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오미크론 상륙하면 최대 22만 명 사망”

입력 2022.02.25 (07:00) 수정 2022.02.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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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주민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화면북한 조선중앙TV가 주민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화면

■ 확진자 '0명'의 딜레마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 국가들의 코로나19 발생 상황과 백신 접종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계속 확진자 '0명', 백신 접종 기록은 전혀 없는 상태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철통 봉쇄로 '코로나19 청정지역'을 만들었더니 오히려 북한의 발목을 붙잡는 독이 됐습니다. 백신 접종이든 감염됐다 완치되며 생긴 항체든, 북한은 면역력 '제로' 상태입니다. 국경을 열고 싶어도 열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북한은 국경 봉쇄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북중 접경지역 열차 운행을 재개한 데 이어 북러 접경지역 교역도 곧 재개될 거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언젠가는 북한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상황판. 가장 마지막줄에 북한 통계가 나와 있다. 확진자 0명, 백신 접종 기록은 전혀 없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상황판. 가장 마지막줄에 북한 통계가 나와 있다. 확진자 0명, 백신 접종 기록은 전혀 없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 북한에 오미크론 상륙하면 결과는?

북한에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들어가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한반도 신경제 국제 세미나'에서, 동서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의 저스틴 펜도스 교수팀이 자체 분석 모델을 만들어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펜도스 교수는 오미크론이 연령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북한 인구 통계를 근거로 연령별 분석틀을 만들어 계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신 미접종자의 감염률, 감염됐을 경우 병원 입원 가능성, 사망확률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 주민 2천 5백만 명 가운데 천만 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28만 명(2.8%)이 병원 입원 치료를 받게 되고, 최소 4만 4천 명(0.44%)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것만도 적은 숫자가 아닌데, 더 큰 문제는 이게 '최소' 추정치라는 점입니다.

펜도스 연구팀이 분석 모델을 만들 때 활용한 데이터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자료입니다. 즉, 영양 상태와 보건의료 시스템이 최상으로 갖춰진 상태에서 나온 수치라는 것입니다.

■ "사망자 수 최대 22만 명까지도 가능"

북한 주민들은 만성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데다 보건의료 시스템은 열악하고 의약품은 늘 부족합니다. 입원환자 28만 명이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 대처할 의료 인력이나 보건당국의 노하우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의 영양 상태, 보건 의료 시스템을 뒷받침할 경제력이 북한과 비슷한 저개발 국가들의 자료를 반영해 다시 분석해 봤더니 치명률이 확 치솟았습니다.

펜도스 교수팀 분석 결과, 사망률은 2.2%까지 치솟아 사망자 수가 최대 2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4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의 방역 모습24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의 방역 모습

■ "코로나19라는 시한폭탄"

펜도스 교수는 북한에 오미크론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터질 위협이라는 의미입니다.

오미크론이 북한에 유입되면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될 것이란 경고도 내놨습니다. 보건의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도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게 버거울 정도인 현실을 보면 쉽게 예상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주민 동요·불만도 위협 요인

펜도스 교수는 북한에 코로나19가 퍼지면 문제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끝나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내놨습니다.

전염병 대유행을 감당하지 못 하는 국가 시스템, 사망자 급증, 물건 사재기 등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력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고 결국 '체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북한은 왜 백신 지원을 받지 않을까?

백신 접종이 시급해 보이는데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제안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은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먼저, 북한이 아직은 국경 폐쇄와 주민 통제를 이어가는데 문제가 없어 백신 접종의 절박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국제사회나 미국이 백신 지원을 할 때, 적재적소에 투명하게 잘 분배돼고 접종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요구하기 때문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지원 분량이 북한 주민 전체가 아닌 일부만 맞을 수 있는데다 백신의 종류도 효과가 낮은 제품을 제안했기 때문에 북이 굳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으로 봤습니다.

■ 쿠바·베네수엘라 사례 '유의미'

번 회장은 대북 백신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쿠바와 베네수엘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북한처럼 이데올로기가 강한 국가이고,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아니거나(쿠바), 회원국이어도 IMF와 관계가 나빠(베네수엘라), 국제통화기금 체제에 속해 있지 않은 북한과 비교해볼 만 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 러시아, 코백스로부터 조금씩 지속적으로 백신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쿠바는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자국민 접종을 했습니다. 국민들의 1차 접종률은 90%에 이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은 못 받은 백신이지만,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쿠바는 관광이 주요 산업이고, 베네수엘라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어 북한보다는 '개방'의 필요성이 더 큰 국가들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주민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화면북한 조선중앙TV가 주민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화면

■ "코로나19 '인큐베이터' 역할 막아야"

번 회장은 이대로라면 북한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적 유행을 끝내려면 북한에도 면역력을 '주입'해야 하고, 때문에 국제사회가 '조건없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쿠바처럼 토종 백신 개발 역량이 없고, 자체적으로 화이자 같은 민간 기업에 돈을 주고 백신을 구매할 경제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번 회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통 크게' 지원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비핵화 협상 카드로 이용하거나 북한의 문호를 열게 하는 도구로 삼지 말고, '조건 없이'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종류의 백신을 전 주민이 다 맞을 수 있을 만큼 주면 북한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단순한 문제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은 더 있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센터 사무처장은 '조건 없는' 백신 지원에 동의하면서도, 몇 가지 문제를 더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백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대응 지원과 확진자 치료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엔의 엄격한 대북 제재 때문에 백신을 대량으로 반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점도 지적했습니다.

국내외 유수한 전문가들이 북한에 백신 지원을 해주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북한은 자체 방역만 강조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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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5 07:00:22
    • 수정2022-02-25 07:01:20
    취재K
북한 조선중앙TV가 주민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화면
■ 확진자 '0명'의 딜레마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 국가들의 코로나19 발생 상황과 백신 접종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계속 확진자 '0명', 백신 접종 기록은 전혀 없는 상태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철통 봉쇄로 '코로나19 청정지역'을 만들었더니 오히려 북한의 발목을 붙잡는 독이 됐습니다. 백신 접종이든 감염됐다 완치되며 생긴 항체든, 북한은 면역력 '제로' 상태입니다. 국경을 열고 싶어도 열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북한은 국경 봉쇄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북중 접경지역 열차 운행을 재개한 데 이어 북러 접경지역 교역도 곧 재개될 거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언젠가는 북한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상황판. 가장 마지막줄에 북한 통계가 나와 있다. 확진자 0명, 백신 접종 기록은 전혀 없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 북한에 오미크론 상륙하면 결과는?

북한에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들어가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한반도 신경제 국제 세미나'에서, 동서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의 저스틴 펜도스 교수팀이 자체 분석 모델을 만들어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펜도스 교수는 오미크론이 연령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북한 인구 통계를 근거로 연령별 분석틀을 만들어 계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신 미접종자의 감염률, 감염됐을 경우 병원 입원 가능성, 사망확률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 주민 2천 5백만 명 가운데 천만 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28만 명(2.8%)이 병원 입원 치료를 받게 되고, 최소 4만 4천 명(0.44%)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것만도 적은 숫자가 아닌데, 더 큰 문제는 이게 '최소' 추정치라는 점입니다.

펜도스 연구팀이 분석 모델을 만들 때 활용한 데이터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자료입니다. 즉, 영양 상태와 보건의료 시스템이 최상으로 갖춰진 상태에서 나온 수치라는 것입니다.

■ "사망자 수 최대 22만 명까지도 가능"

북한 주민들은 만성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데다 보건의료 시스템은 열악하고 의약품은 늘 부족합니다. 입원환자 28만 명이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 대처할 의료 인력이나 보건당국의 노하우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의 영양 상태, 보건 의료 시스템을 뒷받침할 경제력이 북한과 비슷한 저개발 국가들의 자료를 반영해 다시 분석해 봤더니 치명률이 확 치솟았습니다.

펜도스 교수팀 분석 결과, 사망률은 2.2%까지 치솟아 사망자 수가 최대 2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4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의 방역 모습
■ "코로나19라는 시한폭탄"

펜도스 교수는 북한에 오미크론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터질 위협이라는 의미입니다.

오미크론이 북한에 유입되면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될 것이란 경고도 내놨습니다. 보건의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도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게 버거울 정도인 현실을 보면 쉽게 예상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주민 동요·불만도 위협 요인

펜도스 교수는 북한에 코로나19가 퍼지면 문제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끝나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내놨습니다.

전염병 대유행을 감당하지 못 하는 국가 시스템, 사망자 급증, 물건 사재기 등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력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고 결국 '체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북한은 왜 백신 지원을 받지 않을까?

백신 접종이 시급해 보이는데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제안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은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먼저, 북한이 아직은 국경 폐쇄와 주민 통제를 이어가는데 문제가 없어 백신 접종의 절박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국제사회나 미국이 백신 지원을 할 때, 적재적소에 투명하게 잘 분배돼고 접종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요구하기 때문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지원 분량이 북한 주민 전체가 아닌 일부만 맞을 수 있는데다 백신의 종류도 효과가 낮은 제품을 제안했기 때문에 북이 굳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으로 봤습니다.

■ 쿠바·베네수엘라 사례 '유의미'

번 회장은 대북 백신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쿠바와 베네수엘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북한처럼 이데올로기가 강한 국가이고,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아니거나(쿠바), 회원국이어도 IMF와 관계가 나빠(베네수엘라), 국제통화기금 체제에 속해 있지 않은 북한과 비교해볼 만 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 러시아, 코백스로부터 조금씩 지속적으로 백신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쿠바는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자국민 접종을 했습니다. 국민들의 1차 접종률은 90%에 이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은 못 받은 백신이지만,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쿠바는 관광이 주요 산업이고, 베네수엘라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어 북한보다는 '개방'의 필요성이 더 큰 국가들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주민들에게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화면
■ "코로나19 '인큐베이터' 역할 막아야"

번 회장은 이대로라면 북한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적 유행을 끝내려면 북한에도 면역력을 '주입'해야 하고, 때문에 국제사회가 '조건없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쿠바처럼 토종 백신 개발 역량이 없고, 자체적으로 화이자 같은 민간 기업에 돈을 주고 백신을 구매할 경제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번 회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통 크게' 지원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비핵화 협상 카드로 이용하거나 북한의 문호를 열게 하는 도구로 삼지 말고, '조건 없이'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종류의 백신을 전 주민이 다 맞을 수 있을 만큼 주면 북한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단순한 문제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은 더 있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센터 사무처장은 '조건 없는' 백신 지원에 동의하면서도, 몇 가지 문제를 더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백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대응 지원과 확진자 치료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엔의 엄격한 대북 제재 때문에 백신을 대량으로 반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점도 지적했습니다.

국내외 유수한 전문가들이 북한에 백신 지원을 해주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북한은 자체 방역만 강조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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