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턱에서 다시 겨울…‘입춘 한파’ 원인은?

입력 2022.02.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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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일)은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입니다.

그런데 봄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한파가 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입춘 한파'입니다.

우리 속담에 "입춘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도 있죠. 마음은 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입춘 무렵 빠짐없이 찾아오는 '입춘 한파'를 잘 설명해주는 말들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입춘 한파'. 원인은 뭐고, 언제까지 계속될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매서운 '입춘 한파', 왜?

아래 그림(500hPa 지위고도)을 보면, 우리나라 북동쪽 캄차카 반도와 베링해 부근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저기압'(L)이 널찍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를 동반하고 있는 상층 저기압인데, 며칠째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저기압의 '블로킹' 때문에 우리나라에 매서운 '입춘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기압이 동반한 시계 반대 방향의 바람을 따라 북극 상공에서 영하 40도 이하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밀려 내려오고 있는 겁니다.

'저기압의 블로킹'? 생소한 말이죠?

블로킹은 쉽게 말해 교통 정체처럼 대기의 흐름이 꽉 막혀서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현재 베링해 동쪽, 북미 서부에는 거대한 기압능(온난한 성질의 안정된 공기 덩어리)이 머물고 있습니다. 이 기압능이 오래 정체하면서 연쇄적으로 우리나라 북동쪽에 자리 잡은 저기압까지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북미발 기압능 정체는 다음 주 월요일(7일)쯤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입춘 한파는 사나흘 정도 더 지속되다 누그러지겠습니다.

■ 올해 '입춘 한파' 얼마나 춥나?

이번 주말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대관령이나 춘천, 철원 등 강원 내륙은 영하 15도 아래로 내려가겠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찾아오는 '입춘 한파'.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서울의 2월 최저기온이 가장 낮았던 해는 1913년과 1910년이었습니다. 두 해 모두 영하 19.6도로 영하 20도에 육박했는데요. 과거의 서울은 지금의 강원도 철원이나 대관령과 맞먹을 정도로 추웠습니다.

2000년 이후 기록만 보면 서울의 2월 최저기온이 가장 낮았던 해는 2012년입니다. 그해 2월 2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7.1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의 2월 최저기온의 평년값(30년 평균)이 '영하 3.2도'니까 그해, 얼마나 추웠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기록이 세워질 정도는 아니지만, 영하 15도 안팎까지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평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건강에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또 "입춘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속담처럼 '농작물 냉해 피해'에도 단단히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한파가 마지막 추위가 될 수 있을까요? 1월 말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답을 찾아 보겠습니다.

일단 2월은 평년과 비슷한 기온 분포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일시적으로 찬 공기의 영향을 받으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날도 있겠습니다. 또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세력 다툼을 하면서 기온의 변동 폭도 커질 수 있습니다.

3월에는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물러가고 온난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겠습니다. 기온은 평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보됐는데요. 4월 들어서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기온이 나타날 거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 점점 뜨거워지는 '입춘'…'24절기' 대혼란

우리나라 24절기 기온 변화_자료: 기상청우리나라 24절기 기온 변화_자료: 기상청

입춘은 설이 지나고 찾아오는 새해 첫 번째 절기입니다. 그런데 입춘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역시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는 우리나라 24절기의 기온 변화를 나타낸 것입니다. 파란색은 과거 30년간, 빨간색은 최근 30년간 평균기온입니다. 그런데 입춘을 포함한 1년 24절기 모두 빨간색 그래프(최근 기온)가 파란색(과거 기온)보다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입춘의 경우 과거 30년(영하 0.7도)에서 최근 30년(1.0도)으로 오면서 '1.7도'나 상승했습니다. 온난화에 "과거 장독을 깬다던 입춘 추위"는 어쩌면 앞으로 사라지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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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문턱에서 다시 겨울…‘입춘 한파’ 원인은?
    • 입력 2022-02-04 06:01:09
    취재K

오늘(4일)은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입니다.

그런데 봄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한파가 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입춘 한파'입니다.

우리 속담에 "입춘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도 있죠. 마음은 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입춘 무렵 빠짐없이 찾아오는 '입춘 한파'를 잘 설명해주는 말들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입춘 한파'. 원인은 뭐고, 언제까지 계속될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매서운 '입춘 한파', 왜?

아래 그림(500hPa 지위고도)을 보면, 우리나라 북동쪽 캄차카 반도와 베링해 부근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저기압'(L)이 널찍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를 동반하고 있는 상층 저기압인데, 며칠째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저기압의 '블로킹' 때문에 우리나라에 매서운 '입춘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기압이 동반한 시계 반대 방향의 바람을 따라 북극 상공에서 영하 40도 이하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밀려 내려오고 있는 겁니다.

'저기압의 블로킹'? 생소한 말이죠?

블로킹은 쉽게 말해 교통 정체처럼 대기의 흐름이 꽉 막혀서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현재 베링해 동쪽, 북미 서부에는 거대한 기압능(온난한 성질의 안정된 공기 덩어리)이 머물고 있습니다. 이 기압능이 오래 정체하면서 연쇄적으로 우리나라 북동쪽에 자리 잡은 저기압까지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북미발 기압능 정체는 다음 주 월요일(7일)쯤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입춘 한파는 사나흘 정도 더 지속되다 누그러지겠습니다.

■ 올해 '입춘 한파' 얼마나 춥나?

이번 주말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대관령이나 춘천, 철원 등 강원 내륙은 영하 15도 아래로 내려가겠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찾아오는 '입춘 한파'.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서울의 2월 최저기온이 가장 낮았던 해는 1913년과 1910년이었습니다. 두 해 모두 영하 19.6도로 영하 20도에 육박했는데요. 과거의 서울은 지금의 강원도 철원이나 대관령과 맞먹을 정도로 추웠습니다.

2000년 이후 기록만 보면 서울의 2월 최저기온이 가장 낮았던 해는 2012년입니다. 그해 2월 2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7.1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의 2월 최저기온의 평년값(30년 평균)이 '영하 3.2도'니까 그해, 얼마나 추웠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기록이 세워질 정도는 아니지만, 영하 15도 안팎까지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평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건강에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또 "입춘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속담처럼 '농작물 냉해 피해'에도 단단히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한파가 마지막 추위가 될 수 있을까요? 1월 말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답을 찾아 보겠습니다.

일단 2월은 평년과 비슷한 기온 분포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일시적으로 찬 공기의 영향을 받으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날도 있겠습니다. 또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세력 다툼을 하면서 기온의 변동 폭도 커질 수 있습니다.

3월에는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물러가고 온난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겠습니다. 기온은 평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보됐는데요. 4월 들어서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기온이 나타날 거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 점점 뜨거워지는 '입춘'…'24절기' 대혼란

우리나라 24절기 기온 변화_자료: 기상청
입춘은 설이 지나고 찾아오는 새해 첫 번째 절기입니다. 그런데 입춘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역시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는 우리나라 24절기의 기온 변화를 나타낸 것입니다. 파란색은 과거 30년간, 빨간색은 최근 30년간 평균기온입니다. 그런데 입춘을 포함한 1년 24절기 모두 빨간색 그래프(최근 기온)가 파란색(과거 기온)보다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입춘의 경우 과거 30년(영하 0.7도)에서 최근 30년(1.0도)으로 오면서 '1.7도'나 상승했습니다. 온난화에 "과거 장독을 깬다던 입춘 추위"는 어쩌면 앞으로 사라지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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