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때린 사람도 아픈 러시아 경제제재…전쟁이냐 평화냐 ‘치킨게임’

입력 2022.02.24 (13:10) 수정 2022.02.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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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통으로 잇는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서방이 러시아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제재 방안으로 꼽혀 왔는데 독일이 드디어 용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독일의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 독일이 더 아픈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

'노르트스트림2' 사업의 중단은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를 수출국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 최대 기업 가즈프롬을 정조준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서방의 주요국들도 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 13조 원 규모가 들어간 이 사업은 전체 사업비의 50%를 댄 가즈프롬이 최대 피해자이지만 나머지 50%는 독일(UNIPER와 WINTERSHALL)과 프랑스(ENGIE), 오스트리아(OMV) 그리고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SHELL) 의 대표 에너지 기업들이 10%씩 참여했다. 러시아의 국영기업에 비해 서방의 민간기업이 받을 피해에 대한 파장이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

노르트스트림2 공사현장과 러시아와 유럽 기업 투자 비율노르트스트림2 공사현장과 러시아와 유럽 기업 투자 비율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는 제재를 한 독일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35%를 독일은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2050년 탄소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과도기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를 지목한 상태다. 난방용 뿐 아니라 전기생산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이제 유럽은 가스 1,000㎥를 2,000유로(약 270만 원/현재의 약 3배)에 사야 하는 멋진 신세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비아냥댄 것도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 서방의 러시아의 금융제재, '치킨게임' 가능성 커

미국과 EU가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의 금융제재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미국 대선개입 의혹, 미 정부 해킹, 야당 지도자 나발니 구속 등 사안이 터질 때마다 서방은 러시아의 기관과 기업, 개인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가해왔다. 러시아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제재는 이미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전쟁을 하기 전, 러시아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더 센 경제제재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은 서방이 장악한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을 막는 방안이다. 은행에 대한 제재와 채권 발행 금지 등의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서방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조치이긴 하다.


그러나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금융거래를 막을 경우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두바이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최근 몇 년 사이 달러 외화 보유액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놨다는 보도도 나온다. 또 러시아 편이 중국은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독재 국가에 가까운 러시아와 중국과 달리 자국민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미국과 EU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분명한 건 실제 경제 전쟁이 시작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누가 먼저 죽느냐 하는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 전쟁이냐 평화냐....'아직은 말싸움', 외교적 해결책 남았다.

세계 경제의 혼란과 자국민들의 고통이 따르는 경제 전쟁 외에는 두 가지가 남는다. 바로 전쟁과 평화다.

다행인 건 양측이 아직은 한발씩 빼고 외교적 해결이란 수단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직은 실제 달라진 것도 없다.

돈바스 지역은 이미 러시아가 개입해 내전 상태에 빠진 곳이었고, 푸틴 대통령이 아직 파병 명령은 안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지역에는 이미 2014년부터 러시아군이 활동하고 있다는 게 과거 서방 국가들의 분석이었다. 미국과 EU 등이 서둘러 발표한 각종 경제제재 역시 아직 수위가 높지 않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벌여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참전을 한다면 아직은 러시아가 불리하다. 그러나 중국 견제를 위해 중동에서도 발을 뺀 미국이 러시아와 대적하기 위해 주력 군대를 다시 동유럽으로 보내는 것도 현재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희망적인 결론을 맺는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주변의 모든 환경은 양측의 외교적 협상이 해결책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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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때린 사람도 아픈 러시아 경제제재…전쟁이냐 평화냐 ‘치킨게임’
    • 입력 2022-02-24 13:10:48
    • 수정2022-02-24 13:10:56
    특파원 리포트

독일이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통으로 잇는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서방이 러시아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제재 방안으로 꼽혀 왔는데 독일이 드디어 용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독일의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 독일이 더 아픈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

'노르트스트림2' 사업의 중단은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를 수출국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 최대 기업 가즈프롬을 정조준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서방의 주요국들도 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 13조 원 규모가 들어간 이 사업은 전체 사업비의 50%를 댄 가즈프롬이 최대 피해자이지만 나머지 50%는 독일(UNIPER와 WINTERSHALL)과 프랑스(ENGIE), 오스트리아(OMV) 그리고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SHELL) 의 대표 에너지 기업들이 10%씩 참여했다. 러시아의 국영기업에 비해 서방의 민간기업이 받을 피해에 대한 파장이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

노르트스트림2 공사현장과 러시아와 유럽 기업 투자 비율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는 제재를 한 독일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35%를 독일은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2050년 탄소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과도기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를 지목한 상태다. 난방용 뿐 아니라 전기생산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이제 유럽은 가스 1,000㎥를 2,000유로(약 270만 원/현재의 약 3배)에 사야 하는 멋진 신세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비아냥댄 것도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 서방의 러시아의 금융제재, '치킨게임' 가능성 커

미국과 EU가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의 금융제재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미국 대선개입 의혹, 미 정부 해킹, 야당 지도자 나발니 구속 등 사안이 터질 때마다 서방은 러시아의 기관과 기업, 개인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가해왔다. 러시아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제재는 이미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전쟁을 하기 전, 러시아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더 센 경제제재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은 서방이 장악한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을 막는 방안이다. 은행에 대한 제재와 채권 발행 금지 등의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서방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조치이긴 하다.


그러나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금융거래를 막을 경우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두바이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최근 몇 년 사이 달러 외화 보유액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놨다는 보도도 나온다. 또 러시아 편이 중국은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독재 국가에 가까운 러시아와 중국과 달리 자국민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미국과 EU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분명한 건 실제 경제 전쟁이 시작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누가 먼저 죽느냐 하는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 전쟁이냐 평화냐....'아직은 말싸움', 외교적 해결책 남았다.

세계 경제의 혼란과 자국민들의 고통이 따르는 경제 전쟁 외에는 두 가지가 남는다. 바로 전쟁과 평화다.

다행인 건 양측이 아직은 한발씩 빼고 외교적 해결이란 수단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직은 실제 달라진 것도 없다.

돈바스 지역은 이미 러시아가 개입해 내전 상태에 빠진 곳이었고, 푸틴 대통령이 아직 파병 명령은 안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지역에는 이미 2014년부터 러시아군이 활동하고 있다는 게 과거 서방 국가들의 분석이었다. 미국과 EU 등이 서둘러 발표한 각종 경제제재 역시 아직 수위가 높지 않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벌여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참전을 한다면 아직은 러시아가 불리하다. 그러나 중국 견제를 위해 중동에서도 발을 뺀 미국이 러시아와 대적하기 위해 주력 군대를 다시 동유럽으로 보내는 것도 현재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희망적인 결론을 맺는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주변의 모든 환경은 양측의 외교적 협상이 해결책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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