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손실 메우려 115억 원 횡령…구청은 감사하고도 2년 넘게 몰라

입력 2022.02.0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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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강동구청 7급 공무원 김 모 씨를 수사해온 서울 강동경찰서가 내일(3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합니다.

김 씨는 SH공사가 강동구 자원순환센터(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자금으로 낸 115억 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면서 이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금 횡령을 인정하고, 횡령을 위해 공문서를 조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공금 115억 원 횡령 사건'을 정리해봤습니다.

■ "주식투자 손실 메우려 횡령"…SH공사에서 돈 받은 첫날부터 빼돌려

김 씨는 지난달 26일 열린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에서 "주식투자 손실을 메우려고 공금에 손을 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에 하고 있던 주식투자 손실 때문에 횡령하게 됐다는 겁니다. 공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해 수익이 나면 돈을 다시 돌려놓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범행은 계획적이었습니다. SH공사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115억 원을 보냈는데, SH공사가 처음 돈을 보낸 날인 2019년 12월 18일부터 김 씨는 이 돈을 본인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돈을 받기 전부터 이미 횡령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 씨는 구청 업무용 계좌에 있던 115억 원을 15개월 동안 총 236회에 걸쳐 개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상급자인 것처럼 대리결재"…공문서 9건 조작

횡령을 위해 김 씨는 공문을 위조하거나 허위 공문을 작성하는 등 공문서를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SH공사에서 받는 돈 115억 원을 '출금 불가능한 기금전용 계좌'가 아니라 '출금 가능한 구청 업무용 계좌'로 받기 위해 3차례 SH공사에 공문을 보냈는데, 이 공문을 위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상급자의 아이디 등으로 로그인해 상급자인 것처럼 대신 결재한 뒤 그 공문을 SH공사에 보낸 겁니다.

구청 업무용 계좌의 이체 한도를 '1일 최대 1억 원'에서 '1일 최대 5억 원'으로 늘리기 위해 은행에 보낸 공문도 김 씨가 조작한 것이었습니다.

김 씨는 돈을 빼돌리기 위해 공문서 위조 6건, 허위 공문서 작성 3건 등 총 9건의 공문서를 조작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2년 넘게 몰랐던 강동구청…감사해도 모르고 후임자 3명도 몰라

김 씨는 2019년 12월에 돈을 이체하기 시작해 2021년 2월까지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강동구청은 지난달 22일에야 횡령 혐의를 포착해 23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강동구청에서 횡령 혐의를 처음 알아챈 건 김 씨 이후 김 씨 업무를 맡은 4번째 후임자 이 모 씨였습니다. 김 씨가 지난해 초 부서를 옮긴 뒤 올해 1월까지 김 씨 후임으로 업무를 맡은 전임자는 3명이었지만, 아무도 돈이 사라진 걸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강동구청이 공개한 감사보고서 캡처강동구청이 공개한 감사보고서 캡처

강동구청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11월까지 김 씨의 횡령 범행이 벌어진 ‘자원순환센터 추진단’ 등 12개 부서를 감사했습니다.

구청이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보니 김 씨가 15개월간 돈을 빼돌린 부서도 감사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기감사에도 불구하고, 강동구청은 김 씨의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당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한 강동구청 홈페이지
http://www.gangdong.go.kr/web/newportal/bbs/b_125/60102


■ 사라진 77억 원 행방은?…주식 투자로 대부분 손실

김 씨는 빼돌린 혐의를 받는 115억 원 중 38억 원을 구청 계좌에 되돌려놨습니다. 나머지 77억 원은 사라진 상태입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77억 원을 모두 주식에 투자해 날렸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계좌 압수수색 등을 통해 횡령금 77억 원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경찰 자금추적팀의 조사 결과, 횡령금 상당 부분은 김 씨 진술대로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습니다.

김 씨가 범행 기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증권사에 수수료로 낸 돈만 수천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만큼 주식투자 규모가 컸다는 얘깁니다.

경찰은 김 씨 횡령금이 흘러간 계좌의 명의자인 김 씨 가족 등도 불러 조사할 예정입니다. 또 횡령 피해금 회수를 위해 김 씨의 재산에 대한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도 신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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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 손실 메우려 115억 원 횡령…구청은 감사하고도 2년 넘게 몰라
    • 입력 2022-02-02 13:48:00
    취재K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강동구청 7급 공무원 김 모 씨를 수사해온 서울 강동경찰서가 내일(3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합니다.

김 씨는 SH공사가 강동구 자원순환센터(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자금으로 낸 115억 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면서 이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금 횡령을 인정하고, 횡령을 위해 공문서를 조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공금 115억 원 횡령 사건'을 정리해봤습니다.

■ "주식투자 손실 메우려 횡령"…SH공사에서 돈 받은 첫날부터 빼돌려

김 씨는 지난달 26일 열린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에서 "주식투자 손실을 메우려고 공금에 손을 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에 하고 있던 주식투자 손실 때문에 횡령하게 됐다는 겁니다. 공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해 수익이 나면 돈을 다시 돌려놓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범행은 계획적이었습니다. SH공사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115억 원을 보냈는데, SH공사가 처음 돈을 보낸 날인 2019년 12월 18일부터 김 씨는 이 돈을 본인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돈을 받기 전부터 이미 횡령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 씨는 구청 업무용 계좌에 있던 115억 원을 15개월 동안 총 236회에 걸쳐 개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상급자인 것처럼 대리결재"…공문서 9건 조작

횡령을 위해 김 씨는 공문을 위조하거나 허위 공문을 작성하는 등 공문서를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SH공사에서 받는 돈 115억 원을 '출금 불가능한 기금전용 계좌'가 아니라 '출금 가능한 구청 업무용 계좌'로 받기 위해 3차례 SH공사에 공문을 보냈는데, 이 공문을 위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상급자의 아이디 등으로 로그인해 상급자인 것처럼 대신 결재한 뒤 그 공문을 SH공사에 보낸 겁니다.

구청 업무용 계좌의 이체 한도를 '1일 최대 1억 원'에서 '1일 최대 5억 원'으로 늘리기 위해 은행에 보낸 공문도 김 씨가 조작한 것이었습니다.

김 씨는 돈을 빼돌리기 위해 공문서 위조 6건, 허위 공문서 작성 3건 등 총 9건의 공문서를 조작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2년 넘게 몰랐던 강동구청…감사해도 모르고 후임자 3명도 몰라

김 씨는 2019년 12월에 돈을 이체하기 시작해 2021년 2월까지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강동구청은 지난달 22일에야 횡령 혐의를 포착해 23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강동구청에서 횡령 혐의를 처음 알아챈 건 김 씨 이후 김 씨 업무를 맡은 4번째 후임자 이 모 씨였습니다. 김 씨가 지난해 초 부서를 옮긴 뒤 올해 1월까지 김 씨 후임으로 업무를 맡은 전임자는 3명이었지만, 아무도 돈이 사라진 걸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강동구청이 공개한 감사보고서 캡처
강동구청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11월까지 김 씨의 횡령 범행이 벌어진 ‘자원순환센터 추진단’ 등 12개 부서를 감사했습니다.

구청이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보니 김 씨가 15개월간 돈을 빼돌린 부서도 감사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기감사에도 불구하고, 강동구청은 김 씨의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당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한 강동구청 홈페이지
http://www.gangdong.go.kr/web/newportal/bbs/b_125/60102


■ 사라진 77억 원 행방은?…주식 투자로 대부분 손실

김 씨는 빼돌린 혐의를 받는 115억 원 중 38억 원을 구청 계좌에 되돌려놨습니다. 나머지 77억 원은 사라진 상태입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77억 원을 모두 주식에 투자해 날렸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계좌 압수수색 등을 통해 횡령금 77억 원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경찰 자금추적팀의 조사 결과, 횡령금 상당 부분은 김 씨 진술대로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습니다.

김 씨가 범행 기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증권사에 수수료로 낸 돈만 수천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만큼 주식투자 규모가 컸다는 얘깁니다.

경찰은 김 씨 횡령금이 흘러간 계좌의 명의자인 김 씨 가족 등도 불러 조사할 예정입니다. 또 횡령 피해금 회수를 위해 김 씨의 재산에 대한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도 신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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