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수어’ 차이 심각…“통역 있어야 대화”

입력 2022.02.26 (08:14) 수정 2022.02.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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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사용하는 말과 글의 차이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낙지는 오징어라고 부를 정도인데요.

특히, 남북한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어 통합도 시급하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 남북한의 수어, 얼마나 다른가요?

[답변]

사실 중간에 통역이 없으면 의사소통이 안될 정도로 남북한의 수어 차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래서 남북한 수어를 비교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겨레말큰사전남북편찬위원회와 데프누리라는 청년 농인 단체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남북의 수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수어로 된 북한 여행 가이드북을 제작하기도 했다는데요.

지금부터 함께 만나러 가보시죠.

[리포트]

남북한의 언어 통합을 목표로 만들어진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회.

남북한 국어학자들이 모여 2005년 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남북 관계는 꽉 막혀 있지만, 남북한 수어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윤소정/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원 : "남북 수어를 주제로 모션그래픽을 만들면 어떨까 싶은데..."]

남북한의 수어 차이를 비교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늦은 밤까지 회의가 이어졌는데요.

[김미경/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팀장 : "저희가 남북 언어를 연구하는 기관이다 보니 언어뿐만 아니라 수어에도 이렇게 차이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자료를 모으고 연구가 필요한 걸 느껴서 그럼 우리도 남북 수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 생각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수어는 북한에선 ‘손말’이라고 부릅니다.

기본적인 자음과 모음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2015년 세계농인연맹대회에서 만난 남북 대표는 중간에 통역을 끼고 의사소통을 해야 했습니다.

[이상용/강원도농아인협회장 : "세계농인대회에 참가하여 세미나를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오준걸/북한 조선롱인협회장 : "세미나에 가보니 국제 수화를 잘 몰랐지만 그룬트 씨(통역사)가 통역한 것을 보면서 강연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장애인과 관련된 법을 제정해서 농인들을 대상으로 수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수어 관련 자료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김미경/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팀장 : "사실 북한 수어 자료를 저희가 수집하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지금 시중에 북한 수어를 자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연구하는 기관도 많지 않다 보니 그런 것들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남북한 수어 비교 콘텐츠 제작에는 농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데프누리’라는 단체의 청년들인데요.

[윤소정/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원 : "데프누리 측이 갖고 있는 자료와 저희가 갖고 있는 자료가 다르니까 같이 놓고서 비교해 보면 북한 손말의 변화를 또 한눈에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두 단체가 가진 자료들을 십시일반 모아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사실 북한 농인들이 어떤 수어를 쓰는지도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조윤주/데프누리 회원 : "자료가 있어도 북한 실제로 이걸 쓰고 있는지 확답을 가질 수 없거든요. 왜냐면 이 자료는 근거만 있는 거지 실제로 정말 사용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남북한의 수어가 얼마나 다를까요?

제가 수어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다음에 락화생(땅콩). 한국에선 어떻게 하는지. 아 이렇게. 이거 되게 신기하네. 그다음에 북한어론 어떻게 하는 거죠? 아 흔드는 거. 신기하다."]

["그다음에 에스키모 아이스크림. 한국에서는 이렇게. 그리고 북한에선 이건가. 이런 게 신기하지 않나요. 이건 가요 아 이렇게."]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남과 북의 수어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금 수어로 간단한 인사를 해봤는데요.

데프누리 청년들은 한국의 수어와 북한의 손말을 이용해서 여행 가이드 북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 가이드북은 북한 여행 시 농인들이 알아야 할 수어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남북한 통일을 대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임서희/데프누리 대표 : "독일 농인분이 북한 여행 갔다 오시며 하신 얘기가 관광하는데 가이드가 청인 중심, 듣는 사람들 중심으로 진행하여 농인 입장에선 많이 아쉬웠다는 점을 얘기하셨고, 북한 농인이랑 만나 소통할 때 수어가 다르다는 점을 느껴 이에 대한 자료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하셨어요."]

생소한 북한 정보들을 찾아가며 수개월 동안 가이드북을 만들었는데요.

그동안 알았던 북한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조윤주/데프누리 회원 : "북한이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구나 통일되면 관광산업이 좀 더 커지겠구나 이런 생각 하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북한 통일되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갖게 된 거 같아요."]

가이드북의 QR 코드를 찍으면 간단하게 북한 수어를 공부할 수 있게 영상을 제작했는데요.

MZ세대들의 취향에 맞춰 남북한 수어를 알리는 다양한 기념품들도 만들었습니다.

[임서희/데프누리 대표 : "자세히 보면 다 수어가 입력돼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수어로 관광증이라는 뜻이고요. 남한 친구와 북한 친구가 함께 모여서 사진을 찍는다라는 의미로 해서 남북한이 함께 통일이란 수어 표현을 하는 그림이고요."]

농인을 위한 북한 여행 가이드북은 올 하반기에 정식 출판될 예정인데요.

이 책을 들고 북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조윤주/데프누리 회원 : "나중에 북한이랑 통일되면 북한에 계시는 농인들 만날 수 있잖아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북한 농인이랑 소통할 수 있다면 더 자세히 재밌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있습니다."]

북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남북 교류사업은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데요.

남북의 장애인들이 소통의 장벽 없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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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수어’ 차이 심각…“통역 있어야 대화”
    • 입력 2022-02-26 08:14:50
    • 수정2022-02-26 08: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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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사용하는 말과 글의 차이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낙지는 오징어라고 부를 정도인데요.

특히, 남북한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어 통합도 시급하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 남북한의 수어, 얼마나 다른가요?

[답변]

사실 중간에 통역이 없으면 의사소통이 안될 정도로 남북한의 수어 차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래서 남북한 수어를 비교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겨레말큰사전남북편찬위원회와 데프누리라는 청년 농인 단체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남북의 수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수어로 된 북한 여행 가이드북을 제작하기도 했다는데요.

지금부터 함께 만나러 가보시죠.

[리포트]

남북한의 언어 통합을 목표로 만들어진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회.

남북한 국어학자들이 모여 2005년 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남북 관계는 꽉 막혀 있지만, 남북한 수어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윤소정/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원 : "남북 수어를 주제로 모션그래픽을 만들면 어떨까 싶은데..."]

남북한의 수어 차이를 비교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늦은 밤까지 회의가 이어졌는데요.

[김미경/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팀장 : "저희가 남북 언어를 연구하는 기관이다 보니 언어뿐만 아니라 수어에도 이렇게 차이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자료를 모으고 연구가 필요한 걸 느껴서 그럼 우리도 남북 수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 생각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수어는 북한에선 ‘손말’이라고 부릅니다.

기본적인 자음과 모음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2015년 세계농인연맹대회에서 만난 남북 대표는 중간에 통역을 끼고 의사소통을 해야 했습니다.

[이상용/강원도농아인협회장 : "세계농인대회에 참가하여 세미나를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오준걸/북한 조선롱인협회장 : "세미나에 가보니 국제 수화를 잘 몰랐지만 그룬트 씨(통역사)가 통역한 것을 보면서 강연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장애인과 관련된 법을 제정해서 농인들을 대상으로 수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수어 관련 자료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김미경/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팀장 : "사실 북한 수어 자료를 저희가 수집하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지금 시중에 북한 수어를 자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연구하는 기관도 많지 않다 보니 그런 것들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남북한 수어 비교 콘텐츠 제작에는 농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데프누리’라는 단체의 청년들인데요.

[윤소정/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원 : "데프누리 측이 갖고 있는 자료와 저희가 갖고 있는 자료가 다르니까 같이 놓고서 비교해 보면 북한 손말의 변화를 또 한눈에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두 단체가 가진 자료들을 십시일반 모아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사실 북한 농인들이 어떤 수어를 쓰는지도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조윤주/데프누리 회원 : "자료가 있어도 북한 실제로 이걸 쓰고 있는지 확답을 가질 수 없거든요. 왜냐면 이 자료는 근거만 있는 거지 실제로 정말 사용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남북한의 수어가 얼마나 다를까요?

제가 수어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다음에 락화생(땅콩). 한국에선 어떻게 하는지. 아 이렇게. 이거 되게 신기하네. 그다음에 북한어론 어떻게 하는 거죠? 아 흔드는 거. 신기하다."]

["그다음에 에스키모 아이스크림. 한국에서는 이렇게. 그리고 북한에선 이건가. 이런 게 신기하지 않나요. 이건 가요 아 이렇게."]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남과 북의 수어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금 수어로 간단한 인사를 해봤는데요.

데프누리 청년들은 한국의 수어와 북한의 손말을 이용해서 여행 가이드 북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 가이드북은 북한 여행 시 농인들이 알아야 할 수어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남북한 통일을 대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임서희/데프누리 대표 : "독일 농인분이 북한 여행 갔다 오시며 하신 얘기가 관광하는데 가이드가 청인 중심, 듣는 사람들 중심으로 진행하여 농인 입장에선 많이 아쉬웠다는 점을 얘기하셨고, 북한 농인이랑 만나 소통할 때 수어가 다르다는 점을 느껴 이에 대한 자료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하셨어요."]

생소한 북한 정보들을 찾아가며 수개월 동안 가이드북을 만들었는데요.

그동안 알았던 북한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조윤주/데프누리 회원 : "북한이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구나 통일되면 관광산업이 좀 더 커지겠구나 이런 생각 하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북한 통일되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갖게 된 거 같아요."]

가이드북의 QR 코드를 찍으면 간단하게 북한 수어를 공부할 수 있게 영상을 제작했는데요.

MZ세대들의 취향에 맞춰 남북한 수어를 알리는 다양한 기념품들도 만들었습니다.

[임서희/데프누리 대표 : "자세히 보면 다 수어가 입력돼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수어로 관광증이라는 뜻이고요. 남한 친구와 북한 친구가 함께 모여서 사진을 찍는다라는 의미로 해서 남북한이 함께 통일이란 수어 표현을 하는 그림이고요."]

농인을 위한 북한 여행 가이드북은 올 하반기에 정식 출판될 예정인데요.

이 책을 들고 북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조윤주/데프누리 회원 : "나중에 북한이랑 통일되면 북한에 계시는 농인들 만날 수 있잖아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북한 농인이랑 소통할 수 있다면 더 자세히 재밌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있습니다."]

북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남북 교류사업은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데요.

남북의 장애인들이 소통의 장벽 없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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