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걷는다?”…진입로 침수 아랑곳 없이 ‘찰칵’

입력 2022.02.21 (07:01) 수정 2022.02.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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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에서 밀물 때에 맞춰 사진을 찍는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에서 밀물 때에 맞춰 사진을 찍는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제주 서쪽 끝에는 이른바 '신창 풍차 해안도로'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최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가운데,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 '강풍·파도'에도 바다 한가운데 길로 들어서는 관광객들

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다에 우뚝 솟아 있는 풍력발전기가 눈에 띕니다. 새하얀 날개가 돌아가는 모습이 풍차를 연상케 하는데요.

이 풍력발전기까지 진입이 가능하도록 바다 한가운데 폭 2미터 가량에 길이 155미터의 길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길이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SNS에 소개되면서 '사진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밀물 때마다 길이 물에 잠기면서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17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관광객이 풍력발전기 진입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한 관광객이 풍력발전기 진입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이른바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바닷물이 길에 차오르자 신발을 벗고 들어섰는데요. 강한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게 쳤는데도 사진 찍기에 여념 없었습니다.

진입로 입구에는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라는 경고판이 있었지만, 제대로 보는 사람은 보기 드물었습니다.

일부 구간은 난간이 훼손돼 곧장 바다와 연결된 부분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SNS에서 지금(만조)이 제일 이쁠 때라고 해서 왔다"며 "날씨가 안 좋지만 일단 왔으니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광객은 "막상 들어가니 그렇게 위험한 것 같지 않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통제하는 사람이 있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만조 시간 출입금지 조치…자동차단기 설치 예정"

지난 2014년 한국남부발전이 발전기 관리를 위해 조성한 이 길은 애초부터 썰물 때만 이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물이 빠졌을 때와 높게 찼을 때 차이가 크게는 3미터를 웃도는 곳인데요. 바닷길 주변 포구는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에 물에 들어차고 있는 모습.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에 물에 들어차고 있는 모습.

최근 만조 때마다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관광객들의 안전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이윤데요.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해수면 상승이 계속 높아지면서 파도의 에너지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며 "너울성 파도가 생기면 휩쓸려서 안전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분명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김 정책국장은 이어 "기후 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 위험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심각한 풍경이 관광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한 제주도와 남부발전은 만조 시간과 일몰 이후 진입을 통제하는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또 다음 달부터는 만조 시 자동차단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안전장치뿐 아니라, 안전사고에 대한 관광객들의 인식도 함께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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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위를 걷는다?”…진입로 침수 아랑곳 없이 ‘찰칵’
    • 입력 2022-02-21 07:01:11
    • 수정2022-02-21 17:09:23
    취재K
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에서 밀물 때에 맞춰 사진을 찍는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제주 서쪽 끝에는 이른바 '신창 풍차 해안도로'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최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가운데,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 '강풍·파도'에도 바다 한가운데 길로 들어서는 관광객들

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다에 우뚝 솟아 있는 풍력발전기가 눈에 띕니다. 새하얀 날개가 돌아가는 모습이 풍차를 연상케 하는데요.

이 풍력발전기까지 진입이 가능하도록 바다 한가운데 폭 2미터 가량에 길이 155미터의 길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길이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SNS에 소개되면서 '사진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밀물 때마다 길이 물에 잠기면서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17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관광객이 풍력발전기 진입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이른바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바닷물이 길에 차오르자 신발을 벗고 들어섰는데요. 강한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게 쳤는데도 사진 찍기에 여념 없었습니다.

진입로 입구에는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라는 경고판이 있었지만, 제대로 보는 사람은 보기 드물었습니다.

일부 구간은 난간이 훼손돼 곧장 바다와 연결된 부분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SNS에서 지금(만조)이 제일 이쁠 때라고 해서 왔다"며 "날씨가 안 좋지만 일단 왔으니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광객은 "막상 들어가니 그렇게 위험한 것 같지 않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통제하는 사람이 있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만조 시간 출입금지 조치…자동차단기 설치 예정"

지난 2014년 한국남부발전이 발전기 관리를 위해 조성한 이 길은 애초부터 썰물 때만 이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물이 빠졌을 때와 높게 찼을 때 차이가 크게는 3미터를 웃도는 곳인데요. 바닷길 주변 포구는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주시 한경면 신창해안도로 인근 풍력발전기 진입로에 물에 들어차고 있는 모습.
최근 만조 때마다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관광객들의 안전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이윤데요.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해수면 상승이 계속 높아지면서 파도의 에너지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며 "너울성 파도가 생기면 휩쓸려서 안전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분명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김 정책국장은 이어 "기후 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 위험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심각한 풍경이 관광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한 제주도와 남부발전은 만조 시간과 일몰 이후 진입을 통제하는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또 다음 달부터는 만조 시 자동차단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안전장치뿐 아니라, 안전사고에 대한 관광객들의 인식도 함께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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