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17년 만에 가족 상봉한 중국 소년의 죽음…그는 왜?

입력 2022.02.01 (07:01) 수정 2022.02.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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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9살인 쑨줘(孙卓,사진 왼쪽)와 17살인 류쉐저우(刘学州.사진 오른쪽)입니다.

쑨줘는 광둥성 선전에서 태어났고, 류쉐저우는 산시성 다퉁이 고향입니다.

둘은 일면식도 없습니다. 하지만 둘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유년시절,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지 못했습니다.

10여 년 동안 다른 사람의 손에 길러졌는데 지난해 12월 둘은 모두 그리던 친부모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둘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14년 만에 상봉한 아버지 쑨하이양과 아들 쑨줘 (출처: 웨이보)14년 만에 상봉한 아버지 쑨하이양과 아들 쑨줘 (출처: 웨이보)

유괴된 아들 14년 만에 극적 상봉…가족과 처음 맞는 춘절 "행복하다"

쑨저는 2007년 당시 4살때 유괴당했습니다. 아버진 쑨하이양이 운영하던 만둣가게 앞에서였습니다.

아버지 쑨하이양은 이때부터 아들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 이 사연은
2014년 영화(亲爱的)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14년이 흐른 2021년 12월 아버지 쑨하이양과 아들 쑨저는 극적으로 만났습니다.

광둥성 당국이 안면인식 기술 등을 이용해 이들 가족의 상봉을 도왔습니다,

14년 만에 그리운 가족과 만난 쑨줘는 누나와 동생과 함께 쇼핑도 하고 함께 공부도 하는 등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쑨하이양(왼쪽 첫번째)과  아들 쑨줘(왼쪽 두번째 ) 그리고 가족들 (출처:바이두)아버지 쑨하이양(왼쪽 첫번째)과 아들 쑨줘(왼쪽 두번째 ) 그리고 가족들 (출처:바이두)

꿈에 그리던 아들을 만난 뒤 아버지 쑨하이양은 올해 춘절(음력 설)을 맞아 어느 때보다 들떠있습니다.
20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구입했습니다.

아들을 찾은 것을 기념해 가족은 물론 일가 친척들이 모두 한데 모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4년 동안 잃어버린 아들 생각에 춘절을 제대로 보낼 수 없었지만 올해 춘절부터는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졌습니다.

말 그대로 '행복'한 가정이 실현된 것입니다.

■17살 소년, 춘절 앞두고 스스로 목숨 끊어…가족 상봉했지만

1월 24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 싼야에서 17살 소년 류쉐저우가 춘절을 불과 1주일 여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류쉐저우는 생후 3개월이 됐을때 양부모에게 입양됐습니다.
입양 이후 4살까지 양부모 아래에서 자랐지만 4살때 양부모가 사망하면서 친척들 손에 의해 길러졌습니다.

이후 14살 무렵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지난해 12월 꿈에 그리던 친부모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쑨줘의 경우처럼 류쉐저우의 가족 상봉은 아름답거나 감동적이거나 원만한 결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2021년 12월 친부를 상봉한 류쉐저우  (출처: 신경보)2021년 12월 친부를 상봉한 류쉐저우 (출처: 신경보)

■결혼 예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에 팔려간 아기

류쉐저우는 친부모를 만난 이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류쉐저우가 친부모와 헤어진 것은 길을 잃은 것도, 유괴를 당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던 것입니다.

류쉐저우의 부모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류쉐저우를 낳았습니다.

그리고는 결혼 예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인신매매업자에게 생후 3개월된 류쉐저우를 팔아 넘겼습니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 측에 결혼 예물비용(彩礼,차이리)을 줘야합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수만 위안에서 많게는 백만 위안(약 1억 9천만 원)이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류쉐저우 부모가 인신매매업자로 부터 받은 돈은 불과 6천 위안(약 114만 원) 이었습니다.

인신매매업자는 다시 류쉐저우를 500km떨어진 허베이성 싱타이시에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에게 2만 7천 위안(약 513만 원)을 받고 넘겼습니다.

부모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류쉐저우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는 이후 친부모에게 자신이 살만한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을 벌고 제대로된 거처도 없었던 그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요구였을수도 있습니다.

류쉐저우가 웨이보에 올린 글  “여기가 지금 내가 살고있는 집인데 어떻게 살아요? 이 모든 것은 친부모가 나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을 찾아가서 제 집을 달라고 한게 잘못된 일인가요? 그리고 저는 여러분이 말하는 어른이 아닙니다. 아이입니다. 제 또래의 아이들은  아직도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있어요”류쉐저우가 웨이보에 올린 글 “여기가 지금 내가 살고있는 집인데 어떻게 살아요? 이 모든 것은 친부모가 나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을 찾아가서 제 집을 달라고 한게 잘못된 일인가요? 그리고 저는 여러분이 말하는 어른이 아닙니다. 아이입니다. 제 또래의 아이들은 아직도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류쉐저우의 요구를 받아든 친모는 류쉐저우와 대화를 이어가던 위챗( 메신저) 계정을 차단해 버렸습니다.

친모는 친부와 오래전에 이혼했고, 현재 다른 가정을 꾸린 상황에서 류쉐저우와 연락하는 걸 부담으로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류쉐저우에게 학비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류쉐저우가
머물 거처를 마련해주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류쉐저우는 친부모를 아동유괴죄 등으로 고소하기로 했다가 마음을 접고 친부모를 고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친부모는 각각 가정을 꾸렸는데 이복 동생들을 생각해 고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이난성 싼야 해변에 놓은 추모 꽃과 음식들 (출처: 바이두)하이난성 싼야 해변에 놓은 추모 꽃과 음식들 (출처: 바이두)

■네티즌 '애도' 물결...같은 상봉, 다른 결말

류쉐저우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2,500km 떨어진 곳까지 간 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이 버려지게 된 경위 등으로 인한 충격과 친부모 상봉 뒤 실망감 등이 컸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에 애도하는 중국 네티즌들이 늘고 있습니다.

17년 동안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소년이 친부모를 상봉하고도 비극적인 결과를 맞은 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는 글들이 많습니다.

또한 17살인 류쉐저우가 미성년자이고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했었다며 그가 친부모에게 머물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하는 바람은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는 반응도 어이지고 있습니다. .

더욱이 류쉐저우 부모가 돈을 받고 아들을 판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2월 1일 오늘은 음력 설입니다. 중국에서는 춘절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음력 설처럼 중국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한해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인신매매범에 납치됐다 14년 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온 쑨줘.
부모의 손에 의해 버려졌다 다시 만났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한 류쉐저우.

같은 가족 상봉이었지만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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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17년 만에 가족 상봉한 중국 소년의 죽음…그는 왜?
    • 입력 2022-02-01 07:01:04
    • 수정2022-02-01 19:12:35
    특파원 리포트


올해 19살인 쑨줘(孙卓,사진 왼쪽)와 17살인 류쉐저우(刘学州.사진 오른쪽)입니다.

쑨줘는 광둥성 선전에서 태어났고, 류쉐저우는 산시성 다퉁이 고향입니다.

둘은 일면식도 없습니다. 하지만 둘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유년시절,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지 못했습니다.

10여 년 동안 다른 사람의 손에 길러졌는데 지난해 12월 둘은 모두 그리던 친부모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둘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14년 만에 상봉한 아버지 쑨하이양과 아들 쑨줘 (출처: 웨이보)
유괴된 아들 14년 만에 극적 상봉…가족과 처음 맞는 춘절 "행복하다"

쑨저는 2007년 당시 4살때 유괴당했습니다. 아버진 쑨하이양이 운영하던 만둣가게 앞에서였습니다.

아버지 쑨하이양은 이때부터 아들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 이 사연은
2014년 영화(亲爱的)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14년이 흐른 2021년 12월 아버지 쑨하이양과 아들 쑨저는 극적으로 만났습니다.

광둥성 당국이 안면인식 기술 등을 이용해 이들 가족의 상봉을 도왔습니다,

14년 만에 그리운 가족과 만난 쑨줘는 누나와 동생과 함께 쇼핑도 하고 함께 공부도 하는 등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쑨하이양(왼쪽 첫번째)과  아들 쑨줘(왼쪽 두번째 ) 그리고 가족들 (출처:바이두)
꿈에 그리던 아들을 만난 뒤 아버지 쑨하이양은 올해 춘절(음력 설)을 맞아 어느 때보다 들떠있습니다.
20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구입했습니다.

아들을 찾은 것을 기념해 가족은 물론 일가 친척들이 모두 한데 모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4년 동안 잃어버린 아들 생각에 춘절을 제대로 보낼 수 없었지만 올해 춘절부터는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졌습니다.

말 그대로 '행복'한 가정이 실현된 것입니다.

■17살 소년, 춘절 앞두고 스스로 목숨 끊어…가족 상봉했지만

1월 24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 싼야에서 17살 소년 류쉐저우가 춘절을 불과 1주일 여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류쉐저우는 생후 3개월이 됐을때 양부모에게 입양됐습니다.
입양 이후 4살까지 양부모 아래에서 자랐지만 4살때 양부모가 사망하면서 친척들 손에 의해 길러졌습니다.

이후 14살 무렵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지난해 12월 꿈에 그리던 친부모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쑨줘의 경우처럼 류쉐저우의 가족 상봉은 아름답거나 감동적이거나 원만한 결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2021년 12월 친부를 상봉한 류쉐저우  (출처: 신경보)
■결혼 예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에 팔려간 아기

류쉐저우는 친부모를 만난 이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류쉐저우가 친부모와 헤어진 것은 길을 잃은 것도, 유괴를 당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던 것입니다.

류쉐저우의 부모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류쉐저우를 낳았습니다.

그리고는 결혼 예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인신매매업자에게 생후 3개월된 류쉐저우를 팔아 넘겼습니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 측에 결혼 예물비용(彩礼,차이리)을 줘야합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수만 위안에서 많게는 백만 위안(약 1억 9천만 원)이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류쉐저우 부모가 인신매매업자로 부터 받은 돈은 불과 6천 위안(약 114만 원) 이었습니다.

인신매매업자는 다시 류쉐저우를 500km떨어진 허베이성 싱타이시에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에게 2만 7천 위안(약 513만 원)을 받고 넘겼습니다.

부모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류쉐저우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는 이후 친부모에게 자신이 살만한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을 벌고 제대로된 거처도 없었던 그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요구였을수도 있습니다.

류쉐저우가 웨이보에 올린 글  “여기가 지금 내가 살고있는 집인데 어떻게 살아요? 이 모든 것은 친부모가 나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을 찾아가서 제 집을 달라고 한게 잘못된 일인가요? 그리고 저는 여러분이 말하는 어른이 아닙니다. 아이입니다. 제 또래의 아이들은  아직도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류쉐저우의 요구를 받아든 친모는 류쉐저우와 대화를 이어가던 위챗( 메신저) 계정을 차단해 버렸습니다.

친모는 친부와 오래전에 이혼했고, 현재 다른 가정을 꾸린 상황에서 류쉐저우와 연락하는 걸 부담으로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류쉐저우에게 학비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류쉐저우가
머물 거처를 마련해주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류쉐저우는 친부모를 아동유괴죄 등으로 고소하기로 했다가 마음을 접고 친부모를 고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친부모는 각각 가정을 꾸렸는데 이복 동생들을 생각해 고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이난성 싼야 해변에 놓은 추모 꽃과 음식들 (출처: 바이두)
■네티즌 '애도' 물결...같은 상봉, 다른 결말

류쉐저우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2,500km 떨어진 곳까지 간 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이 버려지게 된 경위 등으로 인한 충격과 친부모 상봉 뒤 실망감 등이 컸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에 애도하는 중국 네티즌들이 늘고 있습니다.

17년 동안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소년이 친부모를 상봉하고도 비극적인 결과를 맞은 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는 글들이 많습니다.

또한 17살인 류쉐저우가 미성년자이고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했었다며 그가 친부모에게 머물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하는 바람은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는 반응도 어이지고 있습니다. .

더욱이 류쉐저우 부모가 돈을 받고 아들을 판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2월 1일 오늘은 음력 설입니다. 중국에서는 춘절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음력 설처럼 중국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한해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인신매매범에 납치됐다 14년 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온 쑨줘.
부모의 손에 의해 버려졌다 다시 만났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한 류쉐저우.

같은 가족 상봉이었지만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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