터당 800원에 판매하고 유업체는 리터당 600~700원 수준에 구매할 수 있도록 업체에 구매 비용을 보조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 낙농진흥회 개편 추진… 낙농업계 "다음 달 원유 공급 중단 결의"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논의해 의결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생산자 측 이사 7명이 모두 불참하면서 이사회는 열리지도 못했습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15명의 이사로 구성됩니다. 생산 농가 대표가 7명, 유업체 대표 4명, 소비자 대표 1명, 학계 1명, 정부 1명입니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의 2/3 이상(10명 이상)이 참석해야 이사회를 개회할 수 있습니다. 생산 농가 대표 7명이 반대하는 안건은 논의조차 못 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낙농진흥회 소비자 대표인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은 "생산자 측이 이사회를 무산시켜 진흥회 의사결정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사 결정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부는 이사회 구성을 23인(정부 3, 학계 3, 변호사 1, 회계사 1, 낙농진흥회 1, 소비자 대표 3, 생산자 대표 7, 유업체 대표 4 )으로 늘리고 이사의 2/3 이상이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는 조건을 삭제하는 개편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생산자 측이 걱정하는 점을 반영해 원유 구매물량과 가격 결정은 별도의 소위원회(생산자 3, 유업체 3, 정부 1, 학계 1, 낙농진흥회 1)를 구성해 운영하고 소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확정하자고 밝혔습니다.

낙농가는 정부의 개편안에 '결사 반대' 입장입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낙농가의 생존권을 박탈하려는 것에 대해 원유 납품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낙농협회는 다음 달 중순 결의대회를 열어 원유 납품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우유, 소비↓ 수입↑…가격은 올랐다
    • 입력 2022-01-31 08:01:30
    • 수정2022-01-31 08:02:50
    취재K

"수입 멸균우유 추천해주세요"
"우유도 맥주처럼 되지 않을까요"

각종 생필품의 할인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입 멸균우유' 관련 글이 부쩍 늘었습니다.

최근 우유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며,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까지 멸균우유 수입량은 2만여 톤으로 전년(2020년)보다 80% 증가했습니다.

■ 팔리지도 않는데 가격은 오른다…의문의 '밀크인플레이션'

지난해 10월 서울우유가 대형마트 기준 흰우유(1 리터) 가격을 2,500원대에서 2,700원대로 올렸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줄줄이 우유 가격을 4~5% 인상했습니다. 업체들은 원유가격 상승으로 우윳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낙농진흥회는 지난해 우유 원재료인 원유의 기본가격을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2.3% 올렸습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낙농업계는 생산비와 사룟값 부담이 늘었다며 예정대로 원유가격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kg에서 2020년 31.8kg으로 줄었습니다. 수요가 줄면 가격도 내려가야 할 텐데, 우윳값은 왜 계속 오르는 걸까요?

바로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가격이 결정되는 '생산비 연동제' 때문입니다. 생산비 연동제는 2013년 구제역으로 낙농업계가 큰 피해를 보게 되자 수급 안정을 위해 도입됐습니다. 물가 상승에 따라 낙농가의 생산비도 게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원유 가격 역시 수요와 상관없이 계속 오르기만 했습니다.

공산품과 달리 장시간 보관이 어려운 우유의 특성을 반영해 도입한 '쿼터제' 역시 지속적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운용되는 쿼터량은 연간 222만 톤, 그런데 우리나라 음용유 소비량은 175만 톤에 불과합니다. 우유 업체는 팔리지도 않는 원유를 사야만 하고, 이와 관련 정부는 2020년 한해에만 330억 원을 업체에 보전해줬습니다.


우리나라 우유 가격은 20년 동안 72% 올라 리터당 1,083원이 됐습니다. 미국(491원), 유럽(470원)보다 배 이상 높은 가격입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수입 멸균우유와 치즈 수입 등이 늘면서 국산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에서 2020년 48%로 뚝 떨어졌습니다. 2026년 미국·유럽산 우유 관세 철폐로 유제품 수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낙농업계 "현실성 없다"

결국 정부는 '생산비 연동제'가 도입된 지 8년만인 지난해, 원유가격 결정 체계 손보기에 나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원유를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음용유는 지금과 같은 가격인 1,100원에 공급하되, 가공유는 더 저렴한 800원에 공급하는 방안입니다.

우선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 첫해에는 음용유 190만 톤과 가공유 20만 톤을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가공유 비중을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개편 이후 낙농가의 소득이 줄지 않도록 우유 업체들이 더 많은 가공유를 구매량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가공유 판매 증가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고, 농가당 소득도 현재 1억 6,187만 원에서 1억 6,358만 원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낙농업계는 정부의 개편안이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낙농가의 고령화와 가축사육제한정책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려야 늘릴 수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또 2020년 기준으로 원유 생산비가 리터당 900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가공유를 800원에 팔면 오히려 손해만 본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유가공 업체들은 가공용 원유 가격을 리터당 400원인 국제가격 수준으로 공급하지 않는 한 구매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개편안은 결국 전체 쿼터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역시 이런 주장을 일부 인정하며, 농가는 가공유를 리터당 800원에 판매하고 유업체는 리터당 600~700원 수준에 구매할 수 있도록 업체에 구매 비용을 보조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 낙농진흥회 개편 추진… 낙농업계 "다음 달 원유 공급 중단 결의"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논의해 의결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생산자 측 이사 7명이 모두 불참하면서 이사회는 열리지도 못했습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15명의 이사로 구성됩니다. 생산 농가 대표가 7명, 유업체 대표 4명, 소비자 대표 1명, 학계 1명, 정부 1명입니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의 2/3 이상(10명 이상)이 참석해야 이사회를 개회할 수 있습니다. 생산 농가 대표 7명이 반대하는 안건은 논의조차 못 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낙농진흥회 소비자 대표인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은 "생산자 측이 이사회를 무산시켜 진흥회 의사결정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사 결정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부는 이사회 구성을 23인(정부 3, 학계 3, 변호사 1, 회계사 1, 낙농진흥회 1, 소비자 대표 3, 생산자 대표 7, 유업체 대표 4 )으로 늘리고 이사의 2/3 이상이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는 조건을 삭제하는 개편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생산자 측이 걱정하는 점을 반영해 원유 구매물량과 가격 결정은 별도의 소위원회(생산자 3, 유업체 3, 정부 1, 학계 1, 낙농진흥회 1)를 구성해 운영하고 소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확정하자고 밝혔습니다.

낙농가는 정부의 개편안에 '결사 반대' 입장입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낙농가의 생존권을 박탈하려는 것에 대해 원유 납품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낙농협회는 다음 달 중순 결의대회를 열어 원유 납품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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