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韓 정상급 프로골퍼·주니어 선수들 美서 전지훈련 사기 피해

입력 2022.02.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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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스프링스시 골프장 (사진 출처:팜 스프링스 시청,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팜 스프링스시 골프장 (사진 출처:팜 스프링스 시청,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약 1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팜 스프링스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근처에 사막 관광지로 유명한 ‘조슈아 트리’가 있으며 라스베이거스처럼 카지노와 골프 리조트 등 관광 산업이 주요 경제 기반입니다.

주변이 사막이다 보니 여름철에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온 때문에 바깥 활동이 어렵지만 겨울철에는 20도가 넘어 야외에서 수영할 정도로 온화한 기온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이기도 합니다.

■ 한국의 정상급 프로골퍼·주니어 선수 등 300명 팜 스프링스에서 전지 훈련

지난해 12월 말 한국의 KPGA·KLPGA 투어 프로를 비롯해 주니어 선수 등 300명 안팎이 이곳 팜 스프링스에 동계 전지훈련을 왔습니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국내 골프 랭킹 정상급에 올라있는 유명 프로골퍼를 비롯해 주니어 선수들로 구성됐고 주니어 선수들도 이미 이름이 알려진 골프 유망주들로 유명 스포츠 선수의 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훈련과 관련된 골프장 그리고 숙식은 모두 샌디에이고에 기반을 둔 한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했습니다.

해당 회사는 오랜 기간 미국에서 골프 전지훈련을 알선해왔던 전문 업체로 대부분 참가자는 서면 계약 없이 구두로 이 회사 대표 A 씨와 계약했습니다. 골프장에 따라 평균 하루 150달러 안팎의 비용에 2월 24일까지 두 달 일정으로 숙식과 골프장을 제공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개인은 수천 달러 팀당 비용은 인원에 따라 8만 달러에서 15만 달러였고 일부 비용은 사전에 한국에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사진 출처:KBS 화면 캡처)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사진 출처:KBS 화면 캡처)

■ "골프장 예약도 안 돼 있어.... 식사도 제공 받지 못해"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현지 시각 2월 6일 일요일 팜 스프링스 보안관이 참가자들을 찾아와 빌려준 차를 즉시 반납하라는 명령과 함께 즉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통지를 전했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차량은 사용료가 처음 일부만 결제돼 있었고 상당 기간 사용료를 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렌터카 회사는 A 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고 결국 해당 지역 보안관에게 신고했던 겁니다.

한 주니어 선수의 학부형 B 씨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KBS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도착했을 당시 차량 준비도 제대로 안 돼 있었고 독점 계약 했다는 골프장에 가 보니 아예 예약 자체가 안 돼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모바일 앱으로 빈 시간대를 예약해 선수들이 다른 골프장을 이용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의 식사도 케이터링 업체를 통해 제공 받기로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제가 안 됐다는 이유로 식사를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A 씨는 송금에 문제가 생겨 결제가 늦어지고 있다며 일단 개인 카드로 결제하면 나중에 한 사람당 하루에 15달러씩 정산을 해준다고 참가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했습니다.

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사진 출처:KBS 화면 캡처)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사진 출처:KBS 화면 캡처)

■ 선수들 골프코치 자비로 훈련 진행

그런데 결제는 한 달이 다 되도록 미뤄졌습니다. A 씨는 어느 날부터 연락되지 않았고 결국 렌터카를 빼앗기고 일부는 숙소에서도 쫓겨 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문제는 주니어 선수를 데리고 온 골프 코치들이었습니다.

한 골프 코치 C 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문제의 업체 대표 A 씨는 처음에 부족한 것이 많아 미안하다며 나중에 다 해주겠다고 말했으나 3주쯤 지났을 때 숙박비 렌터카 그리고 골프장 이용료 등의 문제가 터졌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주니어 선수들은 자신을 믿고 왔기 때문에 그들이 연습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자신이 숙식과 골프장 이용료 렌터카 비용으로 하루에 수천 달러씩 결제하고 있어 피해가 크다며 하소연했습니다. C 코치는 팜 스프링스에 머물고 있는 A 씨의 숙소를 찾아가 봤지만 A 씨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고 말했습니다.

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화면 출처: KBS 화면 캡처)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화면 출처: KBS 화면 캡처)

■ "피해 금액 300만 달러, 우리 돈 30 억 원 넘어"

학부형 B 씨는 훈련 온 선수들의 피해 금액이 약 300만 달러 우리 돈 36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C 코치는 이렇게 피해 금액이 큰 것은 평소 전지훈련 인원은 100명을 넘지 않으나 코로나로 인해 전지훈련을 가지 못한 상황에서 2년 만에 미국에서 훈련 참가자들을 모집해 선수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A씨가 오랫동안 전지훈련을 진행해 온 데다 과거에도 계약서가 따로 없이 프로그램을 운영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고 A 씨는 이런 점들을 이용해 최대한 참가자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C 코치는 생각해보니 자신이 입금했던 통장 소유주도 A씨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참가자들은 샌디에이고 한인회 측에 연락을 해왔고 한인회는 LA 총영사관에 이 사건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피해자들은 A 씨의 위법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곧 한국으로 돌아 가야 하기 때문에 잠적한 A 씨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합니다. 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특정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등록된 업체 정보 ,2021년 5월 15일 자로 영업 불가 처분이 내려짐 (사진 출처:인터넷 화면)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등록된 업체 정보 ,2021년 5월 15일 자로 영업 불가 처분이 내려짐 (사진 출처:인터넷 화면)

■ 문제의 업체는 2021년 5월부터 영업 금지 처분 상태

A 씨는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골프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해왔으며 지난 9년간 골프 선수들의 전지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이 주 정부에 등록한 A 씨의 업체를 확인해 보니 주소는 LA로 돼 있었고 해당 주소지에는 2019년부터 다른 업체가 입주해 있었습니다. A 씨 업체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아 결국 지난해 5월 15일부터 영업 불가 처분을 받은 상태입니다.

현지 경찰은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대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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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韓 정상급 프로골퍼·주니어 선수들 美서 전지훈련 사기 피해
    • 입력 2022-02-10 10:56:58
    특파원 리포트
팜 스프링스시 골프장 (사진 출처:팜 스프링스 시청,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약 1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팜 스프링스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근처에 사막 관광지로 유명한 ‘조슈아 트리’가 있으며 라스베이거스처럼 카지노와 골프 리조트 등 관광 산업이 주요 경제 기반입니다.

주변이 사막이다 보니 여름철에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온 때문에 바깥 활동이 어렵지만 겨울철에는 20도가 넘어 야외에서 수영할 정도로 온화한 기온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이기도 합니다.

■ 한국의 정상급 프로골퍼·주니어 선수 등 300명 팜 스프링스에서 전지 훈련

지난해 12월 말 한국의 KPGA·KLPGA 투어 프로를 비롯해 주니어 선수 등 300명 안팎이 이곳 팜 스프링스에 동계 전지훈련을 왔습니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국내 골프 랭킹 정상급에 올라있는 유명 프로골퍼를 비롯해 주니어 선수들로 구성됐고 주니어 선수들도 이미 이름이 알려진 골프 유망주들로 유명 스포츠 선수의 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훈련과 관련된 골프장 그리고 숙식은 모두 샌디에이고에 기반을 둔 한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했습니다.

해당 회사는 오랜 기간 미국에서 골프 전지훈련을 알선해왔던 전문 업체로 대부분 참가자는 서면 계약 없이 구두로 이 회사 대표 A 씨와 계약했습니다. 골프장에 따라 평균 하루 150달러 안팎의 비용에 2월 24일까지 두 달 일정으로 숙식과 골프장을 제공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개인은 수천 달러 팀당 비용은 인원에 따라 8만 달러에서 15만 달러였고 일부 비용은 사전에 한국에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사진 출처:KBS 화면 캡처)
■ "골프장 예약도 안 돼 있어.... 식사도 제공 받지 못해"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현지 시각 2월 6일 일요일 팜 스프링스 보안관이 참가자들을 찾아와 빌려준 차를 즉시 반납하라는 명령과 함께 즉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통지를 전했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차량은 사용료가 처음 일부만 결제돼 있었고 상당 기간 사용료를 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렌터카 회사는 A 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고 결국 해당 지역 보안관에게 신고했던 겁니다.

한 주니어 선수의 학부형 B 씨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KBS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도착했을 당시 차량 준비도 제대로 안 돼 있었고 독점 계약 했다는 골프장에 가 보니 아예 예약 자체가 안 돼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모바일 앱으로 빈 시간대를 예약해 선수들이 다른 골프장을 이용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의 식사도 케이터링 업체를 통해 제공 받기로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제가 안 됐다는 이유로 식사를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A 씨는 송금에 문제가 생겨 결제가 늦어지고 있다며 일단 개인 카드로 결제하면 나중에 한 사람당 하루에 15달러씩 정산을 해준다고 참가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했습니다.

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사진 출처:KBS 화면 캡처)
■ 선수들 골프코치 자비로 훈련 진행

그런데 결제는 한 달이 다 되도록 미뤄졌습니다. A 씨는 어느 날부터 연락되지 않았고 결국 렌터카를 빼앗기고 일부는 숙소에서도 쫓겨 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문제는 주니어 선수를 데리고 온 골프 코치들이었습니다.

한 골프 코치 C 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문제의 업체 대표 A 씨는 처음에 부족한 것이 많아 미안하다며 나중에 다 해주겠다고 말했으나 3주쯤 지났을 때 숙박비 렌터카 그리고 골프장 이용료 등의 문제가 터졌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주니어 선수들은 자신을 믿고 왔기 때문에 그들이 연습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자신이 숙식과 골프장 이용료 렌터카 비용으로 하루에 수천 달러씩 결제하고 있어 피해가 크다며 하소연했습니다. C 코치는 팜 스프링스에 머물고 있는 A 씨의 숙소를 찾아가 봤지만 A 씨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고 말했습니다.

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피해 선수들 (화면 출처: KBS 화면 캡처)
■ "피해 금액 300만 달러, 우리 돈 30 억 원 넘어"

학부형 B 씨는 훈련 온 선수들의 피해 금액이 약 300만 달러 우리 돈 36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C 코치는 이렇게 피해 금액이 큰 것은 평소 전지훈련 인원은 100명을 넘지 않으나 코로나로 인해 전지훈련을 가지 못한 상황에서 2년 만에 미국에서 훈련 참가자들을 모집해 선수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A씨가 오랫동안 전지훈련을 진행해 온 데다 과거에도 계약서가 따로 없이 프로그램을 운영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고 A 씨는 이런 점들을 이용해 최대한 참가자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C 코치는 생각해보니 자신이 입금했던 통장 소유주도 A씨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참가자들은 샌디에이고 한인회 측에 연락을 해왔고 한인회는 LA 총영사관에 이 사건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피해자들은 A 씨의 위법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곧 한국으로 돌아 가야 하기 때문에 잠적한 A 씨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합니다. 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특정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등록된 업체 정보 ,2021년 5월 15일 자로 영업 불가 처분이 내려짐 (사진 출처:인터넷 화면)
■ 문제의 업체는 2021년 5월부터 영업 금지 처분 상태

A 씨는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골프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해왔으며 지난 9년간 골프 선수들의 전지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이 주 정부에 등록한 A 씨의 업체를 확인해 보니 주소는 LA로 돼 있었고 해당 주소지에는 2019년부터 다른 업체가 입주해 있었습니다. A 씨 업체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아 결국 지난해 5월 15일부터 영업 불가 처분을 받은 상태입니다.

현지 경찰은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대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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