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이멜다가 돌아왔다

입력 2022.02.15 (08:01) 수정 2022.02.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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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2세를 맞은 이멜다 마르코스. 이번 대선에서 아들 ‘마르코스 봉봉’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곧 다시 말라카낭궁으로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다큐멘터리 ‘더 킹메이커(2019)’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멜다. 뒤로 그녀가 소장한 피카소 작품이 보인다올해 92세를 맞은 이멜다 마르코스. 이번 대선에서 아들 ‘마르코스 봉봉’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곧 다시 말라카낭궁으로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다큐멘터리 ‘더 킹메이커(2019)’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멜다. 뒤로 그녀가 소장한 피카소 작품이 보인다

우리는 그녀를 3,000켤레의 구두로 기억한다. 독재와 수백억 달러 부정축재의 주인공이다. 1986년 분노한 국민들에 쫓겨 하와이로 망명했고, 쓸쓸한 죽음으로 신문 한 귀퉁이 부고란에서 만날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나 잘 살고 있다. 사실은 필리핀의 에바 페론으로 변신중이다.

필리핀에 돌아와 이미 하원의원을 3번 역임했다. 딸은 아버지의 고향에서 세차례 주지사에 당선됐다. 아들 페르난도 마르코스 주니어는 곧 대권을 잡을 기세다.

권토중래... 대통령의 부인에서 이제 대통령의 어머니가 돼 다시 말라카낭궁에 입성할 채비를 하고있다.

이멜다(Imelda Romuáldez Marcos)는 올해 92세다. 그녀의 모성애는 자주 ‘지갑’으로 표현된다.
가는 곳마다 지갑을 열어 돈을 건넨다. 인기가 치솟는다.

이멜다가 돌아왔다.

지나는 곳마다 지갑을 열어 거리의 시민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이멜다. 다큐멘터리 ‘더 킹메이커 2019’중 한장면지나는 곳마다 지갑을 열어 거리의 시민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이멜다. 다큐멘터리 ‘더 킹메이커 2019’중 한장면

인기의 비결은?

일단 이 가족은 부자다. 1986년 미국으로 망명할 때 부정축재는 100억 달러(12조원 정도)로 추산됐다. 그 중 필리핀 법원이 환수한 건 34억 달러(4조 800억) 남짓이다.

이 가족이 이렇게 부자가 되는 동안 필리핀 경제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마르코스가 집권한 지난 1965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187달러였다. 한국의 2배(106달러)에 가까웠다. 하지만 21년 뒤 그가 권좌에서 쫓겨나던 1986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한국(2,803달러)의 1/5에 쪼그라들었다(자료 월드뱅크).

그 21년 동안 한국의 1인당 소득은 25배 이상 올랐지만, 필리핀은 겨우 2.8배 오르는데 그쳤다. 제조업은 쪼그라들었고, 빈부격차는 벌어졌으며, 국가 부채는 급증했다.


아시아 경쟁국들이 무섭게 전기 전자 등 신산업에 투자할 때, 마르코스 정부는 ‘정실 자본주의’에 빠져 친구 기업들의 배를 불려줬다. 그가 20년 장기 집권을 채워갈 무렵인 1983년, 필리핀의 실업률은 23%까지 치솟았다.

마르코스 집권 후반기인 1980년대부터 필리핀 경제는 급격히 무거워졌다. 마르코스 집권 21년동안 필리핀 국민의 소득은 단 2.8배 올랐다. 이 무렵 주변국들은 필리핀보다 2~4배 성장했다.  경쟁국과 비교한 필리핀의 경제 성장률 그래프. 자료 Punongbayan & Mandrilla마르코스 집권 후반기인 1980년대부터 필리핀 경제는 급격히 무거워졌다. 마르코스 집권 21년동안 필리핀 국민의 소득은 단 2.8배 올랐다. 이 무렵 주변국들은 필리핀보다 2~4배 성장했다. 경쟁국과 비교한 필리핀의 경제 성장률 그래프. 자료 Punongbayan & Mandrilla

아시아의 보석 같은 이 나라는 그때부터 '아시아의 병자(the Sick Man of Asia)'가 됐다. (이멜다는 유독 보석을 좋아했다. 망명하면서 미쳐 챙겨가지 못한 그녀의 보석 750점은 필리핀 법원에 압류돼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 넘겨졌다. 그중 25캐럿 핑크 다이아몬드는 최소경매가가 500만 달러(60억 정도)로 평가됐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또 대통령의 권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60%를 육박한다(펄스 아시아, 1월 19~24일 조사).

정치도 망가뜨렸다. 마르코스의 정적이자 민주화운동의 상징 ‘베니그노 아키노 2세’는 1980년 마르코스가 계엄을 선포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아키노는 주위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1983년 귀국길에 올랐지만, 마닐라 공항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필리핀의 민주주의가 주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보다 크게 뒤쳐지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이들 부부의 사치와 부정축재는 전설이 됐다

언젠가부터 '이멜다'는 사치와 부정축재를 일삼는 국가 수반 배우자의 대명사가 됐다.

1986년 2월 26일, 마르코스 부부는 수행원 90명과 함께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다.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보도 등에 따르면) 미 공군 C-141 수송기에 기재된 이들 부부의 여행물품에는 '700만 달러의 현금(84억원 정도)과 보석, 70쌍의 보석으로 가득 찬 커프스 고리, 그리고 수많은 골드바'가 있었다.

그중 하나에는 "우리의 24번째 기념일에 나의 남편에게(To my husband on our 24th anniversary)"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의 일생은 '사치'를 하나의 공연예술로 승화시켰다. 10만 7천 달러(1억 2천만원) 짜리 이브닝드레스를 사거나, 딸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의 결혼식을 위해 모로코에서 말을 공수해 오기도 했다. 3년 전 이멜다의 구순잔치는 2,500여 명이 참석했다.

망명 7개월후 마르코스는 기업가 엔리코 조벨(Enrique Zobel)에게 2억 5천만 달러(3천억원 정도)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조벨은 상원에 보낸 진술서에서 당시 마르코스가 350억 달러 규모의 금괴 증서를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이멜다는 망명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집 인테리어를 고치다, 실수로 납으로 포장된 금괴더미를 건드려 남편 마르코스에서 야단을 맞은 적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멜다는 이들 금은 2차대전 이후 마르코스가 일본군 등에서 받은 것이며, 정부 예산을 빼돌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금을 팔아 정부 재정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 부패의 황금기는 필리핀 전체 국민의 도덕 기준을 떨어뜨렸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조사에서 필리핀은 지금도 113위다(2020년). 마르코스 집권 말기 엘살바도르나 파나마 수준으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이 안된다.

마르코스와 이멜다의 아들 ‘마르코스 봉봉’, 친근하고 소박한 이미지로 5월에 열리는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 SNS마르코스와 이멜다의 아들 ‘마르코스 봉봉’, 친근하고 소박한 이미지로 5월에 열리는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 SNS

'BBM'에 열광하는 필리핀

필리핀 국민들은 봉봉(Ferdinand Bongbong Marcos Jr)을 줄여 'BBM'이라 부른다. 친근하고 서민적이다. 봉봉은 아버지 시대의 부패는 나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이멜다는 그 21년의 집권기간을 '성장과 평화, 사랑의 시기'였다고 말한다.

SNS에는 그때가 좋았다는 수많은 사진과 글이 올라오고, 현지 언론은 연일 이멜다가 당시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회상한다(그녀는 미인대회 출신이다).


6년 단임제인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현 대통령은 출마가 불가능하다. 그 대신 딸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가 봉봉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은 비로소 하나가 됐다.

필리핀 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2억 달러(2,400억 정도) 횡령 등의 혐의로 이멜다에게 최장 징역 77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불과 15만 페소(약 320만원)를 내고 곧바로 풀려났다. 2심은 언제 열릴지 모른다.

그사이 이멜다는 하원의원을 3번, 딸은 일로코스 주지사를 3번 역임했다. 아들은 주지사와 상·하원의원을 거쳐 대선에 도전한다. 이후 일로코스 주지사 자리는 이멜다의 손자에게 돌아갔다. 손자 ‘매슈 마르코스’는 당시 28살이였다. 이렇게 필리핀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이멜다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킹 메이커(The king maker, 2019)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처음 영부인이 됐을 때 나는 영화배우처럼 차려입어야 했어요, 왜냐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두운 밤에 별을 찾아다니거든요”

그녀가 영부인이 된지 56년이 지났다. 그녀는 지금도 차려입고 다니고, 필리핀 국민들은 지금도 가난하다. 필리핀 대선은 오는 5월 9일 치러진다.


이멜다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필리핀 시민들, 사진 SNS이멜다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필리핀 시민들, 사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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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이멜다가 돌아왔다
    • 입력 2022-02-15 08:01:25
    • 수정2022-02-15 09:15:03
    특파원 리포트
올해 92세를 맞은 이멜다 마르코스. 이번 대선에서 아들 ‘마르코스 봉봉’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곧 다시 말라카낭궁으로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다큐멘터리 ‘더 킹메이커(2019)’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멜다. 뒤로 그녀가 소장한 피카소 작품이 보인다
우리는 그녀를 3,000켤레의 구두로 기억한다. 독재와 수백억 달러 부정축재의 주인공이다. 1986년 분노한 국민들에 쫓겨 하와이로 망명했고, 쓸쓸한 죽음으로 신문 한 귀퉁이 부고란에서 만날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나 잘 살고 있다. 사실은 필리핀의 에바 페론으로 변신중이다.

필리핀에 돌아와 이미 하원의원을 3번 역임했다. 딸은 아버지의 고향에서 세차례 주지사에 당선됐다. 아들 페르난도 마르코스 주니어는 곧 대권을 잡을 기세다.

권토중래... 대통령의 부인에서 이제 대통령의 어머니가 돼 다시 말라카낭궁에 입성할 채비를 하고있다.

이멜다(Imelda Romuáldez Marcos)는 올해 92세다. 그녀의 모성애는 자주 ‘지갑’으로 표현된다.
가는 곳마다 지갑을 열어 돈을 건넨다. 인기가 치솟는다.

이멜다가 돌아왔다.

지나는 곳마다 지갑을 열어 거리의 시민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이멜다. 다큐멘터리 ‘더 킹메이커 2019’중 한장면
인기의 비결은?

일단 이 가족은 부자다. 1986년 미국으로 망명할 때 부정축재는 100억 달러(12조원 정도)로 추산됐다. 그 중 필리핀 법원이 환수한 건 34억 달러(4조 800억) 남짓이다.

이 가족이 이렇게 부자가 되는 동안 필리핀 경제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마르코스가 집권한 지난 1965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187달러였다. 한국의 2배(106달러)에 가까웠다. 하지만 21년 뒤 그가 권좌에서 쫓겨나던 1986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한국(2,803달러)의 1/5에 쪼그라들었다(자료 월드뱅크).

그 21년 동안 한국의 1인당 소득은 25배 이상 올랐지만, 필리핀은 겨우 2.8배 오르는데 그쳤다. 제조업은 쪼그라들었고, 빈부격차는 벌어졌으며, 국가 부채는 급증했다.


아시아 경쟁국들이 무섭게 전기 전자 등 신산업에 투자할 때, 마르코스 정부는 ‘정실 자본주의’에 빠져 친구 기업들의 배를 불려줬다. 그가 20년 장기 집권을 채워갈 무렵인 1983년, 필리핀의 실업률은 23%까지 치솟았다.

마르코스 집권 후반기인 1980년대부터 필리핀 경제는 급격히 무거워졌다. 마르코스 집권 21년동안 필리핀 국민의 소득은 단 2.8배 올랐다. 이 무렵 주변국들은 필리핀보다 2~4배 성장했다.  경쟁국과 비교한 필리핀의 경제 성장률 그래프. 자료 Punongbayan & Mandrilla
아시아의 보석 같은 이 나라는 그때부터 '아시아의 병자(the Sick Man of Asia)'가 됐다. (이멜다는 유독 보석을 좋아했다. 망명하면서 미쳐 챙겨가지 못한 그녀의 보석 750점은 필리핀 법원에 압류돼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 넘겨졌다. 그중 25캐럿 핑크 다이아몬드는 최소경매가가 500만 달러(60억 정도)로 평가됐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또 대통령의 권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60%를 육박한다(펄스 아시아, 1월 19~24일 조사).

정치도 망가뜨렸다. 마르코스의 정적이자 민주화운동의 상징 ‘베니그노 아키노 2세’는 1980년 마르코스가 계엄을 선포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아키노는 주위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1983년 귀국길에 올랐지만, 마닐라 공항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필리핀의 민주주의가 주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보다 크게 뒤쳐지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이들 부부의 사치와 부정축재는 전설이 됐다

언젠가부터 '이멜다'는 사치와 부정축재를 일삼는 국가 수반 배우자의 대명사가 됐다.

1986년 2월 26일, 마르코스 부부는 수행원 90명과 함께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다.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보도 등에 따르면) 미 공군 C-141 수송기에 기재된 이들 부부의 여행물품에는 '700만 달러의 현금(84억원 정도)과 보석, 70쌍의 보석으로 가득 찬 커프스 고리, 그리고 수많은 골드바'가 있었다.

그중 하나에는 "우리의 24번째 기념일에 나의 남편에게(To my husband on our 24th anniversary)"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의 일생은 '사치'를 하나의 공연예술로 승화시켰다. 10만 7천 달러(1억 2천만원) 짜리 이브닝드레스를 사거나, 딸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의 결혼식을 위해 모로코에서 말을 공수해 오기도 했다. 3년 전 이멜다의 구순잔치는 2,500여 명이 참석했다.

망명 7개월후 마르코스는 기업가 엔리코 조벨(Enrique Zobel)에게 2억 5천만 달러(3천억원 정도)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조벨은 상원에 보낸 진술서에서 당시 마르코스가 350억 달러 규모의 금괴 증서를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이멜다는 망명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집 인테리어를 고치다, 실수로 납으로 포장된 금괴더미를 건드려 남편 마르코스에서 야단을 맞은 적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멜다는 이들 금은 2차대전 이후 마르코스가 일본군 등에서 받은 것이며, 정부 예산을 빼돌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금을 팔아 정부 재정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 부패의 황금기는 필리핀 전체 국민의 도덕 기준을 떨어뜨렸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조사에서 필리핀은 지금도 113위다(2020년). 마르코스 집권 말기 엘살바도르나 파나마 수준으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이 안된다.

마르코스와 이멜다의 아들 ‘마르코스 봉봉’, 친근하고 소박한 이미지로 5월에 열리는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 SNS
'BBM'에 열광하는 필리핀

필리핀 국민들은 봉봉(Ferdinand Bongbong Marcos Jr)을 줄여 'BBM'이라 부른다. 친근하고 서민적이다. 봉봉은 아버지 시대의 부패는 나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이멜다는 그 21년의 집권기간을 '성장과 평화, 사랑의 시기'였다고 말한다.

SNS에는 그때가 좋았다는 수많은 사진과 글이 올라오고, 현지 언론은 연일 이멜다가 당시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회상한다(그녀는 미인대회 출신이다).


6년 단임제인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현 대통령은 출마가 불가능하다. 그 대신 딸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가 봉봉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은 비로소 하나가 됐다.

필리핀 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2억 달러(2,400억 정도) 횡령 등의 혐의로 이멜다에게 최장 징역 77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불과 15만 페소(약 320만원)를 내고 곧바로 풀려났다. 2심은 언제 열릴지 모른다.

그사이 이멜다는 하원의원을 3번, 딸은 일로코스 주지사를 3번 역임했다. 아들은 주지사와 상·하원의원을 거쳐 대선에 도전한다. 이후 일로코스 주지사 자리는 이멜다의 손자에게 돌아갔다. 손자 ‘매슈 마르코스’는 당시 28살이였다. 이렇게 필리핀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이멜다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킹 메이커(The king maker, 2019)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처음 영부인이 됐을 때 나는 영화배우처럼 차려입어야 했어요, 왜냐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두운 밤에 별을 찾아다니거든요”

그녀가 영부인이 된지 56년이 지났다. 그녀는 지금도 차려입고 다니고, 필리핀 국민들은 지금도 가난하다. 필리핀 대선은 오는 5월 9일 치러진다.


이멜다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필리핀 시민들, 사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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