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기 두뇌 발달에 영향? “저소득 산모에게 지원금 더 줬더니…”

입력 2022.02.02 (17:27) 수정 2022.02.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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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2022.01.24.)뉴욕타임스(2022.01.24.)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보다 두뇌가 더 잘 발달할까요?

지능과 같은 유전적인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양질의 다양한 사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넉넉한 가정에서 아이가 아무래도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일 것이라는 생각은 많이들 하실 겁니다.

실제로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이 낮은 인지 능력으로 학업을 시작하고, 그 빈곤의 차이가 대뇌 피질의 크기와 같은 뇌 구조와 언어 발달 등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신경학적 증거나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기도 한데요,

최근엔 뉴욕타임스가 "아이의 생애 초기 '가난'과 두뇌 발달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를 기사로 다뤄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소득 산모에게 지원금 더 줬더니 아기의 두뇌 발달에 영향"

기사에 소개된 연구 프로젝트 이름은 'Baby's First Years(아기의 첫 해)'입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내과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인 킴벌리 노블 박사가 주도한 미국 6개 대학 연구진은 미니애폴리스-세인트 폴, 뉴올리언스, 뉴욕, 오마하 등 4개 대도시의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 1,000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모자가 속한 가정의 연간 평균 수입은 약 2만 달러(우리 돈 약 2, 400만 원)로 공식적인 빈곤층의 평균 수입보다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대상 가정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눈 뒤 출산 직후부터 1년간 한쪽엔 매달 가계 수입의 약 20%에 해당하는 333달러(우리 돈 약 40만 원)를, 나머지 절반엔 20달러(우리 돈 약 24,000원)를 지원했습니다. 돈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러고는 아기들이 만 1살이 됐을 때 뇌파 검사를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 두뇌 활동이 더 활발한 경우가 더 지원이 많은 집단의 아기들에게서 20%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킴벌리 노블 박사는 이 결과를 두고 "돈 자체가 유아의 두뇌 발달에 인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동 연구자인 위스콘신대 빈곤연구소 캐서린 매그너슨 소장은 "생후 1년 치의 도움이 두뇌 발달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뇌가 환경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신경학자인 마르타 파라는 "그다지 많지 않은 양의 지원금이라도 더 나은 두뇌 발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큰 과학적 발견"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평가했습니다.

■ "정부의 사회 안전망 정책 입안에 있어 큰 의미"

뉴욕타임스는 이 연구가 더 강한 인지 발달과 관련된 방식으로 아기의 두뇌 활동을 변화시킨 것으로, 사회 안전망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큰 발견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지난달 미국에서 관련 예산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아동당 월 최고 3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하는 한시적인 아동 보조금 정책이 만료됐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 빈곤을 경험하면 성인이 됐을 때 잠깐이라도 소득이 낮아지거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강조하는 쪽과, 무조건 현금을 지원하다 보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아 장기 빈곤으로 이어지니 구직에 따른 인센티브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중입니다.

이번 연구는 부모의 직업 유무나 노동 상태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원금을 제공했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연구 대상인 아기들이 4살이 될 때까지 계속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하버드대 찰스 넬슨 연구원은 아기들이 추후 인지능력 테스트를 받기 전까지는 지원금의 효과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번 연구가 획기적일 수 있으며 정책 입안자라면 여기에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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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이 아기 두뇌 발달에 영향? “저소득 산모에게 지원금 더 줬더니…”
    • 입력 2022-02-02 17:27:46
    • 수정2022-02-02 17: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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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2022.01.24.)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보다 두뇌가 더 잘 발달할까요?

지능과 같은 유전적인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양질의 다양한 사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넉넉한 가정에서 아이가 아무래도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일 것이라는 생각은 많이들 하실 겁니다.

실제로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이 낮은 인지 능력으로 학업을 시작하고, 그 빈곤의 차이가 대뇌 피질의 크기와 같은 뇌 구조와 언어 발달 등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신경학적 증거나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기도 한데요,

최근엔 뉴욕타임스가 "아이의 생애 초기 '가난'과 두뇌 발달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를 기사로 다뤄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소득 산모에게 지원금 더 줬더니 아기의 두뇌 발달에 영향"

기사에 소개된 연구 프로젝트 이름은 'Baby's First Years(아기의 첫 해)'입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내과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인 킴벌리 노블 박사가 주도한 미국 6개 대학 연구진은 미니애폴리스-세인트 폴, 뉴올리언스, 뉴욕, 오마하 등 4개 대도시의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 1,000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모자가 속한 가정의 연간 평균 수입은 약 2만 달러(우리 돈 약 2, 400만 원)로 공식적인 빈곤층의 평균 수입보다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대상 가정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눈 뒤 출산 직후부터 1년간 한쪽엔 매달 가계 수입의 약 20%에 해당하는 333달러(우리 돈 약 40만 원)를, 나머지 절반엔 20달러(우리 돈 약 24,000원)를 지원했습니다. 돈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러고는 아기들이 만 1살이 됐을 때 뇌파 검사를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 두뇌 활동이 더 활발한 경우가 더 지원이 많은 집단의 아기들에게서 20%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킴벌리 노블 박사는 이 결과를 두고 "돈 자체가 유아의 두뇌 발달에 인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동 연구자인 위스콘신대 빈곤연구소 캐서린 매그너슨 소장은 "생후 1년 치의 도움이 두뇌 발달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뇌가 환경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신경학자인 마르타 파라는 "그다지 많지 않은 양의 지원금이라도 더 나은 두뇌 발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큰 과학적 발견"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평가했습니다.

■ "정부의 사회 안전망 정책 입안에 있어 큰 의미"

뉴욕타임스는 이 연구가 더 강한 인지 발달과 관련된 방식으로 아기의 두뇌 활동을 변화시킨 것으로, 사회 안전망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큰 발견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지난달 미국에서 관련 예산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아동당 월 최고 3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하는 한시적인 아동 보조금 정책이 만료됐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 빈곤을 경험하면 성인이 됐을 때 잠깐이라도 소득이 낮아지거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강조하는 쪽과, 무조건 현금을 지원하다 보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아 장기 빈곤으로 이어지니 구직에 따른 인센티브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중입니다.

이번 연구는 부모의 직업 유무나 노동 상태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원금을 제공했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연구 대상인 아기들이 4살이 될 때까지 계속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하버드대 찰스 넬슨 연구원은 아기들이 추후 인지능력 테스트를 받기 전까지는 지원금의 효과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번 연구가 획기적일 수 있으며 정책 입안자라면 여기에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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