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베이징 동계올림픽, 미국엔 ‘침묵’·타이완엔 ‘환호’…시진핑 ‘열광’

입력 2022.02.05 (18:06) 수정 2022.02.05 (20: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어제(2월 4일) 있었습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해외는 물론 중국 내 일반인들에게도 입장권을 팔지 않습니다.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경기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도쿄 하계올림픽과 달리 관중 없이 치러지지는 않습니다.

동원된 관중들이 있기 때문이죠.


동원 관중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중국 국영기업 직원이나 대학생 그리고 중국 주재 외국 대사관이나 기업 관계자, 외신 매체 등입니다.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선 모두 코로나 PCR검사와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합니다.

저도 이번에 외신기자의 일원으로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 참석 위해 체온검사와 안면인식 검사는 필수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개막식장 입장에 5시간 소요…'검색 또 검색', 3번 안면인식 통과해야 입장 가능

개막식은 2월 4일 밤 8시에 시작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외신기자 수십여 명은 개막식 8시간 반 전인 오전 11시 30분에 베이징 프레스센터에 집결해 버스에서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후 1차 집결장소에 도착한 뒤 검색을 받았습니다.

물론 외신기자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중국 관중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체온 검사를 한 뒤 안면인식 검색대를 통과하면 본인의 얼굴과 이름이 커다란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1차 검색을 마친 뒤 1시간 30분가량을 차에서 다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후 2차 집결장소에 도착해 4킬로미터를 걸은 뒤 2차 안면인식 검색을 받았고, 다시 수백 미터를 지나 3차 검색대를 통과해서야 비로소 개막식이 열리는 올림픽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집결 뒤 5시간 만이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1차 집결장소에서 개막식장까지는 짧게는 30분, 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린데 말입니다.

보안과 안전 검색이 세계 최강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 행사를 할 때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검색에 또 검색' 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취재를 위해 갔을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적이 있습니다.

개막식 사전 신청 과정에서 참석자들의 신분을 여러 차례 정확히 확인했을 텐데, 이 정도로 여러 번이나 검색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 사전공연 장면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미국·우크라이나·리투아니아 선수단 입장에 관중들 '침묵'

개막식이 시작되자 올림픽 경기장이 환하게 불을 밝혔습니다.
3천여 명 공연단들의 화려한 군무가 분위기를 들뜨게 했습니다.

이어 올림픽 대회 참가국 선수단이 경기장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동원된 관중들의 박수 소리와 함성을 보고 들으니 최근 복잡한 국제 상황을 가늠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미국 선수단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경기장에 입장하는 미국 선수단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신장 인권탄압 문제를 제기하며 '외교적 올림픽'의 선봉에 섰던 미국, 역시나 주요 정부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 선수단이 입장했습니다.

그러나 경기장에 있던 중국 관중들의 반응은 조용하다 못해 침묵이었습니다.
수만 명의 관중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는 거의 유일하게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13만 명의 병력을 배치해 침공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올림픽에 우크라이나에서는 45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러시아를 의식해서일까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도 중국 관중들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 관중들로부터 이렇다 할 반응을 못 받은 나라 또 있었습니다.

유럽 발트 3국의 하나인 리투아니아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수도 빌뉴스에 '차이니즈 타이베이' 대신 '타이완'이라는 명칭으로 타이완 대표부를 설치한 이후 중국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과 외교적 관계 강등 조치를 받아온 리투아니아였기에 중국 관중들의 반응은 역시 예상 그대로였습니다.

‘차이니즈 타이베이’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타이완 선수단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차이니즈 타이베이’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타이완 선수단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타이완·홍콩 선수단에는 '환호'…"하나의 중국"

하지만 이들 나라와 달리 환호를 받은 선수단도 있었습니다.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중국 선수단을 제외하고 말이죠.

바로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 란 이름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타이완이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은 타이완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형세입니다.
반면 그만큼 중국과의 타이완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선수단을 바라보는 중국 관중들의 반응은 강하고 뜨거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중국은 타이완을 별개 국가가 아닌 앞으로 통일을 해야 할 '하나의 성(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관중들도 이같이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박수를 받는 타이완 선수단, 그들의 얼굴은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곳, 홍콩이었습니다.

홍콩은 2019년 범죄인송환법 반대 시위가 수개월 이어진 뒤 2020년에는 홍콩보안법이 제정됐고, 2021년에는 반중 세력의 정치 참여를 사실상 퇴출시킨 홍콩 선거제 개편으로 빠르게 중국화가 되고 있습니다.

친중 진영 후보가 의석 독차지한 홍콩 의회 선거 , 2021년 12월 19일 (출처: 로이터=연합뉴스)친중 진영 후보가 의석 독차지한 홍콩 의회 선거 , 2021년 12월 19일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항인치항(港人治港)' 아닌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이라는 '애국자치항(愛國者治港)'이 된 홍콩은 지난해 12월 실시된 입법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 90석 가운데 89석이 친중세력으로 채워지기도 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차이니즈 타이베이' 다음에 입장한 홍콩 선수단에 대해서도 중국 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선수단의 입장과 관중들의 반응을 보면서 '올림픽의 정치화 반대'라는 문구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봤습니다.

개막식이 끝난 뒤 경기장 밖으로 나온 인파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개막식이 끝난 뒤 경기장 밖으로 나온 인파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동원된 관중 최소 2만 명…시진핑 주석 '열광'

개막식은 24절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으로 막이 올랐습니다.

특히 개막식인 어제(2월 4일)는 '입춘'으로 공연은 전체적으로 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동에서 온 한 외신기자는 "중국이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것이 대단하고 공연이 매우 멋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개막식에 앞서 대기 중인 인파들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개막식에 앞서 대기 중인 인파들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2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이 끝난 뒤 개막식장을 빠져나오면서 개막식에 몇 명이나 동원됐을지
궁금했습니다.

관중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를 보니 대략 370대는 넘었습니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개막식 공연에 동원된 인원은 2만 명가량은 충분히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무료 관중을 동원해서라도 동계올림픽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야 할 이유를
개막식장에서 한 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개막식이 시작되자마자 세계 정상들과 함께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 주석이 등장하자 경기장을 채운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시 주석을 향해 박수와 함성을 보냈습니다.

시 주석의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는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열광'이라는 단어가 걸맞은 순간이었습니다.

외신기자들 주변에 있던 자원봉사자들 역시 시 주석이 등장하자 외신기자들을 향해 '일어서세요(起来),일어서세요(起来)''를 여러 차례 외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향한 중국 관중들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중국 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연합뉴스)중국 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연합뉴스)

또 치차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장도 개막식 축사 첫 말머리에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중국으로서는 2022년 중대 행사의 문을 여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6월 청두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10월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결정이 확실시되는 '제20차 공산당대회'로 연결되는 중대 행사의 첫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2월 20일까지 전 세계 70억 명에게 전해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은 물론 세계에 어떤 의미를 남길지 주목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베이징 동계올림픽, 미국엔 ‘침묵’·타이완엔 ‘환호’…시진핑 ‘열광’
    • 입력 2022-02-05 18:06:02
    • 수정2022-02-05 20:05:56
    특파원 리포트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어제(2월 4일) 있었습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해외는 물론 중국 내 일반인들에게도 입장권을 팔지 않습니다.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경기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도쿄 하계올림픽과 달리 관중 없이 치러지지는 않습니다.

동원된 관중들이 있기 때문이죠.


동원 관중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중국 국영기업 직원이나 대학생 그리고 중국 주재 외국 대사관이나 기업 관계자, 외신 매체 등입니다.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선 모두 코로나 PCR검사와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합니다.

저도 이번에 외신기자의 일원으로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 참석 위해 체온검사와 안면인식 검사는 필수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개막식장 입장에 5시간 소요…'검색 또 검색', 3번 안면인식 통과해야 입장 가능

개막식은 2월 4일 밤 8시에 시작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외신기자 수십여 명은 개막식 8시간 반 전인 오전 11시 30분에 베이징 프레스센터에 집결해 버스에서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후 1차 집결장소에 도착한 뒤 검색을 받았습니다.

물론 외신기자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중국 관중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체온 검사를 한 뒤 안면인식 검색대를 통과하면 본인의 얼굴과 이름이 커다란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1차 검색을 마친 뒤 1시간 30분가량을 차에서 다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후 2차 집결장소에 도착해 4킬로미터를 걸은 뒤 2차 안면인식 검색을 받았고, 다시 수백 미터를 지나 3차 검색대를 통과해서야 비로소 개막식이 열리는 올림픽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집결 뒤 5시간 만이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1차 집결장소에서 개막식장까지는 짧게는 30분, 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린데 말입니다.

보안과 안전 검색이 세계 최강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 행사를 할 때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검색에 또 검색' 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취재를 위해 갔을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적이 있습니다.

개막식 사전 신청 과정에서 참석자들의 신분을 여러 차례 정확히 확인했을 텐데, 이 정도로 여러 번이나 검색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 사전공연 장면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미국·우크라이나·리투아니아 선수단 입장에 관중들 '침묵'

개막식이 시작되자 올림픽 경기장이 환하게 불을 밝혔습니다.
3천여 명 공연단들의 화려한 군무가 분위기를 들뜨게 했습니다.

이어 올림픽 대회 참가국 선수단이 경기장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동원된 관중들의 박수 소리와 함성을 보고 들으니 최근 복잡한 국제 상황을 가늠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미국 선수단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신장 인권탄압 문제를 제기하며 '외교적 올림픽'의 선봉에 섰던 미국, 역시나 주요 정부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 선수단이 입장했습니다.

그러나 경기장에 있던 중국 관중들의 반응은 조용하다 못해 침묵이었습니다.
수만 명의 관중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는 거의 유일하게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13만 명의 병력을 배치해 침공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올림픽에 우크라이나에서는 45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러시아를 의식해서일까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도 중국 관중들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 관중들로부터 이렇다 할 반응을 못 받은 나라 또 있었습니다.

유럽 발트 3국의 하나인 리투아니아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수도 빌뉴스에 '차이니즈 타이베이' 대신 '타이완'이라는 명칭으로 타이완 대표부를 설치한 이후 중국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과 외교적 관계 강등 조치를 받아온 리투아니아였기에 중국 관중들의 반응은 역시 예상 그대로였습니다.

‘차이니즈 타이베이’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타이완 선수단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타이완·홍콩 선수단에는 '환호'…"하나의 중국"

하지만 이들 나라와 달리 환호를 받은 선수단도 있었습니다.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중국 선수단을 제외하고 말이죠.

바로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 란 이름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타이완이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은 타이완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형세입니다.
반면 그만큼 중국과의 타이완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선수단을 바라보는 중국 관중들의 반응은 강하고 뜨거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중국은 타이완을 별개 국가가 아닌 앞으로 통일을 해야 할 '하나의 성(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관중들도 이같이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박수를 받는 타이완 선수단, 그들의 얼굴은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곳, 홍콩이었습니다.

홍콩은 2019년 범죄인송환법 반대 시위가 수개월 이어진 뒤 2020년에는 홍콩보안법이 제정됐고, 2021년에는 반중 세력의 정치 참여를 사실상 퇴출시킨 홍콩 선거제 개편으로 빠르게 중국화가 되고 있습니다.

친중 진영 후보가 의석 독차지한 홍콩 의회 선거 , 2021년 12월 19일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항인치항(港人治港)' 아닌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이라는 '애국자치항(愛國者治港)'이 된 홍콩은 지난해 12월 실시된 입법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 90석 가운데 89석이 친중세력으로 채워지기도 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차이니즈 타이베이' 다음에 입장한 홍콩 선수단에 대해서도 중국 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선수단의 입장과 관중들의 반응을 보면서 '올림픽의 정치화 반대'라는 문구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봤습니다.

개막식이 끝난 뒤 경기장 밖으로 나온 인파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동원된 관중 최소 2만 명…시진핑 주석 '열광'

개막식은 24절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으로 막이 올랐습니다.

특히 개막식인 어제(2월 4일)는 '입춘'으로 공연은 전체적으로 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동에서 온 한 외신기자는 "중국이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것이 대단하고 공연이 매우 멋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개막식에 앞서 대기 중인 인파들 (촬영: KBS 김민성 베이징 특파원)
2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이 끝난 뒤 개막식장을 빠져나오면서 개막식에 몇 명이나 동원됐을지
궁금했습니다.

관중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를 보니 대략 370대는 넘었습니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개막식 공연에 동원된 인원은 2만 명가량은 충분히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무료 관중을 동원해서라도 동계올림픽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야 할 이유를
개막식장에서 한 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개막식이 시작되자마자 세계 정상들과 함께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 주석이 등장하자 경기장을 채운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시 주석을 향해 박수와 함성을 보냈습니다.

시 주석의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는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열광'이라는 단어가 걸맞은 순간이었습니다.

외신기자들 주변에 있던 자원봉사자들 역시 시 주석이 등장하자 외신기자들을 향해 '일어서세요(起来),일어서세요(起来)''를 여러 차례 외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향한 중국 관중들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중국 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연합뉴스)
또 치차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장도 개막식 축사 첫 말머리에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중국으로서는 2022년 중대 행사의 문을 여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6월 청두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10월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결정이 확실시되는 '제20차 공산당대회'로 연결되는 중대 행사의 첫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2월 20일까지 전 세계 70억 명에게 전해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은 물론 세계에 어떤 의미를 남길지 주목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