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비난’ 미국 출생 중국 피겨선수…‘미중 갈등 상황에 충성심 시험대’?

입력 2022.02.08 (17:24) 수정 2022.02.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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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7일)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점프 실수가 잇따랐던 19살의 중국 피겨 국가대표 주이 선수.

마지막 동작 직후 눈물을 쏟아내는 주이 선수의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도 잡혔는데요.

주이가 최하위의 개인 점수를 받으면서 중국의 순위는 3위에서 5위로 떨어졌습니다.

CNN방송에 따르면, 경기 결과가 전해지면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의 조회 수가 단 몇 시간 만에 무려 2억 회를 기록했고, "이것은 망신"이라는 글에는 '좋아요' 1만 1천 개가 달렸습니다. 또 미국에서 태어난 주이가 본토 선수들을 제치고 왜 중국 대표로 뽑혔는지 의문이라는 성토도 쏟아졌습니다.

주이 선수는 경기 후 "속상하고 좀 당황스럽다"며, "사람들이 내가 여자 싱글 대표로 나서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부담을 느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이 선수는 중국 이민 가정 출신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지만 2018년 중국 대표로 뛰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베벌리 주에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주이를 향해 웨이보에는 "그녀에게 애국심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중국어부터 가르쳐라"는 인신공격성 글과 댓글도 올라왔습니다.

오늘 자(8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웨이보 측은 이렇게 주이 선수에게 사이버 폭력을 가한 93개의 계정을 정지시키고, 게시물 300여 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는데요,

웨이보는 공지문에서 "일부 웨이보 이용자가 경기의 승패, 선수의 컨디션 등을 이유로 선수와 그 가족을 인신공격하는 등 플랫폼 규칙을 어겼다"면서 "규정에 따라 93개 계정의 콘텐츠 게재를 중단하고, 공격성 게시물 300여 개를 삭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중국 내 분위기와 관련해, 과거에는 중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영웅 대접을 받던 중국계 미국인 스포츠 스타들이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최근에는 '반역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는데요.

스포츠·정치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가 포용에서 대립으로 전환된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이 중국계 미국인 스타들을 충성심을 요구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외국에서 태어난 재능있는 선수 십여 명을 국가대표로 뽑았는데, CNN은, "중국 정부가 메달 집계를 국력의 상징"으로 여기면서 중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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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풍 비난’ 미국 출생 중국 피겨선수…‘미중 갈등 상황에 충성심 시험대’?
    • 입력 2022-02-08 17:24:36
    • 수정2022-02-08 17: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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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7일)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점프 실수가 잇따랐던 19살의 중국 피겨 국가대표 주이 선수.

마지막 동작 직후 눈물을 쏟아내는 주이 선수의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도 잡혔는데요.

주이가 최하위의 개인 점수를 받으면서 중국의 순위는 3위에서 5위로 떨어졌습니다.

CNN방송에 따르면, 경기 결과가 전해지면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의 조회 수가 단 몇 시간 만에 무려 2억 회를 기록했고, "이것은 망신"이라는 글에는 '좋아요' 1만 1천 개가 달렸습니다. 또 미국에서 태어난 주이가 본토 선수들을 제치고 왜 중국 대표로 뽑혔는지 의문이라는 성토도 쏟아졌습니다.

주이 선수는 경기 후 "속상하고 좀 당황스럽다"며, "사람들이 내가 여자 싱글 대표로 나서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부담을 느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이 선수는 중국 이민 가정 출신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지만 2018년 중국 대표로 뛰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베벌리 주에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주이를 향해 웨이보에는 "그녀에게 애국심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중국어부터 가르쳐라"는 인신공격성 글과 댓글도 올라왔습니다.

오늘 자(8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웨이보 측은 이렇게 주이 선수에게 사이버 폭력을 가한 93개의 계정을 정지시키고, 게시물 300여 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는데요,

웨이보는 공지문에서 "일부 웨이보 이용자가 경기의 승패, 선수의 컨디션 등을 이유로 선수와 그 가족을 인신공격하는 등 플랫폼 규칙을 어겼다"면서 "규정에 따라 93개 계정의 콘텐츠 게재를 중단하고, 공격성 게시물 300여 개를 삭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중국 내 분위기와 관련해, 과거에는 중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영웅 대접을 받던 중국계 미국인 스포츠 스타들이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최근에는 '반역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는데요.

스포츠·정치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가 포용에서 대립으로 전환된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이 중국계 미국인 스타들을 충성심을 요구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외국에서 태어난 재능있는 선수 십여 명을 국가대표로 뽑았는데, CNN은, "중국 정부가 메달 집계를 국력의 상징"으로 여기면서 중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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