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10만 원?…“소주, 너마저”

입력 2022.02.22 (18:02) 수정 2022.02.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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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 가게에 들렀습니다.

천 원에 3개를 상상한 건 야무진 꿈이었을까요.

봉투에 담긴 건 팥 하나 크림 하나 두 개의 붕어빵입니다.

퇴근길의 소소한 행복, 편의점 캔맥줍니다.

‘4캔 만 원’이라고 쓰인 진열장 앞에서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4캔 만 천 원.

골라 담는 맥주 종류가 달라졌습니다.

내일부터는 소줏값이 오릅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공장 출고가를 7.9% 올린 1166.6원으로 인상할 예정입니다.

업계 1위가 움직였으니 경쟁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불 보듯 뻔합니다.

특히나 소주값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장 출고가가 100원 내외로 올라도 식당 등 업소에서는 1000원 이상 올리는 게 통례입니다.

식당에서 소주 한 병 값이 5000~6000원 선이 되는 것도 시간 문제란 얘깁니다.

어른 서너 명이 삼겹살에 인당 소주 한두 병씩이라도 마실라치면 얼추 10만 원을 넘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비오면 막걸리에 파전이 떠오르듯, 요즘처럼 추운 날이 계속되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해 집니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서민의 술은 역시 소주입니다.

특히 삶이 흔들릴 때 소주는 힘과 위안입니다.

고단한 하루의 끝을 쓴 소주 한 잔으로 씻어냅니다.

그래서 소주는 '쏘주'라고 해야 소주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주 한 잔은 적을 친구로 만들고, 없던 힘도 생기게 하고, 평소 같으면 죽었다 깨도 못할 일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너만 보면...자꾸 마음이 좋다."]

이처럼 소주의 위상이 막강하니 역대 정부는 소주를 서민에게서 빼앗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소줏값은 서민이 감당할 수준에서 관리해 왔습니다.

소주맛 떨어지게 했다간 전국에서 쏟아질 성토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때문이겠죠.

음주는 흡연만큼이나 유해하지만 정부의 음주 예방 예산은 금연 예산의 1%에도 못미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가격 인상을 앞둔 지난 주말.

대형마트 소주 매출이 지난해보다 최대 60%까지 늘었습니다.

가격 오르기 전 미리 사놓자는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달 뒤엔 맥주값이 오른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소주 맥주를 섞는 소맥 한 순배 하려면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시인 안도현은 ‘퇴근길’이라는 단 두 줄짜리 시에 팍팍한 삶으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심정을 이렇게 집어넣었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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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2 18:02:55
    • 수정2022-02-22 18:15:41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 가게에 들렀습니다.

천 원에 3개를 상상한 건 야무진 꿈이었을까요.

봉투에 담긴 건 팥 하나 크림 하나 두 개의 붕어빵입니다.

퇴근길의 소소한 행복, 편의점 캔맥줍니다.

‘4캔 만 원’이라고 쓰인 진열장 앞에서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4캔 만 천 원.

골라 담는 맥주 종류가 달라졌습니다.

내일부터는 소줏값이 오릅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공장 출고가를 7.9% 올린 1166.6원으로 인상할 예정입니다.

업계 1위가 움직였으니 경쟁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불 보듯 뻔합니다.

특히나 소주값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장 출고가가 100원 내외로 올라도 식당 등 업소에서는 1000원 이상 올리는 게 통례입니다.

식당에서 소주 한 병 값이 5000~6000원 선이 되는 것도 시간 문제란 얘깁니다.

어른 서너 명이 삼겹살에 인당 소주 한두 병씩이라도 마실라치면 얼추 10만 원을 넘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비오면 막걸리에 파전이 떠오르듯, 요즘처럼 추운 날이 계속되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해 집니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서민의 술은 역시 소주입니다.

특히 삶이 흔들릴 때 소주는 힘과 위안입니다.

고단한 하루의 끝을 쓴 소주 한 잔으로 씻어냅니다.

그래서 소주는 '쏘주'라고 해야 소주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주 한 잔은 적을 친구로 만들고, 없던 힘도 생기게 하고, 평소 같으면 죽었다 깨도 못할 일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너만 보면...자꾸 마음이 좋다."]

이처럼 소주의 위상이 막강하니 역대 정부는 소주를 서민에게서 빼앗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소줏값은 서민이 감당할 수준에서 관리해 왔습니다.

소주맛 떨어지게 했다간 전국에서 쏟아질 성토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때문이겠죠.

음주는 흡연만큼이나 유해하지만 정부의 음주 예방 예산은 금연 예산의 1%에도 못미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가격 인상을 앞둔 지난 주말.

대형마트 소주 매출이 지난해보다 최대 60%까지 늘었습니다.

가격 오르기 전 미리 사놓자는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달 뒤엔 맥주값이 오른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소주 맥주를 섞는 소맥 한 순배 하려면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시인 안도현은 ‘퇴근길’이라는 단 두 줄짜리 시에 팍팍한 삶으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심정을 이렇게 집어넣었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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