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를 지켜라”…산불 진화에 헬기 40대가 투입된 이유는?

입력 2022.02.17 (18:17) 수정 2022.02.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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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산불 현장. 하얀 연기가 산자락을 뒤덮었습니다.

이번 산불은 그제(15일) 처음 발생했습니다. 진화됐던 산불이 어제 다시 발화하면서 경북 영덕군 주민 약 990명이 대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17일) 오후 2시 30분, 큰불이 잡혔습니다. 36시간만입니다.

이번 진화 작전에는 헬기 40대가 투입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단일 산불에 헬기 40대가 투입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모든 산불에 빠른 진화가 우선이지만, 이번 영덕 산불에 10년 만에 가장 많은 헬기가 투입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송전로를 지켜라' …헬기 40대 투입된 '산불 진화 작전'

초유의 헬기 투입 작전. 이유는 대형 송전선 때문입니다. 송전선로 주변으로 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오늘 낮까지 진화 헬기와 진화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겁니다.

해당 송전선로는 원전이 있는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해 영덕군을 지나 밑으로는 포항시, 옆으로는 청송군을 거쳐 구미시까지 이어집니다. 특히 영덕 지역은 포항과 청송으로 나뉘는 길목입니다.

포항에는 포스코와 협력 업체가 있고, 구미에는 산업단지가 있습니다. 해당 선로는 포항과 구미의 주요 공업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경북 영덕군 산불 지역. 파란색 선이 송전선로경북 영덕군 산불 지역. 파란색 선이 송전선로
앞서 산림청은 한국전력에 산불 진화를 위해 송전선로에 전기를 일시적으로 끊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반대로 산림청에 단전 없이 산불을 진화해 달라고 다시 요청했습니다. 전기를 끊을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영덕 산불 지역 송전선로에 전력 공급을 끊으면, 경북 지역 대부분이 정전된다는 게 한국전력 측의 설명입니다. 현재는 우회선로도 없어 방법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산림청은 이 같은 한국전력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산림청은 즉각 송전선로가 있는 7번 국도와 34번 국도 주변으로 진화 헬기와 인력을 투입해 능선을 따라 불길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 산불로 '정전'되면 주변 지역 '2차 피해'

송전탑 주변으로 불길이 확산하고 있는 경북 영덕 산불 현장(사진 제공 : 산림청)송전탑 주변으로 불길이 확산하고 있는 경북 영덕 산불 현장(사진 제공 : 산림청)
산불이 나면 송전선로는 쉽게 화재에 노출됩니다. 산불로 송전 케이블이 타거나 송전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전선로까지 불이 번지면 단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 공급이 끊기면 주변 지역은 2차 피해가 발생합니다. 정전으로 겨울철 난방이 중단되고, 전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기 때문입니다.

KBS 취재진이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은 산불 진화와 더불어, 정전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진화 작전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영주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최대한 송전선로를 방호해서 단전이 안 되게끔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에 단전이 불가피하면 피해 지역에 전력 공급을 우회 공급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을 갖춰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북 영덕 산불은 재발화 36시간 만에 꺼졌지만, 산불은 막대한 피해를 남겼습니다. 추정되는 피해 면적만 400ha, 축구장 560개 규모입니다.

올봄에는 대형 산불이 비상입니다. 벌써 올해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만 148건입니다. 하루 평균 3건 넘게 나고 있는 건데, 평년의 2.3배 수준입니다.

산림청도 산불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설마 하는 작은 불씨가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산불의 시작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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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전선로를 지켜라”…산불 진화에 헬기 40대가 투입된 이유는?
    • 입력 2022-02-17 18:17:54
    • 수정2022-02-17 19:16:37
    취재K

경북 영덕 산불 현장. 하얀 연기가 산자락을 뒤덮었습니다.

이번 산불은 그제(15일) 처음 발생했습니다. 진화됐던 산불이 어제 다시 발화하면서 경북 영덕군 주민 약 990명이 대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17일) 오후 2시 30분, 큰불이 잡혔습니다. 36시간만입니다.

이번 진화 작전에는 헬기 40대가 투입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단일 산불에 헬기 40대가 투입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모든 산불에 빠른 진화가 우선이지만, 이번 영덕 산불에 10년 만에 가장 많은 헬기가 투입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송전로를 지켜라' …헬기 40대 투입된 '산불 진화 작전'

초유의 헬기 투입 작전. 이유는 대형 송전선 때문입니다. 송전선로 주변으로 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오늘 낮까지 진화 헬기와 진화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겁니다.

해당 송전선로는 원전이 있는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해 영덕군을 지나 밑으로는 포항시, 옆으로는 청송군을 거쳐 구미시까지 이어집니다. 특히 영덕 지역은 포항과 청송으로 나뉘는 길목입니다.

포항에는 포스코와 협력 업체가 있고, 구미에는 산업단지가 있습니다. 해당 선로는 포항과 구미의 주요 공업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경북 영덕군 산불 지역. 파란색 선이 송전선로앞서 산림청은 한국전력에 산불 진화를 위해 송전선로에 전기를 일시적으로 끊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반대로 산림청에 단전 없이 산불을 진화해 달라고 다시 요청했습니다. 전기를 끊을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영덕 산불 지역 송전선로에 전력 공급을 끊으면, 경북 지역 대부분이 정전된다는 게 한국전력 측의 설명입니다. 현재는 우회선로도 없어 방법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산림청은 이 같은 한국전력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산림청은 즉각 송전선로가 있는 7번 국도와 34번 국도 주변으로 진화 헬기와 인력을 투입해 능선을 따라 불길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 산불로 '정전'되면 주변 지역 '2차 피해'

송전탑 주변으로 불길이 확산하고 있는 경북 영덕 산불 현장(사진 제공 : 산림청)산불이 나면 송전선로는 쉽게 화재에 노출됩니다. 산불로 송전 케이블이 타거나 송전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전선로까지 불이 번지면 단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 공급이 끊기면 주변 지역은 2차 피해가 발생합니다. 정전으로 겨울철 난방이 중단되고, 전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기 때문입니다.

KBS 취재진이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은 산불 진화와 더불어, 정전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진화 작전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영주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최대한 송전선로를 방호해서 단전이 안 되게끔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에 단전이 불가피하면 피해 지역에 전력 공급을 우회 공급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을 갖춰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북 영덕 산불은 재발화 36시간 만에 꺼졌지만, 산불은 막대한 피해를 남겼습니다. 추정되는 피해 면적만 400ha, 축구장 560개 규모입니다.

올봄에는 대형 산불이 비상입니다. 벌써 올해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만 148건입니다. 하루 평균 3건 넘게 나고 있는 건데, 평년의 2.3배 수준입니다.

산림청도 산불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설마 하는 작은 불씨가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산불의 시작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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