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 꽃이 핀다면 이런 모습”…AI 창작물이 뉴욕 패션쇼에

입력 2022.02.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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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그린 금성의 꽃 (좌 상단) 이를 토대로 사람이 만든 꽃과 의상 (좌 하단, 우) 출처:LG인공지능이 그린 금성의 꽃 (좌 상단) 이를 토대로 사람이 만든 꽃과 의상 (좌 하단, 우) 출처:LG

■ AI가 세상에 없는 꽃을 만들어내다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 디자이너 박윤희 씨가 'AI휴먼', 즉 인공지능 가상인간인 '틸다'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인공지능 틸다는 기묘한 모습의 꽃들을 그려내기 시작합니다. 고원이나 극지방의 꽃과 닮아 있어, 어디선가 본 듯한 꽃이지만 지구의 자연에 어울리지 않는 인공적인 느낌의 꽃입니다. 용암처럼 붉은 색상, 강인해 보이는 꽃송이는 어딘가 '작열하는 지옥'인 금성의 지표면을 연상시킵니다.

금성 (이미지 출처: 나사 제트추진연구소)금성 (이미지 출처: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지금까지 인류가 관측한 바에 따르면 금성에는 꽃은 커녕 작은 생물도 없습니다.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라 강력한 온실효과로 표면 온도가 460도에 이릅니다. 금성의 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꽃입니다.

엑사원(EXAONE)이라는 '초거대 인공지능'은 6천억 개 이상의 말뭉치로 사람의 말을 학습했습니다. 또, 텍스트와 결합된 2억 5천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해 사람이 평생 보는 이미지보다 많은 것을 봤습니다. 이런 학습을 바탕으로 존재하지 않는 '금성에 핀 꽃'을 만들어낸 겁니다.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을 창작이라고 정의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한 셈입니다.

틸다가 창작한 꽃(좌 상단) 이를 토대로 만든 패턴 (좌 하단) 패턴으로 만든 의상 (우)틸다가 창작한 꽃(좌 상단) 이를 토대로 만든 패턴 (좌 하단) 패턴으로 만든 의상 (우)

■ 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고 →인간이 선택한다

AI휴먼 틸다와 박윤희 디자이너의 협업이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섰습니다. LG에 따르면, 인공지능 가상인간의 도움으로 만든 의상이 세계 4대 패션쇼인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읍니다.

뉴욕패션위크에 선 보인 ‘금성에 핀 꽃’ 의상뉴욕패션위크에 선 보인 ‘금성에 핀 꽃’ 의상

의상을 제작하는 과정은 이랬습니다. '금성에 핀 꽃'이라는 주제로 틸다가 창작한 3천 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토대로 200여 개의 의상을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대목은 틸다가 혼자 옷을 디자인 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금성에 핀 꽃'을 물었고 틸다는 여러가지 답을 내놓았고 그 중 어떤 꽃을 사람이 골라 의상디자인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사람보다 더 많은 이미지를 본데다, 사람과 다른 과정으로 창작해내는 틸다의 창조성과 어떤 것을 택하는 사람만이 가진 감정이 '협업'을 한 것입니다.




■ 인공지능은 인간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될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해로부터 6년이 지났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암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실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틸다에 사용된 엑사원 같은 초거대AI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 텍스트 창작에는 이미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틸다의 이번 작업은 시각 디자인 분야로 초거대AI 활용처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협업하는지, 방법 하나를 보여줬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바둑에는 대개 정답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는 사람과 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답을 찾아갑니다. 초기 단계의 암을 진단하는 AI도 (오진도 있지만) 답을 찾아갑니다. 이런 대체로 정답이 있는 분야는 사람의 도움 없이 AI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기자인 저로서는 안타깝지만, 전문가들은 신문기사도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분류합니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방송기자에게는 원하는 내용의 영상을 찾아내거나, 영상에 보이는 모습을 묘사하는 일도 주요 업무입니다. 이런 일은 영상과 언어를 학습한 AI의 도움을 받는 일이 머지않아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없고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AI와 인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박윤희 디자이너에 따르면, 뉴욕 패션위크 같은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설을 창작하는 AI역시 작가와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더 나은 작품을 써낼 수 있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AI와 교감하며 창의력이 필요한 일만 하는 시대가 올까요? 그러기위해서는 기술의 발전 뿐만 아니라 AI가 내놓는 답의 편향성 문제나 AI 적용범위의 윤리 등 다른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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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5 16:34:36
    취재K
인공지능이 그린 금성의 꽃 (좌 상단) 이를 토대로 사람이 만든 꽃과 의상 (좌 하단, 우) 출처:LG
■ AI가 세상에 없는 꽃을 만들어내다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 디자이너 박윤희 씨가 'AI휴먼', 즉 인공지능 가상인간인 '틸다'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인공지능 틸다는 기묘한 모습의 꽃들을 그려내기 시작합니다. 고원이나 극지방의 꽃과 닮아 있어, 어디선가 본 듯한 꽃이지만 지구의 자연에 어울리지 않는 인공적인 느낌의 꽃입니다. 용암처럼 붉은 색상, 강인해 보이는 꽃송이는 어딘가 '작열하는 지옥'인 금성의 지표면을 연상시킵니다.

금성 (이미지 출처: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지금까지 인류가 관측한 바에 따르면 금성에는 꽃은 커녕 작은 생물도 없습니다.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라 강력한 온실효과로 표면 온도가 460도에 이릅니다. 금성의 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꽃입니다.

엑사원(EXAONE)이라는 '초거대 인공지능'은 6천억 개 이상의 말뭉치로 사람의 말을 학습했습니다. 또, 텍스트와 결합된 2억 5천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해 사람이 평생 보는 이미지보다 많은 것을 봤습니다. 이런 학습을 바탕으로 존재하지 않는 '금성에 핀 꽃'을 만들어낸 겁니다.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을 창작이라고 정의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한 셈입니다.

틸다가 창작한 꽃(좌 상단) 이를 토대로 만든 패턴 (좌 하단) 패턴으로 만든 의상 (우)
■ 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고 →인간이 선택한다

AI휴먼 틸다와 박윤희 디자이너의 협업이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섰습니다. LG에 따르면, 인공지능 가상인간의 도움으로 만든 의상이 세계 4대 패션쇼인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읍니다.

뉴욕패션위크에 선 보인 ‘금성에 핀 꽃’ 의상
의상을 제작하는 과정은 이랬습니다. '금성에 핀 꽃'이라는 주제로 틸다가 창작한 3천 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토대로 200여 개의 의상을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대목은 틸다가 혼자 옷을 디자인 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금성에 핀 꽃'을 물었고 틸다는 여러가지 답을 내놓았고 그 중 어떤 꽃을 사람이 골라 의상디자인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사람보다 더 많은 이미지를 본데다, 사람과 다른 과정으로 창작해내는 틸다의 창조성과 어떤 것을 택하는 사람만이 가진 감정이 '협업'을 한 것입니다.




■ 인공지능은 인간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될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해로부터 6년이 지났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암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실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틸다에 사용된 엑사원 같은 초거대AI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 텍스트 창작에는 이미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틸다의 이번 작업은 시각 디자인 분야로 초거대AI 활용처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협업하는지, 방법 하나를 보여줬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바둑에는 대개 정답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는 사람과 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답을 찾아갑니다. 초기 단계의 암을 진단하는 AI도 (오진도 있지만) 답을 찾아갑니다. 이런 대체로 정답이 있는 분야는 사람의 도움 없이 AI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기자인 저로서는 안타깝지만, 전문가들은 신문기사도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분류합니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방송기자에게는 원하는 내용의 영상을 찾아내거나, 영상에 보이는 모습을 묘사하는 일도 주요 업무입니다. 이런 일은 영상과 언어를 학습한 AI의 도움을 받는 일이 머지않아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없고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AI와 인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박윤희 디자이너에 따르면, 뉴욕 패션위크 같은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설을 창작하는 AI역시 작가와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더 나은 작품을 써낼 수 있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AI와 교감하며 창의력이 필요한 일만 하는 시대가 올까요? 그러기위해서는 기술의 발전 뿐만 아니라 AI가 내놓는 답의 편향성 문제나 AI 적용범위의 윤리 등 다른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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