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사흘에 하루꼴 ‘휴원’…맞벌이 부부 속앓이

입력 2022.02.02 (09:01) 수정 2022.02.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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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 동안 사흘에 하루꼴 어린이집 ‘휴원’지난 1년여 동안 사흘에 하루꼴 어린이집 ‘휴원’

■ 또 '휴원'…맞벌이 가정 '속앓이'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최다' 타이틀이 붙은지 하루 만에, 다시 '역대 최다'가 붙기도 했습니다.

일상 회복을 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또 방역 고삐를 죄는 상황이 오자, 모두가 고단합니다. 물론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의 낙심이 가장 클 테죠. 이런 생계 문제 같은 게 아니어서 크게 티는 못 내지만, 적잖이 속앓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입니다.

감염병이 확산하자 전북 전주시 모든 어린이집엔 지난 1월 26일부로 휴원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정해진 기한은 없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질 때까지입니다. 지난 1년 동안만 따져봐도 이런 식의 '무기한 휴원'은 벌써 5번째입니다.

'내일부터 쉽니다' 어린이집 공지 문자가 날아들면, 맞벌이 부부는 "내일 애 어떻게 할 거야"를 두고 저녁 식사 토론을 벌입니다.

무기한 휴원 명령이 떨어진 어린이집 ‘긴급보육’은 가능무기한 휴원 명령이 떨어진 어린이집 ‘긴급보육’은 가능

■ 무늬만 휴원?…맞벌이 긴급보육 아이들 북적

그런데 쉰다는 어린이집에 가보니 신발장에 꼬까신들이 가득입니다. 원래 160명 아이들이 다닌다는데, 이날 90명 넘게 등원했다고 합니다. 대부분 맞벌이 부부들이 전날 '저녁 토론' 끝에 긴급보육을 선택하고 맡긴 아이들입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말하길, 일하는 엄마들이 민망함과 불안함이 섞인 얼굴로 나타나 애를 맡기고 직장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집단감염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며 쏟아지는데 '따로 맡길 데는 없고, 어린이집 보내기엔 불안하고' 복잡한 심리 탓입니다.

사실, 이럴 때 쓰라고 마련한 제도가 있긴 합니다. <가족돌봄휴가>입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또는 자녀의 양육으로 인하여 긴급하게 그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 제2항>


■ "가족돌봄휴가 쓸게요"…"혼자 애 키우니?"

두 아이 아빠인 한 직장인도 휴원 명령이 떨어진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출근했습니다. 서류 더미를 들고 바삐 걷는 그에게 '가족돌봄휴가'라도 써보지 그랬냐 물으니, "너 혼자 애 키우냐, 아무래도 눈치 주죠. '아메리칸 마인드'가 못 되잖아요."라고 답합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지만, 실제로 돌봄휴가를 쓸 때 가장 큰 난관은 다름 아닌 '눈치'입니다.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중앙연구원은 '코로나19 속 돌봄 공백'을 주제로 이 문제를 조사했습니다. 직장인 556명에게 물었더니, '자녀돌봄제도'를 썼다가 직장 내 불이익을 당했다는 답변이 무려 55%에 달했습니다.

'자녀돌봄제도'를 쓰면 불이익을 걱정해야 한다는 답변은 57%였습니다. 옆 직원이 당한 걸 봤을 테니 이 수치가 높은 것도 이해됩니다.




이런 '눈치'와 상관없이, 어려움은 또 있습니다. 가족돌봄제도 사용이 자유롭다고 해도, 감염병 위기 탓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 상황이 압도적입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전주시가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을 내린 건 150일이나 되지만, 법에서 정한 돌봄휴가 기간은 연간 10일에 불과한 겁니다.

기본적으로 '무급'이란 점도 사용을 망설이게 하는 대목입니다. 2020년과 2021년엔 추경으로 예산을 잡아 돌봄 휴가 하루에 5만 원씩 줄 때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한시적 지원이었기에 적극적으로 사용을 유도할 순 없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장 좋겠지만, 3년째 이어지는 희대의 감염병 위기는 그리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돌봄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울 묘안을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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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사흘에 하루꼴 ‘휴원’…맞벌이 부부 속앓이
    • 입력 2022-02-02 09:01:05
    • 수정2022-02-02 09:05:20
    취재K
지난 1년여 동안 사흘에 하루꼴 어린이집 ‘휴원’
■ 또 '휴원'…맞벌이 가정 '속앓이'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최다' 타이틀이 붙은지 하루 만에, 다시 '역대 최다'가 붙기도 했습니다.

일상 회복을 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또 방역 고삐를 죄는 상황이 오자, 모두가 고단합니다. 물론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의 낙심이 가장 클 테죠. 이런 생계 문제 같은 게 아니어서 크게 티는 못 내지만, 적잖이 속앓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입니다.

감염병이 확산하자 전북 전주시 모든 어린이집엔 지난 1월 26일부로 휴원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정해진 기한은 없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질 때까지입니다. 지난 1년 동안만 따져봐도 이런 식의 '무기한 휴원'은 벌써 5번째입니다.

'내일부터 쉽니다' 어린이집 공지 문자가 날아들면, 맞벌이 부부는 "내일 애 어떻게 할 거야"를 두고 저녁 식사 토론을 벌입니다.

무기한 휴원 명령이 떨어진 어린이집 ‘긴급보육’은 가능
■ 무늬만 휴원?…맞벌이 긴급보육 아이들 북적

그런데 쉰다는 어린이집에 가보니 신발장에 꼬까신들이 가득입니다. 원래 160명 아이들이 다닌다는데, 이날 90명 넘게 등원했다고 합니다. 대부분 맞벌이 부부들이 전날 '저녁 토론' 끝에 긴급보육을 선택하고 맡긴 아이들입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말하길, 일하는 엄마들이 민망함과 불안함이 섞인 얼굴로 나타나 애를 맡기고 직장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집단감염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며 쏟아지는데 '따로 맡길 데는 없고, 어린이집 보내기엔 불안하고' 복잡한 심리 탓입니다.

사실, 이럴 때 쓰라고 마련한 제도가 있긴 합니다. <가족돌봄휴가>입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또는 자녀의 양육으로 인하여 긴급하게 그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 제2항>


■ "가족돌봄휴가 쓸게요"…"혼자 애 키우니?"

두 아이 아빠인 한 직장인도 휴원 명령이 떨어진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출근했습니다. 서류 더미를 들고 바삐 걷는 그에게 '가족돌봄휴가'라도 써보지 그랬냐 물으니, "너 혼자 애 키우냐, 아무래도 눈치 주죠. '아메리칸 마인드'가 못 되잖아요."라고 답합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지만, 실제로 돌봄휴가를 쓸 때 가장 큰 난관은 다름 아닌 '눈치'입니다.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중앙연구원은 '코로나19 속 돌봄 공백'을 주제로 이 문제를 조사했습니다. 직장인 556명에게 물었더니, '자녀돌봄제도'를 썼다가 직장 내 불이익을 당했다는 답변이 무려 55%에 달했습니다.

'자녀돌봄제도'를 쓰면 불이익을 걱정해야 한다는 답변은 57%였습니다. 옆 직원이 당한 걸 봤을 테니 이 수치가 높은 것도 이해됩니다.




이런 '눈치'와 상관없이, 어려움은 또 있습니다. 가족돌봄제도 사용이 자유롭다고 해도, 감염병 위기 탓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 상황이 압도적입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전주시가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을 내린 건 150일이나 되지만, 법에서 정한 돌봄휴가 기간은 연간 10일에 불과한 겁니다.

기본적으로 '무급'이란 점도 사용을 망설이게 하는 대목입니다. 2020년과 2021년엔 추경으로 예산을 잡아 돌봄 휴가 하루에 5만 원씩 줄 때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한시적 지원이었기에 적극적으로 사용을 유도할 순 없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장 좋겠지만, 3년째 이어지는 희대의 감염병 위기는 그리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돌봄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울 묘안을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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