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 ‘수영장 바꾼 얼음’ 극복 못했나

입력 2022.02.18 (07:00) 수정 2022.02.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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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여자 컬링 한국 국가대표팀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예선에서 4승 5패, 10개국 중 8위의 결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연맹과 지도자 등 내부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세계 랭킹 3위의 실력을 유지하며 ‘팀 킴’으로 사랑받았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는 우리보다 세계 랭킹이 낮은 캐나다(5위), 중국(9위), 미국(6위)과의 경기에서 연패하며 아쉬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팀 킴이 이처럼 힘겨운 경기를 치른 이유 중 하나는 얼음 상태가 꼽힙니다. 오은진 KBS 해설위원은 16일 덴마크전 중계에서“아이스(얼음 상태)가 어렵기 때문에 타이트한 경기가 진행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실력 차가 점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임명섭 감독도 11일 경기 직후 “컬링경기장 4개가 빙질의 성격이 다르다. 양쪽 바깥 경기장은 특정 부분에서 많이 돌고, 뻗는 특징이 있는데, 가운데 경기장은 또 그런 특징이 덜해진다. 이 부분을 잘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13일 중국전에 첫 출전한 김영미 선수 역시 중국에 진 원인으로 “내 구질이 아이스와 얼마나 들어맞느냐가 중요했는데, 잘 맞지 않아서 아쉬웠다.”라고 말했습니다.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빙상 종목 중에서도 특히 얼음 상태에 민감한 종목입니다. 컬링 경기장의 얼음을 책임 진 한스 뷔트리히는 특히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컬링장 얼음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 전례 없는 ‘수영장 개조’ 올림픽 컬링장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수영장을 개조한 국립 아쿠아틱 센터의  컬링장 모습.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수영장을 개조한 국립 아쿠아틱 센터의 컬링장 모습.

뷔트리히의 인터뷰가 실린 16일자 뉴욕타임스 기사의 제목은 “베이징은 올림픽 컬링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얼음에 대해서는…”입니다.

컬링장 얼음이 말을 잇지 못하는 상태인 이유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국립 아쿠아틱 센터’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400m 금메달을 차지했던 수영장이었는데, 이번에 컬링장으로 바꾸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컬링의 책임 아이스 테크니션인 뷔트리히는 캐나다 국적입니다. 올림픽 컬링장의 얼음을 만든 건 이번이 4번째로, 수십 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런 그도 “수영장을 컬링장으로 바꾼 일은 전례 없던 일”이라며, 버거운 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뷔트리히는 컬링은 ‘우연이 아니라 기술의 경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얼음 상태가 유지되지 않으면 기술 수준은 의미가 없어지고, 경기가 우연에 좌우됩니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제 일입니다.”

■ 습도 유지하려 풀장에 온수 채운 컬링장

뷔트리히가 베이징에서 부닥친 첫 장애물은 수질이었습니다. 수영장 풀을 금속 비계로 채운 뒤 콘크리트 층을 만들고 그 위에 얼음층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물에 포함된 소금과 철, 광물질 등 경도가 375ppm으로, 컬링장의 페블 형성에 가장 이상적인 수질인 4ppm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불순물이 많으면 얇은 얼음층을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뷔트리히는 필터로 정수처리해 얼음을 만들었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린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 설치된 가습기.  출처 : 한스 뷔트리히 트위터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린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 설치된 가습기. 출처 : 한스 뷔트리히 트위터

다음은 습도가 문제였습니다. 수영장이었던 건물이 지나치게 건조했습니다. 결국 컬링장 얼음 주위에는 지속적으로 습기를 유지해주는 가습기가 설치됐습니다. 그걸로도 부족해 뷔트리히는 얼음판 주변의 작은 풀장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그 사진을 올리며 “모두들 우리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건물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상조치다.”라고 썼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린 국립아쿠아틱센터의 풀에 물이 가득 찬 모습. 출처 : 한스 뷔트리히 트위터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린 국립아쿠아틱센터의 풀에 물이 가득 찬 모습. 출처 : 한스 뷔트리히 트위터

올림픽 컬링 경기를 위해서는 스톤이 24~25초 동안 4~5피트를 이동할 수 있는 얼음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얼음의 표면 온도는 대략 영하 5도씨를 유지해야 하고, 얼음 두께는 10cm 정도 입니다.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스 테크니션은 얼음을 고르고 물을 뿌리고 다시 얼음을 긁는 것을 반복해 스톤이 미끄러질 수 있는 ‘페블’ 재질을 만듭니다. 아이스 테크니션은 이렇게 반복하면서 하루에 10~12km를 움직였습니다.

■ 팀 킴 “아쉽지만 새로운 도전 시작할 것”

임명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감독이 인터뷰 도중 울먹이자, 선수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임명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감독이 인터뷰 도중 울먹이자, 선수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

물론 이 같은 조건은 출전한 10개국 대표팀 모두에게 동일했습니다. 스웨덴과 가장 늦게까지 예선전을 치러낸 팀 킴은 선수 모두 불거진 눈시울로 마지막 인터뷰를 했습니다.

주장인 김은정 선수는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부분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힘들게 준비했고 코치진도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거기에 저희가, 제가 부응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웠다.”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김경애 선수는 “마지막 게임까지 잘하고 싶었는데 끝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면서 “그래도 저희 팀이 두번 연속 올림픽에 나왔다는 게 큰 영광이고, 중간에 전염병에 걸렸는데도 빨리 다 낫고 여기 나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인 거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희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해서 한걸음 나아가겠다.”면서 “저희 도전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영미 선수는 “많은 일이 있었고 그만큼 재기에 성공하고 싶었고 이번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라고 했습니다. 또 “김경애 선수 말대로 이것이 끝이 아니라 또다른 도전의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인사했습니다.

팀 킴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음 올림픽을 위해서 훈련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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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킴, ‘수영장 바꾼 얼음’ 극복 못했나
    • 입력 2022-02-18 07:00:35
    • 수정2022-02-18 07:00:54
    올림픽 뉴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여자 컬링 한국 국가대표팀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예선에서 4승 5패, 10개국 중 8위의 결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연맹과 지도자 등 내부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세계 랭킹 3위의 실력을 유지하며 ‘팀 킴’으로 사랑받았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는 우리보다 세계 랭킹이 낮은 캐나다(5위), 중국(9위), 미국(6위)과의 경기에서 연패하며 아쉬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팀 킴이 이처럼 힘겨운 경기를 치른 이유 중 하나는 얼음 상태가 꼽힙니다. 오은진 KBS 해설위원은 16일 덴마크전 중계에서“아이스(얼음 상태)가 어렵기 때문에 타이트한 경기가 진행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실력 차가 점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임명섭 감독도 11일 경기 직후 “컬링경기장 4개가 빙질의 성격이 다르다. 양쪽 바깥 경기장은 특정 부분에서 많이 돌고, 뻗는 특징이 있는데, 가운데 경기장은 또 그런 특징이 덜해진다. 이 부분을 잘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13일 중국전에 첫 출전한 김영미 선수 역시 중국에 진 원인으로 “내 구질이 아이스와 얼마나 들어맞느냐가 중요했는데, 잘 맞지 않아서 아쉬웠다.”라고 말했습니다.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빙상 종목 중에서도 특히 얼음 상태에 민감한 종목입니다. 컬링 경기장의 얼음을 책임 진 한스 뷔트리히는 특히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컬링장 얼음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 전례 없는 ‘수영장 개조’ 올림픽 컬링장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수영장을 개조한 국립 아쿠아틱 센터의  컬링장 모습.
뷔트리히의 인터뷰가 실린 16일자 뉴욕타임스 기사의 제목은 “베이징은 올림픽 컬링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얼음에 대해서는…”입니다.

컬링장 얼음이 말을 잇지 못하는 상태인 이유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국립 아쿠아틱 센터’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400m 금메달을 차지했던 수영장이었는데, 이번에 컬링장으로 바꾸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컬링의 책임 아이스 테크니션인 뷔트리히는 캐나다 국적입니다. 올림픽 컬링장의 얼음을 만든 건 이번이 4번째로, 수십 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런 그도 “수영장을 컬링장으로 바꾼 일은 전례 없던 일”이라며, 버거운 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뷔트리히는 컬링은 ‘우연이 아니라 기술의 경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얼음 상태가 유지되지 않으면 기술 수준은 의미가 없어지고, 경기가 우연에 좌우됩니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제 일입니다.”

■ 습도 유지하려 풀장에 온수 채운 컬링장

뷔트리히가 베이징에서 부닥친 첫 장애물은 수질이었습니다. 수영장 풀을 금속 비계로 채운 뒤 콘크리트 층을 만들고 그 위에 얼음층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물에 포함된 소금과 철, 광물질 등 경도가 375ppm으로, 컬링장의 페블 형성에 가장 이상적인 수질인 4ppm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불순물이 많으면 얇은 얼음층을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뷔트리히는 필터로 정수처리해 얼음을 만들었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린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 설치된 가습기.  출처 : 한스 뷔트리히 트위터
다음은 습도가 문제였습니다. 수영장이었던 건물이 지나치게 건조했습니다. 결국 컬링장 얼음 주위에는 지속적으로 습기를 유지해주는 가습기가 설치됐습니다. 그걸로도 부족해 뷔트리히는 얼음판 주변의 작은 풀장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그 사진을 올리며 “모두들 우리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건물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상조치다.”라고 썼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린 국립아쿠아틱센터의 풀에 물이 가득 찬 모습. 출처 : 한스 뷔트리히 트위터
올림픽 컬링 경기를 위해서는 스톤이 24~25초 동안 4~5피트를 이동할 수 있는 얼음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얼음의 표면 온도는 대략 영하 5도씨를 유지해야 하고, 얼음 두께는 10cm 정도 입니다.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스 테크니션은 얼음을 고르고 물을 뿌리고 다시 얼음을 긁는 것을 반복해 스톤이 미끄러질 수 있는 ‘페블’ 재질을 만듭니다. 아이스 테크니션은 이렇게 반복하면서 하루에 10~12km를 움직였습니다.

■ 팀 킴 “아쉽지만 새로운 도전 시작할 것”

임명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감독이 인터뷰 도중 울먹이자, 선수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
물론 이 같은 조건은 출전한 10개국 대표팀 모두에게 동일했습니다. 스웨덴과 가장 늦게까지 예선전을 치러낸 팀 킴은 선수 모두 불거진 눈시울로 마지막 인터뷰를 했습니다.

주장인 김은정 선수는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부분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힘들게 준비했고 코치진도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거기에 저희가, 제가 부응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웠다.”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김경애 선수는 “마지막 게임까지 잘하고 싶었는데 끝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면서 “그래도 저희 팀이 두번 연속 올림픽에 나왔다는 게 큰 영광이고, 중간에 전염병에 걸렸는데도 빨리 다 낫고 여기 나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인 거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희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해서 한걸음 나아가겠다.”면서 “저희 도전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영미 선수는 “많은 일이 있었고 그만큼 재기에 성공하고 싶었고 이번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라고 했습니다. 또 “김경애 선수 말대로 이것이 끝이 아니라 또다른 도전의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인사했습니다.

팀 킴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음 올림픽을 위해서 훈련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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