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에 유엔 안보리 4일 개최…러시아·중국 또 제동 걸까

입력 2022.02.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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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오는 4일(현지시각) 북한의 최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관한 비공개회의를 연다고 러시아 타스·스푸트니크 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는데,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도발이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5일과 11일엔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같은 달 14일과 17일, 27일엔 각각 단거리탄도미사일인 KN-23과 KN-24를 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비행 사거리와 상관 없이 모두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4일 회의에서는 지난 달 미국이 추진했던 북한 국적 인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지난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에 대한 독자 제재 방안을 시행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탈환하려 할 경우 나토와 전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탈환하려 할 경우 나토와 전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연합뉴스)

■ 미국은 3일 개최 요청했으나 하루 미뤄져…"중·러, 이번에도 대북제재 반대할 것"

당초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현지시간 3일 안보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긴급회의를 열 것을 요청했지만 이보다 하루 늦게 회의가 잡혔습니다.

날짜가 미뤄진 것은 2월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러시아의 결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안보리 의장국이 회의 개최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서방국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앞서 두 나라는 지난해 10월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오히려 완화하자는 취지의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고, 지난달 20일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북한 국적자 5명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 추진도 반대하며 논의를 보류시켰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대북제재에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더구나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까지 걸려있어 또 다시 안보리 회의에서 아무 결정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달 30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아니니,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가 더욱 대북제재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다.(사진 조선중앙통신)북한이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다.(사진 조선중앙통신)

■ 북한매체 "조선의 모습은 5년 전과 다르다"…'신냉전' 언급

점차 구조화되는 '미 vs 중'·'미 vs 러' 갈등으로, 이제 유엔 차원에서의 대북 대응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각각 미국과의 갈등은 심화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어느 때보다도 밀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전례없는 수준"이라면서 두 나라가 유엔 헌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제법체계의 쇠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일 북한의 선전매체가 '신냉전'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의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에 기인하는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고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무는 현 정세 하에서 조선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공동전선이 더욱 다져지는 형세"라고 진단하면서 "조선의 모습은 5년 전과 다르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자국을 둘러싼 국제질서가 크게 변화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북한이 스스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 당시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5년 전과는 달리 유엔 상임이사국들은 이제 북한 문제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 vs 중'·'미 vs 러' 갈등의 틈새에서 전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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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미사일에 유엔 안보리 4일 개최…러시아·중국 또 제동 걸까
    • 입력 2022-02-03 10:59:22
    세계는 지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오는 4일(현지시각) 북한의 최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관한 비공개회의를 연다고 러시아 타스·스푸트니크 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는데,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도발이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5일과 11일엔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같은 달 14일과 17일, 27일엔 각각 단거리탄도미사일인 KN-23과 KN-24를 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비행 사거리와 상관 없이 모두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4일 회의에서는 지난 달 미국이 추진했던 북한 국적 인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지난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에 대한 독자 제재 방안을 시행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탈환하려 할 경우 나토와 전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연합뉴스)
■ 미국은 3일 개최 요청했으나 하루 미뤄져…"중·러, 이번에도 대북제재 반대할 것"

당초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현지시간 3일 안보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긴급회의를 열 것을 요청했지만 이보다 하루 늦게 회의가 잡혔습니다.

날짜가 미뤄진 것은 2월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러시아의 결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안보리 의장국이 회의 개최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서방국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앞서 두 나라는 지난해 10월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오히려 완화하자는 취지의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고, 지난달 20일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북한 국적자 5명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 추진도 반대하며 논의를 보류시켰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대북제재에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더구나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까지 걸려있어 또 다시 안보리 회의에서 아무 결정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달 30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아니니,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가 더욱 대북제재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다.(사진 조선중앙통신)
■ 북한매체 "조선의 모습은 5년 전과 다르다"…'신냉전' 언급

점차 구조화되는 '미 vs 중'·'미 vs 러' 갈등으로, 이제 유엔 차원에서의 대북 대응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각각 미국과의 갈등은 심화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어느 때보다도 밀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전례없는 수준"이라면서 두 나라가 유엔 헌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제법체계의 쇠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일 북한의 선전매체가 '신냉전'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의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에 기인하는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고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무는 현 정세 하에서 조선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공동전선이 더욱 다져지는 형세"라고 진단하면서 "조선의 모습은 5년 전과 다르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자국을 둘러싼 국제질서가 크게 변화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북한이 스스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 당시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5년 전과는 달리 유엔 상임이사국들은 이제 북한 문제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 vs 중'·'미 vs 러' 갈등의 틈새에서 전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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