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집값 폭등 시대, 언론이 사랑한 아파트는?

입력 2022.0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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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4년은 이른바 '집값 폭등 시대'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전국의 아파트 중에 실제 거래된 아파트 가격을 바탕으로 만든 실거래가지수(2017년 11월=100)를 보면, 문재인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17년 5월 98.8이었던 게 지난해 11월에는 142.8로 올랐습니다. 1.44배 오른 겁니다.

서울은 오름폭이 더 가파릅니다. 2017년 5월 94.2였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해 11월에는 178.9가 됐습니다. 1.9배 상승입니다.

'집값 폭등 시대'에 언론은 무엇을 다뤘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 Q가 기사 분석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 '언론이 사랑한 아파트'는 대부분 서울 강남에?

집값 기사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게 전국 각지에 있는 아파트 이름입니다. 특정 지역 특정 아파트의 실제 거래 사례입니다. 어떤 아파트 이름이 많이 등장했는지 살펴보면 언론이 어떤 지역과 어떤 아파트에 관심이 많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인링크 제휴를 맺은 71개 언론사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쓴 경제 기사 가운데 '집값'이 들어간 기사는 7만 3천257건이었습니다.


이 기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아파트는 2천305번 나온 잠실 주공 5단지였습니다. 2위는 2천88번 언급된 은마아파트, 3위는 1천352번의 압구정 현대아파트였습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10개를 뽑았는데,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를 뺀 8개 아파트는 모두 강남·송파·서초구에 있는 아파트였습니다. 강남 지역 아파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언론의 관심은 이를 넘어서는 과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언론 보도가 강남 중심으로 가다 보니까 지방 원정 투자가 생기는 것"이라며 "또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가격은 오르게 되고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소수점 변동률' 주간 통계에 기대는 언론

언론이 아파트 이름과 함께 자주 언급하는 게 집값 통계입니다. 통계는 정부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이 냅니다.

이 통계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옵니다. 매주 나오다 보니 변동률은 소수점 첫째 자리나 둘째 자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0.01%포인트 혹은 0.02%포인트 변동을 가지고 변동 폭이 확대됐다거나 축소됐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네이버와 인링크 제휴를 맺은 언론사 71곳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부동산원과 국민은행의 주간 통계를 인용해 쓴 기사는 모두 6천132건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39건씩 썼다는 얘기입니다.


집값 통계를 매주 내는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미국은 월간, 분기, 연간 통계가 있고, 영국은 월간, 프랑스는 분기별로 통계를 냅니다. 이들 나라가 집값 통계를 매주 내지 않는 이유는 집은 자주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을 한 번 사면 1~2년 안에 파는 것도 드물고 길면 10~20년 장기 보유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과거부터 이어온 관행이라는 이유로 집값 통계를 매주 내면서 미미한 변동률에 기대 시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간 단위 분석은 집값 상승기나 하락기에는 잘못된 공포감이나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만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2020년 8월 만들었는데요. 지난달 중순까지 매주 혹은 격주로 모두 37차례 열렸습니다.

이 회의를 주관하는 홍남기 부총리는 37번 회의 중에 29번 주간 통계를 언급했습니다. 홍 부총리도 언론과 마찬가지로 오름폭이 줄었다, 상승세가 꺾였다는 등 '소수점 변화'를 근거로 시장을 판단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2일 회의에서는 '가격 하락 경계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상승률 0.05%를 하락 경계점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하락 경계점은 부동산 업계의 공식적인 용어나 개념은 아닙니다. 하락 경계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락의 경계점, 상승률이 0%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홍 부총리는 0%가 아닌 0.05%를 하락 경계점이라고 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딱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가늠해 볼 때 그냥 기준 숫자 중에 하나로 말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0.05%가 하락의 경계점이 돼야 할 특별한 근거나 이유는 없는데도 주간 통계에 나온 소수점 둘째 자리 변동률로 시장 상황을 재단해서 국민에게 설명했다는 얘기입니다. 주간 통계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내일(6일) 저녁 8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는 집값 폭등 시대에 언론은 부동산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따져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출연합니다. 오현태 기자도 함께합니다.

'Q 플러스'에서는 언론사에 제보를 하고 싶은 시민들에게 돈을 받고 언론사와 연결시켜주는 업체가 등장한 실태를 고발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question
▲ 유튜브 계정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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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집값 폭등 시대, 언론이 사랑한 아파트는?
    • 입력 2022-02-05 10:00:06
    취재K

최근 3~4년은 이른바 '집값 폭등 시대'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전국의 아파트 중에 실제 거래된 아파트 가격을 바탕으로 만든 실거래가지수(2017년 11월=100)를 보면, 문재인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17년 5월 98.8이었던 게 지난해 11월에는 142.8로 올랐습니다. 1.44배 오른 겁니다.

서울은 오름폭이 더 가파릅니다. 2017년 5월 94.2였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해 11월에는 178.9가 됐습니다. 1.9배 상승입니다.

'집값 폭등 시대'에 언론은 무엇을 다뤘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 Q가 기사 분석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 '언론이 사랑한 아파트'는 대부분 서울 강남에?

집값 기사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게 전국 각지에 있는 아파트 이름입니다. 특정 지역 특정 아파트의 실제 거래 사례입니다. 어떤 아파트 이름이 많이 등장했는지 살펴보면 언론이 어떤 지역과 어떤 아파트에 관심이 많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인링크 제휴를 맺은 71개 언론사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쓴 경제 기사 가운데 '집값'이 들어간 기사는 7만 3천257건이었습니다.


이 기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아파트는 2천305번 나온 잠실 주공 5단지였습니다. 2위는 2천88번 언급된 은마아파트, 3위는 1천352번의 압구정 현대아파트였습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10개를 뽑았는데,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를 뺀 8개 아파트는 모두 강남·송파·서초구에 있는 아파트였습니다. 강남 지역 아파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언론의 관심은 이를 넘어서는 과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언론 보도가 강남 중심으로 가다 보니까 지방 원정 투자가 생기는 것"이라며 "또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가격은 오르게 되고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소수점 변동률' 주간 통계에 기대는 언론

언론이 아파트 이름과 함께 자주 언급하는 게 집값 통계입니다. 통계는 정부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이 냅니다.

이 통계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옵니다. 매주 나오다 보니 변동률은 소수점 첫째 자리나 둘째 자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0.01%포인트 혹은 0.02%포인트 변동을 가지고 변동 폭이 확대됐다거나 축소됐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네이버와 인링크 제휴를 맺은 언론사 71곳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부동산원과 국민은행의 주간 통계를 인용해 쓴 기사는 모두 6천132건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39건씩 썼다는 얘기입니다.


집값 통계를 매주 내는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미국은 월간, 분기, 연간 통계가 있고, 영국은 월간, 프랑스는 분기별로 통계를 냅니다. 이들 나라가 집값 통계를 매주 내지 않는 이유는 집은 자주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을 한 번 사면 1~2년 안에 파는 것도 드물고 길면 10~20년 장기 보유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과거부터 이어온 관행이라는 이유로 집값 통계를 매주 내면서 미미한 변동률에 기대 시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간 단위 분석은 집값 상승기나 하락기에는 잘못된 공포감이나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만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2020년 8월 만들었는데요. 지난달 중순까지 매주 혹은 격주로 모두 37차례 열렸습니다.

이 회의를 주관하는 홍남기 부총리는 37번 회의 중에 29번 주간 통계를 언급했습니다. 홍 부총리도 언론과 마찬가지로 오름폭이 줄었다, 상승세가 꺾였다는 등 '소수점 변화'를 근거로 시장을 판단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2일 회의에서는 '가격 하락 경계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상승률 0.05%를 하락 경계점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하락 경계점은 부동산 업계의 공식적인 용어나 개념은 아닙니다. 하락 경계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락의 경계점, 상승률이 0%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홍 부총리는 0%가 아닌 0.05%를 하락 경계점이라고 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딱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가늠해 볼 때 그냥 기준 숫자 중에 하나로 말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0.05%가 하락의 경계점이 돼야 할 특별한 근거나 이유는 없는데도 주간 통계에 나온 소수점 둘째 자리 변동률로 시장 상황을 재단해서 국민에게 설명했다는 얘기입니다. 주간 통계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내일(6일) 저녁 8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는 집값 폭등 시대에 언론은 부동산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따져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출연합니다. 오현태 기자도 함께합니다.

'Q 플러스'에서는 언론사에 제보를 하고 싶은 시민들에게 돈을 받고 언론사와 연결시켜주는 업체가 등장한 실태를 고발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question
▲ 유튜브 계정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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