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단일화 물밑접촉…열정열차에 윤-안 동승?

입력 2022.02.24 (07:00) 수정 2022.02.24 (07: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그동안 오간, 단일화 '물밑 접촉'의 한 조각이 23일 드러났습니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의 기자간담회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맞대응 기자회견을 통해서입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각각 "여러 물밑 접촉이 있었다", "어떤 공식 제안이나 협의도 없었다"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유의 단서도 나왔습니다.

엇갈린 소통, 동상이몽(同牀異夢)이었습니다.

■ 2월 초 합당 논의 비공개 접촉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 두 사람 모두 2월 초 비공개 회동에서 합당을 주제로 한 논의가 있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회동은 2월 9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이뤄졌습니다. 9일은 공식 후보 등록 시작 나흘 전이고, 안철수 후보의 경선 방식 단일화 제의 나흘 전이기도 합니다.

이준석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양당의 합당을 제안합니다. 합당 뒤에는 최고위원회의, 조강특위, 공천심사위원회에 국민의당 인사 참여를 약속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는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의결 기구이고, 조강특위, 공천심사위는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 등의 공천 문제를 결정하는 기구입니다. 즉, 당권과 공천권의 지분을 약속한 셈입니다.

이 대표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도 제시했다고 합니다.

또 2월 11일 '국민의힘 열정 열차' 도착역인 여수에서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함께 내리면서 단일화를 선언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준석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은 윤석열 후보와는 상의 없이 이뤄진 것이고,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이 제안을 안철수 후보에게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안철수 사퇴를 전제로 한 합당 제의"

이준석 대표와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의 말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건, '전제 조건'이 있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먼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비공개 접촉을 공개한 이 본부장은 "안철수 후보가 후보직을 깔끔하게 사퇴하고,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준석 대표의 여러 제안은, 모두 '포기를 통한 단일화'가 전제 조건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공동 정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면서, "단일화의 헤게모니를 당 대표인 본인이 갖고 싶어 했다는 부분, 그 속에서 단일화의 목표가 공동정부가 아닌 합당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합당이고, 대선 이후 지방선거도 중요하니 합당을 고리로 단일화 문제를 풀어가려는 본인의 의지를 제안한 것으로 이해했다"는 게 이 본부장 설명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이런 제안을 보고 받고 "단일화 문제는 후보 간 만나서 풀어갈 문제이지, 후보와 당대표가 만나서 풀 문제가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준석 대표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윤석열 후보와 상의 없이, 공동정부 형식이 아닌 합당을 고리로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게 국민의당 측 해석인 셈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그간 '단일화 제안에 윤석열 후보가 직접 답하라'고 요구하면서 '책임 있는 인사의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다'고 해왔습니다. 안 후보 측이 원한 건 '윤석열 후보의 의중을 대변하는 인사'였던 만큼, 이준석 대표의 제안도 '공식 접촉'으로 보지 않은 겁니다.

■ "합당 중요성 강조했을 뿐"

이준석 대표의 말은 다릅니다. 합당과 공천등의 제안이 단일화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모 인사가 '안철수 후보가 출마 포기와 지지 선언은 하되, 합당은 안 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문의를 해와, 합당이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기를 통한 단일화'는 안 후보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고, 자신은 그 제안의 진위를 확인하고, 앞으로 선거 때마다 단일화 논의가 등장하지 않게 하려면 합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만나 여러 제안을 했다는 주장입니다.

'국민의힘 열정 열차'에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함께 내려 단일화를 선언하자는 것도, 합당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가 정치적으로 주목 받고, 예우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단일화 '물밑 접촉'을 해오는 국민의힘 측 인사들을 두고 "윤석열 후보는 정치적 거래를 하지 않는 원칙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후보 의중을 언급하며 말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단일화가 전제 조건이든 아니든, 이준석 대표와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 양 당 책임 있는 인사들이 합당을 두고 논의한 만큼, 국민의힘은 이를 여러 '물밑 접촉'의 하나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깊어지는 감정의 골…단일화 논의의 끝은?

대선까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후보 간 담판을 통한 '통 큰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비공개 접촉 내용을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은 만큼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통 큰 단일화'는 양측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에 합의할 때만이 가능합니다.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는 '통 큰'은 물론이고 상호 이익 주고받기를 통한 합의조차 쉽지 않습니다.

선거 막판, 단일화를 두고 벌어지는 '진실 게임', 대결 양상은 윤석열, 안철수 후보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양당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유권자들은 정치 공학적 수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어떻게 끝날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도 안갯속입니다. 국민의힘 측은 28일 투표용지 인쇄 전과, 3월 4일 사전투표 전을 아직도 단일화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떠오른 단일화 물밑접촉…열정열차에 윤-안 동승?
    • 입력 2022-02-24 07:00:46
    • 수정2022-02-24 07:02:12
    취재K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그동안 오간, 단일화 '물밑 접촉'의 한 조각이 23일 드러났습니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의 기자간담회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맞대응 기자회견을 통해서입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각각 "여러 물밑 접촉이 있었다", "어떤 공식 제안이나 협의도 없었다"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유의 단서도 나왔습니다.

엇갈린 소통, 동상이몽(同牀異夢)이었습니다.

■ 2월 초 합당 논의 비공개 접촉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 두 사람 모두 2월 초 비공개 회동에서 합당을 주제로 한 논의가 있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회동은 2월 9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이뤄졌습니다. 9일은 공식 후보 등록 시작 나흘 전이고, 안철수 후보의 경선 방식 단일화 제의 나흘 전이기도 합니다.

이준석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양당의 합당을 제안합니다. 합당 뒤에는 최고위원회의, 조강특위, 공천심사위원회에 국민의당 인사 참여를 약속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는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의결 기구이고, 조강특위, 공천심사위는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 등의 공천 문제를 결정하는 기구입니다. 즉, 당권과 공천권의 지분을 약속한 셈입니다.

이 대표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도 제시했다고 합니다.

또 2월 11일 '국민의힘 열정 열차' 도착역인 여수에서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함께 내리면서 단일화를 선언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준석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은 윤석열 후보와는 상의 없이 이뤄진 것이고,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이 제안을 안철수 후보에게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안철수 사퇴를 전제로 한 합당 제의"

이준석 대표와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의 말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건, '전제 조건'이 있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먼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비공개 접촉을 공개한 이 본부장은 "안철수 후보가 후보직을 깔끔하게 사퇴하고,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준석 대표의 여러 제안은, 모두 '포기를 통한 단일화'가 전제 조건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공동 정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면서, "단일화의 헤게모니를 당 대표인 본인이 갖고 싶어 했다는 부분, 그 속에서 단일화의 목표가 공동정부가 아닌 합당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합당이고, 대선 이후 지방선거도 중요하니 합당을 고리로 단일화 문제를 풀어가려는 본인의 의지를 제안한 것으로 이해했다"는 게 이 본부장 설명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이런 제안을 보고 받고 "단일화 문제는 후보 간 만나서 풀어갈 문제이지, 후보와 당대표가 만나서 풀 문제가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준석 대표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윤석열 후보와 상의 없이, 공동정부 형식이 아닌 합당을 고리로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게 국민의당 측 해석인 셈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그간 '단일화 제안에 윤석열 후보가 직접 답하라'고 요구하면서 '책임 있는 인사의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다'고 해왔습니다. 안 후보 측이 원한 건 '윤석열 후보의 의중을 대변하는 인사'였던 만큼, 이준석 대표의 제안도 '공식 접촉'으로 보지 않은 겁니다.

■ "합당 중요성 강조했을 뿐"

이준석 대표의 말은 다릅니다. 합당과 공천등의 제안이 단일화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모 인사가 '안철수 후보가 출마 포기와 지지 선언은 하되, 합당은 안 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문의를 해와, 합당이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기를 통한 단일화'는 안 후보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고, 자신은 그 제안의 진위를 확인하고, 앞으로 선거 때마다 단일화 논의가 등장하지 않게 하려면 합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만나 여러 제안을 했다는 주장입니다.

'국민의힘 열정 열차'에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함께 내려 단일화를 선언하자는 것도, 합당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가 정치적으로 주목 받고, 예우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단일화 '물밑 접촉'을 해오는 국민의힘 측 인사들을 두고 "윤석열 후보는 정치적 거래를 하지 않는 원칙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후보 의중을 언급하며 말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단일화가 전제 조건이든 아니든, 이준석 대표와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 양 당 책임 있는 인사들이 합당을 두고 논의한 만큼, 국민의힘은 이를 여러 '물밑 접촉'의 하나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깊어지는 감정의 골…단일화 논의의 끝은?

대선까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후보 간 담판을 통한 '통 큰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비공개 접촉 내용을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은 만큼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통 큰 단일화'는 양측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에 합의할 때만이 가능합니다.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는 '통 큰'은 물론이고 상호 이익 주고받기를 통한 합의조차 쉽지 않습니다.

선거 막판, 단일화를 두고 벌어지는 '진실 게임', 대결 양상은 윤석열, 안철수 후보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양당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유권자들은 정치 공학적 수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어떻게 끝날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도 안갯속입니다. 국민의힘 측은 28일 투표용지 인쇄 전과, 3월 4일 사전투표 전을 아직도 단일화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