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철군’ 진실 공방…우크라 침공시 국내 파장은?

입력 2022.02.17 (16:50) 수정 2022.02.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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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일부 부대가 철군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미국과 나토는 주요 병력이 오히려 우크라이나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숨 돌리는 듯했던 우크라이나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지역의 친러 반군에게 박격포 공격을 가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앞으로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도 우려됩니다.


러시아 “병력 일부 철수”…미국·나토 “철군 움직임 없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시간 16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인근에서 훈련을 하던 “서부군관구 소속 전차부대가 훈련을 마치고 원래 기지로 돌아가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는 부대가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함께 공개했지만, 미국과 나토 등은 러시아의 발표가 ‘위장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철수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주요 병력들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국경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나토 국방부 장관 회의를 전후해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더 보내고 있다면서 “공개된 정보와 상업용 위성 이미지를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나토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브라질 외무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영토 안에서 러시아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칠 권리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크라이나 단결의 날우크라이나 단결의 날

‘러시아군 철군’을 놓고 국제사회에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16일을 기해 군사행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이 날을 ‘단결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 사용법 등을 배우겠다며 자원해서 군사 훈련을 받는 민간인의 발길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오늘 새벽 친러 반군에게 포 공격을 가했다는 러시아 매체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현지시각 17일 새벽 4시 30분쯤 우크라이나군이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루간스크 지역 4곳에 박격포와 수류탄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남은 우리 국민 107명…추가 50여 명 출국 예정

‘일촉즉발’ 상황 속에서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안전에 우려가 높습니다.

외교부는 오늘(17일) “우크라이나에 현지시각 16일 오후 6시 기준 우리 국민 107명이 체류하고 있고, 이 가운데 50여 명은 이번 주 안에 추가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체류 국민들이 인접국인 폴란드로 출국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접경지역에 임시사무소를 설치했다”며 “국경지역 검문소를 방문해 현지 당국과 협조체계도 재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50여 명은 계속 우크라이나에 남겠다는 의사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결혼을 했거나 현지에 오래 거주해 사실상 모든 생활 기반이 그곳에 계신 분들”이라며 계속 소통하면서 출국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 우크라이나 대사관 철수는 현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과 공관원 철수 문제는 체류 국민 상황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서 그 이후에 검토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침공 시 경제제재 가능성…우리 경제 타격 불가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군사행동보다는 경제제재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경제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다”고 관측했습니다.

서정건 교수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3차 세계대전’이라고 말한 것은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기가 그 만큼 어렵다는 뜻으로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 시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들을 돕기 위해 미군을 파병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세계 3대 산유국이자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40%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제재가 가해질 경우 우리 경제도 그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는데, 러시아 침공과 경제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두 달 연속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이달에도 무역수지는 적자가 예상됩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것은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할 경우 ‘공급 차질’까지 빚어지면서 유가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정 위원은 특히 유가가 상승하고 공급량이 줄어들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품목과 그 품목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공급망 교란이 발생해, 물가는 상승하면서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으로 올라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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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철군’ 진실 공방…우크라 침공시 국내 파장은?
    • 입력 2022-02-17 16:50:02
    • 수정2022-02-17 16:50:22
    취재K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일부 부대가 철군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미국과 나토는 주요 병력이 오히려 우크라이나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숨 돌리는 듯했던 우크라이나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지역의 친러 반군에게 박격포 공격을 가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앞으로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도 우려됩니다.


러시아 “병력 일부 철수”…미국·나토 “철군 움직임 없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시간 16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인근에서 훈련을 하던 “서부군관구 소속 전차부대가 훈련을 마치고 원래 기지로 돌아가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는 부대가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함께 공개했지만, 미국과 나토 등은 러시아의 발표가 ‘위장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철수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주요 병력들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국경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나토 국방부 장관 회의를 전후해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더 보내고 있다면서 “공개된 정보와 상업용 위성 이미지를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나토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브라질 외무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영토 안에서 러시아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칠 권리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크라이나 단결의 날
‘러시아군 철군’을 놓고 국제사회에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16일을 기해 군사행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이 날을 ‘단결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 사용법 등을 배우겠다며 자원해서 군사 훈련을 받는 민간인의 발길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오늘 새벽 친러 반군에게 포 공격을 가했다는 러시아 매체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현지시각 17일 새벽 4시 30분쯤 우크라이나군이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루간스크 지역 4곳에 박격포와 수류탄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남은 우리 국민 107명…추가 50여 명 출국 예정

‘일촉즉발’ 상황 속에서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안전에 우려가 높습니다.

외교부는 오늘(17일) “우크라이나에 현지시각 16일 오후 6시 기준 우리 국민 107명이 체류하고 있고, 이 가운데 50여 명은 이번 주 안에 추가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체류 국민들이 인접국인 폴란드로 출국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접경지역에 임시사무소를 설치했다”며 “국경지역 검문소를 방문해 현지 당국과 협조체계도 재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50여 명은 계속 우크라이나에 남겠다는 의사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결혼을 했거나 현지에 오래 거주해 사실상 모든 생활 기반이 그곳에 계신 분들”이라며 계속 소통하면서 출국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 우크라이나 대사관 철수는 현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과 공관원 철수 문제는 체류 국민 상황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서 그 이후에 검토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침공 시 경제제재 가능성…우리 경제 타격 불가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군사행동보다는 경제제재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경제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다”고 관측했습니다.

서정건 교수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3차 세계대전’이라고 말한 것은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기가 그 만큼 어렵다는 뜻으로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 시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들을 돕기 위해 미군을 파병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세계 3대 산유국이자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40%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제재가 가해질 경우 우리 경제도 그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는데, 러시아 침공과 경제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두 달 연속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이달에도 무역수지는 적자가 예상됩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것은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할 경우 ‘공급 차질’까지 빚어지면서 유가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정 위원은 특히 유가가 상승하고 공급량이 줄어들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품목과 그 품목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공급망 교란이 발생해, 물가는 상승하면서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으로 올라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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