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불참한 최고인민회의…코로나 방역·경제 반성에 집중

입력 2022.02.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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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7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 (조선중앙TV)2월 6일~7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 (조선중앙TV)

■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김정은 불참 속 대외 메시지도 없어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밝혔습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회사와 폐회사를 맡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님에도 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 형식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개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검토 등을 시사하면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번에는 회의에 불참하면서 별도 메시지도 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일의 80번째 생일인 이달 16일이나 김일성의 110번째 생일인 4월 15일을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큰 열병식에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회의장에 들어오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조선중앙TV)회의장에 들어오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조선중앙TV)

정치국 상무위원 5명 중에서는 최 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참여했고, 조용원·박정천 당 비서는 김 위원장과 함께 불참했습니다.

한편 4년 전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강원도 평창을 찾았던 '대남사업 전담'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해외동포 업무 총괄자로 나선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맹 부부장은 평창올림픽 기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노동신문은 맹 부부장이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채택과 관련된 토론을 맡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채택된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재중조선인총연합회를 비롯한 북한 해외동포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동포들과의 교류를 늘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목소리를 더 키우려는 의도로 분석되지만 북한의 경제난 등으로 인해 활발한 원조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수세적 예산 편성' 기조에도...코로나 예산은 33% 늘려

회의에서는 지난해 예산 결산과 함께 올해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고정범 재정상이 올해 지출을 전년 대비 1.1% 늘리고, 경제 분야 예산은 2% 증액한 예산안을 보고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전까지는 경제건설 부문 예산을 매년 4.9∼6.2%씩 늘려왔지만, 지난해에는 0.6%로 소폭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인상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은 항목을 신설하고 지난해보다 33.3% 늘렸습니다.

고 재정상은 "대유행 전염병을 비롯한 세계적 보건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 항목을 새로 내오고 지난해에 비상방역으로 지출된 자금보다 늘려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체계로 이행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 수 있게 자금적 담보를 마련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방비 예산은 총액의 15.9%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전반적으로 수세적 예산 편성 기조"라며 김정은 집권 이후 예산 증가율이 통상 3%를 넘나들었는데 코로나19가 닥친 지난해는 0.9%, 올해는 0.8%로 예산 수입 증가율을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수치는 김덕훈 내각총리 (조선중앙TV)박수치는 김덕훈 내각총리 (조선중앙TV)

김덕훈 내각총리는 대외경제 부문에서 "국가의 유일무역 제도를 환원 복구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가 주도의 무역창구 단일화를 의미한다"며 "이전의 분권화 무역에서 후퇴해 국가적 자력갱생 기조에 부합시키기 위한 조치로, 모든 외화·자원을 국가가 통합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무역사업의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역법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어린이 양육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육아법'도 채택됐습니다.

탁아소·유치원을 현대적으로 개건하고 매년 봄·가을마다 정기 보수를 법으로 보장하며, 다양한 유제품과 영양식품을 위생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문제 등이 명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례적인 '자아비판'...경제난 돌파 의지 다져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 지도부의 '반성문'도 줄줄이 나왔습니다.

내각을 이끄는 김덕훈 총리부터 주인의식 부족을 자책하는 자아비판에 나섰습니다.

김 총리는 "지난해 내각사업에서 심중한 결함들도 나타났다"며 "당에서 아무리 정확한 경제정책을 제시하고 믿음과 권한을 부여해줘도 경제지도 일군(간부)들이 나라의 경제사업을 책임진 주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다면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에서 그 어떤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반성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국가경제 전반을 통일적으로 걷어쥐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이 인민경제계획을 순별·월별·분기별로 무조건 수행하는 강한 규율을 세우겠다"며 "허풍을 철저히 뿌리 뽑고 불합리한 수속 절차와 승인제도를 합리적으로 바로잡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고정범 재정상도 지난해 국가예산 집행결과를 보고하며 "일군들이 국가예산수입계획을 무조건 수행하겠다는 각오가 부족한 데로부터 일부 단위가 예산 수입 계획을 미달했다"고 반성했습니다.

이어 "자기 단위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그릇된 일본새(업무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언제 가도 나라의 경제를 장성궤도에 올려세울 수 없다"고 다그쳤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대의원들도 토론에 참여해,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지난해의 과오를 반성하며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하는 김광남 대의원 (조선중앙TV)토론하는 김광남 대의원 (조선중앙TV)

양승호 대의원은 "지난해 내각의 경제지도 일군들이 경제사업을 과학적으로 작전하고 지휘하지 못해 생산과 건설에 후과(나쁜 결과)를 미치게 했다"면서 자신들의 업무태도가 '피동적'이었다고 자책했습니다.

김광남 대의원은 금속공업 부문에 대한 토론을 하며 "일군들이 옳은 작전과 방법론이 없이 주관적 욕망에 사로잡혀 일한다면 언제 가도 당이 요구하는 과학적인 자력갱생을 실천에 구현할 수 없다는 교훈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간부들이 일선 기관이나 단체의 회의가 아닌 우리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일제히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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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불참한 최고인민회의…코로나 방역·경제 반성에 집중
    • 입력 2022-02-09 06:01:38
    취재K
2월 6일~7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 (조선중앙TV)
■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김정은 불참 속 대외 메시지도 없어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밝혔습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회사와 폐회사를 맡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님에도 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 형식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개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검토 등을 시사하면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번에는 회의에 불참하면서 별도 메시지도 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일의 80번째 생일인 이달 16일이나 김일성의 110번째 생일인 4월 15일을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큰 열병식에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회의장에 들어오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조선중앙TV)
정치국 상무위원 5명 중에서는 최 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참여했고, 조용원·박정천 당 비서는 김 위원장과 함께 불참했습니다.

한편 4년 전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강원도 평창을 찾았던 '대남사업 전담'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해외동포 업무 총괄자로 나선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맹 부부장은 평창올림픽 기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노동신문은 맹 부부장이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채택과 관련된 토론을 맡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채택된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재중조선인총연합회를 비롯한 북한 해외동포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동포들과의 교류를 늘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목소리를 더 키우려는 의도로 분석되지만 북한의 경제난 등으로 인해 활발한 원조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수세적 예산 편성' 기조에도...코로나 예산은 33% 늘려

회의에서는 지난해 예산 결산과 함께 올해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고정범 재정상이 올해 지출을 전년 대비 1.1% 늘리고, 경제 분야 예산은 2% 증액한 예산안을 보고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전까지는 경제건설 부문 예산을 매년 4.9∼6.2%씩 늘려왔지만, 지난해에는 0.6%로 소폭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인상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은 항목을 신설하고 지난해보다 33.3% 늘렸습니다.

고 재정상은 "대유행 전염병을 비롯한 세계적 보건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 항목을 새로 내오고 지난해에 비상방역으로 지출된 자금보다 늘려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체계로 이행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 수 있게 자금적 담보를 마련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방비 예산은 총액의 15.9%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전반적으로 수세적 예산 편성 기조"라며 김정은 집권 이후 예산 증가율이 통상 3%를 넘나들었는데 코로나19가 닥친 지난해는 0.9%, 올해는 0.8%로 예산 수입 증가율을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수치는 김덕훈 내각총리 (조선중앙TV)
김덕훈 내각총리는 대외경제 부문에서 "국가의 유일무역 제도를 환원 복구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가 주도의 무역창구 단일화를 의미한다"며 "이전의 분권화 무역에서 후퇴해 국가적 자력갱생 기조에 부합시키기 위한 조치로, 모든 외화·자원을 국가가 통합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무역사업의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역법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어린이 양육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육아법'도 채택됐습니다.

탁아소·유치원을 현대적으로 개건하고 매년 봄·가을마다 정기 보수를 법으로 보장하며, 다양한 유제품과 영양식품을 위생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문제 등이 명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례적인 '자아비판'...경제난 돌파 의지 다져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 지도부의 '반성문'도 줄줄이 나왔습니다.

내각을 이끄는 김덕훈 총리부터 주인의식 부족을 자책하는 자아비판에 나섰습니다.

김 총리는 "지난해 내각사업에서 심중한 결함들도 나타났다"며 "당에서 아무리 정확한 경제정책을 제시하고 믿음과 권한을 부여해줘도 경제지도 일군(간부)들이 나라의 경제사업을 책임진 주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다면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에서 그 어떤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반성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국가경제 전반을 통일적으로 걷어쥐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이 인민경제계획을 순별·월별·분기별로 무조건 수행하는 강한 규율을 세우겠다"며 "허풍을 철저히 뿌리 뽑고 불합리한 수속 절차와 승인제도를 합리적으로 바로잡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고정범 재정상도 지난해 국가예산 집행결과를 보고하며 "일군들이 국가예산수입계획을 무조건 수행하겠다는 각오가 부족한 데로부터 일부 단위가 예산 수입 계획을 미달했다"고 반성했습니다.

이어 "자기 단위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그릇된 일본새(업무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언제 가도 나라의 경제를 장성궤도에 올려세울 수 없다"고 다그쳤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대의원들도 토론에 참여해,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지난해의 과오를 반성하며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하는 김광남 대의원 (조선중앙TV)
양승호 대의원은 "지난해 내각의 경제지도 일군들이 경제사업을 과학적으로 작전하고 지휘하지 못해 생산과 건설에 후과(나쁜 결과)를 미치게 했다"면서 자신들의 업무태도가 '피동적'이었다고 자책했습니다.

김광남 대의원은 금속공업 부문에 대한 토론을 하며 "일군들이 옳은 작전과 방법론이 없이 주관적 욕망에 사로잡혀 일한다면 언제 가도 당이 요구하는 과학적인 자력갱생을 실천에 구현할 수 없다는 교훈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간부들이 일선 기관이나 단체의 회의가 아닌 우리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일제히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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