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달 걸린 4m X 2.5m짜리 故 변희수 하사 추모 광고

입력 2022.03.01 (09:08) 수정 2022.03.01 (09: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 게시된 고 변희수 하사 관련 광고.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 게시된 고 변희수 하사 관련 광고.

'변희수의 꿈과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 2022년 2월 27일은 고(故) 변희수 하사 1주기입니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과 4번 출구 방면에는 가로 4m 세로 2.5m 크기의 한 광고판이 걸렸습니다. 광고판의 주인공은 고 변희수 하사입니다. 동시에 여러 시민과 단체들의 이름도 작은 글씨로 나열돼 있습니다. 광고를 위해 후원한 이들입니다.

시민들의 후원으로 일찌감치 광고비가 모였지만, 실제로 광고가 지하철 승객들을 만나기까지는 일곱달이 걸렸습니다.

■ 교통공사 "사회적 합의 이뤄지지 않아, 중립성에 영향" 2차례 불허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해 8월 '대한민국을 위한 헌신, 차별할 수 없습니다 - 변희수 하사 복직소송, 역사와 시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는 내용의 광고를 지하철역에 게시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에 광고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교통공사는 '해당 사안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광고 게재가 공사의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등의 이유로 광고 게시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공대위가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대위는 교통공사의 광고 불승인 결정은 소수자 혐오이자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에도 불승인 사유를 명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관행은 문제라며 진정을 냈습니다.


■ 인권위 "광고 불승인은 소수자 차별·표현의 자유 침해"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공대위의 진정을 받아들였습니다. 인권위는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용역의 이용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서울교통공사에 광고관리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의견광고'의 경우에는 광고판에 '광고주의 의견'이라거나 '공사의 의견이 아님' 등을 명시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풀 여지가 있는데도, 교통공사가 일방적으로 광고 게재를 불승인한 것은 자의적이고 과도하다고도 인권위는 봤습니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도 교통공사에 광고 불승인 시 사유를 명시적으로 공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 전역처분 취소 소송 승소…달라진 광고 도안

이런 가운데 법원 역시 변 하사를 강제로 전역시킨 육군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육군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공대위는 당초 소송 승소를 기원했던 광고 도안을 1주기를 기념하는 내용으로 바꿨고, 지난달 교통공사에 재심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교통공사는 해당 광고가 의견광고라며 외부광고심의위에 넘겼고, 심의 최대 소요기간인 1달이 지나도록 광고 심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대위가 지난달 21일 항의공문을 발송했고, 교통공사는 당일 서면심의를 개최해 외부위원 9명 중 8명의 찬성으로 광고게시를 승인했습니다.

회신 공문에는 '심의 기준을 위반한 부분이 없고, 공적 취지에 부합하는 광고라고 판단된다'라는 주요 심의 의견이 담겼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진행된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제에서 시민들이 남긴 메모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진행된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제에서 시민들이 남긴 메모

■ "교통공사의 낮은 인권 감수성 반성해야…혐오에 맞서 나갈 것"

7달 만에 걸린 변희수 하사의 지하철역 광고. 이 광고는 이태원역에 가장 먼저 게시됐는데 이 달 24일까지 시민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공대위는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신촌역에도 광고를 게시한다는 계획입니다.

공대위는 "7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시민들의 추모하는 마음까지 합의의 대상으로 만들어온 교통공사의 반인권적 업무 처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최근 장애인 단체 출근길 집회 대응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낮은 인권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성과 시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대위는 변 하사의 1주기를 맞이해 국방부와 육군의 사과,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도 굳건히 맞서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는 변 하사의 순직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직권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7달 걸린 4m X 2.5m짜리 故 변희수 하사 추모 광고
    • 입력 2022-03-01 09:08:39
    • 수정2022-03-01 09:22:57
    취재K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 게시된 고 변희수 하사 관련 광고.
'변희수의 꿈과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 2022년 2월 27일은 고(故) 변희수 하사 1주기입니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과 4번 출구 방면에는 가로 4m 세로 2.5m 크기의 한 광고판이 걸렸습니다. 광고판의 주인공은 고 변희수 하사입니다. 동시에 여러 시민과 단체들의 이름도 작은 글씨로 나열돼 있습니다. 광고를 위해 후원한 이들입니다.

시민들의 후원으로 일찌감치 광고비가 모였지만, 실제로 광고가 지하철 승객들을 만나기까지는 일곱달이 걸렸습니다.

■ 교통공사 "사회적 합의 이뤄지지 않아, 중립성에 영향" 2차례 불허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해 8월 '대한민국을 위한 헌신, 차별할 수 없습니다 - 변희수 하사 복직소송, 역사와 시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는 내용의 광고를 지하철역에 게시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에 광고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교통공사는 '해당 사안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광고 게재가 공사의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등의 이유로 광고 게시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공대위가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대위는 교통공사의 광고 불승인 결정은 소수자 혐오이자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에도 불승인 사유를 명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관행은 문제라며 진정을 냈습니다.


■ 인권위 "광고 불승인은 소수자 차별·표현의 자유 침해"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공대위의 진정을 받아들였습니다. 인권위는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용역의 이용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서울교통공사에 광고관리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의견광고'의 경우에는 광고판에 '광고주의 의견'이라거나 '공사의 의견이 아님' 등을 명시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풀 여지가 있는데도, 교통공사가 일방적으로 광고 게재를 불승인한 것은 자의적이고 과도하다고도 인권위는 봤습니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도 교통공사에 광고 불승인 시 사유를 명시적으로 공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 전역처분 취소 소송 승소…달라진 광고 도안

이런 가운데 법원 역시 변 하사를 강제로 전역시킨 육군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육군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공대위는 당초 소송 승소를 기원했던 광고 도안을 1주기를 기념하는 내용으로 바꿨고, 지난달 교통공사에 재심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교통공사는 해당 광고가 의견광고라며 외부광고심의위에 넘겼고, 심의 최대 소요기간인 1달이 지나도록 광고 심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대위가 지난달 21일 항의공문을 발송했고, 교통공사는 당일 서면심의를 개최해 외부위원 9명 중 8명의 찬성으로 광고게시를 승인했습니다.

회신 공문에는 '심의 기준을 위반한 부분이 없고, 공적 취지에 부합하는 광고라고 판단된다'라는 주요 심의 의견이 담겼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진행된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제에서 시민들이 남긴 메모
■ "교통공사의 낮은 인권 감수성 반성해야…혐오에 맞서 나갈 것"

7달 만에 걸린 변희수 하사의 지하철역 광고. 이 광고는 이태원역에 가장 먼저 게시됐는데 이 달 24일까지 시민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공대위는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신촌역에도 광고를 게시한다는 계획입니다.

공대위는 "7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시민들의 추모하는 마음까지 합의의 대상으로 만들어온 교통공사의 반인권적 업무 처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최근 장애인 단체 출근길 집회 대응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낮은 인권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성과 시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대위는 변 하사의 1주기를 맞이해 국방부와 육군의 사과,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도 굳건히 맞서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는 변 하사의 순직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직권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