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의 비극?…2년 동안 앉아있던 노인 ‘미라’ 발견

입력 2022.02.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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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혼자 지내는 독거노인이 늘면서 그 생의 마무리 역시 홀로 맞는 고독사가 늘 것이라는 슬픈 예상, 우리가 모두 우려하는 초고령 사회의 모습이 이탈리아에서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식탁 의자에 앉은 채로 숨진 지 최소 2년은 지나, 거의 ‘미라’가 된 70살 노인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현지 대표 일간지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지난 7일 경찰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코모현의 자택에서 70살 여성 마리넬라 베레타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이 지역에 불어닥친 강풍으로 이 집 정원에 있는 나무가 뽑혀 나갈 위험이 있다는 지역 주민들의 신고에 따라 집 안을 살피려고 들어갔다가 시신을 찾았습니다.

경찰과 소방관은 문이 닫힌 채로 말끔히 정돈된 집 안에서 자연적으로 이미 미라가 되어버린 마리넬라 베레타가 여전히 그녀의 부엌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현장에서 범죄를 의심할 만한 단서나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던 만큼 수사 당국은 일흔 살 노인이 아마도 병으로 인해 일어나서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 채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장 확인에 앞서 집주인에게 연락했는데, 스위스인인 집주인은 자신에게 집을 팔고 계속 거주하기로 했던 70세 노인과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웃들 역시 그녀를 몇 년간 보지 못했고, 그녀가 코로나19 이후 이사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리넬라 베레타는 2019년 9월 이후로는 연금을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략 그즈음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연히 발견된 고독사의 현장인 셈입니다.

실제로 이 70세의 외로운 사망자에게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없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비극이 전해지면서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대표 일간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1면 사설을 통해 “그녀가 ‘고독의 화신’이었다”고 분석했고, 다른 일간 일 메사제로는 “정말로 슬픈 점은 다른 이들이 그녀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녀가 그곳에 살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 이탈리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가운데 약 40%가 홀로 살고 있으며,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할 친인척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유엔 조사에서는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2.8%로 세계에서 일본(28.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는데,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이 비율은 23.4%로 늘었습니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로, 이탈리아는 일본, 독일 등과 더불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표 국가로 꼽힙니다.

통계청은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14% 이상인 사회)가 된 우리나라가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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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령 사회의 비극?…2년 동안 앉아있던 노인 ‘미라’ 발견
    • 입력 2022-02-10 06:01:24
    세계는 지금

외롭게 혼자 지내는 독거노인이 늘면서 그 생의 마무리 역시 홀로 맞는 고독사가 늘 것이라는 슬픈 예상, 우리가 모두 우려하는 초고령 사회의 모습이 이탈리아에서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식탁 의자에 앉은 채로 숨진 지 최소 2년은 지나, 거의 ‘미라’가 된 70살 노인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현지 대표 일간지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지난 7일 경찰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코모현의 자택에서 70살 여성 마리넬라 베레타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이 지역에 불어닥친 강풍으로 이 집 정원에 있는 나무가 뽑혀 나갈 위험이 있다는 지역 주민들의 신고에 따라 집 안을 살피려고 들어갔다가 시신을 찾았습니다.

경찰과 소방관은 문이 닫힌 채로 말끔히 정돈된 집 안에서 자연적으로 이미 미라가 되어버린 마리넬라 베레타가 여전히 그녀의 부엌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현장에서 범죄를 의심할 만한 단서나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던 만큼 수사 당국은 일흔 살 노인이 아마도 병으로 인해 일어나서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 채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장 확인에 앞서 집주인에게 연락했는데, 스위스인인 집주인은 자신에게 집을 팔고 계속 거주하기로 했던 70세 노인과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웃들 역시 그녀를 몇 년간 보지 못했고, 그녀가 코로나19 이후 이사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리넬라 베레타는 2019년 9월 이후로는 연금을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략 그즈음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연히 발견된 고독사의 현장인 셈입니다.

실제로 이 70세의 외로운 사망자에게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없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비극이 전해지면서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대표 일간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1면 사설을 통해 “그녀가 ‘고독의 화신’이었다”고 분석했고, 다른 일간 일 메사제로는 “정말로 슬픈 점은 다른 이들이 그녀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녀가 그곳에 살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 이탈리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가운데 약 40%가 홀로 살고 있으며,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할 친인척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유엔 조사에서는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2.8%로 세계에서 일본(28.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는데,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이 비율은 23.4%로 늘었습니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로, 이탈리아는 일본, 독일 등과 더불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표 국가로 꼽힙니다.

통계청은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14% 이상인 사회)가 된 우리나라가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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