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 공사하자 바로 옆 주택에 균열…“불안해서 살 수 없어요”

입력 2022.02.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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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구석구석에 균열이 생겼어요"…아파트 신축 공사 때문에?

전북 익산시 송학동의 한 다세대 주택. 요즘 이곳의 주민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발코니나 화장실 등을 들여다보며 새로 생긴 '균열'이 없는지 찾아보는 게 첫 일과입니다.

모두 16세대가 거주하는 다세대 주택 두 채 옆에는 800여 세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이 있습니다. 다세대 주택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건물 내부에 균열이 발견됐다고 말합니다.

공교롭게도 아파트 건설 공사가 본격 시작되자 10년 동안 멀쩡했던 발코니와 화장실 벽, 주방 타일 등에서 갈라짐 현상이 관찰됐다고 주민들은 주장합니다.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 ‘ㄷ’ 모양으로 둘러싸인 다세대 주택 2동의 모습.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 ‘ㄷ’ 모양으로 둘러싸인 다세대 주택 2동의 모습.

특히, 지난해 말 터파기 공사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주로 철제 기둥을 땅에 심었는데 이 과정에서 강한 진동이 반복됐다고 말합니다.

주민 A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공사하는지 확인부터 했다. 공사 현장이 우리 집 바로 앞이다 보니까 땅을 파거나 바로 앞에서 공사할 때 집이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민 B 씨는 "손주들이 집에 놀러 왔다가 소음과 진동에 놀라 몇 시간 있지도 못하고 바로 돌아갔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차례 반복된 진동이 다세대 주택에 영향을 끼쳤고, 이 때문에 여기저기 균열이 일어났다는 게 주민들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균열이 일어나면서 깊게 팬 벽 일부.균열이 일어나면서 깊게 팬 벽 일부.

이상한 현상은 균열뿐만이 아닙니다. 발코니로 향하는 출입문이나 창문 등이 뒤틀려 제대로 닫히지 않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시간 날 때마다 모여 서로의 집에 별다른 이상이 더 없는지 묻고 있습니다.

문틀이 뒤틀려 제대로 닫히지 않는 발코니 출입문.문틀이 뒤틀려 제대로 닫히지 않는 발코니 출입문.

■ 건설사, "인과 관계 결론 나면 건물 보수 지원"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익산시는 지난달에 공사 현장 조사를 나가 보름가량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해당 건설사가 주변 환경 조사에 해당하는 서류 일부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지자체도 이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건설사는 최근 주민들과 만나 실태를 듣고 주택 내외부 곳곳에 '균열 측정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아파트 신축 공사와 균열의 인과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 앞으로 1년 정도 균열의 크기 변화를 관찰해 인과 관계가 드러나면 균열이 더 만들어지지 않도록 건물 보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건설사가 주택에 방문해 설치한 균열 측정 장치.건설사가 주택에 방문해 설치한 균열 측정 장치.

주민들은 그러나 "지하주차장 공사까지 시작하면 또 진동이 이어질 게 뻔한데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가 해당 다세대 주택(16세대)을 사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건설사는 "주민들이 매입가로 3억여 원을 제시하고 있으나 시세는 1억여 원 정도로 보여 합의가 어려운 사안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일어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은 계속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명확한 인과 관계가 하루 빨리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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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신축 공사하자 바로 옆 주택에 균열…“불안해서 살 수 없어요”
    • 입력 2022-02-13 08:01:09
    취재K

■ "집 구석구석에 균열이 생겼어요"…아파트 신축 공사 때문에?

전북 익산시 송학동의 한 다세대 주택. 요즘 이곳의 주민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발코니나 화장실 등을 들여다보며 새로 생긴 '균열'이 없는지 찾아보는 게 첫 일과입니다.

모두 16세대가 거주하는 다세대 주택 두 채 옆에는 800여 세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이 있습니다. 다세대 주택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건물 내부에 균열이 발견됐다고 말합니다.

공교롭게도 아파트 건설 공사가 본격 시작되자 10년 동안 멀쩡했던 발코니와 화장실 벽, 주방 타일 등에서 갈라짐 현상이 관찰됐다고 주민들은 주장합니다.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 ‘ㄷ’ 모양으로 둘러싸인 다세대 주택 2동의 모습.
특히, 지난해 말 터파기 공사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주로 철제 기둥을 땅에 심었는데 이 과정에서 강한 진동이 반복됐다고 말합니다.

주민 A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공사하는지 확인부터 했다. 공사 현장이 우리 집 바로 앞이다 보니까 땅을 파거나 바로 앞에서 공사할 때 집이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민 B 씨는 "손주들이 집에 놀러 왔다가 소음과 진동에 놀라 몇 시간 있지도 못하고 바로 돌아갔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차례 반복된 진동이 다세대 주택에 영향을 끼쳤고, 이 때문에 여기저기 균열이 일어났다는 게 주민들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균열이 일어나면서 깊게 팬 벽 일부.
이상한 현상은 균열뿐만이 아닙니다. 발코니로 향하는 출입문이나 창문 등이 뒤틀려 제대로 닫히지 않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시간 날 때마다 모여 서로의 집에 별다른 이상이 더 없는지 묻고 있습니다.

문틀이 뒤틀려 제대로 닫히지 않는 발코니 출입문.
■ 건설사, "인과 관계 결론 나면 건물 보수 지원"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익산시는 지난달에 공사 현장 조사를 나가 보름가량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해당 건설사가 주변 환경 조사에 해당하는 서류 일부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지자체도 이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건설사는 최근 주민들과 만나 실태를 듣고 주택 내외부 곳곳에 '균열 측정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아파트 신축 공사와 균열의 인과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 앞으로 1년 정도 균열의 크기 변화를 관찰해 인과 관계가 드러나면 균열이 더 만들어지지 않도록 건물 보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건설사가 주택에 방문해 설치한 균열 측정 장치.
주민들은 그러나 "지하주차장 공사까지 시작하면 또 진동이 이어질 게 뻔한데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가 해당 다세대 주택(16세대)을 사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건설사는 "주민들이 매입가로 3억여 원을 제시하고 있으나 시세는 1억여 원 정도로 보여 합의가 어려운 사안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일어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은 계속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명확한 인과 관계가 하루 빨리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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