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공정’에 높아진 반중 감정…수교 30주년 한중관계 변수되나?

입력 2022.02.08 (16:49) 수정 2022.02.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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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이면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됩니다.

1980~90년대 북방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가 크게 확대되면서 양국 관계는 실질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양국 국민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반중, 반한 정서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앞으로 한중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상황입니다.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 등장…'반중 정서' 자극

지난 4일 개최된 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출연한 장면은 또 다시 반중 정서를 자극했습니다.

이 장면이 방송된 직후 국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또 주장하고 있다"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대선 후보 등 여야 정치권도 중국 비판에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조선족 등 여러 소수민족들이 각자의 전통복장을 착용하고 출연한 것일뿐 한복이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8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에 우리 측 우려를 전달했고, 중국 측은 "한국 내 관련 여론 동향을 잘 알고 있다"면서 "개회식 공연 내용은 이른바 문화 원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2020년 중국의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은 것을 계기로 김치도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이른바 '문화공정'이 반복되면서 반중 정서는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반일' 앞선 '반중'… 반복된 '문화 공정'도 원인

동아시아연구원의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73.8%로,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 63.2%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는 이유로는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중국에서 오는 초국경적 위험 때문"이라는 응답이 32.5%로 가장 많았는데, "중화민족주의에 따른 역사 문화 갈등 때문"이 18.5%, "한국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17.8%, "사드사태 등 중국의 경제보복 때문"이라는 응답이 17.7%로 뒤를 이었습니다.

중국의 잇따른 '문화공정'이 국내 반중정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국 내 반한 정서도 적지 않은데, 특히 중국 청년 층에서 반한 정서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됩니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지난달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이미지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중국인 응답자는 68.6%로, 한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국인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연령별로 보면 30대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86.6%에 달했지만, 20대에서는 59.3%로 낮아졌고 10대에서는 34.4%에 그쳤습니다.

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30대에서는 3.0%에 불과했지만, 20대에서는 12.0%, 10대에서는 13.1%로 나타나, 나이가 어릴수록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는 낮아지고, 부정적인 이미지는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중국 청년층에서 확산되고 있는 애국주의와 문화 보수주의가 한 원인이라고 진단합니다.

이욱연 교수는 "중국 청년층은 G2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 홍콩과 타이완 문제 등에서 서구 세력이 중국을 핍박하고 있다는 생각도 공유하고 있다"며 과도한 애국주의로 인한 외국 문화 배척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문화공정'에 대해서는 "중국 문화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가 동아시아의 대표 문화로 자리잡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일부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중국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교수는 특히 반중정서와 반한정서가 좋지 않은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강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한중 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중·반한 정서, 한중 관계 변수될까?…외교당국 예의주시

한중 외교당국도 이 같은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최근 웨이보 등 중국 내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 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여론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모니터링 결과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불필요하거나,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면 즉각적으로 중국 당국과 외교적 경로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최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국민들 감정이 최근 몇년 동안 다소 안 좋아진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특히 그 원인으로 코로나19로 민간 교류가 제한된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이건 당신 것이고, 이건 내 것이다'는 조금 불필요한 문화적 감정 충돌이 있는 것 같다"며 수교 30주년이자 한중 문화교류의 해인 올해 양국 간 인문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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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 공정’에 높아진 반중 감정…수교 30주년 한중관계 변수되나?
    • 입력 2022-02-08 16:49:08
    • 수정2022-02-08 16:50:41
    취재K
올 8월이면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됩니다.

1980~90년대 북방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가 크게 확대되면서 양국 관계는 실질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양국 국민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반중, 반한 정서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앞으로 한중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상황입니다.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 등장…'반중 정서' 자극

지난 4일 개최된 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출연한 장면은 또 다시 반중 정서를 자극했습니다.

이 장면이 방송된 직후 국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또 주장하고 있다"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대선 후보 등 여야 정치권도 중국 비판에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조선족 등 여러 소수민족들이 각자의 전통복장을 착용하고 출연한 것일뿐 한복이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8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에 우리 측 우려를 전달했고, 중국 측은 "한국 내 관련 여론 동향을 잘 알고 있다"면서 "개회식 공연 내용은 이른바 문화 원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2020년 중국의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은 것을 계기로 김치도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이른바 '문화공정'이 반복되면서 반중 정서는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반일' 앞선 '반중'… 반복된 '문화 공정'도 원인

동아시아연구원의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73.8%로,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 63.2%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는 이유로는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중국에서 오는 초국경적 위험 때문"이라는 응답이 32.5%로 가장 많았는데, "중화민족주의에 따른 역사 문화 갈등 때문"이 18.5%, "한국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17.8%, "사드사태 등 중국의 경제보복 때문"이라는 응답이 17.7%로 뒤를 이었습니다.

중국의 잇따른 '문화공정'이 국내 반중정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국 내 반한 정서도 적지 않은데, 특히 중국 청년 층에서 반한 정서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됩니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지난달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이미지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중국인 응답자는 68.6%로, 한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국인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연령별로 보면 30대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86.6%에 달했지만, 20대에서는 59.3%로 낮아졌고 10대에서는 34.4%에 그쳤습니다.

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30대에서는 3.0%에 불과했지만, 20대에서는 12.0%, 10대에서는 13.1%로 나타나, 나이가 어릴수록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는 낮아지고, 부정적인 이미지는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중국 청년층에서 확산되고 있는 애국주의와 문화 보수주의가 한 원인이라고 진단합니다.

이욱연 교수는 "중국 청년층은 G2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 홍콩과 타이완 문제 등에서 서구 세력이 중국을 핍박하고 있다는 생각도 공유하고 있다"며 과도한 애국주의로 인한 외국 문화 배척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문화공정'에 대해서는 "중국 문화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가 동아시아의 대표 문화로 자리잡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일부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중국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교수는 특히 반중정서와 반한정서가 좋지 않은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강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한중 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중·반한 정서, 한중 관계 변수될까?…외교당국 예의주시

한중 외교당국도 이 같은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최근 웨이보 등 중국 내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 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여론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모니터링 결과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불필요하거나,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면 즉각적으로 중국 당국과 외교적 경로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최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국민들 감정이 최근 몇년 동안 다소 안 좋아진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특히 그 원인으로 코로나19로 민간 교류가 제한된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이건 당신 것이고, 이건 내 것이다'는 조금 불필요한 문화적 감정 충돌이 있는 것 같다"며 수교 30주년이자 한중 문화교류의 해인 올해 양국 간 인문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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