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토론이 쏘아올린 ‘택소노미’…원전은 친환경? 반환경?

입력 2022.02.04 (16:44) 수정 2022.02.0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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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EU '택소노미'라고 하는 새로운 제도가 논의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원전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고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 아니, EU 뭐라는 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좀 가르쳐 주시고요.

어제(3일) 열린 여야 대선 후보 4인의 첫 TV토론. 일자리·성장 분야 주도권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택소노미'와 관련해 원전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윤 후보는 '택소노미'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가르쳐 달라고 말했는데요.

토론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택소노미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 정도는 상식이다" 등 엇갈린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그렇다면 이 후보가 말한 '택소노미'는 무엇일까요?

■ 택소노미(taxonomy)란?

택소노미는 어떤 산업이나 기업 활동이 친환경인지 구분해주는 일종의 사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말로는 '녹색분류체계'라고도 하는데요.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와 산업은 친환경 투자나 대출을 원하는 자본으로부터 자금 확보가 쉬워집니다. 반대로 택소노미에서 제외되면 투자나 대출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2020년 6월 유럽연합(EU)이 택소노미를 처음 공개했고, 지난해 말 우리 정부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했습니다.

K-택소노미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바로 '원전'과 'LNG'였는데요.

원자력 업계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기후·환경단체들은 LNG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건, 화석연료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논란 속에 LNG가 탄소 중립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이라며 우선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K-택소노미에 포함 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연관기사] 환경부는 ‘화석연료 LNG’에 왜 ‘녹색칠’을 했을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61024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을 감안했다"면서도 "EU 등 국제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향후 추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EU "원전, 천연가스는 친환경" …택소노미 규정안 확정 발의

첫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각 당 후보들은 '원자력 발전'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원전을)우리나라는 어디에 지을 것이냐, 핵폐기물(사용 후 핵연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주요 의제"라면서 "이 두가지가 해결이 안 되면 녹색 에너지로 분류가 안 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신재생에너지만 가지고 2050년에 탄소 중립과 산업경쟁력이 유지가 되느냐"고 맞받았습니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EU가 원전을 그린 에너지(택소노미)로 인정한 거 아니냐고 묻자, 이 후보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응수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원전 문제에 대해서 과격하게 무조건 문재인 정부 반대로 이렇게 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마저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 EU 택소노미가 지금 원전을 그린 에너지로 인정한 거 아닙니까?

이재명 : 아니요. 조건이 붙어 있어요.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현지시각 2일 원자력과 LNG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규정안을 확정해 발의했습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해 말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원전과 LNG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초안을 회원국에 배포했습니다. 초안을 두고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일부 투자자 등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E U 집행위는 원안을 거의 유지했습니다.

다만, EU 집행위는 원전과 LNG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 달았습니다.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와 예산, 운영 계획이 있어야 택소노미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LNG 발전도 1킬로와트시(kWh)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 법인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EU가 제시한 원자력과 LNG 발전의 친환경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윤 변호사는 "원자력은 핵폐기물 처리장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LNG 발전도 친환경 조건을 맞추려면 LNG와 함께 암모니아 혹은 수소 등과 함께 태우거나 열병합을 해야하는데, 이에 맞는 암모니아와 수소를 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규정안은 EU 회원국과 EU 의회에서 공식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고, 승인된다면 2023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반 원전' 입장을 고수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K-택소노미 영향은?

EU의 결정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오늘(4일) 논평을 내고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 의견에도 EU가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 원자력 발전을 녹색 기술에 포함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은 "EU 규정안은 (기존보다) 강화된 원전 안전성 개선과 핵폐기물 처분책임 방침이 반영되어 있다"면서 "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국내 원자력계가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고강도 방침"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EU 최종안의 맥락과 내용을 검토하고, 국내 녹색분류체계의 일관성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EU 안을 검토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EU에) 질의서를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원전에 대한 친환경 논란, 앞으로 더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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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후보 토론이 쏘아올린 ‘택소노미’…원전은 친환경? 반환경?
    • 입력 2022-02-04 16:44:02
    • 수정2022-02-04 22:48:22
    취재K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EU '택소노미'라고 하는 새로운 제도가 논의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원전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고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 아니, EU 뭐라는 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좀 가르쳐 주시고요.

어제(3일) 열린 여야 대선 후보 4인의 첫 TV토론. 일자리·성장 분야 주도권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택소노미'와 관련해 원전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윤 후보는 '택소노미'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가르쳐 달라고 말했는데요.

토론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택소노미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 정도는 상식이다" 등 엇갈린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그렇다면 이 후보가 말한 '택소노미'는 무엇일까요?

■ 택소노미(taxonomy)란?

택소노미는 어떤 산업이나 기업 활동이 친환경인지 구분해주는 일종의 사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말로는 '녹색분류체계'라고도 하는데요.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와 산업은 친환경 투자나 대출을 원하는 자본으로부터 자금 확보가 쉬워집니다. 반대로 택소노미에서 제외되면 투자나 대출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2020년 6월 유럽연합(EU)이 택소노미를 처음 공개했고, 지난해 말 우리 정부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했습니다.

K-택소노미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바로 '원전'과 'LNG'였는데요.

원자력 업계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기후·환경단체들은 LNG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건, 화석연료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논란 속에 LNG가 탄소 중립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이라며 우선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K-택소노미에 포함 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연관기사] 환경부는 ‘화석연료 LNG’에 왜 ‘녹색칠’을 했을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61024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을 감안했다"면서도 "EU 등 국제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향후 추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EU "원전, 천연가스는 친환경" …택소노미 규정안 확정 발의

첫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각 당 후보들은 '원자력 발전'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원전을)우리나라는 어디에 지을 것이냐, 핵폐기물(사용 후 핵연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주요 의제"라면서 "이 두가지가 해결이 안 되면 녹색 에너지로 분류가 안 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신재생에너지만 가지고 2050년에 탄소 중립과 산업경쟁력이 유지가 되느냐"고 맞받았습니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EU가 원전을 그린 에너지(택소노미)로 인정한 거 아니냐고 묻자, 이 후보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응수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원전 문제에 대해서 과격하게 무조건 문재인 정부 반대로 이렇게 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마저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 EU 택소노미가 지금 원전을 그린 에너지로 인정한 거 아닙니까?

이재명 : 아니요. 조건이 붙어 있어요.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현지시각 2일 원자력과 LNG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규정안을 확정해 발의했습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해 말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원전과 LNG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초안을 회원국에 배포했습니다. 초안을 두고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일부 투자자 등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E U 집행위는 원안을 거의 유지했습니다.

다만, EU 집행위는 원전과 LNG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 달았습니다.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와 예산, 운영 계획이 있어야 택소노미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LNG 발전도 1킬로와트시(kWh)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 법인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EU가 제시한 원자력과 LNG 발전의 친환경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윤 변호사는 "원자력은 핵폐기물 처리장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LNG 발전도 친환경 조건을 맞추려면 LNG와 함께 암모니아 혹은 수소 등과 함께 태우거나 열병합을 해야하는데, 이에 맞는 암모니아와 수소를 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규정안은 EU 회원국과 EU 의회에서 공식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고, 승인된다면 2023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반 원전' 입장을 고수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K-택소노미 영향은?

EU의 결정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오늘(4일) 논평을 내고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 의견에도 EU가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 원자력 발전을 녹색 기술에 포함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은 "EU 규정안은 (기존보다) 강화된 원전 안전성 개선과 핵폐기물 처분책임 방침이 반영되어 있다"면서 "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국내 원자력계가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고강도 방침"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EU 최종안의 맥락과 내용을 검토하고, 국내 녹색분류체계의 일관성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EU 안을 검토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EU에) 질의서를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원전에 대한 친환경 논란, 앞으로 더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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