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파병 지시’에 제한적 제재 내놓은 서방…앞으로는?

입력 2022.02.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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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국·영국·EU, 일부 은행 등 제재…독일은 ‘노르트스트림2’ 중단
달러 결제망 퇴출·첨단제품 수출규제는 ‘아직’
제한적 파병 지시에 제재 수위도 조정한 듯
미점령지역 러시아 침공 여부 주목

러시아군 자주포(좌)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민 발렌티나 콘스탄티노프스카(79세, 우)러시아군 자주포(좌)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민 발렌티나 콘스탄티노프스카(79세, 우)

■ WP “백악관, 침공이냐 아니냐 혼선”

“백악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 여부와 씨름” 푸틴의 우크라이나 파병 지시가 나온 날의 백악관 분위기를 전한 워싱턴포스트 기사 제목입니다. 신문은 백악관 관계자가 돈바스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말에 수차례 답을 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밤새 의견을 조율한 것인지, 다음날이 돼서야 백악관은 푸틴의 지시를 ‘침공’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VEB와 방산지원은행 PSB를 서방에서 전면 차단했습니다.

같은 날 유럽연합도 EU 시장에 대한 접근 제한과 러시아 하원의원 351명에 대한 비자 금지를 내놓았고 영국은 러시아 은행 5곳과 재벌 3명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독일은 러시아와 직결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도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는 아직 가동되기 전인 가스관의 앞으로의 운영 절차를 ‘중단’시킨 것입니다. 다른 다수의 가스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얼마나 압박이 될 규제일지는 미지수입니다.

■ 공언했던 초강력 제재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예고했던 ‘달러 결제 망(SWIFT)에서 러시아 퇴출’이나 ‘첨단제품 러시아 수출 금지’같은 초강력 규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런 제재에 들어갔다면 우리나라도 직접 타격을 받았을 겁니다.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면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어려워집니다. 러시아가 세계 3위 석유 수출국이기에 유가가 뛰고, 알루미늄과 니켈, 밀 등 러시아산이 많은 원자재 가격도 추가로 급등했을 겁니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우리 기업도 대금 회수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첨단제품 수출규제가 단행되면 러시아로 수출되는 우리 자동차나 스마트폰이 직접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초강력 제재가 없었던 덕분에 아직 눈에 보이는 우리 기업에의 타격은 없습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도 “제재 대상 은행을 통해 대금을 받아야 하는 기업이 있다면 피해가 우려된다”면서도 “아직 접수된 우리 기업 피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 제재 수위 조정한 듯…문제는 ‘미점령지’ 침공

다만 미국은 초강력 제재를 추가할 여지는 남겼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긴장을 고조시키면 제재 수위 역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한적 제재가 나온 배경으로는 러시아가 파병하겠다는 지역이 이미 우크라이나 반군에 의해 점령된 돈바스 지역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붉은색은 돈바스 지역 내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 중인 지역. 마리우폴 등 돈바스 지역 내 정부군이 통치하는 지역까지 러시아군이 침공할지가 사태 악화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됨붉은색은 돈바스 지역 내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 중인 지역. 마리우폴 등 돈바스 지역 내 정부군이 통치하는 지역까지 러시아군이 침공할지가 사태 악화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됨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동쪽 끝, 러시아와 국경이 닿아있는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2014년 발발한 돈바스 전쟁으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일부 지역은 친러시아 반군이 통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파병이 반군의 기존 점령지로 한정될 경우에는 이 지역에서 점령지가 바뀌는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것으로 푸틴이 만족하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친러시아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은 아직 점령하지 않은 돈바스 지역 나머지 땅도 자신들의 영토로 주장합니다. 러시아군이 반군 점령지를 넘어서 정부군 지역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외신과 전문가가 예상하는 침공 경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배 중인 도네츠크주의 마리우폴이나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입니다. 러시아는 아직 파병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외교적 노력으로 이번 사태가 풀릴지 아니면 본격적 침공과 ‘초강력 제재’로 나아갈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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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파병 지시’에 제한적 제재 내놓은 서방…앞으로는?
    • 입력 2022-02-23 17:48:35
    세계는 지금
미국·영국·EU, 일부 은행 등 제재…독일은 ‘노르트스트림2’ 중단<br />달러 결제망 퇴출·첨단제품 수출규제는 ‘아직’<br />제한적 파병 지시에 제재 수위도 조정한 듯<br />미점령지역 러시아 침공 여부 주목
러시아군 자주포(좌)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민 발렌티나 콘스탄티노프스카(79세, 우)
■ WP “백악관, 침공이냐 아니냐 혼선”

“백악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 여부와 씨름” 푸틴의 우크라이나 파병 지시가 나온 날의 백악관 분위기를 전한 워싱턴포스트 기사 제목입니다. 신문은 백악관 관계자가 돈바스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말에 수차례 답을 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밤새 의견을 조율한 것인지, 다음날이 돼서야 백악관은 푸틴의 지시를 ‘침공’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VEB와 방산지원은행 PSB를 서방에서 전면 차단했습니다.

같은 날 유럽연합도 EU 시장에 대한 접근 제한과 러시아 하원의원 351명에 대한 비자 금지를 내놓았고 영국은 러시아 은행 5곳과 재벌 3명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독일은 러시아와 직결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도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는 아직 가동되기 전인 가스관의 앞으로의 운영 절차를 ‘중단’시킨 것입니다. 다른 다수의 가스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얼마나 압박이 될 규제일지는 미지수입니다.

■ 공언했던 초강력 제재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예고했던 ‘달러 결제 망(SWIFT)에서 러시아 퇴출’이나 ‘첨단제품 러시아 수출 금지’같은 초강력 규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런 제재에 들어갔다면 우리나라도 직접 타격을 받았을 겁니다.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면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어려워집니다. 러시아가 세계 3위 석유 수출국이기에 유가가 뛰고, 알루미늄과 니켈, 밀 등 러시아산이 많은 원자재 가격도 추가로 급등했을 겁니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우리 기업도 대금 회수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첨단제품 수출규제가 단행되면 러시아로 수출되는 우리 자동차나 스마트폰이 직접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초강력 제재가 없었던 덕분에 아직 눈에 보이는 우리 기업에의 타격은 없습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도 “제재 대상 은행을 통해 대금을 받아야 하는 기업이 있다면 피해가 우려된다”면서도 “아직 접수된 우리 기업 피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 제재 수위 조정한 듯…문제는 ‘미점령지’ 침공

다만 미국은 초강력 제재를 추가할 여지는 남겼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긴장을 고조시키면 제재 수위 역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한적 제재가 나온 배경으로는 러시아가 파병하겠다는 지역이 이미 우크라이나 반군에 의해 점령된 돈바스 지역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붉은색은 돈바스 지역 내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 중인 지역. 마리우폴 등 돈바스 지역 내 정부군이 통치하는 지역까지 러시아군이 침공할지가 사태 악화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됨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동쪽 끝, 러시아와 국경이 닿아있는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2014년 발발한 돈바스 전쟁으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일부 지역은 친러시아 반군이 통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파병이 반군의 기존 점령지로 한정될 경우에는 이 지역에서 점령지가 바뀌는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것으로 푸틴이 만족하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친러시아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은 아직 점령하지 않은 돈바스 지역 나머지 땅도 자신들의 영토로 주장합니다. 러시아군이 반군 점령지를 넘어서 정부군 지역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외신과 전문가가 예상하는 침공 경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배 중인 도네츠크주의 마리우폴이나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입니다. 러시아는 아직 파병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외교적 노력으로 이번 사태가 풀릴지 아니면 본격적 침공과 ‘초강력 제재’로 나아갈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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