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아기에 발길질 유치 3개 손상…CCTV 확인 한계 여전

입력 2022.02.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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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턱을 부딪치며 부러지거나 흔들린 아랫니 3개를 촬영한 사진바닥에 턱을 부딪치며 부러지거나 흔들린 아랫니 3개를 촬영한 사진

■ "어린이집 갔던 돌잡이 아기가 아랫니 3개를 다쳤어요"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두 아이를 키우는 이수영 씨는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급하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13개월 된 딸이 다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는 바닥에 턱을 부딪치면서 아랫니 3개가 부러지거나 흔들리게 됐고,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까지 가야 했습니다.

아이의 보육교사는 "아이가 놀다가 넘어졌다"라고 설명했고, 학부모는 CCTV를 통해 정확하게 다친 과정을 확인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자 보육교사는 "아이를 발로 살짝 밀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고, 아이가 다치게 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CTV에 고스란히 담긴 학대 정황…학부모 '피해 아동 6명·신체적 학대 100여 건' 주장

보육교사가 아이에게 발길질하는 모습보육교사가 아이에게 발길질하는 모습

CCTV를 확인한 피해 아동 학부모는 참담함이 앞섰습니다. 털썩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진 아이를 보육교사가 발로 미는가 하면, 방향을 바꿔 가려는 아이에게 발길질한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아동과 같은 반인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분량의 CCTV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확보한 영상 분량 가운데 무작위로 스물다섯날을 선택해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피해 아동 학부모들이 아동학대 정황으로 제공한 영상피해 아동 학부모들이 아동학대 정황으로 제공한 영상

자고 있는 아이를 갑자기 일으켜 세워 아이가 휘청이기도 하고, 아이를 두 팔만 들어 올려 옮기거나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등 학대 의심 정황만 100여 건. 피해 아동 수도 '0세 반' 원생 6명에 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증거 'CCTV', 확보가 문제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지난 7일 경남 양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보육교사 엄벌을 촉구했습니다.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지난 7일 경남 양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보육교사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7일, 피해 아동 학부모는 보육교사의 엄벌을 촉구하며 경남 양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한 원생 6명의 학부모가 모두 참석했습니다.

피해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아이의 몸에 멍이 들거나 가벼운 상처가 생겨도 친구들과 놀다가 다쳤겠거니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바로 그동안 아이가 학대를 당한 증거라고 생각된다'라며 답답해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 아동들은 태어난 지 7개월에서 14개월 된 영아입니다.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하기 어려운 나이로, 학부모들은 CCTV를 통해서야 담임교사의 행동을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학부모는 해당 보육교사가 지난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서 일해온 만큼 신체적 학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 11일, 어린이집에 CCTV 열람을 요청했지만, 어린이집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며 열람을 거절했습니다. 답답한 학부모는 어린이집이 있는 지자체에도 문의했지만, 경남 양산시청은 사건이 있었던 특정일만 CCTV를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어린이집 답변과 양산시청의 답변은 모두 사실과 달랐습니다.

지난해 6월 바뀐 영유아보호법 15조. ①지난해 6월 바뀐 영유아보호법 15조. ①

영유아보호법은 2015년부터 보호자가 자녀 등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열람요청서를 제출하면 영상정보 열람을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어린이집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을 제공하는 곳이 대다수였습니다. 모자이크가 과하게 처리된 영상은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어렵기도 했고, 영상 처리 비용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며 분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학대 정황을 발견했을 때 어린이집 CCTV 영상 원본을 열람할 수 있게 논의했고, 같은 해 6월 CCTV 원본을 확인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습니다.

■ 법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CCTV 확인'은 큰 산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자료화면)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자료화면)

홍창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무국장은 법도, 기준도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CCTV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열람을 거절했을 때 받는 처분이 약한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CCTV를 공개했을 때 받을 처벌과 CCTV를 공개하지 않았을 때 받을 과태료 처분을 비교하면 공개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CCTV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 CCTV 전담 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전문 상담인력도 배치했습니다.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했을 때 CCTV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1670-2082'로 전화해 상담받길 당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이달 말 자진 폐업…"죄송하다" 말과 다른 꼼수?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경남 양산 ○○어린이집해당 사건이 발생한 경남 양산 ○○어린이집

사건이 벌어진 어린이집 원장은 CCTV를 확인하기 전까지 학대 사실을 몰랐다면서 피해 아동과 학부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또 원장인 본인의 감독 소홀로 벌어진 일이라며 어린이집을 스스로 폐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폐업 예정일은 이달 말입니다.

하지만 아동 전문가는 어린이집 자진 폐업은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합니다.

아동학대 등 위법행위를 한 어린이집은 어린이집 운영 정지와 원장 자격 박탈 등의 행정처분을 받습니다. 하지만 행정 처분을 받기 전 어린이집을 폐업한다면 곧바로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인재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동학대 등 위법행위가 적발된 뒤 자진 폐업해 행정처분을 피한 곳이 32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아동 전문가는 사법적인 판단과 따로 행정처분을 내려야 또 다른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보육교사 '아동학대 입건'…국민청원도 진행 중

한편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해당 보육교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확보한 CCTV를 토대로 아랫니가 부러진 아동을 포함한 원생 3명에 대한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해 입건했습니다. 추가 조사를 이어가면서 0세 반 외에도 원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학대를 당한 아동이 있는지 확인하고, 정확한 학대 건수를 파악할 예정입니다.

보육교사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게시글에 동의자 3만 명 넘어보육교사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게시글에 동의자 3만 명 넘어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해당 보육교사에게 엄벌을 내려달라며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하루 만에 동의 건수가 3만 명을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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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개월 아기에 발길질 유치 3개 손상…CCTV 확인 한계 여전
    • 입력 2022-02-10 08:02:34
    취재K
바닥에 턱을 부딪치며 부러지거나 흔들린 아랫니 3개를 촬영한 사진
■ "어린이집 갔던 돌잡이 아기가 아랫니 3개를 다쳤어요"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두 아이를 키우는 이수영 씨는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급하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13개월 된 딸이 다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는 바닥에 턱을 부딪치면서 아랫니 3개가 부러지거나 흔들리게 됐고,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까지 가야 했습니다.

아이의 보육교사는 "아이가 놀다가 넘어졌다"라고 설명했고, 학부모는 CCTV를 통해 정확하게 다친 과정을 확인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자 보육교사는 "아이를 발로 살짝 밀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고, 아이가 다치게 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CTV에 고스란히 담긴 학대 정황…학부모 '피해 아동 6명·신체적 학대 100여 건' 주장

보육교사가 아이에게 발길질하는 모습
CCTV를 확인한 피해 아동 학부모는 참담함이 앞섰습니다. 털썩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진 아이를 보육교사가 발로 미는가 하면, 방향을 바꿔 가려는 아이에게 발길질한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아동과 같은 반인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분량의 CCTV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확보한 영상 분량 가운데 무작위로 스물다섯날을 선택해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피해 아동 학부모들이 아동학대 정황으로 제공한 영상
자고 있는 아이를 갑자기 일으켜 세워 아이가 휘청이기도 하고, 아이를 두 팔만 들어 올려 옮기거나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등 학대 의심 정황만 100여 건. 피해 아동 수도 '0세 반' 원생 6명에 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증거 'CCTV', 확보가 문제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지난 7일 경남 양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보육교사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7일, 피해 아동 학부모는 보육교사의 엄벌을 촉구하며 경남 양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한 원생 6명의 학부모가 모두 참석했습니다.

피해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아이의 몸에 멍이 들거나 가벼운 상처가 생겨도 친구들과 놀다가 다쳤겠거니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바로 그동안 아이가 학대를 당한 증거라고 생각된다'라며 답답해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 아동들은 태어난 지 7개월에서 14개월 된 영아입니다.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하기 어려운 나이로, 학부모들은 CCTV를 통해서야 담임교사의 행동을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학부모는 해당 보육교사가 지난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서 일해온 만큼 신체적 학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 11일, 어린이집에 CCTV 열람을 요청했지만, 어린이집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며 열람을 거절했습니다. 답답한 학부모는 어린이집이 있는 지자체에도 문의했지만, 경남 양산시청은 사건이 있었던 특정일만 CCTV를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어린이집 답변과 양산시청의 답변은 모두 사실과 달랐습니다.

지난해 6월 바뀐 영유아보호법 15조. ①
영유아보호법은 2015년부터 보호자가 자녀 등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열람요청서를 제출하면 영상정보 열람을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어린이집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을 제공하는 곳이 대다수였습니다. 모자이크가 과하게 처리된 영상은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어렵기도 했고, 영상 처리 비용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며 분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학대 정황을 발견했을 때 어린이집 CCTV 영상 원본을 열람할 수 있게 논의했고, 같은 해 6월 CCTV 원본을 확인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습니다.

■ 법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CCTV 확인'은 큰 산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자료화면)
홍창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무국장은 법도, 기준도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CCTV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열람을 거절했을 때 받는 처분이 약한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CCTV를 공개했을 때 받을 처벌과 CCTV를 공개하지 않았을 때 받을 과태료 처분을 비교하면 공개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CCTV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 CCTV 전담 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전문 상담인력도 배치했습니다.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했을 때 CCTV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1670-2082'로 전화해 상담받길 당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이달 말 자진 폐업…"죄송하다" 말과 다른 꼼수?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경남 양산 ○○어린이집
사건이 벌어진 어린이집 원장은 CCTV를 확인하기 전까지 학대 사실을 몰랐다면서 피해 아동과 학부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또 원장인 본인의 감독 소홀로 벌어진 일이라며 어린이집을 스스로 폐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폐업 예정일은 이달 말입니다.

하지만 아동 전문가는 어린이집 자진 폐업은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합니다.

아동학대 등 위법행위를 한 어린이집은 어린이집 운영 정지와 원장 자격 박탈 등의 행정처분을 받습니다. 하지만 행정 처분을 받기 전 어린이집을 폐업한다면 곧바로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인재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동학대 등 위법행위가 적발된 뒤 자진 폐업해 행정처분을 피한 곳이 32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아동 전문가는 사법적인 판단과 따로 행정처분을 내려야 또 다른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보육교사 '아동학대 입건'…국민청원도 진행 중

한편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해당 보육교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확보한 CCTV를 토대로 아랫니가 부러진 아동을 포함한 원생 3명에 대한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해 입건했습니다. 추가 조사를 이어가면서 0세 반 외에도 원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학대를 당한 아동이 있는지 확인하고, 정확한 학대 건수를 파악할 예정입니다.

보육교사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게시글에 동의자 3만 명 넘어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해당 보육교사에게 엄벌을 내려달라며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하루 만에 동의 건수가 3만 명을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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