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전처 의식불명 다음날 ‘혼인 신고서’ 위조한 남편

입력 2022.02.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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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혼인과 같은 가족관계 발생·변동 사항을 등록하기 위해선 관청에 혼인신고를 해야 하죠.

그러려면 당사자의 성명ㆍ출생연월일ㆍ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 등을 적은 '혼인 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혼인 신고서는 공문서일까요, 사문서일까요? 이를 위조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와 관련된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전처 '의식불명' 들은 다음날…구청에 '나홀로 재혼' 신고

아내와 오래전 이혼한 남성 A 씨.

2020년 5월, 전처 B씨가 사고로 의식불명이 됐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A 씨는 소식을 들은 다음날, 서울의 한 구청에서 B 씨와의 혼인신고서를 작성했습니다. B씨와 이른바 재결합, 재혼을 하는 서류를 작성한 것입니다.

혼인신고서 내 아내의 '인적사항' 란에 B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고, 미리 갖고 있던 B 씨의 도장도 찍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A 씨와 재혼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사정을 몰랐던 구청 직원은 혼인신고서에 적힌 내용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 사실을 기재하려 했습니다.

B씨의 가족이 뒤늦게 혼인신고서 접수 사실을 알았고, 구청에 B씨의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혼인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A 씨가 왜 혼인신고서를 위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법원 "죄 가볍지 않으나 범행 반성…집행유예"

검찰은 지난해 10월 A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사문서 위조 및 행사, 공정증서 원본 불실기재 미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혼인 신고서는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데, A 씨가 이를 위조해 공무원에게 제출하고(사문서 위조 및 행사), 가족관계등록부와 같은 공정증서(공무원이 그 권한 내에서 작성하는 모든 문서) 원본에 허위 사실을 기록하게 하려 했다는 겁니다.

법원도 검찰 판단이 옳다고 봤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은 지난달 28일,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전처 명의의 혼인 신고서를 위조하여 이를 행사한 범행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혼인신고가 불수리돼 공정증서 원본 불실기재 범행은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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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전처 의식불명 다음날 ‘혼인 신고서’ 위조한 남편
    • 입력 2022-02-05 09:10:48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혼인과 같은 가족관계 발생·변동 사항을 등록하기 위해선 관청에 혼인신고를 해야 하죠.

그러려면 당사자의 성명ㆍ출생연월일ㆍ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 등을 적은 '혼인 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혼인 신고서는 공문서일까요, 사문서일까요? 이를 위조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와 관련된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전처 '의식불명' 들은 다음날…구청에 '나홀로 재혼' 신고

아내와 오래전 이혼한 남성 A 씨.

2020년 5월, 전처 B씨가 사고로 의식불명이 됐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A 씨는 소식을 들은 다음날, 서울의 한 구청에서 B 씨와의 혼인신고서를 작성했습니다. B씨와 이른바 재결합, 재혼을 하는 서류를 작성한 것입니다.

혼인신고서 내 아내의 '인적사항' 란에 B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고, 미리 갖고 있던 B 씨의 도장도 찍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A 씨와 재혼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사정을 몰랐던 구청 직원은 혼인신고서에 적힌 내용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 사실을 기재하려 했습니다.

B씨의 가족이 뒤늦게 혼인신고서 접수 사실을 알았고, 구청에 B씨의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혼인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A 씨가 왜 혼인신고서를 위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법원 "죄 가볍지 않으나 범행 반성…집행유예"

검찰은 지난해 10월 A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사문서 위조 및 행사, 공정증서 원본 불실기재 미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혼인 신고서는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데, A 씨가 이를 위조해 공무원에게 제출하고(사문서 위조 및 행사), 가족관계등록부와 같은 공정증서(공무원이 그 권한 내에서 작성하는 모든 문서) 원본에 허위 사실을 기록하게 하려 했다는 겁니다.

법원도 검찰 판단이 옳다고 봤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은 지난달 28일,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전처 명의의 혼인 신고서를 위조하여 이를 행사한 범행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혼인신고가 불수리돼 공정증서 원본 불실기재 범행은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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