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명령에도 찾아와…스토킹 신고 5배 급증

한 40대 남성이 제주의 한 도로 주변을 서성입니다.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 올린 이 남성, 손을 허리에 올려놓더니 어딘가를 응시합니다.

이 남성이 있는 곳은 한 사무실 앞입니다.

21살인 피해 여성은 경찰에 이 남성이 장기간 거의 매일 사무실을 찾아왔다며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둘은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달 15일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이후에도 사무실 밖에서 유리창으로 여성을 쳐다보다가 피해 여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잠정조치 4호를 통해 한 달간 유치장에 유치했습니다.

직장 동료를 스토킹한 50대 남성도 유치장에 유치됐습니다.

이 남성 역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30대 여성 동료의 집을 수차례 찾아간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이처럼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관련 신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스토킹처벌법 시행 100일…신고 5배 늘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일. 제주에선 법 시행 이후 166건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는 하루 평균 1.6건으로, 법 시행 전인 0.3건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문기철 제주경찰청 여성보호계장은 "그동안 1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구류, 과료 처벌만 가능했던 스토킹 사건이 형사 처분이 가능하게 되면서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지역 스토킹 신고 166건 가운데 피해 여성이 신고한 건수는 74%인 12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제주경찰은 166건 가운데 83건을 형사 입건하고, 신고현장에서 접근금지 등 28건의 긴급 응급조치를 내렸습니다.

스토킹 범죄 재발이 우려돼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이나 유치장 유치 결정 등이 내려진 사례도 59건에 이릅니다.

지난달 제주지역 모 스토킹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카카오톡 대화 내용

경찰은 신고 내용과 범죄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치장 유치(잠정조치 4호)를 결정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에는 피해자에게 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스토킹을 일삼은 40대 남성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제주에서 최초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제주경찰청은 스토킹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 지급과 맞춤형 순찰 등 피해자 안전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24시간 위기지원과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1366 제주센터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스토킹 피해는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