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불멍’하다 유증기 폭발에 질식까지…캠핑 난방용품 사용 주의
입력 2022.02.11 (16:25)
수정 2022.02.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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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이어지면서 해외여행은 커녕 유명 관광지를 찾는 것도 부담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집, 회사, 집, 회사... 쳇바퀴 같은 생활을 반복하자니 너나 할 것 없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의 탈출구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건 이 때문입니다. 캠핑장 예약이 눈 깜짝할 새 마감되는 이른바 ‘1초 컷’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즐거운 캠핑이 한순간의 부주의로 끔찍한 악몽이 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 그렇습니다.
최근 5년 새 전국에서 이 같은 캠핑 난방용품 관련 화재나 가스 중독사고는 50건에 달합니다. 추운 몸을 녹이고, '불멍'을 하기 위해 피운 난방기구로 인한 폭발과 질식, 화재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 에탄올 화로에 불.. 아파트 주민 7명 다쳐
지난달 10일 오후 5시쯤 대전시 월평동의 한 아파트 2층에서 갑자기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습니다.
불은 삽시간에 번져 1명이 화상을 입고, 6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연기가 들어차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아파트 고층 주민 21명은 소방대원에 의해 긴급구조됐습니다.
당시 대피하지 못해 집안에 남아있던 3층 주민은 “펑 소리가 나서 대피하려다가 밖에 연기가 너무 심해서 대피를 못하고 작은 방에 숨어있었는데, 소방관들이 산소마스크를 씌워주셔서 대피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파트 2층 내부뿐 아니라 3층부터 5층까지 위층 베란다와 에어컨 실외기 등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방당국의 화재 조사 결과 2층 주민 A 씨가 베란다에서 ‘에탄올 화로’에 연료를 주입하다 유증기 폭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이 꺼져있는지 미처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료를 넣다가 불이 난 겁니다.

■ 텐트 안 ‘가스용 온수매트’에 질식
지난해 4월, 충남 당진시의 한 해수욕장 텐트 안에서 60대 부부와 반려견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 부부가 캠핑을 떠난 지 나흘째 되던 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위치 추적을 통해 이들 부부를 발견한 겁니다.
당시 부부가 사용한 텐트는 ‘이중 텐트’로 환기가 되지 않게 밀폐돼 있었고, 안에는 부탄가스로 물을 데우는 ‘가스용 온수매트’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자살이나 타살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며, 가스용 온수매트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사고가 나기 불과 6개월 전인 2020년 10월에도 같은 해변에서 50대 여성이 텐트 안에서 숯불을 피우고 잠들었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기도 했습니다.
2019년 1월에는 충남 금산의 한 펜션 밀집 지역에서 40대 야영객 2명이 텐트 안에 나무 땔감과 숯을 쓰는 화덕을 놓고 잠을 자다 질식해 숨졌습니다.
캠핑용 난방기구를 쓰다가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해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 에탄올 화로에 연료 넣어 봤더니 ‘펑’
캠핑용 난방기구가 얼마나 위험한지 대전소방본부와 직접 실험해봤습니다.
먼저 상자 안에 놓인 캠핑용 에탄올 화로에 연료를 넣었습니다. 폭발과 함께 곧바로 화염이 솟구칩니다.
특히 에탄올 화로는 등유 화로와 달리 불꽃이 잘 안 보여 연료를 넣을 때 불이 꺼진 것으로 착각할 위험도 큽니다.
실험할 당시에도 에탄올 화로에 불을 붙여봤더니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열화상 카메라로 살펴봤더니 불이 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연료통 마개를 열 때 유증기가 갑자기 퍼지면서 폭발할 위험도 큽니다.
이성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에탄올 화로는 주위 환경에 따라서 불꽃이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연료를 보충할 때는 반드시 불꽃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며 “또, 에탄올 증기인 기체는 확산이 빨라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액체보다 기체가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전소방본부도 월평동 아파트 화재처럼 에탄올 연료통 내부에 유증기가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유증착화’로 인한 화재 우려가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 단 10분 만에 ‘일산화탄소’ 중독
이번엔 텐트 안에 숯불 화로와 가스난로를 각각 넣어두고 일산화탄소 수치가 얼마나 오르는지 확인해봤습니다.
화로가 텐트 안에 들어가자마자 경보기가 이를 감지해 알람이 울립니다. 그리고 불과 10분 만에 텐트 내부의 일산화탄소, CO 농도가 2,000 PPM까지 치솟습니다.
구토와 실신, 뇌 손상 뿐 아니라 2시간 안에 목숨을 잃을 정도의 수치입니다.
특히 작업장 환경 기준 허용치인 50 PPM과 비교하면 일산화탄소 수치가 40배 이상 높았습니다.

장창훈 대전 둔산소방서 화재조사관은 “특히 숯은 불완전 연소를 해 단시간에 일산화탄소 수치가 급격히 증가해 매우 위험하다”며 “텐트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부득이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는 자주 환기를 시켜줘야만 중독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캠핑용 난방기구의 안전한 사용법을 반드시 숙지하고, 개인용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도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관기사]
캠핑용 에탄올 화로’ 주의…“불꽃 안 보여 연료 주입하다 폭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92179
대전 아파트 2층에서 큰 불…7명 부상·21명 구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69324
해수욕장 텐트서 60대 부부 숨진 채 발견…‘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72486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40대 남성 2명 숨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115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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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2-11 16:25:31
- 수정2022-02-11 16:46:27

오랫동안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이어지면서 해외여행은 커녕 유명 관광지를 찾는 것도 부담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집, 회사, 집, 회사... 쳇바퀴 같은 생활을 반복하자니 너나 할 것 없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의 탈출구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건 이 때문입니다. 캠핑장 예약이 눈 깜짝할 새 마감되는 이른바 ‘1초 컷’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즐거운 캠핑이 한순간의 부주의로 끔찍한 악몽이 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 그렇습니다.
최근 5년 새 전국에서 이 같은 캠핑 난방용품 관련 화재나 가스 중독사고는 50건에 달합니다. 추운 몸을 녹이고, '불멍'을 하기 위해 피운 난방기구로 인한 폭발과 질식, 화재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 에탄올 화로에 불.. 아파트 주민 7명 다쳐
지난달 10일 오후 5시쯤 대전시 월평동의 한 아파트 2층에서 갑자기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습니다.
불은 삽시간에 번져 1명이 화상을 입고, 6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연기가 들어차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아파트 고층 주민 21명은 소방대원에 의해 긴급구조됐습니다.
당시 대피하지 못해 집안에 남아있던 3층 주민은 “펑 소리가 나서 대피하려다가 밖에 연기가 너무 심해서 대피를 못하고 작은 방에 숨어있었는데, 소방관들이 산소마스크를 씌워주셔서 대피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파트 2층 내부뿐 아니라 3층부터 5층까지 위층 베란다와 에어컨 실외기 등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방당국의 화재 조사 결과 2층 주민 A 씨가 베란다에서 ‘에탄올 화로’에 연료를 주입하다 유증기 폭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이 꺼져있는지 미처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료를 넣다가 불이 난 겁니다.

■ 텐트 안 ‘가스용 온수매트’에 질식
지난해 4월, 충남 당진시의 한 해수욕장 텐트 안에서 60대 부부와 반려견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 부부가 캠핑을 떠난 지 나흘째 되던 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위치 추적을 통해 이들 부부를 발견한 겁니다.
당시 부부가 사용한 텐트는 ‘이중 텐트’로 환기가 되지 않게 밀폐돼 있었고, 안에는 부탄가스로 물을 데우는 ‘가스용 온수매트’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자살이나 타살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며, 가스용 온수매트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사고가 나기 불과 6개월 전인 2020년 10월에도 같은 해변에서 50대 여성이 텐트 안에서 숯불을 피우고 잠들었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기도 했습니다.
2019년 1월에는 충남 금산의 한 펜션 밀집 지역에서 40대 야영객 2명이 텐트 안에 나무 땔감과 숯을 쓰는 화덕을 놓고 잠을 자다 질식해 숨졌습니다.
캠핑용 난방기구를 쓰다가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해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 에탄올 화로에 연료 넣어 봤더니 ‘펑’
캠핑용 난방기구가 얼마나 위험한지 대전소방본부와 직접 실험해봤습니다.
먼저 상자 안에 놓인 캠핑용 에탄올 화로에 연료를 넣었습니다. 폭발과 함께 곧바로 화염이 솟구칩니다.
특히 에탄올 화로는 등유 화로와 달리 불꽃이 잘 안 보여 연료를 넣을 때 불이 꺼진 것으로 착각할 위험도 큽니다.
실험할 당시에도 에탄올 화로에 불을 붙여봤더니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열화상 카메라로 살펴봤더니 불이 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연료통 마개를 열 때 유증기가 갑자기 퍼지면서 폭발할 위험도 큽니다.
이성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에탄올 화로는 주위 환경에 따라서 불꽃이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연료를 보충할 때는 반드시 불꽃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며 “또, 에탄올 증기인 기체는 확산이 빨라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액체보다 기체가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전소방본부도 월평동 아파트 화재처럼 에탄올 연료통 내부에 유증기가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유증착화’로 인한 화재 우려가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 단 10분 만에 ‘일산화탄소’ 중독
이번엔 텐트 안에 숯불 화로와 가스난로를 각각 넣어두고 일산화탄소 수치가 얼마나 오르는지 확인해봤습니다.
화로가 텐트 안에 들어가자마자 경보기가 이를 감지해 알람이 울립니다. 그리고 불과 10분 만에 텐트 내부의 일산화탄소, CO 농도가 2,000 PPM까지 치솟습니다.
구토와 실신, 뇌 손상 뿐 아니라 2시간 안에 목숨을 잃을 정도의 수치입니다.
특히 작업장 환경 기준 허용치인 50 PPM과 비교하면 일산화탄소 수치가 40배 이상 높았습니다.

장창훈 대전 둔산소방서 화재조사관은 “특히 숯은 불완전 연소를 해 단시간에 일산화탄소 수치가 급격히 증가해 매우 위험하다”며 “텐트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부득이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는 자주 환기를 시켜줘야만 중독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캠핑용 난방기구의 안전한 사용법을 반드시 숙지하고, 개인용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도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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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중독 사고..40대 남성 2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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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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