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 겨울 바다 ‘풍덩’ 인명 구조…“할 일 했을 뿐”

입력 2022.02.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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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일) 밤 10시 55분쯤, 경남 거제시 근포방파제 주변 바다에서 해경에 구조되고 있는 30대와 이를 도운 70대 김하수 씨 모습어제(9일) 밤 10시 55분쯤, 경남 거제시 근포방파제 주변 바다에서 해경에 구조되고 있는 30대와 이를 도운 70대 김하수 씨 모습

■ 편의점 다녀오던 70대…겨울 바다에 빠진 사람 발견

어제(9일) 밤 10시 반쯤, 편의점을 다녀오던 올해 71세의 김하수 씨는 방파제를 따라 지나다 컴컴한 겨울 바다에 뭔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김씨는 방파제에서 8m 정도 떨어진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을 유심히 쳐다봤고, 이내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김 씨는 다급히 지나가던 차를 세워 바다에 사람이 빠졌다며 구조 요청을 했고, 곧이어 옷을 벗어두고 차가운 겨울 바다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바다에 빠진 남성이 힘 없이 물살에 떠 있는 모습을 보고 더는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던 탓입니다.


■ '한 손에는 뗏목 구조물, 한 손에는 사람을' 필사의 20분

어제(9일) 밤 10시 50분 쯤 경남 거제시 근포방파제 주변에서 30대 남성을 구하고 있는 김하수 씨 모습어제(9일) 밤 10시 50분 쯤 경남 거제시 근포방파제 주변에서 30대 남성을 구하고 있는 김하수 씨 모습

바다에 뛰어든 김 씨는 한 손으로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남성의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남은 한 손으로는 방파제 근처에 있던 뗏목의 구조물을 붙들었습니다.

김 씨는 당시 목을 껴안고 있던 남성이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지만, 호흡은 하고 있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당시 바닷물의 온도는 9도. 언제부터 물속에 있었는지 모를 남성이 숨을 쉴 수 있게 자세를 잡은 뒤 필사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차가운 바닷물에 체온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김 씨는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 위를 떠 있었습니다.

20여 분이 지난 밤 10시 55분, 신고를 받은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김 씨는 구조장비를 차고 뛰어내린 해경에게 남성을 넘겨주고서도 구조선에 오르는 순간까지 사고 현장을 지켰습니다.


■ "당연히 할 일 했을 뿐 "… 통영해경 감사장 수여 예정

30대 남성이 구조선에 오를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김하수 씨 모습30대 남성이 구조선에 오를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김하수 씨 모습

김 씨는 취재진의 전화에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쑥스러워했습니다.

김 씨는 "아버지 대부터 경남 거제에서 살면서 바다와 가까이 지냈고, 레저 사업을 하면서 3년전 인명구조 자격증과 다이빙 자격증을 딴 덕분"이라고 덤덤히 답했습니다.

70대의 나이지만 사고 현장을 발견했을 때 '사람을 구해야 한다'라는 생각만 들었다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딸에게 "사람을 구한 일은 뜻깊지만 아빠도 위험할 뻔했다"라는 핀잔아닌 핀잔을 들었다며 웃음을 남겼습니다.

통영해경도 "당시 물살은 항구 주변이라 잔잔한 편이었지만 낮은 기온과 수온 탓에 A씨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면서 "김하수 씨 덕분에 A씨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통영해경은 30대 남성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준 김하수 씨에 대해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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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대 남성 겨울 바다 ‘풍덩’ 인명 구조…“할 일 했을 뿐”
    • 입력 2022-02-10 15:23:55
    취재K
어제(9일) 밤 10시 55분쯤, 경남 거제시 근포방파제 주변 바다에서 해경에 구조되고 있는 30대와 이를 도운 70대 김하수 씨 모습
■ 편의점 다녀오던 70대…겨울 바다에 빠진 사람 발견

어제(9일) 밤 10시 반쯤, 편의점을 다녀오던 올해 71세의 김하수 씨는 방파제를 따라 지나다 컴컴한 겨울 바다에 뭔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김씨는 방파제에서 8m 정도 떨어진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을 유심히 쳐다봤고, 이내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김 씨는 다급히 지나가던 차를 세워 바다에 사람이 빠졌다며 구조 요청을 했고, 곧이어 옷을 벗어두고 차가운 겨울 바다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바다에 빠진 남성이 힘 없이 물살에 떠 있는 모습을 보고 더는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던 탓입니다.


■ '한 손에는 뗏목 구조물, 한 손에는 사람을' 필사의 20분

어제(9일) 밤 10시 50분 쯤 경남 거제시 근포방파제 주변에서 30대 남성을 구하고 있는 김하수 씨 모습
바다에 뛰어든 김 씨는 한 손으로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남성의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남은 한 손으로는 방파제 근처에 있던 뗏목의 구조물을 붙들었습니다.

김 씨는 당시 목을 껴안고 있던 남성이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지만, 호흡은 하고 있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당시 바닷물의 온도는 9도. 언제부터 물속에 있었는지 모를 남성이 숨을 쉴 수 있게 자세를 잡은 뒤 필사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차가운 바닷물에 체온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김 씨는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 위를 떠 있었습니다.

20여 분이 지난 밤 10시 55분, 신고를 받은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김 씨는 구조장비를 차고 뛰어내린 해경에게 남성을 넘겨주고서도 구조선에 오르는 순간까지 사고 현장을 지켰습니다.


■ "당연히 할 일 했을 뿐 "… 통영해경 감사장 수여 예정

30대 남성이 구조선에 오를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김하수 씨 모습
김 씨는 취재진의 전화에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쑥스러워했습니다.

김 씨는 "아버지 대부터 경남 거제에서 살면서 바다와 가까이 지냈고, 레저 사업을 하면서 3년전 인명구조 자격증과 다이빙 자격증을 딴 덕분"이라고 덤덤히 답했습니다.

70대의 나이지만 사고 현장을 발견했을 때 '사람을 구해야 한다'라는 생각만 들었다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딸에게 "사람을 구한 일은 뜻깊지만 아빠도 위험할 뻔했다"라는 핀잔아닌 핀잔을 들었다며 웃음을 남겼습니다.

통영해경도 "당시 물살은 항구 주변이라 잔잔한 편이었지만 낮은 기온과 수온 탓에 A씨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면서 "김하수 씨 덕분에 A씨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통영해경은 30대 남성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준 김하수 씨에 대해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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