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혜경 측, 경기도 법인카드 ‘바꿔치기 결제’…사적 유용 의혹

입력 2022.02.02 (18:52) 수정 2022.02.0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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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 측이 경기도 비서실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KBS는 김 씨 수행팀이 관련 회계 규정을 피하려 개인카드로 선결제를 했다가 이를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재결제 하는 등 편법 사용해 왔다는 제보를 받아, 이를 검증했습니다.

현재 김 씨에게는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개인 비서처럼 수행하는 도청 공무원들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직원 배 모 씨가, 제보자인 비서실 소속 직원 A 씨에게 소고기 구입 심부름을 지시한 텔레그램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직원 배 모 씨가, 제보자인 비서실 소속 직원 A 씨에게 소고기 구입 심부름을 지시한 텔레그램

■ "소고기 안심 포장해서 수내동으로 이동하라"

경기도청 비서실 전 직원 A 씨(7급)는 최근 KBS에 총무과 소속 배 모 씨(5급)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나눈 텔레그램 대화, 전화 녹음 등을 제보해 왔습니다.

지난해 4월 13일, 텔레그램 내용을 보면 배 씨는 A 씨에게 "고깃집에 소고기 안심 4팩을 이야기해 놓았다. 가격표 떼고 랩 씌워서 아이스박스에 넣어달라고 하라"며 이어 "수내로 이동하라"고 돼 있습니다.

'수내'는 이재명 후보의 아파트가 있는 성남시 수내동으로, 김 씨가 있는 자택을 의미합니다.

현재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활동에 공무원 수행이나 의전 지원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KBS가 식당에서 확인한 재발행 영수증에 A 씨의 개인 카드 결제 내역과, 취소 후 경기도 법인 카드 결제 내역이 나와있다.KBS가 식당에서 확인한 재발행 영수증에 A 씨의 개인 카드 결제 내역과, 취소 후 경기도 법인 카드 결제 내역이 나와있다.

■ 식당서 '카드 바꿔치기' 영수증 확인

비서실 직원 A 씨는 이런 방식으로 김혜경 씨의 찬거리와 식사를 경기도 공금으로 산 뒤 집까지 배달해 왔다고 주장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 카드를 먼저 사용해 결제한 뒤 나중에 법인 카드로 재결제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KBS가 확보한 A 씨의 카드 내역을 보면 위의 텔레그램 지시가 있던 날, A 씨는 개인 카드로 고깃값 11만 8천 원을 결제한 뒤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비서실 법인 카드로 다시 결제했습니다.

해당 식당에서 직접 확인한 재발행 영수증을 보면, 4월 14일 점심시간인 12시 40분쯤, 11만 8천 원 상당의 A 씨 카드 내역을 취소하고, 1분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같은 금액을 결제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 씨는 A 씨에게 "내가 선결제 후 법인 카드로 결제('카드깡'으로 표현)했을 때도 그게 20만 원이 넘은 적이 없다"며 그동안의 관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총무실 소속 배 모 씨가 직원 A 씨에게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를 비우기 하루 전, 김 씨의 식사 심부름을 지시하는 텔레그램총무실 소속 배 모 씨가 직원 A 씨에게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를 비우기 하루 전, 김 씨의 식사 심부름을 지시하는 텔레그램

■ A 씨 "이 후보 경기도 비웠을 때도 김혜경 씨 식사 심부름"

또한, A 씨는 이 후보가 일정상 경기도를 비웠을 때도 김 씨의 식사 심부름을 지시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6월 16일, 이 후보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회동을 위해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기 하루 전에도 총무과 소속 배 모 씨는 김혜경 씨를 위한 초밥 심부름을 요청했습니다.

A 씨가 배 씨와 주고 받은 텔레그램을 보면, 배 씨가 "내일 샐러드 3개 초밥 회덮밥 오후에"라고 지시하고, 이어진 통화에서 또한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A 씨는 "그러면 이야기했던 초밥집에 가서 결제를 카드 가져다 하고, 재결재하고 나서 올리겠다"고 답하며 자신의 개인 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이후에 법인 카드로 다시 결제하는 일이 반복된 정황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 두 사람의 9개월 치 통화 녹음에는 이렇게 카드를 바꿔 결제하는 내용이 열 차례 넘게 등장합니다.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지자체의 법인 카드는 업무자의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공휴일이나 주말, 비정상 시간대 사용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 배 씨, "모든 책임은 저에게"

이와 관련해 배 씨는 오늘(2일) "경 기도 별정직 비서 A 씨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당사자인 A 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배 씨는 이 글에서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 씨에게 요구했다"면서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혜경 씨를 위해 대리 처방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면서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제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 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며 살겠다"면서 "다시 한번 저의 일로 상처받은 많은 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김혜경 씨와 관련한 의전 비서 채용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현장 취재와 심층 보도는 오늘 밤 KBS 뉴스9에서 이어집니다.

■ 김혜경 "저의 불찰…상시 조력 받지는 않아"

배 씨의 입장문이 나온 뒤 김혜경 씨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송구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김 씨는 이 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모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면서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으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혜경 씨와 관련한 의전 비서 채용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검증 보도는 오늘 밤 KBS 뉴스9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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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김혜경 측, 경기도 법인카드 ‘바꿔치기 결제’…사적 유용 의혹
    • 입력 2022-02-02 18:52:54
    • 수정2022-02-02 22:21:14
    취재K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 측이 경기도 비서실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KBS는 김 씨 수행팀이 관련 회계 규정을 피하려 개인카드로 선결제를 했다가 이를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재결제 하는 등 편법 사용해 왔다는 제보를 받아, 이를 검증했습니다.

현재 김 씨에게는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개인 비서처럼 수행하는 도청 공무원들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직원 배 모 씨가, 제보자인 비서실 소속 직원 A 씨에게 소고기 구입 심부름을 지시한 텔레그램
■ "소고기 안심 포장해서 수내동으로 이동하라"

경기도청 비서실 전 직원 A 씨(7급)는 최근 KBS에 총무과 소속 배 모 씨(5급)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나눈 텔레그램 대화, 전화 녹음 등을 제보해 왔습니다.

지난해 4월 13일, 텔레그램 내용을 보면 배 씨는 A 씨에게 "고깃집에 소고기 안심 4팩을 이야기해 놓았다. 가격표 떼고 랩 씌워서 아이스박스에 넣어달라고 하라"며 이어 "수내로 이동하라"고 돼 있습니다.

'수내'는 이재명 후보의 아파트가 있는 성남시 수내동으로, 김 씨가 있는 자택을 의미합니다.

현재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활동에 공무원 수행이나 의전 지원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KBS가 식당에서 확인한 재발행 영수증에 A 씨의 개인 카드 결제 내역과, 취소 후 경기도 법인 카드 결제 내역이 나와있다.
■ 식당서 '카드 바꿔치기' 영수증 확인

비서실 직원 A 씨는 이런 방식으로 김혜경 씨의 찬거리와 식사를 경기도 공금으로 산 뒤 집까지 배달해 왔다고 주장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 카드를 먼저 사용해 결제한 뒤 나중에 법인 카드로 재결제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KBS가 확보한 A 씨의 카드 내역을 보면 위의 텔레그램 지시가 있던 날, A 씨는 개인 카드로 고깃값 11만 8천 원을 결제한 뒤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비서실 법인 카드로 다시 결제했습니다.

해당 식당에서 직접 확인한 재발행 영수증을 보면, 4월 14일 점심시간인 12시 40분쯤, 11만 8천 원 상당의 A 씨 카드 내역을 취소하고, 1분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같은 금액을 결제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 씨는 A 씨에게 "내가 선결제 후 법인 카드로 결제('카드깡'으로 표현)했을 때도 그게 20만 원이 넘은 적이 없다"며 그동안의 관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총무실 소속 배 모 씨가 직원 A 씨에게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를 비우기 하루 전, 김 씨의 식사 심부름을 지시하는 텔레그램
■ A 씨 "이 후보 경기도 비웠을 때도 김혜경 씨 식사 심부름"

또한, A 씨는 이 후보가 일정상 경기도를 비웠을 때도 김 씨의 식사 심부름을 지시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6월 16일, 이 후보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회동을 위해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기 하루 전에도 총무과 소속 배 모 씨는 김혜경 씨를 위한 초밥 심부름을 요청했습니다.

A 씨가 배 씨와 주고 받은 텔레그램을 보면, 배 씨가 "내일 샐러드 3개 초밥 회덮밥 오후에"라고 지시하고, 이어진 통화에서 또한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A 씨는 "그러면 이야기했던 초밥집에 가서 결제를 카드 가져다 하고, 재결재하고 나서 올리겠다"고 답하며 자신의 개인 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이후에 법인 카드로 다시 결제하는 일이 반복된 정황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 두 사람의 9개월 치 통화 녹음에는 이렇게 카드를 바꿔 결제하는 내용이 열 차례 넘게 등장합니다.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지자체의 법인 카드는 업무자의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공휴일이나 주말, 비정상 시간대 사용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 배 씨, "모든 책임은 저에게"

이와 관련해 배 씨는 오늘(2일) "경 기도 별정직 비서 A 씨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당사자인 A 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배 씨는 이 글에서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 씨에게 요구했다"면서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혜경 씨를 위해 대리 처방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면서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제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 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며 살겠다"면서 "다시 한번 저의 일로 상처받은 많은 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김혜경 씨와 관련한 의전 비서 채용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현장 취재와 심층 보도는 오늘 밤 KBS 뉴스9에서 이어집니다.

■ 김혜경 "저의 불찰…상시 조력 받지는 않아"

배 씨의 입장문이 나온 뒤 김혜경 씨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송구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김 씨는 이 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모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면서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으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혜경 씨와 관련한 의전 비서 채용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검증 보도는 오늘 밤 KBS 뉴스9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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