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700차례 ‘불법 촬영’ 고교 교사…1심 판단은?

입력 2022.0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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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 등에서 여학생과 여직원을 수백 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된 전직 고등학교 교사가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청소년성보호법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직 교사 30대 남성 이 모 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또,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각 10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명령했습니다.

■ 2년간 약 700번 불법 촬영…학교에서도 범행

검찰 수사 결과, 이 씨의 범행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4월 신고로 붙잡힐 때까지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여학생 기숙사의 샤워실과 화장실,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여성 교직원용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신체를 불법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주점의 여자 화장실에도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불법 촬영 횟수가 모두 합쳐 7백 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법원 “신성한 배움의 장소에서 범행…교사 명예 실추시켜”

이처럼 이 씨의 범행이 특히 학교에서 이뤄진 데 대해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등학교 교사로서 아동 청소년 학생들을 보호하고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신성한 배움의 장소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신을 신뢰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 교사를 대상으로도 범행을 저질러 성실하게 근무하는 다른 교직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교사로서의 명예도 실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범죄는 피해자 인격과 명예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 또한 심각한 범죄로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피해자 1명과만 합의…법원 “피해자들 깊은 배신감 느껴”

경찰 조사 단계에서 학교에서 발생한 피해자는 116명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이 씨가 근무했던 학교의 여학생과 여직원 수를 더한 숫자였습니다. 경찰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로 피해자를 일일이 특정하는 작업을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가 단 1명의 피해자와만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피해자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피해자 대부분에게서 용서받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깊은 배신감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상당한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부 피해자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합의한 피해자 외에 다른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불법 촬영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웹사이트에 올리는 등의 유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씨가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9년을 선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징역 10년입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 있는 ‘서울의 학교상’서울시교육청 앞에 있는 ‘서울의 학교상’

■ “매일 자책과 후회” 말했지만 ‘파면’

이 씨는 지난해 11월 결심공판 당시 최후변론에서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상처 입은 분께 사죄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고 멈추지 않았는지 매일 자책과 후회 속에 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교육공무원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교사에 대해 가장 높은 수위 징계인 파면을 의결했습니다.

교육공무원법은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행위로 파면이나 해임을 받은 경우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만큼, 이 씨는 형 집행이 끝나더라도 교단에 다시는 설 수 없습니다.

검찰이나 이 씨가 일주일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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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간 700차례 ‘불법 촬영’ 고교 교사…1심 판단은?
    • 입력 2022-02-10 07: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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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 등에서 여학생과 여직원을 수백 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된 전직 고등학교 교사가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청소년성보호법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직 교사 30대 남성 이 모 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또,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각 10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명령했습니다.

■ 2년간 약 700번 불법 촬영…학교에서도 범행

검찰 수사 결과, 이 씨의 범행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4월 신고로 붙잡힐 때까지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여학생 기숙사의 샤워실과 화장실,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여성 교직원용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신체를 불법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주점의 여자 화장실에도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불법 촬영 횟수가 모두 합쳐 7백 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법원 “신성한 배움의 장소에서 범행…교사 명예 실추시켜”

이처럼 이 씨의 범행이 특히 학교에서 이뤄진 데 대해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등학교 교사로서 아동 청소년 학생들을 보호하고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신성한 배움의 장소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신을 신뢰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 교사를 대상으로도 범행을 저질러 성실하게 근무하는 다른 교직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교사로서의 명예도 실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범죄는 피해자 인격과 명예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 또한 심각한 범죄로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피해자 1명과만 합의…법원 “피해자들 깊은 배신감 느껴”

경찰 조사 단계에서 학교에서 발생한 피해자는 116명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이 씨가 근무했던 학교의 여학생과 여직원 수를 더한 숫자였습니다. 경찰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로 피해자를 일일이 특정하는 작업을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가 단 1명의 피해자와만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피해자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피해자 대부분에게서 용서받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깊은 배신감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상당한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부 피해자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합의한 피해자 외에 다른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불법 촬영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웹사이트에 올리는 등의 유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씨가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9년을 선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징역 10년입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 있는 ‘서울의 학교상’
■ “매일 자책과 후회” 말했지만 ‘파면’

이 씨는 지난해 11월 결심공판 당시 최후변론에서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상처 입은 분께 사죄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고 멈추지 않았는지 매일 자책과 후회 속에 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교육공무원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교사에 대해 가장 높은 수위 징계인 파면을 의결했습니다.

교육공무원법은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행위로 파면이나 해임을 받은 경우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만큼, 이 씨는 형 집행이 끝나더라도 교단에 다시는 설 수 없습니다.

검찰이나 이 씨가 일주일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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